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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3-16 18:33:12, Hit : 1662, Vote :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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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Marlene Dumas 혹은 황금오리알 _upg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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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조선일보와 적확하게 일치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는.^0^ 갸들이야 자본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빈민을 위한 미술운동을 한단 사람이 개인 컬렉터 타령을 하는 것은 좀 많이 깬다. 미술의 쓰임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뭐라할 사람은 없다 다만.
작업의 용도를 명징하게 자신 삶의 표식으로 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그렇게 생산이 돈으로 치환되기를 바란다면, 자본운동을 해야지 않겠느냐. "부자되는 아빠의 32가지 일러스트레이션"같은.
p.s : 조선일보의 이규헌씨 글모음. 이전엔 일편만 있었으나, 관심가는 글 몇편을 추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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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돈 ①] 화가의 인기는 작품값에 비례 ?

▲ 작년에 162억원에 팔린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차 안에서`(1963).
감정을 붓 가는대로 마음껏 표현한 듯한 ‘추상표현주의’와 싸구려 상업 이미지를 예술의 소재로 쓴 ‘팝아트’. 각각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흐름을 형성했던 이 두 미술그룹이 최근 뉴욕에서 미술경매가 있을 때마다 화제다. 이 두 그룹 작가들의 작품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오르기 때문이다.

작년 11월엔 소더비 경매에서 추상표현주의 조각가인 데이비드 스미스(1906~1965)의 작품 ‘큐비 28’(1965)이 249억원(2380만 달러·수수료 포함)에 낙찰돼 전후(戰後) 현대미술로는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그 바로 전날 크리스티 경매에서 역시 추상표현주의 화가인 마크 로스코의 추상화 ‘마티스를 위한 경의’(1954)가 235억원(2240만달러)에 팔려 기록을 세운 지 하루 만의 일이었다.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팝아트 작가 로이 리히텐슈타인도 화제였다. 만화책 이미지를 크게 확대한 그림으로 유명한 그의 유화 ‘차 안에서’(In the Car·1963)라는 작품을 그의 아들이 내놓았는데, 162억원(1620만달러)에 낙찰돼 리히텐슈타인 자신의 경매가로 최고기록을 세웠다. 이밖에 팝아트의 대표주자인 앤디 워홀, 팝아트 정신을 현대미술에 계승하고 있는 미국 작가 제프 쿤스도 상한가를 달린다. 이런 현상은 자국의 현대미술에 대한 미국인의 사랑이 높아지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뉴욕미술계는 분석한다.

이렇듯 경매에서 ‘고가 낙찰’로 화제가 되는 작가들은 자연히 미술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비싼 화가는 곧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화가’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미술 경매시장에서는 지난해 박수근(朴壽根·1914~1965)이 화제였는데 그의 작품이 1월에 5억2000만원, 11월에 7억1000만원, 12월에 9억원으로 1년 동안 세 번이나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에는 경매시장 덕에 그림 값이 바로 공개되기 때문에 한 작가의 가치를 이야기할 때 그의 작품 가격을 빼놓고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 작년에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갑자기 33억원에 팔려 화제가 된 마를린 뒤마의 `선생님`.
지난 한 해 미국과 유럽 미술계에서 급격하게 부상한 마를린 뒤마(Marlene Dumas·51)라는 작가가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인 그는 고급예술의 사색적 요소와 상업적인 팝 이미지가 함께 들어있는 그림을 그리는데, 평생 세계 미술계에서 그다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작년 2월 런던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를 시작으로 그는 갑자기 서구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그의 유화 ‘선생님’(The teacher·1987)이 갑자기 33억원(330만달러)이라는 높은 가격에 낙찰됐기 때문이다. 불과 2년 전인 2003년에 그의 비슷한 유형의 작품이 10분의 1인 3억원(30만달러)에 팔렸는데 이후 경매에 나올 때마다 가격이 두 배, 세 배로 오르더니 마침내 2년 만에 10배로 뛴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경매가 있고 한 달 뒤 뉴욕에서 마를린 뒤마의 개인전이 열리자 신문 한 면을 다 털어서 뒤마를 소개하는 기사를 쓰면서 “그의 높은 가격은 바로 요즘 미술관객들이 어떤 작품을 추구하는지 보여준다”고 썼다.

물론 미술계의 톱뉴스가 자꾸 ‘돈’으로 장식되다보니 예술을 ‘돈’과 연관짓는 것을 꺼리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돈’은 화가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주는 기본적인 요소라는 점은 어쩔 수 없다. 김순응 K옥션 대표는 그의 책에서 “그림이 안 팔려서 고통 받는 작가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무슨 수를 써서든 그들의 그림을 팔아 돈 문제로부터 해방시켜주고 싶다. 그래서 그들이 아무 걱정 없이 작품에만 전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뉴욕 저소득층 동네에서 미술운동을 해온 미국의 현대미술가 팀 롤린스(50)는 “나는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사느니 개인 컬렉터에게 돈을 받고 싶다. 작가가 독립적이 되기 위해서는 미술시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회사원에게 월급이 필요하듯 화가에게도 당연히 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중섭과 박수근 식의 ‘가난한 천재화가’는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

▲ 소더비가 런던 경매에서 에곤 쉴러의 작품을 파는 모습. 뉴욕 경매와 달리 출품작을 사람이 직접 들고 나와 보여준다.

서양미술사에서는 훌륭한 화가 뒤에는 그를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컬렉터와 딜러가 있었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완전히 바꾼 입체주의 화풍으로 20세기 초 서양미술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피카소. 그의 뒤에는 그를 비롯해 당시 파리의 아방가르드 현대미술을 사모으던 거트루드 스타인이라는 컬렉터, 그의 그림을 팔아주던 볼라드라는 딜러가 있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의 거장 화가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도 그들이 그림만 그릴 수 있게 전적으로 밀어주던 교황 줄리어스 2세가 없었더라면 대작을 줄줄이 생산하는 게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특히 현대미술에서 돈은 화가의 가치를 대변하는 척도 중 하나다. 한 작가의 값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에 따라 그 작가에 대한 관심도 변하곤 한다.

현재 세계 미술계를 움직이는 주요 컬렉터 중 하나로 찰스 사치(Charles Saatchi·62)라는 영국의 갑부가 있다. 미국 미술이 세계를 장악하던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영국의 젊은 실험적 작가들에게 큰돈을 투자해 YBA(Young British Artists)라는 영국 젊은 작가 그룹이 세계미술계의 중심으로 뚫고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든 장본인이다. 한편으로는 한 작가의 작품에 수백만달러를 투자했다가 어느 순간 무더기로 되팔아 차익을 챙기기 때문에 손가락질을 받기도 한다.

한 예로 그는 이탈리아 작가 산드로 키아(Sandro Chia)의 작품을 한창 수집하다가 값이 올랐을 때 왕창 되팔아버렸다. 산드로 키아는 그 일이 있었던 1990년 당시 언론이 자기를 가리켜 “사치에게 희생당했다”고 하자 몹시 불쾌해했다. 하지만 키아는 당시 미국 주요 미술잡지인 ‘아트 인 아메리카’(Art in America)와의 인터뷰에서 “(사치가 내 작품을 팔아버린 것과 상관없이) 나는 여전히 작품을 잘 하고 있지만 미술잡지들이 더이상 내 전시 리뷰를 쓰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어느 작가의 작품이 갑자기 비싸지면 세인의 관심이 쏠리고 값이 떨어지면 관심도 멀어지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화가와 돈을 어찌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으랴.


이규현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kyuh@chosun.com)





[이규현의 미술과 돈(4)] ‘컬렉팅, 그 못말리는 열정’

▲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컬렉터 페기 구겐하임이 1979년 자신이 모은 잭슨 폴록 그림 앞에서 찍은 사진.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베토벤의 교향곡 ‘운명’을 독점소유할 수는 없다. 제 아무리 갑부라 한들 헤밍웨이의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를 다른 사람은 못 읽게 하고 혼자만 읽는 것도 불가능하고, 영국 로열 발레단의 발레 공연 ‘마농’이 너무 좋다고 내 손 안에만 가질 수 없다. 하지만 피카소의 유화 ‘파이프를 든 소년’을 독점소유할 수는 있다. 돈만 많다면 그림을 사서 내 방에 걸어 두고 매일매일 나 혼자 쳐다볼 수 있고, 우리 집에서 파티를 열어 사람들을 초청해 보여주며 “내 것”이라고 자랑할 수도 있다. 그게 미술이 다른 예술 장르와 다른 점 중 하나다. 돈만 있다면 독점소유가 가능한 예술. 그래서 미술을 얘기할 때 ‘돈’ 얘기가 자주 따라다닌다.

요즘은 백화점이나 은행에서 고객을 상대로 ‘미술품 컬렉팅’에 대한 강좌를 자주 한다. 각종 파티에서 이벤트로 미술품 경매를 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미술품 컬렉팅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사람은 왜 그림을 사는 것일까? 그것도 큰돈을 주고서 말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워너 뮌스터버거는 ‘컬렉팅, 그 못말리는 열정(Collecting, An Unruly Passion)’이라는 책에서 “열정적으로 모은 미술품은 어른들에게 포근한 담요 같은 역할을 한다”고 썼다. 사람들이 그림을 수집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자신의 컬렉션으로 열리는 전시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독일의 미술 컬렉터 에릭 마르크스.
“컬렉터는 미술품에 힘과 가치를 부여한다. 왜냐하면 미술품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자신의 정신적 상태가 향상되는 기쁨을 얻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좋은 작품을 가지고 있으면 그 작품의 가치가 자기 자신에게 옮겨진다고 믿는다. 좋은 미술 작품을 통해 컬렉터는 자신이 ‘뭔가 있는 사람’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쉽게 말하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미술품을 수집한다는 얘기다. 미국의 종합 문화예술잡지인 ‘에스콰이어’는 여기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갔다. 이 잡지는 일찍이 1970년대에 컬렉터들이 미술품을 모으는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한 적이 있는데 미술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도 이를 곧잘 인용한다. 첫째 미술에 대한 사랑, 둘째 투자수익에 대한 기대, 셋째는 사회적인 이유, 즉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상류사회로 진입하는 길이 된다는 믿음이다.

첫 번째 이유인 ‘미술에 대한 사랑’은 단지 그림을 바라보고 있을 때 행복하다는 뜻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미술작품을 보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미국 현대미술의 대표적 컬렉터인 에밀리 트레맨(Emily Tremaine) 여사는 “내가 그림을 사는 건 책을 사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즐기려고, 공부하려고, 그리고 스스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다. 우리 시대에 어떤 작품이 가장 가치가 있는지 찾아다니며 참된 작품을 건져내는 일은 매우 도전적이면서 유익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인 ‘투자가치’는 좀 복잡한 문제다. 사실 미술품 컬렉팅에 대해 자문을 구할 때 흔히 듣게 되는 말이 “경제적 가치만 생각하고 컬렉팅을 하면 안됩니다. 당신의 마음에 드는 것을 사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는 식의 얘기다. 물론 1만~2만원이나 10만~20만원 정도를 쓰는 것이라면 이 말에 100% 따를 수도 있다. 하지만 100만원, 1000만원, 아니 1억원을 내고 그림을 살 때도 정말 눈 딱 감고 내 주관적 느낌에 따라서만 확 돈을 쓸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미술시장이 안정되어 있는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에서는 작가의 경제적 가치를 계량화한 자료가 많이 공개된다. 미국에서는 작년에 국가 리서치 기관에서 비싼 작가들의 출신학교를 분석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컬렉터들에게 투자 정보를 주기 위해서다. 일례로 ‘예일대 졸업생의 작품을 사는 게 투자의 팁이다. 1952년부터 1989년 사이에 졸업한 예일대 미대 졸업생 중 경매에서 작품 한 점당 5만달러 이상 팔린 작가는 25명으로, 출신학교별 순위 1위를 차지했다’는 식이다. 주식투자하는 것과 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 2005년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쇼핑하는 컬렉터들.

하지만 미술투자와 주식투자의 다른 점은? 뉴욕의 컬렉터들은 “주식에 투자하면 매일 시세를 들여다봐야 하지만 미술에 투자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주식에 투자를 하면 돈이 불어나는 동안 그 돈이 내 눈앞에 보이지 않지만, 미술에 투자하면 돈이 불어나는 동안 내 눈앞에 멋진 그림으로 걸려있다는 점 또한 미술투자의 가장 큰 이점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인 이유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앞서 말한 트레맨 여사도 “사회적인 보상은 컬렉팅의 중요한 이유다. 그림을 모으면서 나는 좋은 경험을 많이 했고, 활력과 상상력과 정이 넘치는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고 말했다. 패트리카 마셜이라는 미국의 딜러는 “미국에서 주요 컬렉터가 된다는 것은 귀족사회로의 진입을 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컬렉터의 사회적인 역할을 단순히 사교적인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한 시대의 미술계를 이끄는 데 컬렉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작년 말 국내 한 미술잡지가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 미술계를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대표적인 인물’ 1위에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뽑혔다. 미술품 컬렉터가 미술계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인정하는 예다.

취미활동을 하면서 지적 욕구도 채우고, 투자수익도 올리면서 사회적인 신분상승까지 할 수 있다니. 그러고 보면 미술 컬렉팅보다 더 좋은 일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가치에 큰돈을 붓는다는 것은 어쨌든 위험한 일이다. 따라서 컬렉팅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미술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한다. ‘설령 돈을 크게 손해본다 해도, 이 작품을 사서 얻는 부수적 이익이 없다 하더라도, 그냥 이 작품과 함께 매일매일 살 수만 있으면 좋아’라는 ‘뜨거운 마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규현의 미술과 돈(5)] 세 명의 여성 컬렉터가 세운 뉴욕 근·현대 미술관

▲ 뉴욕근·현대미술관 모마
“내가 죽을 때 이 그림들 다 들고 가겠습니까? 어차피 다 기증하고 가지 않겠어요?” 미술품을 수집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좋은 미술품은 나중에 가서는 결국 미술관과 박물관에 안치된다’는 얘기가 있다. 컬렉터가 아무리 아끼는 작품이라도 무덤까지 그 그림을 가지고 갈 수는 없다. 어차피 작품을 미술관에 기증하거나, 아예 소장품을 가지고 미술관을 만들기도 한다.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야 세울 수 있고, 수입이라고는 입장료 수익밖에 낼 게 없는 미술관. 그래서 미술관은 당연히 작품이나 돈을 기증해 줄 사람을 필요로 한다.

미술관과 컬렉터, 미술관과 돈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는 아마 뉴욕의 근·현대미술관 ‘모마(The Museum of Modern Art)’일 것이다. 모마는 유럽의 빛나는 근·현대미술 작품이 모두 모여 있는 보고(寶庫)다. 재작년 11월 맨해튼에서 새 건물로 개관을 해 큰 화제가 됐었다. 피카소, 브라크, 세잔, 마티스, 몬드리안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유럽의 근대 미술작가에서부터, 초현실주의 작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이탈리아 화가 조르지오 디 키리코, 독일의 근대 미술을 대표하는 표현주의 작가까지, 모마에는 서양미술사의 핵심 작품이 가득하다.

그런데 이런 주옥 같은 작품을 유럽에서 끌어다 뉴욕 미술관 안에 들이는 데에는 20세기 초 미국 부자 컬렉터들의 역할이 컸다. 그 중 특히 대부호의 부인인 세 명의 컬렉터, 애비 록펠러(Abby Rockefeller), 메리 퀸 설리반(Mary Quinn Sullivan), 릴리 블리스(Lillie Bliss)는 직접적으로 모마를 만드는 데 기여한 사람들이다.

물론 순전히 이 세 컬렉터의 돈만으로 이 미술관이 탄생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일단 1910년대부터 뉴욕에는 ‘현대미술관이 생겨야 한다’는 분위기가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잘 파악한 미국의 작가 아서 데이비스(Arthur Davies)는 미술관 건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컬렉터를 꼬여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위의 세 부인을 설득한다. 그들이 좋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었고, 상류층으로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데이비스는 알고 있었다.

결국 1929년 세 여성 컬렉터는 모마라는 역사적인 미술관을 세운다. 세 사람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 모마의 주요 컬렉션을 이뤘는데, 그 중 특히 애비 록펠러 여사의 공이 컸다. 그래서 모마의 야외조각공원 이름은 록펠러 여사의 이름을 따서 ‘애비 알드리치 록펠러 공원’이다. 이 미술관의 위치도 록펠러 가족이 내놓은 땅이고, 작년엔 애비의 아들 데이비드 록펠러(90)가 “내가 죽으면 1억달러(약 1000억원)를 모마에 기증하겠다”고 서약했으니, 이 미술관은 록펠러 가족의 덕을 톡톡하게 입었다.

▲ 2004년 11월 모마 재개관 첫날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모마의 첫 관장은 알프레드 바(Alfred Barr)라는 천재적인 큐레이터였는데, 이 역시 애비 록펠러가 직접 인터뷰를 해서 뽑은 사람이다. 알프레드 바는 서양 근·현대미술사의 궤도를 그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모마의 개관에 맞춰 세잔, 고갱, 쇠라, 반 고흐 등 네 작가를 ‘근대미술의 아버지’로 놓고 기념전시를 해 크게 성공한다. 이 네 사람을 그런 반열에 올린 것은 당시로서는 참신한 생각이었다. 바는 그렇게 시대의 변화하는 흐름을 읽는 것에 뛰어났다.

알프레드 바의 또 다른 능력은 돈을 다루는 것이었다. 모마는 1929년 개관하자마자 경제대공황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한다. 하지만 그는 쉬지 않고 컬렉터들을 만나 설득하는 데 주력한다. 바는 꼭 필요한 작품을 사기 위해서 모마가 이미 소장하고 있던 그림을 되팔기도 했다. 모마 컬렉션 중 최고로 꼽히는 작품은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1907)인데 이 작품은 바가 1937년부터 1939년까지 2년 동안 걸쳐 공들여 산 것이었다.

‘아비뇽의 여인’은 피카소가 이전의 작품 경향에서 훌쩍 앞으로 나아간, 본격적으로 미술의 새 영역을 연 작품이다. 우선 여자의 얼굴을 아프리카 가면의 이미지로 그려 충격적인 시각적 요소를 준다. 오른쪽에 앉아 있는 여자는 얼굴은 앞면, 몸은 뒷면이다. 사물을 한 장소에서 한 시점으로만 보고 그릴 게 아니라 여러 시점에서 동시에 보는 것으로 가정하고 그릴 수 있다는 것을 피카소는 보여주고 있다.

바는 이 작품이 지닌 이런 미술사적인 중요성을 꿰뚫고, 이것을 모마에 사들이려고 했지만 이 그림은 당시 돈으로 2만8000달러나 됐다. 한 익명의 기부자가 1만달러를 냈지만 모자랐다. 그러자 바는 당시 모마가 가지고 있던 드가의 작품 ‘경마장(Racetrack)’을 과감하게 팔아 나머지 돈을 마련한다.

▲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
모마가 소장한 피카소의 또 하나 명작으로 ‘거울을 보는 소녀’(1932)라는 그림이 있다. 이는 바가 대부호의 부인인 아이렌 구겐하임 여사에게 1만달러를 받아서 산 것이다. 여자의 몸을 왜곡해서 제멋대로 그리고 갖가지 현란한 색을 쓴 이 그림을 구겐하임 여사가 좋아했을 리 없다. 하지만 구겐하임 여사는 바에게 돈만 주었을 뿐, 그 돈으로 무엇을 살 것인지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미술종사자들은 “기업이 미술관을 후원하려면 컬렉션을 기증하는 것보다 그냥 돈으로 주는 게 낫다”고 얘기한다.

이후 모마가 세계 최고 근·현대미술관 자리를 꿋꿋이 지켜오기까지는 수많은 후원자의 힘이 컸다. 특히 모마는 8년 전부터 새 건물을 짓기 위한 모금운동을 벌였는데, 그 결과 걷힌 돈이 7000억~8000억원이다. 150억원 이상을 낸 사람이 10명이나 되는데, 새 건물 전시실의 일부는 이들의 이름을 붙였다.

미국에 있는 미술관 중 지금까지 가장 큰돈을 기증 받았던 미술관은 휴스턴 미술관(Museum of Fine Arts in Houston)으로, 텍사스의 자선사업가인 캐롤라인 로(Caroline Law)가 이 미술관에 3300억원이나 냈다. 미술관은 돈을 필요로 한다. 부자들의 지원이 아니라면 역사에 남을 훌륭한 미술관이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이규현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kyuh@chosun.com)





[이규현의 미술과 돈(6)] 작가의 이름값은 얼마?

▲ 2004년에 뉴욕 소더비에서 1억 416만달러(1040억원)에 팔린 피카소의 유화 `파이프를 든 소년`.
권위 있는 미술 월간지인 ‘아트뉴스(Artnews)’는 2004년 4월에 ‘세계에서 제일 비싼 생존작가 10명’을 뽑아 발표해 미술계에 화제를 일으켰다. 여기에 따르면 성조기를 소재로 그리는 미국의 팝아티스트 재스퍼 존스(Jasper Johns)가 1위이고, 잭슨 폴록의 뒤를 잇는 스타일로 평가 받는 추상화가 사이 톰블리가 2위, 혼합 재료를 쓰는 로버트 라우센버그가 그 뒤를 이었다.

재미있는 건 10명 중 8명이 미국작가라는 사실이다. 1명은 ‘영국의 국민화가’라 불리는 초상화가 루시앙 프로이드, 나머지 1명은 독일의 게하르트 리히터다. 비싼 작가가 대부분 미국 출신인 이유는 간단하다. 소더비와 크리스티 같은 국제 경매회사의 낙찰가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외국에서도 경매를 통하지 않고 화랑에서 팔리는 작품은 값이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반면 경매에서는 구매자들이 다 모인 가운데에서 투명하게 팔려나가기 때문에 정확한 결과를 가지고 분석할 수 있다. 요즘 어느 작가가 대중적으로 인기인지도 알 수 있다.

작년 말에는 미술시장을 분석하는 회사 아트택틱(ArtTactic)에서 영국의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인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가 재스퍼 존스에 이어 비싼 작가 2위로 바짝 올라섰다고 발표했다.

미술이 투자의 대상으로 자리잡은 선진국에서는 이렇게 ‘작가들의 이름값’을 분석하는 기관이 한두 곳이 아니다. 미술시장 정보 웹사이트에 가서 작가 이름을 치면 온갖 수치와 그래프가 줄줄이 나온다. 중국에서는 서양화가 100명, 중국화가 400명에 대한 작품 가격 상승률을 주가지수처럼 지수로 만든다. 그래서 우량작가의 순서대로 줄을 좍 세울 수 있다.

▲ 피카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처음으로 작가의 ‘이름값’이 수치로 나왔다. 국내 최대의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이 발표한 ‘작가지수’다. 이에 따르면 유화작품의 경우 제작연도와 크기가 똑같다고 가정했을 때 작가의 이름이 작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계산하면 박수근이 430으로 가장 높고, 김환기 장욱진 도상봉 오지호 고영훈 이우환 권옥연 김흥수 이대원 남관 최영림 김창열 김종학이 차례로 그 뒤를 잇는다.

중국의 작가지수가 한 작가의 가격 상승률을 나타낸 것에 비해 우리의 작가지수는 인기 작가 사이의 상대적 우위를 비교하는 것이다. 서울옥션이 이 분석에 ‘헤도닉 가격모델’이라는 방법을 썼기 때문이다. 서울옥션 출범 다음 해인 1999년부터 작년까지 7년 동안 10번 이상 낙찰된 적이 있는 서양화가 15명의 작품 285점을 가지고, 가격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소 중 나머지를 똑같게 만든 뒤 한 가지 요소만 변화를 주어 가격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는 방법이다. 똑같은 연도에 똑같은 재료로 그린 똑같은 크기의 그림일 경우 누구 것이 누구 것보다 얼마나 비싼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동안 낙찰된 작품의 총액 크기대로 작가의 순위를 매기면 어떨까? 이 역시 ‘작가지수’ 순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박수근이 46억원으로 1위, 김환기가 24억원, 장욱진이 13억원으로 그 뒤를 잇는다.

그런데 화가의 이름에 이렇게 물건 가격처럼 숫자를 매겨 줄을 세우는 게 옳은 일일까? 여기엔 물론 논란의 여지가 있다. 미술계에서는 “미술관람객이 작품의 질보다 그림 값에 영향을 더 받을 것 같다” “비싼 화가가 좋은 화가인지, 고액의 작품에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계속해서 나온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작가의 이름이 작품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다 보니, 어느 작가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를 분석하는 자료는 필요하다. 객관적으로 수치화된 정보 없이 돈을 수천만원, 수억원씩 쏟아 부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 반 고흐의 자화상 드로잉
경매에서 기록가를 세운 작품 리스트를 훑어보면 작가의 이름이 역시 큰돈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경매된 인상주의와 근대미술 작품 중 가장 비싼 작품 ‘톱 10’에는 피카소가 4점, 반 고흐가 3점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경매된 가장 비싼 작품 ‘톱10’에도 박수근 작품만 4점이나 된다. 박수근과 이중섭 작품의 위작이 많은 이유도 결국은 유명 화가의 ‘이름’에 넘어가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 미술시장은 전체적으로 불황이지만 이른바 ‘블루칩 작가’인 선두 열다섯 명의 경매낙찰액수만으로 따졌을 땐 연평균 수익률이 12%나 된다. 이 말은 곧 미술 투자를 하려면 블루칩 작가에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 박수근
하지만 여기에서 정말 조심해야 할 게 있다. 비싼 화가들의 진품이라 해도, 이름만 보고 투자하면 절대 안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미술 투자가 어렵다. 이와 관련해, 아트펀드(Art Fund·그림에 투자하는 펀드)의 선구자이자 최고 권위자인 영국 ‘파인아트펀드’ 대표 필립 호프먼씨가 최근 서울을 방문했을 때 한 얘기는 많이 도움이 된다.

그는 “수익성 있는 화가는 전체의 5%도 안 된다. 미술에 투자할 땐 그 5%를 잘 가려내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렇다고 그 화가의 이름에 사로잡히지는 말라고 주의를 준다. “전문성이 부족한 컬렉터들이 잘못하기 쉬운 것 중 하나가, 작가의 이름을 보고 그림을 사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합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 해도 질의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요즘 서양에서는 에드 루샤(Ed Ruscha·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팝아티스트)가 크게 인기이지만 사실 에드 루샤의 작품 중 투자해서 수익을 올릴 만한 것은 몇 개 안됩니다. 나머지 작품은 그냥 보고 즐기기엔 좋지만 투자할 경우 위험해요. 화가의 이름은 투자를 고려할 때 중요한 항목이긴 하지만 절대 이름만 보고 투자를 해서는 안된다는 얘깁니다.”





[이규현의 미술과 돈(8)] 중국 현대미술 세계시장서 상한가
서양과 다른 느낌의 독특한 작품들·성장하는 경제력이 주가 올려

▲ 위에 민쥔의 유화 `굉굉`. 작년 11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예상 낙찰가의 10배가 넘는 64만달러(약 6억4000만원)에 낙찰됐다.

요즘 국내외 미술시장 관계자들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화제는 ‘중국 현대미술’이다. 중국 현대미술이 세계 미술시장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중국 현대작가들의 경우 작품가격이 연 40%의 상승세를 그리기도 한다.

소더비 경매회사는 작년 10월 홍콩에서 열린 중국 현대미술 경매에서 낙찰총액 900만달러(약 90억원)를 거뒀는데, 목표액의 두 배를 달성한 것이라 소더비 측도 놀랐다. 크리스티 경매회사가 작년 11월 홍콩에서 아시아 각국 현대미술을 모아 경매했는데, 낙찰가 톱10 기록은 모두 중국 작가들이 세웠다. 크리스티의 아시아 현대미술부 부장 에릭 장은 “크리스티의 아시아 시장이 2000년에 비해 약 8~10배 정도 성장했다. 이는 중국의 근대미술 가격이 최근 10배 정도 뛰었고, 현대미술 작가들의 가격도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서 더 대담하게 나아가 “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미술의 중심이 파리에서 뉴욕으로 옮겨간 것처럼 앞으로 뉴욕에 이어 아시아, 특히 중국이 현대미술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의 미술시장 정보 사이트인 아트론(www. artron.net)은 유화작가 100명, 중국 전통화가 400명에 대해 가격 등락을 보여주는 가격지수를 공개하고 있다. 여기에서 높은 지수를 기록하는 화가들은 미술 유통시장에서뿐 아니라 세계 주요 미술관과 비엔날레 등에서도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이런 인기 중국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현대 중국 사회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2004년 광주 비엔날레에 전시돼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위에 민쥔(44)은 그 대표적 작가다. 기이하게 얼굴이 큰 남자들이 어색할 정도로 심하게 이를 드러내고 크게 웃고 있는 모습이 이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다. 너무 웃어서 남자들의 눈은 다 찌그러졌고 윗니는 양 옆 끝까지 다 드러났다. 이 작가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공존하는 현대 중국의 사회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식인의 허탈한 모습을 이렇게 인상적인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 왕광이의 유화 `왕광이` (2005). 선전포스터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위에 민쥔은 요즘 해외 경매시장에서 주가가 치솟는 대표적인 블루칩 작가다. 작년 11월 크리스티가 홍콩에서 한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에서 그의 작품 ‘굉굉(轟轟)’이 예상 낙찰가의 10배가 넘는 가격인 64만달러(약 6억4000만원)에 낙찰돼 이 작가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어떻게 중국 현대미술의 주가가 이렇게 치솟게 되었을까? 전문가들은 미학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모두 중국은 지금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한다. 현재 중국 작가들 중 가장 비싸게 팔리는 작가군은 1940~1950년대에 태어난 1세대 작가들과 1950~1960년대에 태어난 2세대 작가들이다. 서울옥션의 중국 전문가인 권선희씨는 “1세대 작가들은 사회주의 교육을 강하게 받았으나, 문화혁명 때 정치적 박해로 정신적 상처를 받아 민중의 순박한 삶을 서정적으로 미화한다. 2세대 작가들은 소년기를 홍위병으로 보내 국가와 민족에 대해 깊은 관심은 있으나, 냉소적이고 허무한 경향을 띠는 작가들”이라고 분석한다. 결국 중국의 현대사가 빚어내는 독창적인 면 때문에 중국 젊은 작가들에게서는 다른 나라 작가들에게서 보기 어려운 역동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 마류밍의 유화 `베이비 No.8`(2001)
이를테면 왕광이(王廣義·49)라는 작가가 그리는 그림은 꼭 사회주의 선전 포스터 같다. 황색 옷을 입은 민중이 펜과 책과 총을 손에 들고 돌진한다. 바탕은 새빨간 색으로 칠해졌고 그 위에 ‘나이키’ ‘루이비통’ ‘롤렉스’ ‘코카콜라’ 같은 상표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작가는 동서양의 문화가 충돌하는 중국의 상황을 이렇게 직접적으로 그려 ‘정치적 팝 아티스트’라 불린다. 이런 그의 작품은 지난 1년 동안 약 1.6배 올랐다. 최근 서울옥션은 대표적인 중국 현대미술작가 10명을 선정해 보고서를 냈는데, 이들의 작품은 대부분 경매 낙찰가 최고치가 수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구상(具象)미술이 추상미술을 제치고 현대미술의 총아로 급부상한 것도 중국 미술이 뜨는 데 한몫 거들었다. 중국 현대미술은 기본적으로 구상미술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올해 상하이 비엔날레의 전시감독이 된 큐레이터 이원일씨는 “중국은 서양 근대미술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서양에서 리얼리즘과 구상미술이 뒷전으로 사라졌을 때 되레 이 두 가지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

중국 미술이 가진 이런 미학적인 특징에 덧붙여 중국의 무서운 경제성장이 불을 지폈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은 “중국은 매년 경제성장이 약 10%에 달하고 외환이 넘쳐 설비투자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 중국 내에 현재 경매회사가 79개나 되며 거래되는 작가의 수도 4만명이 넘는다. 2005년에 중국 7대 경매회사의 낙찰 총액은 7367억원으로, 2004년 대비 63% 성장률을 보였다”고 말한다. 그는 또 중국에서는 값비싼 초고가 화가들 작품만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수백만원대의 중저가 미술품, 수천원 하는 초저가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술품이 거래되는 것도 미술시장 성장의 비결로 꼽는다. 중국 본토는 물론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화교들이 본토의 현대작가들 작품을 사들이는 것도 한 요인이다. 소더비의 아시아·호주 지역 담당자 헨리 하워드 스네이드씨는 미술월간지 ‘아트뉴스(Artnews)’와 한 인터뷰에서 “중국미술이 성장하는 주된 이유는 중국인 컬렉터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양미술과는 분명히 다른 ‘독특한 미술’, 그리고 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국의 작가들을 키우는 것. 이 두 가지 전략이 합해져서 중국 현대미술의 주가는 지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중이다.





[이규현의 미술과 돈(9)] 작품마다 제값 받는 곳 따로 있다
자국서 아무리 비싸게 대접받는 화가라도 외국 나가면 가치 몰라줘

▲ 제프 쿤스가 꽃·나무로 만든 조각 ‘강아지’가 2000년 여름 뉴욕 록펠러 센터에 전시될 때의 모습. 쿤스는 미국의 상투적인 이미지를 고급 미술의 소재로 사용해 미국에서 매우 인기 있고 비싸게 팔리는 작가다.

“박수근이 한국에서 제일 인기 있고 제일 비싼 화가라는데, 외국인들은 이해를 못합니다. 한국의 역사와 사회를 이해해야만 공감할 수 있는 그림이기 때문이지요. 물론 외국 경매에서도 박수근이 나오면 비싸게 팔리지만, 다 한국인이 사는 겁니다.” 크리스티 경매회사 홍콩지점의 아시아 현대미술 부장인 에릭 장씨가 최근 ‘미술쇼핑’을 하러 한국에 왔을 때 했던 말이다.

박수근은 한국 사람들이 그 가치를 가장 잘 안다, 한국의 정서가 통하지 않는 외국인은 한국 사람처럼 박수근을 높게 평가해 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국 작가는 한국에서 제일 가치를 인정받는다. 마찬가지로 미국 작가는 미국에서 제일 비싸고, 영국 작가는 영국에서 제일 비싸고, 중국 작가는 중국에서 제일 비싸다.

이 무슨 당연한 얘기냐고? 하지만 이는 ‘미술장사’를 할 때 아주 중요한 기본 요소다. 특히 현대미술 시장에서 이 점은 분명히 드러난다.

▲ 영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초상화가 루시앙 프로이드의 작품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
런던의 현대미술 경매에서 가장 인기 있고 비싸게 팔리는 화가는 루시앙 프로이드(Lucian Freud·83)라는 영국의 원로 초상화가다. 별의별 실험적·전위적 미술이 판을 치는 요즘 같은 때 이 작가는 사실적이면서도 인간미가 깊게 배어 있는 지적인 분위기의 초상화를 그린다. 영국인의 도도함과 자부심에 걸맞은 초상화이니 런던에서 경매 때마다 돈을 긁어모으는 게 당연하다. 올해 2월에는 그의 초상화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가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726만달러(72억원)에 팔려 크게 화제가 됐다. 생존작가로는 매우 높은 가격이다. 미국의 권위 있는 미술월간지 ‘아트뉴스’가 2004년 4월에 발표한 ‘세계에서 제일 비싼 생존화가 10명’ 중 영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들어간 사람이 바로 루시앙 프로이드다.

하지만 루시앙 프로이드는 뉴욕 현대미술 경매에는 잘 나오지도 않고, 별로 눈길도 끌지 못한다. 대신 미국 냄새가 짙은 미국 화가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작년 봄 뉴욕 현대미술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고 가장 크게 화제가 됐던 것은 에드워드 하퍼(Edward Hopper·1882~1967)라는 미국 근대시기 화가가 그린 ‘기차 안에서’(Chair Car·1965)라는 그림이었다. 1965년 당시 미국 기차 내부의 쓸쓸하고 조용한 풍경을 그린 작품으로 크리스티에서 1400만달러(140억원·수수료 포함)에 팔렸는데 이 작가로서도 사상 최고 가격이었다.

마찬가지로 뉴욕에서 잘나가고 고가에 팔리는 작가가 다른 지역에서도 그렇게 팔리리란 법은 없다. 실례로 뉴욕 현대미술 경매 때마다 빠지지 않고 여러 점씩 출품되는 ‘블루칩 작가’로 제프 쿤스(Jeff Koons)라는 사람이 있다. 나무로 조각한 오색찬란한 꽃바구니, 실제 아내와 나체로 찍은 포르노풍 사진 등 ‘키치’(Kitsch·싸구려 상업미술을 일컫는 말) 같은 이미지가 뉴욕 경매시장에 나오면 수십만달러에서 수백만달러까지 팔린다. 초현대적 감각을 지닌 뉴욕의 미술시장에서 볼 때 제프 쿤스는 현대미술의 리더그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런던의 경매나 일반 화랑 전시에서 제프 쿤스를 찾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제프 쿤스의 괴팍한 미학을 이해하고 값을 치를 컬렉터가 과연 아시아 지역에 얼마나 있을까?

▲ 2005년 11월 9일 K옥션이 주관한 경매에서 7억1000만원에 팔린 박수근 화백의 `나무와 사람들`.
반대로 제프 쿤스 같은 현대미술이 각광받는 뉴욕에서는 르누아르처럼 예쁘고 단정한 그림을 그린 작가는 인기가 없다. 당연히 뉴욕의 인상주의 미술 경매에서는 르누아르의 작품은 거의 출품되지 않는다.

미술작품마다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이 따로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전 세계에 경매장을 둔 국제 경매회사들은 작품을 접수받으면 ‘이 작품을 어디로 보내서 팔아야 잘 팔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한다. 런던에서 잘 팔릴 작품을 뉴욕 소더비에 들고 갔다면, 소더비 측에서는 알아서 그 그림을 런던으로 보낸다.

아시아 미술작품도 팔리는 지역에 따라 출품되는 작품의 성격이 분명히 다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아직 ‘아시아 미술’하면 골동품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뉴욕과 런던에서는 아시아 미술이 도자기와 고서화 등 고미술 중심으로 팔린다. 반면 홍콩의 경매에서는 아시아의 미술을 좀더 잘 이해하는 컬렉터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아시아 현대미술이 잘 팔린다. 만일 당신이 중국에서 요즘 인기 있는 현대미술 그림을 들고 뉴욕 크리스티 경매회사를 찾아간다면? 그 회사는 그림을 접수한 뒤 홍콩으로 보낼 것이다. 그 그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곳은 홍콩이기 때문이다. 아예 뉴욕 크리스티와 소더비에는 지금까지 아시아 현대미술을 전담하는 부서가 따로 없었다.

같은 미술품이라도 지역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 까닭엔 숨은 이유가 또 있다. 각 지역마다 경매회사에서 경매를 할 때 자국의 작품을 중심으로 공을 들이기 때문이다. 경매도록의 표지에 커다랗게 나오는 작품, 신문마다 잡지마다 커버스토리를 장식하는 작품은 자연히 사람들 관심을 더 많이 사고, 따라서 비싸게 팔릴 확률도 높다. 예를 들어 뉴욕의 경매회사에서 현대미술작품을 팔 때 우리나라의 유명 작가와 미국 유명 작가가 같이 나온다면 담당자는 어떤 작품에 더 공을 들일까? 우리 작가 작품의 경우 경매회사 직원이 그 작가를 잘 모르고 작품에 대해서도 생소하기 때문에 홍보를 크게 하고 싶어도 쉽지 않을 것이다. 반면 자기에게 익숙한 자국의 작가는 홍보하기도 쉽다. 자연히 담당직원은 고객에게 작품을 소개할 때나 언론에 홍보할 때 자기가 잘 아는 미국 작가들 중심으로 하게 되고, 그래서 우리 작가들은 똑같이 좋은 작품을 내놓아도 현지 출신의 작가와 경쟁해 잘 팔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미술과 돈의 상관관계에 ‘지역’이라는 요소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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