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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윰이 소설 『빨간 블라우스』를 쓰기 시작한 건 1995년.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이다. 그 후로 ‘빨간 블라우스’라는 스토리텔링은
작가 이윰의 작업에 하나의 지표가 되어왔다. 투명한 빨간 아크릴로 조각품 옷을 입고 스스로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비주얼 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소설 속 테마로 노래를 작곡하거나 설치미술로도 표현했었다. 그리고 2006년 겨울. 이윰은 ‘치유’라는 개념을 덧입혀 총체극 형태의
새로운 ‘빨간 블라우스’를 선보일 작정이다. 12월 26일 홍대 롤링 홀에서의 공연을 앞둔 그와의 짤막한
대화.
 디자인 스튜디오
바프의 디자인이 돋보이는 이윰의 상처의 치유를 위한 행위소설 『빨간 블라우스』.
Q. 지난 5월
개인전(스페이스 씨) 등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
‘살아 있는 성전 Living Sanctuary’이라는 프로젝트를
2년간에 걸쳐 계속 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이 작업이 단순히 감각적인 아이디어나 개념만으로 소화하기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이 작업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내적인 성장을 이루는 데 집중했다.
Q. ‘총체극 공연’으로 불리는 ‘빨간 블라우스’는 어떤 프로젝트?
뮤지컬, 연극, 무용, 영상, 미술,
패션 등, 그야말로 총체적 예술장르가 모인 버라이어티 씨어터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극장용 상연만 생각하는 건 아니고, 여러 가지 다양한 환경
속에서의 발표를 구상하고 있다.
Q. 1995년에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낸 소설 『빨간 블라우스』란?
‘상처의 치유’를 위한 행위미술
소설이다. 책 자체가 퍼포먼스적인 행위를 동반하는 아트 북이다. 책의 내용은 ‘나’라는 캐릭터가 우연히 ‘빨간 블라우스’라는 이름의 소녀
예술가를 따라 빨간색 광선만이 존재하는 ‘빨간색의 차원’을 여행하면서 겪는 판타지이다.
Q. 이 스토리텔링이
10년 이상 당신의 작업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실, 이 작업은 1994년 대학원에 재학할 때 수강했던 퍼포먼스 수업 첫
발표에서 시작된 것이다. 당시 관객은 교수님 한 분과 함께 강의를 듣던 친구 한 명이었다. 하지만 무척 즐거워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나는 부서진 내 마음을 상상력과 꿈이라는 틀 안에서 치유하고 소생시키기 위해 ‘빨간 블라우스’ 이야기를 상상했다. 그런데 이 과정이 예술가로서의
자아를 다시 깨어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1995년, 스토리텔링을 완성시키고, 아트 북을 제작하게 되었고, 이것을 미술대본 삼아 첫 개인전으로
발전시키게 된 것이다. 물론 이로 인해 평범했던 내가 아티스트 ‘이윰’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하게 되었다.
Q. 책을 쓰게 된 이유는?
내 작업이 작가에 의해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 스토리텔링에 공감하는
누군가로부터 계속 사랑받고, 재창조되는 ‘네버 엔딩 스토리’가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이후 무용극의 무대미술을 위한 설치 작업도 해보았고,
2005년에는 아트 북을 리메이크 버전으로 재출판하기도 했다. 이 작업을 갤러리에서 총체극 형식으로 처음 공연했을 때에는 내가 가진 모든 감각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매력적인 것들을 표현해냈고, 미술계에서도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시각적인 강렬함이 오히려 내적 메시지를 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작업을 하다 보면 전환점도 있었을 텐데?
2000년 이후, 내게 또 한 번의 커다란 전환기가
찾아왔다. 그때서야 비로소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 지금 나는 이 작업을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형태의
공연(퍼포먼스+총체극+창작 뮤지컬)으로 다시 각색하고 있다. 홍대 앞 롤링 홀에서의 이번 공연은 그 작은 시작을 알리는 쇼 케이스인 셈이다.
앞으로 3년 동안 이 작업의 기본을 더욱 확실히 다지고자 한다. 그 후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로 시선을 돌리고 싶은 꿈이 있다. 빨간
블라우스의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다양한 컨텐츠를 제작해 일종의 시리즈를 만들어가고 싶다.
 총체극 '빨간 블라우스'는 12월 26일 저녁 7시 홍대 앞 롤링 홀에서
열린다.
Q. 왜 굳이 '빨간색'인가?
내가 좋아하는 색은 그냥 빨간색이
아니다. 빛이 투과될 수 있는 투명한 빨강이라고 할까? 혹시 우리 몸의 피가 왜 빨간색인지 생각한 적이 있나? 빨강은 심장부터 온몸에 생명을
주는 빛깔이다. 그 생명은 사랑이고 사랑은 곧 빨강이다. 내게 빨강은 치유와 정화, 그리고 사랑을
상징한다.
Q. ‘빨간 블라우스’는 예술 그 이상의 '영적인' 무언가가
느껴진다.
‘빨간 블라우스’는 판타지인 듯 보이지만, 사실 매우 깊은 영적인 내용, 즉 ‘치유’에 관한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잃어버린 빨강을 되찾는 것’, 그것이 내가 전하고픈 메시지다. 이작업의 새로운 탄생과 더불어 ‘치유와 정화’의
메시지를 담은 ‘빨간 블라우스 힐링 미니스트리’를 시작할까 한다. 이 작업을 ‘프로젝트’라고 부르지 않고, ‘힐링 미니스트리’라고 표현한 것은
‘빨간 블라우스’를 통해 세상으로 나아가는 내 마음가짐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예술가로서 갖고 있는 모든 창조적 재능을 통해 타인을 섬기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10년 전 내 모습처럼 부서지고, 상처받은 영혼들에게 다가가 그들 안에 있는 꿈과 열정을 회복시키는 데 ‘예술’을 매개체로
삼고 싶다.
Q. 그렇다면 예술가란 의미가 다르게 적용되어야 할 것 같다.
내게 있어 예술가란 ‘영적
소통자’로서의 의미가 크다. ‘힐링 미니스트리’는 나 혼자가 아닌, 아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동참하게 될 것이다. 그들의 선한 에너지가 함께
모여 신선한 생기를 이 세계에 가져오게 되지 않을까?
Q. 스스로 자신의 작업을 가리켜 '살아있는 조각'이라고 말한다.
나는 조각을 전공했다. 그런데
어느 날 조각을 만들다가 굳어져 있는 조각보다, 나 자신이 살아있는 조각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조각가에서 퍼포먼스 작업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Q. 2007년 당신의 'MUST HAVE'는?
‘살아있는 성전’을 주제로 한 공연과 아트 북을
8월 전까지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Art is Spiritual act of worship’ 이라는 내가 추구하는 예술의 기반을 닦는 작업이
될 것이다. 아울러 ‘빨간 블라우스’의 극장용 버전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창작 뮤지컬 형태에 가까울 것이다.
Q. 행복한가?
행복하다. 결혼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양지바른 곳에 심어진 새싹처럼,
건강하고 밝고 평안하게 살아가고 있다.
| 윤동희 _ 편집장 hee@abc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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