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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abel(2004-03-03 21:37:46, Hit : 1265, Vote : 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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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원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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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3.3
"한국엔 자생적 미술이론이 없다"
강성원 교수 평론서 일성

"한국에는 자생적인 미술이론이 없다." 미술평론가이자 미학자인 강성원(49.계원조형예술대 겸임교수.사진)씨가 조용하고 느른한 한국 미술계를 향해 한마디를 던졌다. 미술판에서 생각 깊고 뚝심 있는 평자로 손꼽히는 강씨의 말이기에 파문이 인다. 왜? "이론과 실천이 따로 놀기 때문이다."이론과 현장을 아우르는 그의 시점이 최전선에 서 있는 이 특유의 날카로움과 역사를 꿰는 두께로 믿음직했기에 솔깃해진다.

강씨가 펴낸 '시선의 정치-한국 미술이론을 위하여'(시지락)는 지난 10 여 년 그가 미술판에서 활동하며 절실했던 우리 미술 문화에 대한 문제점을 직시하고 있어 눈이 번쩍 한다. 생산적인 이야기판이 사라진 지 오래였던 미술판이 오랜만에 화두 하나를 잡았다.

그가 전개하는 얘기를 쉽게 풀면 두가지다. 하나는 미술이 가치론적인 구실을 하는데 한국 미술은 근대 이후 가치 부분을 배제하거나 강력하게 거부하고 서구식 순수 미술 개념으로 흘러버렸다.

서양 잣대로 기형적 미술 양산

한국 미술을 서양 잣대로 휘두르고 재단하는 시선 때문에 우리 이론과 시점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한국 미술사와 작품을 서양 미술사 틀과 눈으로 분석하면서 가치관이 없는, 다시 말하면 기형아거나 무뇌아 같은 미술이 양산됐다.

둘째는 서구식 근대화로 인해 과거와의 연결점을 잃으면서 생활에 뿌리 내리고 있던 미술 전통이 왜곡됐다는 주장이다. 이를테면 문인화는 상류층 선비들의 풍류 놀음, 즉 순수미술이고 민화나 화원들 그림은 공공성을 띤 생활 속 실용화라는 이분법은 틀렸다고 강씨는 설명한다. 문인화도 사대부들 품성을 닦는 생활 미술이었고, 민화 또한 서민들 일상 속에서 움직이던 실용 미술이었다. 공공성과 규범이 함께 가던 미술의 맥을 일제 강점기와 미군정기를 거치며 모두 잃어버린 것은 우리에게 큰 손실이었다.

생활에 뿌리둔 미술전통 왜곡

강성원씨는 이를 바꿔나갈 대안을 제안한다. 미술가와 작품이 생활의 가치를 생산해 나가는 역할을 하자는 것이다. 미술을 상품이란 잣대로만 보게 만드는 현 미술판의 틀을 벗어나 미술이 생산해낼 수 있는 모든 자유로운 말과 생각과 가치와 비판력과 고통을 한껏 펼치자는 호소다.

강씨의 책은 근엄하고 낯선 서구적 말투 속에 알아듣기 어려운 미술 얘기를 펼쳐놓던 기존 미술 이론서와는 다르다. 그는 이번 글쓰기를 "일종의 단상… 선언적 주장에 가깝거나 때론 비망록 형식이 되도록" 마음 내키는 형식으로 이끌었다고 밝혔다. "내 몸이 내 글이다"라는 구절도 눈에 들어온다. "이제 우리는 우리에게 소개되는 새로운 서구 이론이 새로운 우리의 몸, 사회의 몸, 예술의 몸을 만들지 못하는 맹목적인 것임을 알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시대를 만들어 가는 우리의 눈이다. 미술 이론이다."

정재숙 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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