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트라고 하는 말이 기술에서 왔음을 실증하는 한 예. 십구세기 중반 사람인데도 자신의 밥숟갈은 직접 깎겠다는 저 구체적 의지는 정말 완빵이다. 존명.
초기 사진가들에게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사진 좋다고 말만하다 직접 이에대한 아티클을 읽으니 참으로 쏠쏠하구나아. 기쁨. 확실히 내 취향이란게 구식/고리타분 한게 있긴 있다는.
그나저나 중국에서 교편잡고 있으시다 하더니.. 점점 맞춤법이;; 흠.
.'
)
+ + +
Guatave Le Gray 1820 ~ 1884
[▲ Exercise at Chalons Military Camp, 1857]
사진이 빛의 예술이라는 사실은 어떤 누구보다도 귀스타브 르 그레(Guatave Le Gray)의 작업이 잘 보여주고 있다. 대상을 보는 예리한 안목을 가진 숙련된 화가인 그는 사진을 창조적 매체로 전환시키는 일에 1840년대 중반부터 착수했다. 그는 처음에 상업 초상사진가로 출발해 사진 예술가로 자리잡기 까지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는 사진이 충분히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여주려고 노력한 초기의 사진가들 중 한 사람이다. 특히 풍경사진에 남다른 조예를 가지고 빛에 대한 연구를 통해 다양한 사진감광처리 기술을 발명했다.
초기의 사진가들은 사진의 산업화와 대중화가 시작되면서부터 사진의 예술성을 진지하게 고민 하기 시작한다. 특히 화가출신에서 사진가로 전향한 상업 사진가 들은 예술가로서 이루지 못한 자신들의 꿈을 사진에서 실현 시키고자 욕망했다. 그들이 예술가로서 인정받는 유일한 길은 살롱 전에 출품하는 일이었다. 프랑스 왕립 미술아카데미가 창설한 살롱 전은 프랑스 혁명이후 미술학교 교수들의 관리 하에 19세기 내내 거의 유일무이한 미술전람회로 군림했다. 그러나 화가들이 보기에 사진은 단지 기계적으로 현실의 외관을 복제하는 그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도 사진이 현실의 정확한 묘사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였지만, 사진 그 자체를 전통적인 예술관에 비춰 보아서 예술로 인정하기 어려웠다. 그것은 뛰어난 발명품이자, 과학 기술과 실생활에 유용한 도구쯤으로, 또 화가들의 창의력을 보충하는 밑그림으로 정도로 보았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사진예술가이기를 자처한 르 그레는 1849년 칼로타입으로 제작한 <퐁텐블로 숲>사진을 연례 회화 살롱전에 출품한다. 이 작품은 당시 판화로 오인되어서 살롱전에 입상되었으나 나중에 사진임이 판명되면서 낙선하는 수모를 당했다. 그로부터 약 10년 후 1859년 살롱전에 정식으로 사진을 받아들이게 되지만 이 역시 본 전시장에서 전시된 것이 아니라 별도의 공간에서 따로 열리게 된다. 이 사건은 사진이 예술계에서 얼마나 천대 받았음을 잘 말해주고 있다. 어쩌든 사진가들은 끊임없이 사진을 예술로 인정 받기 위해서 회화의 양식과 내용을 모방함으로써, 화가들의 경연장 이였던 살롱에 전시되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들은 사진의 독특한 매체적인 특성은 아직 깨닫지 못하고 화가들의 시각을 그대로 답습하게 된다. 그것은 오랫동안 회화가 시각예술의 전부를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예술로서의 지위를 얻고자 한 사진가들은 사진의 고유한 특성을 예술로 승화시키기 보다는 예술가로서 대접 받는 일이 더 중요했다.
[▲ Forest of Fontainebleau, 1853]
19세기 중엽 대부분의 예술가와 비평가들은 사진을 유용한 기억의 수단이며 자연을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실용적인 수단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지나친 객관적인 묘사나 기계적인 묘사는 예술성이 없는 것으로 간주했다. 다시 말해 사진에 수정을 가하지 않으면 예술성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는 당시 사진의 예술성을 회화의 "희생 이론"에서 찾고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진가들은 음화를 수정하거나, 합성하는 수법을 이용한 활인화을 사용했다. 그러나 르 그레는 사진에 수정을 가하지 않으면서도 사진의 사실적인 면과 미묘한 빛의 효과에 의해서 얼마든지 사진의 예술성을 획득 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었다. 다만 아직은 감광재료가 발달하지 않은 관계로 지나친 노출차이에 의한 수정을 인화 과정에서 수행하기는 했다. 하지만, 당시 회화주의 사진가들 대부분이 노골적으로 그림처럼 보이기 위해서 연초첨 효과, 중크롬산 인화, 브롬오일, 등의 지나치게 음화를 수정한 작업은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가 주목한 것은 빛의 변화를 어떻게 하면 사진으로 포착 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이런 그의 사고는 감당재료에 대한 기술적인 발견을 하게했으며, 당시 현대회화의 효시로 급부상하고 있던 인상주의 화가들과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기도 했다.
일찍이 1852년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진의 발전은 인화의 질이 얼마나 발전하는냐에 달려 있다.인화가 세련되고 완벽하면서 영구적인 것이 된다면 사진은 본질적인 가치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나의 소망은 사진이 공업이나 상업의 영역으로 전락하기보다는 예술의 영역에 자리잡는 것이다. 예술만이 사진이 있어야 할 진실하고도 유일한 영역이며, 내가 항상 그것의 발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이러한 목표를 향 해서이다."
1820년에 태어난 르 그레는 파리에서 폴 드라로슈(Paul Delaroche)의 고전주의적 화법에 따라 화가교육을 받고 자랐다. 1840년대에 사진을 접하기 시작한 그는 자연의 풍경에 관심을 가졌고, 스스로 몇 가지 사진화학실험을 해보기도 했다. 그 결과 다소 처리시간은 늦지만 종이 위에 아주 선명한 음화를 만들 수 있는 건식 콜로디온(dry collodion process)을 발명했다. 그리고 1848년에 초상사진관을 개업하고, 이곳에서 자신의 창작활동을 병행하면서 많은 제자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 중에 샤를 레그르(Charles Nègre), 앙리 르 세크(Henri Le Secq), 막심 뒤캉(Maxime du Camp) 그리고 외젠 피오(Eugène Piot) 등과 같은 사진가들이 배출됐다. 르 그레가 저술한<사진실기 개요Traité pratique de photographie, 1852.>는 그를 더욱더 유명하게 만들었다. 또한 그의 밀랍종이인화법(waxed-paper process)의 발명과 같은 기술연구는 그로 하여금 뚜렷한 화질을 가지는 힘있는 사진을 만들 수 있게 했다. 초기의 사진가들은 자신의 영감을 반영하기위한 자유로운 창작작업으로 적합하지 않은 사진의 여러가지 불편한 기술적인 문제들에 직면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직접 실험하고 발명하는 열정적인 노력을 기울였고 선구자적인 르 그레처럼 몇몇 사진 예술가들은 발명가이기를 자처할 수 밖에 없었다.
[▲ Wave Breaking Sete, 1856 - 59]
1860년대에서 70년 사이에 사진의 기술은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그 이전 르 그레가 활동했던 시대에는 떠있는 구름이나 바다의 부서지는 파도 그리고 걷고 있는 사람들의 동작 등을 사진으로 포착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것은 피사체에서 가능한 멀리 덜어져서 사진기를 작동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사진가들이 화가들 처럼 시각에서 자유로워 지기 위해서는 많은 장애들, 즉 손으로 렌즈의 뚜껑을 열었다 닫는 데 걸리는 시간(당시에는 셔터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고 렌즈의 뚜껑을 가지고 수동으로 노출시간을 조절했다.), 빛에 대한 반응이 무척 느린 감광재료로 만든 음화, 카메라와 사진장비의 큰 부피 등의 기술적 문제에 대한 극복이 필요했다.
르 그레는 1855년부터 57년 사이에 제작한 지중해 해안 풍경사진으로 전례없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이 사진에서 음화의 수정을 가하지 않고 하늘의 구름과 땅 부분을 직접적으로 동시에 사진을 찍었다고 주장 했는데 당시 기술로는 혁명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그의 주장에 많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었다. 당시 풍경사진가들이 하늘을 나타내려면 음화에 그림으로 구름을 그려넣거나 인화 할 때 솜으로 구름 모양을 만들어 하늘을 묘사하곤 했었다. 왜냐하면, 하늘부분과 어두운 땅 부분이 심한 노출차이로 인한 컨트라스트 문제와 구름과 하늘을 묘사하기 위한 감광재료의 감색성이 아직은 발달하지 못했다. 그럼으로 이를 동시에 나타난다고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으며 더군다나 낮은 감광재료로 너무 장시간의 노출이 필요했기 때문에 움직이는 파도를 잡아낸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가 제작한 사진들 중에는 동시에 두 대의 카메라를 사용해 한쪽 음화는 구름에 노출을 맞추고 다른 한 대의 카메라에 들어있는 음화는 바다의 파도나 해변 가에 적정노출을 맞추는 방법으로 두 장의 음화를 만든 다음, 한 장의 인화지에 가려 굽기 방식의인화를 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또는 풍경과 하늘을 따로 찍은 다음 이 두 장의 음화를 겹쳐서 인화하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그가 단번에 구름과 파도를 잡아냈다는 주장이 사실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그의 창조적인 발상과 표현의 욕구는 예술로서의 사진을 만드는 것이었고, 빛에 대한 변화를 포착하고자 하는 현대적인 의식이었다.
[▲ The Sun at Zenith in Normandy, 1856-59]
르 그레의 빛에 대한 끈질긴 탐구에서 만들어진 풍경사진은 리얼리즘의 대표적인 화가 쿠르베적인 환상적인 시정(詩情)을 가지고 있으며 모네(Monet)의 인상파 그림보다 앞선 작품이었다. 그러나 르 그레가 빛을 구성하고 배치하는데 몰두하는 동안 모네는 빛을 색 성분으로 분해하는 혁명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당시 화가들은 그림의 생동감, 온화함, 그리고 매력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 주로 명암을 이용해서 형태를 묘사하는 명암대조법(chiaroscuro)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색이 없어도 효과를 거두는 판화 작업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색은 나름대로 독특한 효과가 있지만, 밝고 어두운 부분들이 만드는 효과에 종속되어 존재 할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인상주의 화가들의 등장으로 비로서 빛과 색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전개되고 있기는 했지만 르 그레는 인상주의에 영향을 받기 보다는 그의 스승인 고전주의 화가 들라로슈의 영향 때문인지 당시 주류의 회화화풍을 그의 미적 가치기준으로 설정하고 있었다. 즉, 명암대조법이 그에게는 사진예술을 실현하는 중요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어쩌든 그는 사진의 역사에서 거의 최초로 빛에 대한 현대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만은 틀림이 없다. 사진을 조색하는 방법을 고안한 후에도 그는 잔뜩 찌푸린 하늘을 표현하고자 카메라를 들고 풍경을 찾아 나섰으니 말이다.
글_ 이 영 욱(중국 연변대학교 예술대학 사진과 교수 rxli@ybu.edu.cn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