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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대해서 고고학스런 역학조사는 꼭 해얀다고 생각하는 바, 이러한 플라잉넷의 활약은 퀄리티의 고저를 떠나서 매우 바람직한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는. 역사가 인간에게 학습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작금의 스페이스에 대한 심도깊은 시각도 절실히 요구될 터. 지금 우리는 우리를 너무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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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플라잉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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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린 적산가옥
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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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말교와 도닥다리 위로 난 큰길을 따라 계속 걸어 내려가면 용산 고등학교가 있는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를 이루는 세 개의 길이
아귀가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한쪽 길에 각을 맞춰 늘어놓은 노점상 진열대가 다른 쪽 길에서 보면 한가운데 나와 있는, 아리송한 위치에
놓이게 되기도 한다. 매번 갈 때마다 노점상에서 파는 물건과 주인이 바뀌는데도 꼭 그 자리인 것이 신기해서 주변을 얼쩡거려보니, 그 위치는
어정쩡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절묘하게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는 위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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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 길
중에서 후암 수퍼마켓이 있는 신흥길로 들어서면 길이 또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그 중 왼쪽 길은 온통 높은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네
아저씨는 이 계단이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길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래 전에 만들어진 듯한 이 계단이 시멘트가 아닌 돌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그렇고, 놓여진 모양새도 좀 달라 보여서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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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붉은 벽돌의 연립주택들 사이로 적산가옥들이 섬처럼 모여 있는 블록이 나오는데, 이 블록의 뒤편으로 국제 크리스쳔 학교의 청회색 건물이
보인다. 적산가옥들은 대개 낮은 높이의 이층 건물들인데 이제는 많이 낡아서 건물들이 기울어져 있기도 하고, 오랜 세월의 비바람 때문에 지붕
가운데가 밑으로 처져있거나 벽이 갈라져 있는 경우도 있다.
이곳의 건물들도 방 앞의 미닫이문을 열면 바로 골목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골목이 거실 역할도 겸하는 듯 했다. 골목 사이사이에 나와 있는 평상들 위에서 동네 아저씨들은 장기를 두기도 하고, 주차방해물
대신 놓여있는 헌 의자들 위에서 신문을 읽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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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들은 골목에 자리를
펴고 앉아서 부업으로 스웨터 조각들을 붙여서 스웨터로 완성하는 일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적산가옥 블록 한 가운데에는 주민들이 종이박스를
모아서 쌓아두는 공터가 있다. 이 자리는 일제시대 때부터 있던 동회 건물이 있었는데 불이 난 이후로 철거하고 공터로 쓰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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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곳에 왔을 때에는 보상 문제가 해결된 20여 채의 집들은 이사를 가고 비워져 있었는데, 최근에 다시 가보니 비워졌던 집들은 이미 철거되어 건물
신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약 3분의 2정도는 아직도 남아있고, 사람이 살고 있는 곳도 있다.
건물 신축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재개발을 위해 비워져 있는 한 집을 골라 안에 들어가 보았다. 1층에는 방 하나 부엌 하나가 있고 건물 앞뒤로 통과할 수 있도록 양쪽으로 문이
나 있었다. 한쪽은 미닫이문이고, 다른 한쪽은 여닫이 문이었다. 1층에서 2층으로는 고정된 나무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릴 수 있었는데, 사다리
옆에는 중심을 잡고 오르내릴 수 있도록 수직으로 끈이 하나 묶어져 있었다. 사다리는 그 만큼 가파르고 좁았다. 그러나 좁은 공간에서 수직 이동을
위한 최선의 해결책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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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은 1층 높이의 3분의
2정도 높이로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정도였고, 지붕의 삼각형 모양 때문에 가운데에서는 허리를 펴도 괜찮을 정도의 높이였다. 나름대로
아늑하고, 앞집 2층과 창문이 마주 붙어있어서 친구가 옆집에 살 경우에 창문으로 이야기하기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2층으로 올라오는
입구가 너무 좁고 오르내리는데 불편해서, 조금 더 오래 앉아 있으려니 불안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2미터 30센티 정도로 지어지는 현대식
주택 높이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낮은 높이를 심리적으로 견디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마다 층고는 들쭉날쭉
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건물들 자체도
인상적이었지만 집들 외벽에 장판을 덧대어 막아놓은 것이 매우 이상했었다. 주민들이 벽이 새는 것을 보수하느라고 장판을 덧댄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무를 대고 못을 박은 부분이 허술해서 좀 의아했었는데, 나중에 동네 아저씨와 이야기 하다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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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에서 작년에 이 적산가옥
블록의 재개발을 준비하면서 동네를 가로지르는 길을 내느라고 집들을 동강내어 철거를 했었다. 그런데 자른 흙벽에 철거할 때 나온 장판으로 벽을
덮어놓는 임시처리만 해 주었을 뿐 시멘트로 마감처리를 해주지 않아서 주민들은 장판 벽으로 겨울을 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한두 집은 자비로
시멘트를 바르기도 했는데 벽 바르는데도 꽤 돈이 들기 때문에 한쪽에서는 건물 신축공사가 한창인 요즘에도 많은 집들이 장판 벽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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