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해서 보고 있는 미술계 인물. 전번 전시는 줄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많아-_- 뿔따구 나서 못봤지만 가능함 이번엔 다시. 작업의 레벨치를 떠나서 일정의 발전에 조금씩 놀라고 있는 중. 딱 내가 좋아하는 정치성을 견지한 것같아 반갑기도 하다. 암튼 더 좋은 분으로 거듭니기를. .' ) + + +
[고경원의 그로테스크 아트 10] 함진이 빚어낸 미니어처 세상
--- 돌연변이로 가득한 '마이크로 코스모스'
 <폭탄 위의 도시>. 마치 외계인이 지구를 내려다보는 듯하다.
이가라시 미키오의 만화책 『보노보노』를 보면, 보노보노가 이런 상상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숲 속 동물들이 모두 똑같은 크기라면 어떨까? 그러면 너부리에게 늘 맞고 사는 포로리도, 지금처럼 맞고 살진 않지 않을까?'
동물 세상에서나 인간 세상에서나, 작고 여린 것들은 보호받기보다 도태되어야 할 대상으로 취급받는다. 포로리의 수난은 만화 속에서 코미디처럼 반복되지만, 보노보노는 친구의 수난에 연민을 느끼고 상상 속에서 약자와 강자의 위치를 뒤집어보려고 한다.
 <폭탄 위의 도시>(부분). 만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상상력으로 만든 풍경 속에서 인간과 동물은 같은 크기로 등장하고 있다.
좀 생뚱 맞지만 보노보노의 이야기를 꺼낸 건, 함진의 근작 <폭탄 위의 도시>도 보노보노의 엉뚱한 상상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진이 만화적 상상력으로 그려낸 세계에서 어른과 아이는 현실의 비례를 무시하고 비슷한 크기로 묘사된다. 인간보다 늘 약한 것으로 묘사되곤 했던 작은 동물들도, 인간과 거의 다를 바 없는 크기로 등장한다.
등장 인물들의 상황 설정도 예사롭지 않다. 물고기를 낚는 어린아이 옆에, 물고기가 나란히 앉아 낚시질을 하기도 하고, GS25나 패밀리 마트 같은 편의점이나 삼성, 소니 같은 대기업도 의인화된 모습으로 등장해 치고 받으며 싸움질을 한다. 노숙자와 포크레인과 쓰레기봉투를 뜯는 길 고양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배역이 등장하면서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한 편의 부조리극을 보는 듯하다.
▶▶ 조그만 육체에 담긴 거대한 불안
 함진의 작품은 귀엽다. 하지만 동시에 혐오스럽다. 돋보기로 보아야 할 정도로 작고 앙증맞은 그의 작품이 보는 이의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이유.
작고 여린 것을 바라볼 때, 사람들은 흔히 귀엽다거나, 보호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함진이 만든 불안한 인형들은 크기가 앙증맞기는 해도, 선뜻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오히려 깜찍한 크기의 인형 속에 구깃구깃 처박혀 있다가 불현듯 뛰쳐나오는 날선 감정, 비대한 욕망이 관람자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함진의 작품은 늘 '귀엽다'와 '혐오스럽다'의 두 가지 반응을 유발시킨다. 하지만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감정이 부딪치면서, 마치 불꽃이 튀듯 그의 작품이 전달하는 매력도 한층 확장된다. 곤충이나 마른 멸치와 인간을 이종 교배시킨 기괴한 초기 캐릭터나, 2004년 제5회 쌈지스페이스 오픈 스튜디오에 전시했던 무시무시한 봉제 곰 인형, 그리고 같은 해 pkm갤러리에서 열린 <애완>전의 인형과 사진 작업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경향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 귀여움과 혐오스러움-충돌하는 두 이미지
그러나 전시장 구석이나 벽 틈새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손톱만큼 작은 인형들을 숨기듯 배열하며 자폐적인 세계를 구현했던 전작들과 달리, 버려진 폭탄 껍데기 위에 만든 이번 작품은 세상 밖으로 몸을 당당히 드러냈다는 사실이 특기할 만하다. 그가 애착을 갖는 작고 여린 것들을 당당히 땅 위에 세우면서, 은연중에 자기 세계의 확장을 드러내는 것이다. 예전 작품들이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바라보는 개미의 시점에서 제작됐다면, 최근 함진이 구축한 '마이크로 코스모스'는 마치 외계인이 우주에서 내려다본 지구촌 풍경을 희화화한 것처럼 보인다.
 함진의 평면작품. 물감을 뿌린 듯 보이는 그림 역시 가까이 들여다 보면 그림과 세밀하게 제작된 캐릭터들을 부조 형식으로 결합시켰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대상을 전지적인 시점에서 내려다보는 경향은 일련의 평면회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멀리서 보면 마치 폴록의 그림처럼 물감을 흩뿌린 듯 보이는 어떤 그림은, 가까이 다가가 보면 조그맣게 그려지거나, 저부조로 제작된 캐릭터들이 자유롭게 유영하는 모습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롯데월드를 축약해 그린 그림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전의 작품들과 같은 듯 다른 함진의 신작들은 8월 25일부터 9월 30일까지 pkm갤러리에서 열리는 3인전 <Three Stories>전에서 볼 수 있다. 문의 02-734-9467.
| 고경원 _ 자유기고가 aponi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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