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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abel(2004-03-09 20:22:20, Hit : 1299, Vote :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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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주변의 작은 것들을 보듬을 수 있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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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배님의 사진에 관한 글입니다.   지성배님의 사진은 아시다시피 화장대에 올려져 있고요.
악플 환영.-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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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정원





human_refinery




어둠의 정원/Human Refinery



살아나간다는 것과 죽지 않는다는 것이, 같은 이야기인가.    타의에 의한 삶과 자의에 의한 삶 어디쯤 내가 서 있는지 측정이 잘 되지 않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다.    정말, 같은 이야기인가?    98년도 즈음에 아주 단순하게도 밥을 벌어 먹어야하는 급박한 상황이 도래했었다.    벌이에 관한 아무런 기반이 없었던 관계로 닥치는 대로 노동을 해내야 했던 그 해 겨울.    흘러 흘러 들어간 곳이 서울 외곽의 화력발전소였다.    수출용 컨테이너 여덟 대만한 크기의 터빈을 혼자 손질하면서 얼마나 기가 질렸는지.    눈으로 어떤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완벽하게 압도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마징가 제트를 현실화시키면 이런 기분이 들지 않을까란 생각과 함께.

일이 몸에 익으면서 심적으로 느끼는 그 부피감은 조금씩 줄어들었고, 큰 덩치의 메카닉을 유지시키기 위해 투입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아르마딜로를 포위한 흰 개미떼처럼, 검은 쇳덩어리에 수십명의 사람들이 들러붙어 작업하는 장관을 보면서 느끼는 뭉클함이라니.    그렇게 정확하게 우리가 살아나가는 구조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형태가 또 있을까 싶었다.    노동자는 아름다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노동 자체가 아름다울 순 없는 것이 아닐까.

발전소를 그만두고 다시 먹이를 구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사진가 지성배의 개인전을 본 것은 그 뒤의 일이었다.    Human Refinery.    인간정제소라는 제목의 사진들.    터빈 위에서 만지고 듣고 보았던, 모든 기억의 뿌리들이 한번에 땅위로 솟아나는 기분이었다.    섭씨 사십도가 넘는 터빈에서의 볼트 타이팅, 백와트 작업 등에 물보다 농도가 옅은 땀방울이 떨어지고 눈앞에 떠다니는 반짝이는 석면가루를 호흡하는 기분을,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묘했다.    결국 기계를 위한 삶이라는 것은, 이미 지금의 우리가 살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로봇들이 사람을 죽이러 다니고 내장을 기계로 바꿔야만, 세상이 바뀐다고 할 수는 없을 테니까.

연약하게 벌거벗은 사람과 거대 기계와의 충돌이라는 형태의 이미지로 이뤄진 Human Refinery 시리즈는 전작인 ‘어둠의 정원’과 같이 이야기를 할 때 좀더 완전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게 된다.    Human Refinery가 시스템과 개인간의 관계에서 개인에 초점을 맞춘 작업이라면, ‘어둠의 정원’은 거대 시스템의 빛나는 구조물 안에서 마치 레고 인형같은 스케일의 자그만 인물을 배치시킴으로써 시스템이 개인을 어떻게 위치 짓고 다루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청명한 날의 새벽만을 골라 제작되었다는 그의 ‘어둠의 정원’은 인공 광원으로 둘러싸인 공장의 휘황한 모습들로 이뤄져 있다.    어두운 하늘 아래 면도칼로 눈을 찌르는 듯한 자극적인 조명으로 중무장한 기계 덩어리 내부에서 기계들과 싸우며 살아가는 노동자가 그곳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꼿꼿하게 두 다리를 버티고 난간을 붙잡고 있는 사진들.    기계성에 의지해 살아가지만 고립된 의식을 벗어날 수 없는 노동자가 자신의 나약함을 견디려 애쓰는 모습으로 그려낸 그의 작업들은 꽃처럼 아름답게 치장된 기계들 속에서 결국 한 개의 부품일 뿐인 ‘개인’이라는 존재가 내지르는 비명(悲鳴)의 기록이다. 어두운 밤하늘로 흡수되어버리는.

커다란 기계로 상징되는 사회 시스템과 수은등에 신체를 적시며 만들어낸 개인의 모습이 충돌하지만, 그 처연한 전쟁의 결과는 누구나 알만한 사실이다.    작가와 온라인 대화를 나누던 중에도 같은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국은 명료한 의식으로 살아남아서 끝까지 발언하는 것 정도가 나약한 시민들이 할 수 있는 한계가 아닐까.    선사 이래로 온전한 개인성을 확보한 적이 있었을까 싶은 추측을 해보면, 그런 한계는 당연하게도 보인다.    하지만, 전복을 위한 희망만이 모든 삶의 동력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밥 말리가 그랬던가.    노래로 혁명을 할 수는 없어도, 선동은 할 수 있다고.

두 시리즈 모두가 공장이라는 기계지대에서 제작되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사진이전에 공장의 기계에 자신의 노동을 제공해 살아나가는 노동자였다.    누구나 당당한 삶으로 자신의 노동이 평가받길 바라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사진가 지성배는 스스로를 거대 시스템의 쇳조각임을 자인하면서 저 사진들을 내어놓았다.    그것을 보면서 자의식이 몰락해 가는 개인의 이미지로만 읽을 수도 있겠지만, 난 그가 저 사진들을 만들어낸 의미가 그것뿐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절대 그렇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처음 질문을, 다시 한번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해보고 싶다.    살아나간다는 것과 죽지 않는다는 것이, 같은 이야기인가?    정말, 그렇게들 살아가고 있다고 판단하는가? ●

지성배 홈페이지 http://www.crazygaller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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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a (2004-03-10 16:41:38)
좌벨에게 은총있으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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