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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abel(2004-06-19 15:32:30, Hit : 1253, Vote :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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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담론의 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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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무능력과 능력”
제 4차 여성/소수자 분과 스터디노트


김은하(작가, 여성소수자 분과 간사) m4mirine@yahoo.co.kr


나무들이 계절 절기따라 쉼 없는 운동과 절제를 몸에 지니더니 도시의 소음 한켠에서 뿌리를 아래로 아래로 내려 하늘쪽으로 물길어 올리는 소리 분주하다. 우리 몸에서도 무한한 숫자의 기관이 쉼없는 운동을 하고, 머릿 속에서는 수 만 갈래의 의식과 무의식이 교란한다.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어찌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 자연이고 삶이겠다. 그러나 한 뼘 땅에 뿌리박지 못하고 윤회하고 유목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은 팽팽한 줄다리기처럼 의지와 행동의 작용과 반작용을 자연과 공동체를 사이에 두고 습득해간다.  

미술인회의 회원들인 여성/소수자 분과의 사람들도 그러하다. 어찌보면 모든 것이 자연이고 문제가 없어보이는 문화의 텃밭에, 허리 숙여 실한 열매를 기리는 마음으로 헛손질 없는 촌부의 손놀림을 닮고 싶은 듯, 진득함과 강단을 가지고 예술과 문화전반, 그리고 여성과 소외된 그늘에 대해서 공부한다.  여성으로서 그리고 문화의 생산자로서 이들은 문화의 텃밭에 채이는 돌을 고르듯 모호한 꼭지들을 고르고 비판한다.  지난 달 3월 12일 여성/소수자 분과에서는 연초 네티즌 사이에 스캔들이 되어버린 이승연 위안부 누드파문을 여성의 시점에서 비평해보는 제 4차 스터디와 함께 김용익 선생(작가)의 "무능력의 천민집단, 여성" 독후감을 발제 삼아 여성의 무능력에 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고 스터디의 방향을 점검했으며 여기에 그 내용을 소개하려한다.

김용익 선생의 전략적 무능력 플라시보

스스로 페미니스트임을 자처하는 김용익 선생은  무능력 담론에 담고 있는 계몽주의적 '도구적 합리주의'와 자본주의적 개인주의의 '능력 담론', 그리고 근대사회의 '상징 폭력'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여성이 어떻게 훈련된 무능력자로 혹은 배제된 능력자로 위치해 왔는가를 이경선생이 아주 명쾌하게 풀어보여 준다고 평하며, 능력 담론을 비껴보는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터디와 연계한 큰 공감을 보탰다. 독후감에서 이경선생이 말하는 무능력의 플라시보효과를 바르트의 풍크트--찌르는--에 비유할 만큼 김용익 선생은 글읽기의 짜릿함을 스터디 과정에서 다시 한번 전달했다.

플라시보 효과란 진짜 약이 아니라 가짜약을 처방하여 환자의 병이 낫는 그런 효과를 말하는 것인데 김용익선생이 참조로 불러온 ‘예술은 진실이라기보다는 플라시보에 가깝다’는데 회원들은 동감했다.  여성은, 여성 예술가는 무능력한가?  여성 무능력의 발생 지점은 "꿩 잡는게 매"라는 개인주의 신화( 도구적 합리주의 신화, 자본주의의 신화, 능력담론의 신화) 아래서 능력이 능력을 낳고 이중의 질곡아래 있는 여성이 계속 무능력자로 남게 된다는 점에서 출발 한다고 이해했다.  이 훈련된 무능력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이경선생의 글에서 인용해보자.

“개인으로 단자화된 노동상품간의 경쟁이 아니라 작업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삶의 공간을 공유하는 생활인으로서의 이해와 배려, 생산과 성과를 향하여 일직선으로 진행하는 노동이 아니라 일터와 집과 지역사회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목민적 삶의 방식, 위계와 조직의 논리를 넘어서는 협업과 포용, 능력-근면-성실의 담론을 깨고 작업장 감시를 희롱하는 여가와 즐김의 시간 개념, 이 모두는 자본권력과 가부장권력이 부여한 규율권력에 조그만 틈을내고 ꡐ훈련된 무능력ꡑ으로부터 벗어나는 여성주의적 전략이다.”

능력신화를 희롱하고 ‘줌으로써 확장되는 살림의 방식‘과 같은 여성담론을 ‘언술화’하는 것은 그 플라시보를 창출하는 작업에 해당된다고 볼수 있다.  김용익선생은 예술가들을 플라시보의 ‘홍보대사’에 비유하며 일례로 100명의 수도자와 지인들이 지리산을 출발로 탁발순례에 올랐던 사례도 들려준다.  살림 운동, 생명운동과 같은 페미니즘 운동이 바로 플라시보이며 우리는 그 플라시보의 효과를 스스로 믿고 적극적인 언술화를 펼치야함을 다시한번 강조하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이프] 편집장 정박미경의 이승연 위안부누드 파문 소감

무능력 담론의 언술화는 동시대적 흐름에서 이뤄지고 이에 때르는 시행착오를 접하게된다. 지난 2월 물의를 빚었던 이승연 위안부누드 파문은 플라시보효과가 변질된, 혹은 ‘약발’이 먹히지 않았던 사례가 아닌가한다. 스터디에서 발제를 맡은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편집장 정박미경은 밀한다; ‘이승연 죽이기’가 한풀 꺾이고 군위안부 누드에 대한 선정적인 이야기를 대신해, 사건이 남기고 간 파장을 고민하는 흐름들이 시작되면서 "연예인 이승연씨가 군위안부를 소재로 누드촬영"한 하나의 사실은 '한국인’ '누드''군위안부''여자연예인의 주체성'에 대한 한국사회의 생각들을 가로 지르며 많은 질문들을 남긴다.‘

누드의 질에도 높고 낮은 것이 있으며 해서는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이 있는가에 대한 공론은 존재할까. 지난 2년동안 한국에는 연예인들의 당당한 누드열풍이 불었다. 정박미경은 누드집을 낸 함소원이나 이혜영 등이 공중파 방송에서 당당한 태도로 "젊은 날의 내 몸을 남기고 싶었다"고 한 발언이 누드집을 사서 볼 남성들의 자존심을 건드리기는커녕, 누드를 소비하는 그 쾌락을 더욱 가중시켰다고 언급한다. 누드 예술의 플라시보 효과를 판촉한 셈이다. 국내 누드 열풍은 고전적인 누드화보가 아닌, 속도와 전파력이 고도로 뛰어난, 실제로 포르노그라피의 온상이 된 인터넷과 모바일 폰을 이용해 5,000에서 많게는 50,000원을 상정한  막강한 보급형 커머셜 누드인 것을 보면 어불성설이기도하다. “젊은 날의 내 몸을 남겨 주 고객인 남성들에게 박리다매하고 싶었다”가 정확하지 않을까. 그러면 이승연 위안부누드는 왜 매장되었을까? 그것은 다분이 ‘스캔들’을 겨냥한 누드개념이라는 점과 그 스캔들의 내용이 더없이 ‘몰염치하여 불쾌’하다는 점일 것이다. 애국자와 매국노의 개념이 뚜렷한 한국의 풍토에서 위안부에 관련된 “계몽형”누드는 역으로 가부장의 역사 속에서 민족주의와 주체성의 상기시키는 지점이 되었다.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교수의 해석을 인용해보자.

“...남성들에게서 이승연씨의 누드는 다른 의미에서 견딜 수 없는 것, 누릴 수 없는 것이다. 흔히 이야기되듯이 누드 혹은 포르노그래피는 성적인 현상일 뿐 아니라 지배의 현상이다. 그것은 지배가 가능케 하는 성적 향유를 재현한다. 하지만 정신대를 소재로 한 누드의 경우 그것을 바라보고 누리는 주체의 시선의 자리는 남성 일반의 자리가 아니라 일본 남성의 자리가 된다. 그것은 우리 사회 남성들이 점유할 수 없는 자리이다. 더 나아가 이승연씨의 누드는 향유는커녕 우리 사회 남성들에게 견딜 수 없는 오점을 상기시킨다....”

정박미경은 발제문에서 남성들의 성적 환타지를 충족시키는 성산업이 발달해있는 상황에서 누드 여성들의 "주체성"이란, 그 몸과 섹슈얼리티를 소비할 권력을 갖고 있는 남성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 정도만이 허용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누드 여성들의 능동성이란 애초부터 소비하는 남성과 소비되는 여성의 섹슈얼리티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벗어나지 않도록, 혹은 주체성의 셋팅을 가장한 퍼포먼스가 '내손안에 있는 그녀'를 더욱 에로틱한 쾌락의 대상으로 소비하도록 방향지워져 있다고 지적한다.
  
스터디 참석자인 김성희선생(중학교 미술교사)은 이승연 누드파문이 한국남성들이 여성들의 발언을 무가치하게 여기려는 가부장적 매도를 드러낸다고 주목하면서, 흑산도에 팔려간 어린 여아들, 매매춘을 주제로 하여 여성의 시각으로 누드를 찍었다고 상황이 달라질 것인가를 물었다. 여성의 발언, "가르치려드는 여성"을 못참아하는 한국의 가부장적 전통에 문제의 뿌리를 두고 조명해 볼 문제임을 강조했다.

대중매체의 쇼비지니스, 환타지와 모순을 보는 듯한 이승연의 촬영 후 입국에서부터 눈물의 사죄, 네티앙 박지우실장의 삭발 및 자료 소각등, 몇점의 누드이미지 등 누드 파문 관련자료를 분석하면서 이승연 누드가 실패한, 내지는 진지함을 상실한 부분이 문화와 예술에 대한 얄팍한 상업적 전략에 있다는 공론이 형성되었다.

이날 감상한 곽은숙선생이 손으로 그려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 [심청의 일기]는 네티앙식 이승연위안부 누드의 한계 지점인 발빠른 상업성을 뛰어넘는다.  극 속에서 심청은 가부장적 세계관으로 채색된 일상에 노출되고 위안부의 삶 속으로 잔잔하게, 때로는 전율스럽게 패러디화 되어간다.  작가가 선택한 미술사 속의 그림은 애니 영상 속에서 소묘습작과 드로잉 기법으로 차용되어 이미지의 기호학적인 해석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이날 스터디에 모인 사람들은 곽은숙 선생의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면서 이승연 위안부 누드파문과 관련한 씁쓸한 소감들을 씻어내는 “플라시보” 효과를 느꼈다.

여성 담론의 실행

스터디를 마무리하면서 인터넷 보도 자료를 분석 페미니즘의 시각화와 언술화 사례를 보여 주는 뉴욕 Guerilla Girl 게릴라 걸의 행보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감상하였다. 스티커, 포스터, 전단지 등을 제작 직접 갤러리 화장실등에 붙이거나 인터넷을 통하여 배포 배급, 강연과 퍼포먼스에서 고릴라 마스크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등장, 페미니즘운동을 활발히 전개시켜온 그룹이 바로 이들이다. 예술, 사회, 문화, 정치 속에 만연한 성차별과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분석하여 동참과 공격을 응축한 현실적 페미니즘 발언을 통해 지금까지 200여건에 해당하는 미국내, 해외 강연, 퍼포먼스, 워크샵을 통해 그들의 정체성과 운동의 성과를 확립시켰다. 이들은 자체내 체계적인 개념의 확장을 위해 이미지, 구호와 분석류 텍스트를 페미니즘 시각에서 분석하고 작업해 왔는데,  일례로 H. Janson의 [History of Art]를 페미니즘적인 시각에서 재 해석, 야유, 비평하는 서적 [The Guerilla Girls' Bedside Companion to the History of Western Art게릴라 여성들의 서양미술사 잠자리 동반자1998]가 있다.

"여성들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려면 다 벗어야하는가? 현대미술 섹션에 여성작가는 5%인데 미술관의 누드 이미지 85%가 여성이다. 게릴라걸의 예술세계 양심"

“여성그림”이라는 폄하된 발언을 키워낸 미술사와 비평이 과거지사라하면 여성적인 비평, 여성의 목소리가 당당히 담긴 비평 언어가 부재한 오늘의 현실은 어떻게 납득해야하는지 홍현숙 분과위원장은 지적했다.  작용과 반작용에 대한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페미니즘은 남성중심적인 것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주체성과 가치를 언술화하고 무조건적 희생이 아닌, 공동체의 화합에 균형을 유지하게하는 구성원으로서 역할과 존엄을 획득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평론가들이, 여성 평론가들이 가부장제가 만들어놓은 역사주의적 관점의 글쓰기를 답습하며 미학을 말하고 그림을 말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는 분과위 스터디를 통해 공부해나갈 것이다.  

예술 풍토에서 여성 및 소수자라는 분과의 특성에 맞는 주제를 선별해 나가는 작업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면 스터디의 방향과 정체성은 모호해질 수 있겠지만, 스터디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유동적으로 혹은 주기적으로 얼굴을 맞대고 그 필요성을 서로의 목소리를 통해 확인해간다.  페미니즘에 대한 편파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다같고 허심탄회한 속내같은 여성주의적 언술화는 계속될 것이며 여성/소수자분과는 향후 기대치에 스스로 부응하는 화두를 얻게되리라는 믿음도 생긴다.  훌륭한 공부를 이뤄내 조만간 흐드러진 그들만의 목소리를 들려주길 희망한다. ■

(2004년 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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