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이지와 코타로
원로 사진작가 스기모토 히로시는 "빛과 어둠의 강한 콘트라스트를 사용함으로써 '시간'을시각화 할 수 있다. 시간이란것은 정상적으로 볼 수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
  
1970년 동경의 성바울 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위를 받은 스기모토 히로시는 미국으로 건너가 1974년에 뉴욕 영주권을 얻게된다. 사실 1970년대 이래 많은 일본 사진작가들이 미국이나 유럽으로 건너가 그 곳에서 작품활동과 출판활동을 해왔다. 스기모토는 그런 사진작가 중 가장 유명한 사진작가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특히 동경에서의 사진작가들은 항상 바쁘다. 하나의 마감이 끝나면 다른 마감이 연이어 있어 이리저리 뛰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런 반면 해외에서는 한 가지 주제에 자신을 몰두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또한 다른 사회,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었고, 다른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일본인 그리고 아시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시킬 수도 있었다. 뉴욕은 스기모토에게 그의 작품 속의 컨셉을 확실케 하는데 일조한 것이다. 그는 또한 한 작품의 시리즈을 완성하기 위해 10년에서 20년을 투자할 수 있는 여유 또한 이 기간동안 배웠다. 이 뿐만이 아니라 고대 일본 예술에 대한 폭 넓은 견지를 갖게 됨으로써 그의 작품의 저변에 깔려 있는 세계관과 형식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스기모토는 "디오라마(Dioramas)", "극장(Theaters)", "바다경치(Seascapes)" 시리즈를 선보였는데, 이 작품들은 전세계의 갤러리와 박물관에서 전시되면서 그를 현시대의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올려놓았다.
"디오라마"는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박제를 찍은 작품이다. ["디오라마"는 인위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서 있는 동물 박제를 보여준다.] 구도와 조명에 심혈을 기우려, 대상화된 동물들을 "실제보다 더 실제적인 것"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그는 이런 작업을 통해 세상을 그의 흑백 사진의 프레임에 담아넣은 것이다. 90년대에 착수한 스기모토의 새로운 작업에는 박물관 디오라마 뿐만 아니라 약간을 소름끼치는 밀납 박물관의 사진들도 포함되어 있다.
"극장"시리즈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극장에 대한 시선들이다. 스기모토의 한 가지 기술적 스타일 중 하나는 타임노출을 이용하는 것이다. 극장의 장식들이 어둠에 묻혀 있는 정상적 상황과는 달리 밝게 들어나고, 또한 스크린이 하얀 공간으로 남아있는 모습은 조금은 낯설게 다가온다. 이 시리즈는 "노출된 시간" (time exposed) 라는 컨셉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는 빛과 어둠 사이에서 강한 콘트라스트를 이용함으로써 실제로 보여질 수 없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창조해 내고 있는 것이다.
"바다경치"시리즈는 선사시대의 기억으로 시간 인식을 확장시킨다. 스기모토는 이 시리즈에서 바다, 하늘, 수평선 같은 가장 기본적인 설정만으로 그가 의도한 목표인 "인류가 사물에 이름을 붙이고 기억하기 시작한 태초의 시기에 대한 흔적"보여주고 있다. 이 시리즈는 8*10인치 카메라를 사용하여, 고요한 빛(그리고 어둠, 스기모토은 최근 낮시간의 바다 뿐만 아니라 밤시간의 바다 또한 촬영하고 있다.)을 표현해 내면서, 자연에 반하여 도시화 되어가는 세상에서의 인간성 회복에 대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세가지 시리즈 외에도 "33칸당"시리즈에서는 (Hall of Thirty-three Bay) (1995) 12세기경 지어진 교토의 사찰안의 수천개의 불상을 촬영하였다.
이 시리즈는 "바다풍경"시리즈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작품으로, 스기모토는 이 시리즈를 "부처의 바다"라고 까지 명명할 정도였다. 불상은 모두 똑같이 보이지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또한 많은 불상들이 있는 모습은 어지럼증까지 불러올 정도이다. 이 시리즈의 매력은 "시간"과 "기억"같은 추상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스기모토는 시각적인 놀라움과 즐거움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프린트는 상세한 디테일드을 묘사해 내면서 전통적인 장인 정신의 느낌을 불러내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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