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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abel(2004-03-16 04:11:49, Hit : 1270, Vote :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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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박신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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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리포트 전 - 사비나 1.7-12.25


예술가에게 작업실은 무엇일까. 작업실은 공장과도 같은 곳인가. 물론 무언가를 생산한다는 점에서라면 작업실과 공장이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장처럼 단일한 제품 생산의 의미는 아니다. 앤디 워홀이 자신의 작업실을 ‘공장(factory)’이라 말했을 때, 그것은 창작의 특별한 지위가 갖는 비생산성을 극복하고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작업의 의미를 현대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물론 ‘비즈니스’라는 자본주의적 맥락의 현대화를 말하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또한 1920년대 아방가르드 예술을 통해 사회주의적 삶을 구현하려 했던 러시아 구성주의자에게 작업실은 공장이고, 가게이며, 사무실이었다. 예술의 창작행위가 삶에 녹아나고, 삶에서 발견되
며, 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전환하려는 그들의 의지가 이렇게 작업실의 의미를 역동적인 개념으로 바꾼 것이다.

예술가의 작업도 노동이라 할 수 있을까. 만일 그렇다면 예술가의 노동은 어떻게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까. 또 그 가치는 어떻게 환산될 수 있을까. 예술가에게도 실업수당이 가능할까. 카를 마르크스에 따르면 예술가의 창작행위는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완성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노동자의 소외된 노동과는 다르다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예술가의 노동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회적으로 환원되고, 문화로서 공유되느냐에 있다.

그런 점에서라면 예술가의 노동은 다 같지는 않다. 음악인이나 무용인에게 노동의 의미는 미술에 비하면 훨씬 합리적이다. 그들의 연습은 엄밀한 시간으로 계산되고 산정되며, 또 공연시 집단으로 예술활동을 보여주기 때문에 공연활동은 월급으로 지급 가능하다. 프랑스에서 지불한다는 예술인 실업수당의 경우 공연예술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미술은 기본적으로 개인작업이고, 그 성과물의 사회화 과정 역시 개인적이다. 누가 미술인의 작업을 시간대로 계산할 수 있겠는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화가나 조각가라면 그나마 노동가치 산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정성스럽게 수공작업을 한 그 결과물이 타블로나 청동조각품으로 주어진다면, 얼마간은 미술시장이 이를 해결해주리라. 그러나 종이 나부랭이나 잡동사니, 무심히 찍은 듯한 사진, 쓰레기와 고물더미, 일시적인 설치물을 제시하는 현대미술의 무수한 개념적 작업으로는 과연 노동의 대가를 산출할 수 있겠는가. 분명 현대미술의 모든 작업은 기존 노동 개념을 변화, 확장시킬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작업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일상과 작업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상황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윤환이 PMA(휴대용 개인작업실)를 들고 나온 것이다. 공기주입식 튜브텐트 소재로 제작한 움직이는 작업실을 제안함으로써 어디에서나 작업이 이루어진다는 개념을 보여준다. 그래서라도 미술인에게 작업실은 더욱 중요하다. 그 산출하기 힘든 정신노동의 공간은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청주에 빈 공공건물을 작가들의 작업실로 사용하고자 일종의 점거사태를 벌인 김기현의 행동이 그래서 나왔다. 김기현에게 작업실은 노동의 공간이자 삶과 세계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하는 사유의 공간이며, 그것은 근로자의 의미와 다르지 않음을 주장한다. 파리를 비롯한 유럽의 점거 아틀리에(squats) 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보여준 김현숙 역시 작업실 공간의 사회적 의미를 제시하는 경우다. 작업실 기본권 같은 것을 행동주의적 방식으로 보여준 매우 신선하고도 흥미로운 작업이다.

작업실 공간을 넓혀가려는 시도는 많은 작가에게서 엿볼 수 있다. 사이버 공간으로(양주방), 빈 방 혹은 공부방으로(백기영), 밀머리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실천하는 참여공간으로(박찬국), 인천이라는 지역과 도시 공간으로(드라마고), 작가의 삶과 공동체적 경험을 기록한 기억의 공간으로(박경주), 자신의 실제 작업실 공사로 인해 빚어진 사건을 개념적 사유로 만드는 과정으로(박불똥) 이들은 자신의 작업실 공간을 확대해가는 것이다. 이들이 보여주는 작업실의 공간적, 개념적 확대는, 곧 미술인의 창작활동 자체의 사회적 의미를 넓히는 실천적 행동이기도 하다.

한 전시회가 비평적 담론을 쏟아낼 수 있다면, 그것은 정말 바람직한 현상이다. 한 전시회가 미술의 제도적 문제를 담아낼 수 있다면, 그것은 지극히 의미있는 일이다. 한 전시회가 미술의 정책적 배려와 성찰의 기회를 마련한다면, 그것은 썩 나쁘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이런 마음으로 이 전시회를 볼 일이다. 작업실 보고서를 통해 미술인이 생각하는 작업의 의미와 작업실의 기능, 그 사회적 맥락과 미학적 가치, 나아가 노동의 의미를 되새기며 말이다. ■ 박신의·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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