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굿모닝이라는 블로그에서 퍼온 글. 근자에 미술 및 여러 매체관련의 비평에 대해 생각 중이라, 옮겨 놓았다. 원문이 어디 있을 듯한데 정확히는.
비평은 말하는 방식의 어떤 패턴일뿐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구조안에서 돌아가는 말걸음일텐데, 그것으로서 자본을 조정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 농담에 가깝다 봐야지 싶다. 아름다움을 규정내리고 효과를 일으키는 일이 얼마나 중차대한 것인가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c 씨의 발언이 경솔하긴 한 것같다.
.'
)
+ + +
C갤러리 D에게
(* 이 글은 카이스갤러리 디렉터 윤태건씨가 내게 개인적으로 보낸 편지의 답신이다. 지금 봐도 속시원한 글이다.^ ^)
최진욱 (2004-01-08 15:59:56, Hit : 1719, Vote : 12)
나의 주장은 ‘우리미술시장 살리기’를 위해 우선 비평체계가 바로 잡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미술판에선 수준 낮은 작품들과 그렇지 않은 작품들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쉽게 얘기하자면 상화와 예술작품이 뒤섞여있다는 말입니다. 관람자들이 가려낼 수 있겠습니까? 컬렉터들이 알긴 뭘 알고, 화랑주인들이 알면 뭘 알겠습니까? 사실 비평가들도 잘 모르긴 마찬가지지만, 그들은 적어도 세가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첫째는 전문지식입니다. 둘째는 권력입니다. 셋째는 지식인의 윤리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그들은 ‘주례사비평’ 외에는 한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외국 작가소개 외에는 관심도 가져본 일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한국현대미술사 같은 큰 책들을 펴냅니다.(학자가 되어버리죠.) 본업은 심사위원입니다. 미술판의 각종 선정 과정에서 권력을 행사 합니다. 전시의 기회를 얻기 위해, 비엔날레 등에 나가기 위해, 유명작가가 되기 위해 그들에게 잘 보이려면 작품이나 제대로 하라는 소리를-이런 게시판을 통해- 끊임없이 듣게 되는 이유도 바로 이런 큰 힘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비평가가 미술시장에서 무슨 힘이 있느냐고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동시에 많습니다.
내가 이런 비평가들에게 희망을 거는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그들은 적어도 ‘지식인의 양심’은 가져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점 때문입니다. 우리 미술시장에서 비평체계가, 작품의 가치판단체계가, 가격체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게 문제라면, 그들이 나서서 토론해 보라는 겁니다. 서로 입씨름을 해가며, '가치경쟁‘을 해보라는 겁니다. 내가 옹호하는 가치를 상대방과 비교해가며 싸워보라는 겁니다. 엉터리 같은 가치를 옹호하며 권력만 쎈 원로 비평가에게 대들어 보라는 겁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비평체계는 바로 잡히겠지만, 처음엔 진통도 크고 부자연스런 소음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서구의 미술시장과는 다른) 우리 미술시장을 한번 살려보기로 작정하고, 지식인의 양심을 가동시켜본다면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매사, 특히 인간관계에서 자연스러움과 원만함을 좋아하는 우리들이기에 자신도 모르게 보수화 되고 맙니다. 작품을 아무리 급진적 자유주의자의 것을 하더라도 정작 본인들은 졸나게 보수적입니다. 그런 미술을 옹호하는 비평가들도 보수적이긴 마찬가지입니다. 내 경험으로는 우리 미술계에서 보수적이지 않은 사람은 단 한사람도 보지 못했습니다. 오죽하면 미술인회의마저 보수적이겠습니까? 이대로 비평체계를 손대지 않고 두더라도 한 100년 후쯤은 (서구수준으로, 서구처럼) 제자리를 잡겠지만, 지금의 미술시장을 걱정한다면 우선적으로 작품의 가격체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인데, 그 게 바로 가치체계고, 비평체계라는 겁니다. 죽어가는 국내미술시장에서 이중가격제와 호당가격제는 단지 ‘증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대증요법을 위한 치료책마저 듣지 않는 상항에서 이런 주장을 해봐야 입만 아플 겁니다.(더구나 99%의 작가는 화랑과 거래하지도 않습니다. 1%를 위한 대증요법라니..)
더러는 외국시장을 포함해서 ‘투자가치’를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미술시장을 바로 보는 것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자국의 작품가격체계와 비평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은 마당에 무슨 수로 외국작품과 평등한 경쟁을 하겠습니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일수록 현재의 고질화된 국내의 미술비평체계를 변할 수 없는, 그래프상의 변수쯤으로 여기는 믿을 수 없는 장사치들입니다.(그들이 외국작품 사라는 말 말고,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간단히만 생각해봐도,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사람들만 가치 있게 생각하는 어떤 물건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세계화시대인데, 외국에서 이 걸 가치 없게 볼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다시 말하지만 우리 미술판의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이란, 대가급, 원로급 작가들 중에도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작품들이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지금 작품가격의 체계는 믿을 수 없는 것입니다. 작품가격이 반값으로 떨어져 버리는 일이 발생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합니다. 아마 아예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해도 아무도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 작품과 쓰레기의 차이는 예술이냐 아니냐의 비평적 판단에 달려있습니다. 존경받는 중견작가들의 작품도 마찬가지고, 주목받는 신진작가들의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중에도 수준 미달의 작품들이 많이 섞여있습니다. 엉터리 작품들도 많습니다. 물론 이 건 내 개인적인 견해이긴 하지만, 사람들과 얘기해보면 대개 일치합니다. 누가 술자리에서나 오가는 이런 ‘사실적인’얘기들을 공론화시킬 수 있겠습니까?
모든 가치판단의 소스를 쥐고 있는 건 비평가들이니, 이제 나서라는 겁니다. 비엔날레 작가를 선정하듯이 자신들의 권력을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비평가들이 무슨 힘이 있느냐고 끊임없이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 때문이고요, 올해도 변함없이 이 말을 써먹습니다. “큰 힘은 큰 책임을 필요로 한다.”
비평가 (2004-01-08 17:18:12)
내가 보기엔 최진욱 당신의 작업이야 말로 주례사 비평으로 큰 대표적인 작업이라고 보오! 외국놈 눈이건 조선놈 눈이건 눈은 다 비슷한거요. 당신 작품보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던 그 외국 갤러리스트에게 좀더 진지하게 물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드네유. 뭐 그리 미술시장 문제에 말도 안되는 비평문제를 들먹거리고 그러시는지. 새해 벽두부터 뚜껑열리는 글 올려 죄송...
비평가 나으리 (2004-01-08 17:36:48)
그러니까 최진욱 작업이 주례사 비평으로 큰 근거가 무엇인지를 조목조목 따져서 잘 비평을 해보란 말이야. 뒤에서 이렇게 궁시렁거리지 말고.
비평가씨 (2004-01-08 17:47:28)
당신이야말로
참 잔인한 사람이오
정말 외국과 한국이 같다고 생각하시오?
알면서 이러지 마십시다.
그냥 최진욱 싫으면 싫다고 하시오.
하지만 한국과 외국을 똑 같다는 말은 하지 마시오.
당신이 그 갤러리스트가 아닌다음에야
이런말이 참 잔인하다는 걸 당신도 알거요.
안비평가 (2004-01-08 19:43:07)
비평가도 비평가 나름이지요.
비평가도 미술가들이나 작품들만큼이나 천차만별인 걸요.
조이한 (2004-01-08 20:30:46)
아래 김종호님을 비롯해 좋은 의견들을 많이 내 주셨네요. 여전히 최진욱님께서는 비평문제로 끌고 가고 있습니다. 미술시장 활성화라는 아주 실제적인 방안을 얘기하고 있는데 화살을 비평문제로 돌리시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비평이 잘 못되었다“ 라고 얘기하는 게 실제적인 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이 되겠습니까? 비평가들이 잘 못 해서 미술시장이 개판이 되었다라는 주장에도 선뜻 동의하기 힘들지만, 만약 동의한다고 해도 „그래서 어쩌자는 겁니까“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좋은 비평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릴까요? 우리의 위대하신 비평가 나으리들께서 미술시장을 평정해 줄 때 까지?
최진욱님은 아마도 19세기의 비평을 생각하고 계신 모양입니다. 비평가들이 화가의 작품을 옹호하고 그들이 지닌 미적 가치들이 충돌해서 만들어내는 화려한 불꽃놀이를 보고 싶으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건 진리가 (혹은 미의 객관적 기준이)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을 때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의 전통적인 미적 기준이 확실히 있고 이에 충돌을 일으키는 현상이 나타나면 양쪽 가치관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목에 핏대 세우며 싸울 수 있습니다. 어떤 게 좋은 작품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지금도 가능한 일이긴 합니다만, 지금 어느 누가 미술작품의 질적 기준을 확신을 갖고 주장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비평가들이 무슨 공정거래가격위원회 사람들도 아니고그들이 가진 알량한 권력으로 시장의 미술품 가격을어떻게 끌어올렸다 내렸다 한답니까?
저는 비평가도 아니고 비평가 대변인도 아닙니다만 비평이 한국 미술계에서 벌어지는 병폐의 핵심원인이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스터키인 듯 주장하는 최진욱님의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현실적인 대안들을 논의해보자는 자리에서 계속 비평문제가 해결되야한다고 하시는 님의 주장이 이 논의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비평을 주제로 한 다른 논의가 될 것입니다. 수위가 다르고 영역이 다른 논의를 한 데 섞어서는 혼동만 가중될 뿐입니다.
최진욱 (2004-01-08 23:28:25)
조이한님, 당신은 힘깨나 쓰는 비평가들의 엉터리같은 글이 얼마나 미술판을 어지럽히는지 정말 모르신단 말입니까? 19세기에나 이런 일이 있었다면, 19세기라고 생각하세요.
최진욱 (2004-01-09 01:50:16)
그리고 조이한님, 이 얘긴 두번째 듣습니다. "좋은 비평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릴까요?" 내가 언제 손놓고 기다리자고 했습니까? '비평가들의 책임이니 니네들이 나서라.'했습니다. 촉구하고 성토하는 일이 수수방관하는 일이 아닌 줄 아뢰오. 물론 권력이야 돈 가진 자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평가들의 그 '알량한 권력'이야말로 , 우리가 최후로 기댈 수 있는 권력이라는 말입니다. 조이한님은 돈 가진 자들을 설득해보시렵니까? 조이한씨야말로 현실적대안을 하나만이라도 내놔 보십시요. '이중가격제폐지'가 실효성이 없다는 얘긴 이미 했으니 반복할 거 없고요.
지우 (2004-01-09 01:52:46)
진욱이가 살아쁘러야되는디
비평가아님 (2004-01-09 09:06:48)
최진욱님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어떤 비평가의 비평을 들을 수 있는가는 작품의 문제일 것 같습니다.
비평가의 종류 :
1. 작품이 시원찮으면 아무리 가까운 사람일지라도 글을 안써주는 사람.
2. 가깝게 지내는 사람한테는 작품이 크게 나쁘지만 않으면 명작의 평을 해주는 사람.
3. 편먹기 위해, 편리에 의해 글을 써주는 사람.
4. 유명해지려고 글쓸 곳을 찾아다니는 사람.
5. 돈만 주면 쓰레기도 명작을 만들어 주는 사람.
그외에도 다양한 비평가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
[re] C갤러리 D에게
(* 윤태건씨가 바로 답변을 해와 다시 답을 달았다. 윤태건씨는 글을 조리있게 잘 쓰는 사람이라 특별히 그의 답변을 끝에 실었다.)
최진욱 (2004-01-09 00:29:56, Hit : 217, Vote : 6)
D님의 말씀은 거의 다 맞는 말입니다. 그 게 현실이라는 거죠. 그런데 내가 그런 현실을 과연 모르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고 있습니까? 그런 현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거고, 그렇기 때문에 문제의 해결방법을 얘기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마치 현실을 모르는 거처럼 얘기하면 나만 바보같잖아요.^ ^ 조영남작품이 내 작품보다 유명하고 잘 팔리는 거 내가 모릅니까? 왜 잘 팔리는 지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십니까? 결과적으로 그런 상업적 천박함이 미술시장을 죽이고 있다는 게 내 말의 핵심 중에 핵심입니다. 현재 미술시장이 실제로 어떤 원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계십니다만, 그런 국내미술시장이 활황이라면 내가 뭐하러 이런 문제를 제기하겠습니까?
D님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외국의 예는 오히려 다 이해가 갑니다. 나는 로스코가 몬드리안이나 뒤샹보다 비싼 거 못마땅하지 않습니다. 반고호가 세잔이나 마티스보다 비싼 것도 정당한 '비평'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작가 존 커린의 얘기도 따지고 보면 미국의 살아있는 비평풍토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국내비평의 경우와 비교해보십시오.(언제나 일방통행이니 무슨 논란이 일기나 합니까? )
컬렉터들 눈이 훨~씬 더 정확하다는 거, 지금 현실에서는 미술시장이 정상적이라는 가정 하에서만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설령 조영남 작품이 더욱더 오를 것이라는 걸, 그들의 직관에 의해 정확히 맞췄다 하더라도, 우리 미술시장이 정상적으로 살아 있다는 전제 하에서만 "아, 정말 대단하구나!"입니다. 반대로 미술시장을 죽이고 있는 게, 그런 조또 아닌 안목 탓이라면, 조또 아닌 것입니다.
한가지만 덧붙이죠. 박수근이 김환기보다 10배이상 비싼 거 역시 정당하다고 봅니다. 이렇게 서너명의 유명 작고작가에 한해, 국내적 비평의 결과를 믿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서구미술계와 우리 미술계를 동일시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정상이고, 우리는 비정상입니다. 그들은 정상적인 비평체계를 갖고있고, 우리는 갖고있지 못합니다. (이렇게 비정상적인)국내미술계의 상황을 뒤처진 99%의 작가들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생각이시라면 매우 곤란합니다. 그런 생각이 우리 미술시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것입니다. 99%가 뒤처져 있다면 댁들이 너무 앞서가는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도대체 제대로 된 비평이 없는 미술판을 성토하는데 동의하면서도, 절대로 그 걸 미술시장과는 연결시킬 수 없다는 '시장지상주의'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조금 당황했습니다만 답변을 드리는 게 예의인 것 같아서 어색하지만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
>최선생님이 강조하시는 비평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론의 여지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면한 미술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비평이 전지전능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비평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마치 "모든 길(문제점과 해결방안)은 로마(비평으)로 통한다"는 식은 조금 무리가 따르지 않나 싶습니다.
>
>저는 최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비평이 모든 가치체계를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미술작품에서 비평이 갖는 힘은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작품의 미적가치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상품체계에서는 모든 사물들이 독립적인 존재와 본래적 가치를 벗어 던지고 상품적 가치를 위한 도구가 되어 버린다(Fredric Jameson)"면 그중의 가장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예술일 것입니다. 미적 아우라의 상실과 고급예술의 퇴조가 낳은 필연적인 형태는 예술을 미적 가치만으로는 규정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곧 사용가치로서의 일차적이고 전통적인 상황, 즉 미적경험으로서의 대상이라는 의미에서의 예술작품이 시장과의 관계에 의해서 가치가 결정되는 구조적인 과정으로 전환됨을 의미합니다. 특히 근대에서 상품의 가치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에 의해서만 규정되었다면 지금은 상품이 오히려 사용가치보다는 기호가치에 의해서 소비되는 경향이 점차 강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냉장고를 핸드폰을 자동차를 고를때 그 브랜드가 갖고 있는 가치를 보게 됩니다. 뤼이뷔통 등의 명품?과 이태원의 짝퉁은 오직 브랜드 가치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아무리 욕을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현실이고, 권력입니다. 명품의 브랜드를 입고, 들고, 열광하는 것이 현실인 것입니다. 비판은 가능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무시가 아닌 인정을 먼저 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일반적인 상품과 예술을 직접 대입시키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를 갖는 것(그것이 설령 예술이라 할지라도)은 반듯이 상품화되기 마련입니다. 예술이 상품화, 물신화되는 것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술작품이 하나의 상품으로 기능하는 것은 아무리 아니라고 반박을 해도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
>미술작품은 그 정도가 오히려 더 심하다고 생각됩니다.
>미술작품은 미적가치외에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상품가치와 미적가치가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미술작품의 가치는 1. 미적(미술사적)가치 2. 상품가치 3. 기호가치가 존재합니다. 다른 형태로 구분한다면 1. 내적가치(미적, 미술사적 가치에 영향), 2. 외적가치(투자가치, 기호가치, 관계적가치에 영향) 3. 사회적 가치(법,제도, 문화의식, 경제상황 등에 영향) 4. 개별가치(크기,재질,제작년도,보존상태 등에 영향)으로 크게 나누고 싶습니다. 미술시장의 기능이 비평에 의해 가치판단 된 것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면, 그래서 보다 분명하고 알기쉽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어떤 경우에는 미적가치외에 다른 가치들에 의해서 더 많이 좌우된다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이 우리를 어렵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예를 들어 똑같은 구두라고 하더라도 마릴린 몬로가 신었던 구두가 수천배 비싸게 팔리거나 이승엽의 그냥 홈런공 보다 아시아 신기록을 달성한 홈런공이 수만배 비싼 법입니다. 저는 이런 것을 기호적 가치라고 부릅니다. 또한 조영남의 그림이 비평적 평가보다 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것이나 박정희의 글씨가 사실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팔리는 것을 미적가치로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것은 지위적,관계적 가치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추상표현주의가 엄청난 가격으로 거래되거나 팝아트, 미니멀리즘 계열의 작품이 동시대 유럽미술보다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은 사실 세계 미술시장을 석권하려는 미국의 전략과 당시 미국의 막강한 경제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보다 크게는 이같은 사회적 가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봅니다. 저는 몬드리안 작품이 로드코 작품보다 싸다는 점이 사실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
>또 한가지 중요한 문제는 동시대의 비평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
>동시대의 비평가가 규정한 것이 100년이 지나서도 똑같지는 않습니다. 비평도 시대적,역사적 해석에 의해 변화되는 것이니까요? 선생님 말씀처럼 훌륭한,뛰어난,천재적인,청교도적인 비평가가 평론을 한다면 해결된다고요. 너무 이상적인 말씀입니다. 그런 사람은 없거니와 있다손 치더라도 그 많은 작품에 대해 어떻게 일일이 다 비평하겠습니까?
>
>지금 미국 비평계에서는 존 커린이라는 40대 초반의 작가 때문에 발칵 뒤집혔습니다. 조악하고, 혐오스럽고, 이발소그림의 극치라고 거의 모든 평론가들에게 신랄한 비판을 받았던 약관의 작가가 미국미술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작년 소더비 경매에서 커린의 1995년 작품이 427,500 달러에 팔리면서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습니다. 지금은 많은 비평가들이 과거 자신이 비난했던 커린의 작품에 대해 재평가를 하면서 조금씩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중입니다. 42만불이라는 가격은 미국에서도 작고 작가 중에서도 한다하는 거장들의 가격과도 맞먹는 것입니다. 물론 수십년이 흐른 뒤에 이같은 가격과 평가가 또 어떻게 달라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비평이 시장과 때때로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동시대의 비평가들은 관객과 컬렉터를 따라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최소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동시대의 비평가가 절대적인 가치를 엄밀히 평가한다는 것은, 더구나 시대를 초월해서 가치를 점수매기듯이 결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합니다.
>
>
>최선생님이 간과하신 또 한가지 정말 중요한 점은 컬렉터의 수준을 너무 낮게 보신 점입니다.
>
>화상은 차치하더라도 컬렉터들은 자기의 몸으로(돈으로) 미술을 체득합니다. 돈이 많아서라고요. 돈이 많은 사람이면 돈이 아깝지 않을까요? 부자들일 수록 돈에 더 연연하는 법 아닐까요? 수억, 수십억대의 작품을 구매하는 컬렉터들은 자신의 경험으로 작품을 봅니다. 비평가들보다 미학적으로 미술사적으로 작품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경험과 직관으로 작품을 봅니다. 어떤 작품을 사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자기만의 눈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같은 안목은 종종 맞습니다. 비평가들이 치열하지 않게 보지 못하는 것을 그들은 치열하게(왜냐면 돈이 들어가니까) 보는 것입니다.
>
>근현대미술에서 가장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작품 중의 하나인 고흐의 작품이 근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라고 단정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오히려 세잔이나 마티스가 미술사적으로는 고흐보다 더욱 중요한 작가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박수근이 김환기보다 10배이상 중요한 작가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박수근이 김환기보다 10배이상 비쌉니다.) 저는 뒤샹이 로드코보다 미술사적으로 훨씬 중요한 작가라고 생각됩니다.(그런데 오히려 뒤샹보다 로드코가 더 비쌉니다) 미술작품의 가격이 결코 미술사적, 미적 가치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은 분명 아닙니다. 그곳에는 비평 외에 컬렉터가 선호하는 또는 상품가치로서 더 높은 뭔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사실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게 현실인 것입니다. 잘못된 현실이고, 무식한 컬렉터가 뭘 알겠냐는 식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
>한동안 침체를 면치 못했던 영국미술이 yBa로 통칭되면서 세계현대미술계에 막강한 위세를 떨치는 것도 사실 '사치'라는 대단한 컬렉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많이 합니다. 사치가 데미안 허스트처럼 지원하고 작품을 무진장 사들였던 작가들은 지금 세계적으로, 비평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지점에서 삼성이나 아라리오갤러리에 조금 아쉽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좀더 깊이 얘기하고 싶지만 삼성에서 그렇게 중구남방으로 컬렉션 하지 않고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게 투자했더라면, 아라리오갤러리가 한국작가에게 좀더 집중적으로 범위를 줄여서 투자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한국작가들이 세계로 진출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요)
>
>
>얘기가 길어졌고 두서가 없었습니다. 저는 최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비평의 역할, 비평의 중요성에 대해 백번 동감합니다. 지금처럼 한국 미술시장의 문제가 곳곳에 산적한 상태에서 솔직히 저도 어디부터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비평의 문제가 핵심 고리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비평의 문제 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들을 같이 고민하고 같이 해결해야 하지 비평만 해결되면 모든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법적, 제도적 보완을 제외하고 다른 문제점들은(보다 더 중요하겠지만) 단박에 해결될 문제들은 아닐 것입니다. 차츰차츰 변화하겠죠. 그리고 그 과정은 작가나 화랑, 컬렉터 모두에게 무척 험난하고 힘들 것입니다.
채희석 (2004-01-09 07:15:18)
최진욱님/
이런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님의글에서는 권력을 향한 음모와 권력에대한 강렬한 욕망이 한껏 묻어나옵니다. 정당한 권력이란 남을 배려하는데서 나오는것입니다. 게시판 아래쪽에서 바로 게시판 내부에 답글을 쓰자는 내용이 나옸습니다. 이곳 게시판은 매우버전이 좋아서 원래 짧은글달기의기능이 이렇게 긴글까지 달수있어서
게시판은 매우 편리하고 민주적이기까지해보입니다.
아직 이런게시판을 사용해보지 않아서인지, 또는 의도적인지는모르겠지만, 게시판을 사용하시는분이 최소한 남을위한 배려는 있어야 한다고보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님의이름석자가 진하게 쓰여져서 다른사람보다 눈에 잘띄는데 이런 리플이 계속달리면 게시판 전체화면을 장악하고맙니다. 물론 그것을 노렸을 테지요.
마치이런식으로 우리나라의미술도 시장을 잠식해갔습니다.
님이 말씀하시는 정당한 비평이라는것이 가장바람직한 미눚적이면서도 개방시장적인 미술시장을 말하면서도 게시판에서조차 그것을 실행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님의놀리는 전혀 논리적으로들리지않습니다. 예를들어
조영남의 작품이 님의 작품보다 비싸게 잘 팔리고있다는것은 상업적 천박함이 미술시장을 죽이고 있다는 게 님의 말의 핵심 이라고 말하고, 박수근이 김환기보다 10배이상 비싼 거 역시 정당하다고 봅니다. 이렇게 서너명의 유명 작고작가에 한해, 국내적 비평의 결과를 믿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서구미술계와 우리 미술계를 동일시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정상이고, 우리는 비정상입니다. 라고말하면,누가 님의글을 논리적으로 설득력을 가졌다고 믿겠습니까?
조영남도 또같이 얼간미술등에서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박수근이나 김환기의 작품도 똑같이 대중매체를 통하여 일반에게알려졌습니다.
도대체 님은 어떠한 근거에의해 김환기나 박수근의 평가는 정당하였고, 조영남의 평가는 잘못된것이라고 말하는지요?
컬렉터들 눈이 훨~씬 더 정확하다는 거, 지금 현실에서는 미술시장이 정상적이라는 가정 하에서만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설령 조영남 작품이 더욱더 오를 것이라는 걸, 그들의 직관에 의해 정확히 맞췄다 하더라도, 우리 미술시장이 정상적으로 살아 있다는 전제 하에서만 "아, 정말 대단하구나!"입니다. 반대로 미술시장을 죽이고 있는 게, 그런 조또 아닌 안목 탓이라면, 조또 아닌 것입니다.
이말 또한 너무 논리적 모순이네요. 과거는 비평이 살아있어서 캐랙터들이 현명했고,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캘랙터들이 우매해졌다? 이런논리가 세상에 어디에있습니까?
그리고 캘렉터들이 평론가보다 현명하다면 , 평론의중요성을 거론할 이유가 없는거 아닙니까? 하도 논리적으로 안맞는이야기를해서 그냥 끼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미술시장에서 거래되는 현존젊은작가들의 작품이 그 예술성을 가지고 말한다면 역사에 단한번만이라도 그 젊은시절에 작품을 비싼값에 팔아먹으면서 동시에 미술사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긴작가가 있습니까? 있다면 소개한번해주십시요.
피카소가 유일한 예일지모르겠으나,그도 두번의 실패를 하고나서야 이룩한 성공이었지요. 그러나, 역사는 항상 정당하다고생각되네요. 현직의 젊은작가로서 미술시장에서도 비싼값에 팔고, 역사적으로도 좋은 작품이라고 인정받겠다?
이건 욕심이과할정도가 아니라, 망상으로밖에 보이지않네요.
그리고 절대로 그런일이일어나면 아뇌겠지요. 둘중하나만 매달려야지요. 정말 좋은작품으로 역사에 남을것인가? 또는, 그냥그런작품으로서 살아있을때 특히 젊어서 비싼값에 그림을 팔것인가?
그리고 역사란 500년 정도가 지나야지 재대로 평가되는 것입니다. 박수근 그것도 그림맞습니까?
최진욱 (2004-01-09 09:51:38)
박수근 작품 그림 맞습니다.! 이렇게 '작고' 몇명에 한하여 비평적판단이 맞다고 한 것은 '온국민'이 동원되어 얻어낸 결과지 비평가들이 노력해서 얻어낸 결과가 아닙니다. 채님은 관심이 없겠지만 지금 미술시장이 살려면 전문적비평체계가 살아나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여러번 얘기했지만)앞으로도 계속 얘기할 테니 귀담아 들어주십시오. 그리고 15번의 댓글이 달린 후 새로 제목을 달자는 '긴급제안'은 나도 동의하지만, 위의 글에 대한 댓글은 이미 15번 댓글의 양을 초과하는 거 같아 새 제목을 달았으니 양해해주십시오.
채희석 (2004-01-09 09:59:10)
만약 박수근의 그림이 온 국민이 얻어낸 판단이라면, 비평의 역할이 왜 필요합니까?
저는 박수근이라는 사람을 국민이 아는 이유는 미술교과서에 그 그림이 실렸다는 이유때문인 것 같습니다. 미술교과서에 그림을 실토록 영향을 미친것은 평론가였을거라는것은 뻔한일이구요.
그런데 박수근의 그림이 왜 좋은 그림입니까?
유명해서? 비싼값에 팔려서? 한국인의 정서를 잘 드러내서?
박수근이 무식한 사람이라서? 왜국에서도 알아주어서?
왜 좋은그림이라고 생각하는지 이유나 들어봅시다.
최진욱 (2004-01-09 10:04:36)
그리고 로그인한 회원의 이름에 너무 굵은 글씨체를 부여한 건, 관리자의 생각이지 내 생각이 아니올시다. 나로서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집니다. 그래도 운영위원이란 자가 로그인를 안 할 수도 없지않소? 내 생각엔 일반방문자를 굵게 하고, 로그인방문자를 가늘게 하는 것도 손님을 끄는 좋은 방법일 거 같은데, 이병한씨가 이런 세심한 배려를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최진욱 (2004-01-09 10:41:20)
물론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만, 모나리자 좋은 거나, 천지창조 좋은 거나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봅니다! 다행히 화가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런 '국민적 미감'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나 역시 김환기의 작품이 그렇게까지 높은 평가를 받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다행히 거부감까진 느끼진 않습니다.)
국내작가의 작품은, 이렇게 오랜 세월동안 국민적 기대 속에 지속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야만-즉, 전문비평의 역할이 필요하지 않은 경지에 올라야만-국내미술시장에서 통하게 된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는 것입니다. 역으로 생존작가는 전문적인 비평의 도움을 받아야한다는 것이고요. 박수근이 실제로 비평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야만 하는가 하는 문제는 전혀 별개의 문제올시다.
궁금이 (2004-01-09 16:06:36)
그럼...
비평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궁금 ~궁금
간단 (2004-01-09 16:28:46)
궁금이/님
간단해요. 비평가들 싸이트 찾아가서 막 긁어주고 이곳 싸이트갈켜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