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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 님께서 남기신 글 (2003-09-16 03:11:35, Hit : 365)
떡라면 파라다이스
사십도에 육박하는 그 기록적인 여름의 더위가 지나간 것은 순식간이었다.
가을보다는 그 바람에 깃든 어떤 특유의 비장함이 예사치 않은 가을같지도 않은 겨울이
벌써부터 내 감수성에도 나타나고 있으니, 이제부터는 극도의 침체. 아니면 돌진이다.
여러가지의 공황기이다. 누군가는, 한국에 다녀오라고 다시 누군가는,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여유있게 인생을 보라고 말하지만
그 모두가 말해주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그것이, 나를 고독하게 한다.

고장난 라이카는 언제나처럼 말이 없고 덩치 큰 타치하라는 언제나 처럼 멀뚱멀뚱하다.
F3는, 가끔씩 어떤 사진인가를 찍기 위하여 동원되지만, 결코 그는 말을 하는 법이 없고
하지 않되, 하고 있는 그 말을 알아듣는 자들도 없으며 심지어 가끔은 나도,
대체 그 말이 진정 무엇을 말하기를 원하며 무엇에 의한 언어인가를 심각하게 질문해보기도 한다.
이 시기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하여 나는 안다.
그것은 도피보다는 사색을 위한 독한 소주와의 동행이며, 찍기나 조작하기 등의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보다는
차라리 여관방에서의 숏타임후에 찾아드는 슬픔만이 아닌, 어떤 찡한 자각같은 것이 필요한 그런, 시절인 것이다.
하지만 그 바탕의 무게때문에 그리고 그러한 전통적인 방법들이 성사불가능한 문화적 상황에 있기 때문에
나는, 자꾸만 이상하게 축나버리고 빈번하게 앓아버리는 내 몸의 병들이, 그리고
저기 떠 있던 별들이 사라져 버린 동기가 무엇인가를 자문하다가,
소주와 슬픈 여관이 충족시켜야 했을 그 어떤 과거로의 보루가 다루어지지 못한 채 곪아오는 것을
망연자실히 바라본다.

충동대로 살아오는 용기있는 청춘이었다면 나는 진작에 중학교 중퇴한 운명의 회오리바람에서 날아다니고 있을 것이지만,
그 바람에서 피한다고, 오는 저 바람은 회오리가 아닐까.  

해가 질 때는 말이 없다,
어느샌가부터 나는 나 자신이 언젠가부터 차를 잘못 타버렸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의미없는 행선지, 그러나 이 마치 강요된 운행으로의 알 수 없는 환멸감.

나는 어쩌면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나는 어쩌면,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 파탄과 과잉이 주를 이룬, 나쁜 운명의 발걸음을
너무 많이 옮겨와 버렸다.
이제 더 이상의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사태들과, 일상이라는 일상어를 일상이 아닌 일상성으로
바뀌어 놓아 복잡한 세상 만들기에 더욱 힘쓰자.는 그들의 일상도 아닌,
어제 카메라를 산 의욕많은 사람이 거리에 나갔을 때 겪게 되는 그런 황당무계한
보다.와 사진프로그램의 냉정하고도 큰 이질이라는 성격이
그 요즘의 나의 사진들에 이뤄진 큰 특성이라는 것은 참으로 의아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하고 싶은 대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대로 살아야 한다.는 어쩌면 아주 상식적이지만,
다시 한 번 개소리같은 교과서같은 편열로 영합되버린 자기 주문을 병신같이 내뱉고 있던 날,
다시 나는 구멍난 은행잔액의 상황앞에서 모든 곤란과 방황,아픔같은 테마들은 시간을 타고 성장된 평가로 이룩되가며 잊혀지지만,
돈이야말로 모든 그 테마와 국면을 계속 바꾸어 나타나는 벼랑에의 달콘한 향내라는 것을
기운 잃은 두 눈으로, 다음 달 집세를 걱정하며 독일어로 똥.이라는 뜻이지만,한국말로는 씨발.에 해당하는
샤이세라는 말을 연거푸 내뱉으며 귀하게 남은 떡을 꺼내,
떡라면을 끓여 먹었다. 그날은 아마도 추석이었으리라.  
그리고 나는 왠일인지. 슬펐다.

zabel

헛...이것참.
아 게시물에 네가 했던 말을 마지막 리플로 달아놓으니 바로 윗 게시물로 올라오네....말로만 듣던 빅브라더......?
그닥 듣기 좋은 말은 아니지만....나도 빵구에 빵꾸를 거듭해 드뎌 그물 스타킹을 만들 수 있을 만한 거적을 마련하였으니...작으나마 너에게 위로가 되었음한다. 글고 보니 모텔 서버 요금도 담날에 내야하는군....-_-
몇주를 내내 서울에 비가 내리더니....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우리집 마당엔 이끼가 가득하다. 밟으면 찔걱이며 나오는 푸른 이끼물을 보면, 묘하게도 정독도서관 잔디가 생각나더라구. 건강하길.

  2003/09/16   
랭보

헛...그것 참.
더 할 수 없이 쓸쓸하네.
모텔 식구들 주머니라도 털어서 떡과 라면은 고민없이
무진장 먹을 수 있게 해 드리고 싶은 마음. 울컥.
우리집 통장도 항상 빵구에 빵구를 거듭하고 있는데
그 빵구에 비례하여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나고
가까이에 메밀밭이 있다는 사실을 위안 삼아 살아갑니다.
슬픔에 동참하며, 아픔에 공감하며, 고독엔 음. 견뎌야지.

자벨님의 월세독촉은 실로 무섭구만요.

 X  200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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