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미론

zabel

(2005-02-19 14:43:43, Hit : 911, Vote :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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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 크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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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디선가 사진집을 본일이 있다는. 졸라 유려한 이미지에 완벽한 세팅, 아주 선명하게 드러나는 언어들이 상큼하게 와 닿은 것은 사실이나... 웬지 전혀 신선하지는 않았다는. 걍 8*10 카메라로 만든 데이빗 린치 영화 스틸같았다는.
일상의 이면을 드러낸다는 것이 구린 컨셉이라고 생각진 않지만, 꼭 그렇게 할 필요는 없잖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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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 크레슨은 일상생활의 강박관념(强迫觀念)적인 행동에 대한 이미지들을 통해서 인간의 내면적인 불안과 미묘한 심리적인 상태를 탐구 한다. 그는 이러한 주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허구적으로 꾸며진 연출공간 안에서 사진을 제작한다. 그런데 그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사진은 얼마든지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고 싶지않아 진다.

제작비를 대던 갤러리(미술관)들이 나가 떨어질 정도로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 붇는 작가로 유명한 그는 90년대 중반이후 일군의 스테이지 포토그라픽(staged photographic 영화연출사진 형식의 새로운 조류)기법의 사진가들 중 선두주자 이다.

크레슨의 주의 깊은 스테이지사진은 가정과 자연 사이의 긴장감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작“꿈의 집Dream House, 2002.” 작업들을 보면, 사진가는 공상과학 영화나 공포영화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으스스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 대형 영화사 직원들을 고용해서 함께 작업했다.

크레슨은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감독의 영화 “제 3 종류의 뜻밖의 만남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에 영향을 받고있다고 말한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평범한 미국의 보통 사람들은 감성적으로 신체적으로 UFO와 접촉한 이후 생활 속에서 이상한 징후와 극심한 많은 변화를 겪는다. 역시 영화 속의 배우처럼, 크레슨의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비정상적이고, 의식적(ritual-like)인 행동을 한다. 이들의 이상한 행동은 외계로부터 마법에 걸린 것처럼 마치 초자연적인 접촉을 가진 기이한 이야기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크레슨의 사진은 너무나 기술적으로 정교하고 또한 상식적으로 사진의 진실성에 대한 굳은 믿음 때문에 관객들은 쉽게 허구적으로 꾸며진 이야기라는 것을 판단하지 못한다. 즉 연출된 하나의 허구적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실제에 일어난 우연한 사건을 포착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사진의 환유적인 기능은 사진이 역사적으로 이제까지 거의 관습적으로 사실을 증명하는 객관적인 증빙 자료로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에 사진은 진실을 보장한다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보는 경우이다. 크레슨은 바로 이점을 노리고 있다. 사진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관습이 그의 사진을 대할 때 사실처럼 바라본다는 점을 역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사진이 연출된 허구적인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순간은 단지 사진 이미지의 허구적인 요소들이 뒤섞어서 만들어내는 초 현실적인 매력에 푹 빠지면서도, 관객들은 이것은 영화라면 몰라도, 사진으로 찍혀진 것이니까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심리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니까. 이러한 심리 상태는 동시에 자신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되돌아 보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다. 크레슨의 작품 앞에선 우리는 자신내면의 걱정과 불안, 욕망을 직시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은 보는 이에게 '의미' 이전에 '존재'에 대한 판단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점이 사진의 '리얼리즘적 성격'을 믿게 하는 요인이 된다. 사진은 존재에 대한 판단을 불러일으키고 실재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그런데 사진이 일으키는 이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식의 '실재-효과(reality-effect)'는 말 그대로 '효과'에 불과하다. 엄밀히 따져본다면 사진 속에서 보는 것이 실재라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사진은 사진일 뿐이지, 실재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진을 실재라고 생각한다. 사진은 광 화학적 공정에 의해 인화지에 찍혀 나온 이미지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는 사진의 확실성과 강력한 현존성 앞에서 그것을 실재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진에 대한 집착과 사진에 대한 이 끝없는 ‘물신’의 욕망은 사진이 실체에 대한 대체물에 불과하므로 사실상 사진 이미지는 그 어떤 고정된 ‘의미’를 갖지 않는다. 이미지는 그 자체로는 ‘무의미’한 것이다. 사진이미지가 물신이 되기 쉬운 조건은 존재의 무의미성에 관한 이러한 조건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사진 속에서 우리는 사진의 '의미'를 묻기 이전에 (물론 의미를 물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 먼저) 사진 찍힌 대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진은 하나의 창(窓)일 뿐이며 사진 찍힌 대상의 강력한 존재감은 ‘의미’ 이전에 벌어진 ‘사실'을 말하도록 만든다.

우리는 사진을 보며 사실을 진술한다. 사실에 대한 진술은 하나의 내러티브를 가진다. 사진의 내러티브는 ‘이미 일어난 실제 사건'을 지시한다. 이런 의미에서 사진의 ‘의미’는 과거의 반복이며 ‘재구성된' 내러티브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사실이 된다

[Untitled(Mound of butterflies), 1994]

"자연속 방황Natural Wonder"라고 명명된 크레슨의 초창기 사진시리즈에서, 작가는 아름답고 평온한 집안 뒤 뜰 풍경 속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오래되어 부패한 남자의 시체 일부를 보여준다. 오싹한 투시화(정교하게 사실적으로 그려진 그림 같은 hyper-realism 회화)처럼, 초 현실적인 이미지는 가정에 남자가 부재하고 있음을 암시하면서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전개 하도록 관객의 상상을 유도 하기도 하고, 자연의 생명과 어울러져 존재하는 수수께끼를 암시한다.

스튜디오에서 세트로 연출된 이 사진들은 나비 날개의 문양이나 동물의 시체를 파먹는 벌레들 그리고 죽은 생명체를 휘감고 도는 넝쿨식물과 이를 뜯어먹는 새와 쥐 등 끔찍스러움 광경을 담고 있다. 하지만 사진에 나타난 이미지 자체가 작품의 전부는 아니다. 작가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지만, 언제든 우리 삶의 아주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끔찍스러운 생물들은 우리가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곳에서 스멀스멀 기어 다니고있다. 그것이 바로 자연의 법칙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세계가 인간의 안락한 상황 속에서 자연은 우리에게 풍요로움을 주는 존재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자의의식이 그의 작품을 만나게 되면서 섬뜩한 진실에 직면 하게 된다.

그의 다음 시리즈인 "Hover(배회)"에서, 작가는 그의 스튜디오를 나와서 새의 시점에서 시 외곽을 찍는다(혹은 공중을 날으는 우주선의 시점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있는 이상한 장면들을 보여준다. 특히 크레슨은 The Board Art Foundation(예술의 기초보드)연작 "Twilight(여명)"라 명명된 가장 최근의 작품들은, 인공광과 자연광이 교차하는 여명의 시간에 이들 장면은 기묘한 모습의 순간을 보여준다.

이들 작품에서 크레슨은 미국 시외곽의 소시민의 풍경과 자연의 도상학을 탐구 하기도 하고 가정적인 물품과 도구들(비누 박스, 우유통, 세척제 박스 등)은 자연과의 균형을 파괴하고 있다는 어떤 알 수 없는 두려움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그의 사진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잘 구성 되어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작가가 전달하는 이야기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도 어디 선가 본듯한 한 장면의 영화처럼 우리의 기억을 각인 시킨 학습효과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크레슨은 고도의 치밀한 전략으로 우리에게 쉽게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한다. 그만큼 우리는 영화적인 영상에 길들여 져있다. 하지만 곧 그의 사진이미지 앞에서 왜 그러한 일들이 발생했는지, 이 사람은 왜 이러한 표정을 하고 있는지, 수수께끼 같은 알 수 없는 의미만이 분명하게 전달될 분이다.

그것은 사진이 일차적으로 단절된 이미지(Image)라는 속성대문에 기인 한다. 장면의 연속으로 보여지는 영화와는 달리 고정된 순간의 사진적 특성 때문에 분명한 이야기를 전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방적으로 영화에서처럼 수동적으로 이야기를 전달 받는 것이 아니라 사진은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구성 할 수 있도록 그 자리를 비워둔다. 바로 이점이 그의 사진이 주는 매력이다. 왜냐하면, 그의 사진이 잘 연출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앞 뒤 이야기 맥락이 단절된 사진 앞에서 관객은 알 수 없는 상상의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레고리 크레슨은 1962년, 뉴욕 브룩클린(Brooklyn, New York )에서 태어났다. 1985년 예일대학교 예술학과 (Yale School of Art, Yale University )에서 M.F.A(순수예술 석사학위)수여 받음. 1988년부터 코네티커주 뉴해븐(New Haven Connecticut)에서 살면서 현재 예일대학교 사진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글: 이영욱 (연변대학교 예술대학 사진과 교수 rxli@ybu.edu.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