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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허를 에드루샤와 비교하는 건 절대 못봐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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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학-우리시대의 꼴(typologies)
영화 <거울 속으로>를 보면 이 영화가 후기산업사회의 공간구조를 어떻게 영화적 내러티브로 이끌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영화는 재미를 위해서 여러 사변적인 이미지를 보여주지만 키워드로 삼았던 우리 시대의 대칭적 꼴은 정확히 비춘다. 지금 현대사진은 마치 안달이 나듯이 후기산업사회의 정형화된 꼴을 찾고 있다. 바로 타이폴로지(typologies)를 찾아 나선 것이다. “거울 속으로”는 거울의 대칭성을 통해서 우리사회가 생산해내고 있는 판박이 혹은 스탠더드(standard)화 된 규격화를 보여준다. 그리하여 우리의 삶, 환경, 공간들이 어떻게 짜여졌는지, 구조화 된 대칭성, 반복성, 규칙성의 이면까지 보여준다. 영화가 사례를 들었던 것처럼 우리가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얼마나 조직화되고 정형화된 삶의 꼴과 만나는지 알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자. 맞은편에 아파트가 보인다. 1층에서 20층까지 똑같은 구조, 다시 주차장을 내려다본다. 똑같은 크기의 자동차들이 질서 있게, 규칙적으로 줄지어 있다. 다시 눈을 돌려 거실을 본다. 텔레비전이 놓여진 자리, 냉장고가 놓여진 자리, 소파가 놓여진 자리는 아마도 위층, 아래층, 옆층이 똑같은 물리적 거리를 할당받은 자리일 것이다. 차를 몰고 거리로 나선다. 더욱 더 실감나게 주유소의 꼴, 건물의 꼴, 사무실의 꼴, 그리고 패스트푸드점의 꼴과 만난다. 퇴근 후에는 노래방, PC방, 도서관, 헤어숍으로 간다. 그곳에서도 규칙적이고 정형화된 인테리어 꼴을 본다. 주말에는 찜질방을 가본다. 역시 이곳에서도 똑같은 옷차림의 유형적 인간들을 본다. 놀랄 일이 아니다. 서로 대칭이 되어 거울처럼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모든 부분에서 통일성과 규격성을 내세운 것은 확실히 도구에서 기계로, 기계에서 기술로 넘어온 20세기부터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것처럼 미국에서는 테일러 시스템, 포드 시스템이 산업과 공업의 이름으로, 독일에서는 루드비히 시스템이 산업과 공업, 그리고 바우하우스가 건축과 디자인의 이름으로 20세기 표준화의 기원이 된다. 우리는 이 표준화의 도면에 의해 시대적 꼴을 창조한다. 바로 유형학의 꼴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우리시대 거대한 풍경으로 자리한다. 거대한 꼴들을 예사스럽지 않게 바라본 사진가 중에 가장 뛰어난 사람이 pkm 갤러리에서 전시한 베허부부(Bernd & Hilla Becher)다. 이들이 독일 출신이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들이 독일과 미국을 주목한 것도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들의 뿌리가 규격 속에서 살았던 독일의 아우구스트 잔더(August Sander)임이 분명하지만 토대와 백그라운드는 독일산업과 미국산업이다. 전후 5-60년대 독일과 미국사회가 보여준 산업, 공업, 도시의 꼴이야말로 어떤 예술적 컨셉보다도 명료한 시대성의 산실이었다. 개념미술과 개념사진의 선각자라고 말하는 것도 에드 루샤가 그랬듯이 사진의 내재적 언어성(Art & Language)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전통적 예술의 대상성에서 벗어나 시대가 생산한 유형적 꼴을 언어성으로 보았던 것이다.
에드 루샤가 헐리우드에서 오클라호마까지 횡단하면서 마주친 “26”개의 주유소처럼, 베허부부도 뉴욕에서 펜실베이니아까지 횡단하면서 수십 개, 수백 개, 물탱크(water tower), 용광로(furnace head), 윈치타원(winding tower) 파이프 스테이션(pipe station)에서 시대의 꼴을 보았다. 또 독일의 라인강에서 루르지방에 걸쳐 공장(factory), 냉각탑(cooling tower), 공단주택(brick house)에서 역사적 아카이브로서 시대의 꼴을 보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산업, 공업, 건축의 닮은꼴이 스스로 명명한 “A Typology of Technical Constructions”이다. 그리고 타이폴로지라는 이름으로, 유형학적 사진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나타나서 현대사진의 가장 중요한 사진미학으로 자리 잡는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유행하는 유형학의 본 모습이다. 그들이 대상으로 삼았던 산업 및 공업구조물(industrial structures), 도시건축물(urban architectures), 공공 및 역사적 아카이브 유니트(public & historical Archive Unit)들은 직계 제자들인 토마스 루프, 토마스 스트루스,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악셀 휘태, 켄디다 회퍼, 토마스 디맨드에 의해서 추구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사진가들의 의해서도 폭넓게 추구되고 있다. pkm 갤러리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베허부부의 대표작이자 뉴욕 소나벤드가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44점의 사진들이다.
<월간미술>(2004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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