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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을 꼭 제단...같은데 세워서만 보란 법이 없기는 하지만. 쩜...
조각에도 시점을 생성/제한시켜 만들 수 있다는 착상에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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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미어 엑커(Bogomir Ecker) 외침(1991/92) _하셀바흐에 설치
우리 인간의 눈과 귀는 수동적인 감각기관입니다. 이 두 감각기관은 외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일들을 보고 들은 후, 직접 우리의 내면에 전달합니다. 이렇게 눈과 귀를 통해서 걸러짐이 없이 우리의 뇌에 들어온 정보들은 우리 속에서 우리의 경험으로 정리가 되고, 새롭게 변형되어, 우리의 입을 통해서 다시 재현될 수 있습니다.
보고미어 엨커는 이런 진행적인 과정을 그의 작품에 담아서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의 조각형태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추상화 된 눈 그리고 귀의 형태를 갖습니다. 반 추상화된 그의 조각들은 여러 크기로 방안의 벽이나, 미술관이나 사무실에, 길가에, 숲 속의 나무들에, 그리고 조각가의 작품에 붙어서 그 주위의 모든 것들을 주시하기도 하며 들리는 소리를 엿듣기도 합니다.
하셀바흐 골짜기에 보고미어 엑커는 의식하고 찾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도록 작품을 설치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멀리서도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여느 야외조각 작품과는 다르게, 그는 그의 작품을 지하에 설치했습니다. 이 작품은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이것이 무엇인지를 궁금해하고 자세히 주시하는 관객에게만 더 생생하게 살아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엨커는 그의 이 작품을 외침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 단어는 갑작스런 소리의 방출, 놀람의 반응 등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는 2미터 10 cm의 깊은 웅덩이를 직경139 cm의 크기로 판 다음, 그 속에 직경70 cm되는 빨간 공을 넣고, 그 구덩이 위에 둥근 형태의 격자무늬 쇠 창살을 올려 놓았습니다. 그 창살로 인해 가물거리는 시야에 뭔가 모르는 것이 들어옵니다. 자세히 알아보기 어려운 아주 작은 것 둘이 하나는 빨간 공처럼 생긴 둥근 형태에 부착되어 있고,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이 공과 구덩이 벽 사이에 끼여 있습니다. 이 둘은 보고미어 엨커가 사람이 소리를 지를 때 벌린 입의 빈 공간을 찍어 청동으로 주조한 것입니다. 이 작품을 가까이서 주시하는 동안 일어나는 일이 재미있습니다. 이미 작품을 들여다 보는 순간에 의식도 못한 채 갑작스러운 연상작용이 일어납니다. 둥근 공, 지구, 세상, 우주, 구멍, 우물, 터널, 캄캄한 세상, 격자, 경계, 보임, 입안, 통제된 소리 등등. 그러는 동안, 즉, 격자무늬의 쇠 창살 위에 올라서서 머리를 숙이고 그 아래 보이는 것들을 주시 하다 보면, 갑자기 바닥이 흔들거리는 듯한 느낌이 나를 사로잡습니다. 왜냐하면, 밑이 깊게 뚫려 있음으로 인해서 불안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며, 심지어는 무게중심을 잃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갑자기 불안한 상태에 접하면 우리들은 겁을 먹게 되고, 정말 급하면 우린 어떤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소리를 지르게 되지요.
이러한 외침, 살아 있는 존재의 부르짖음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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