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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상... 점점 논란이 많아 지는 것이 좀 찜찜하긴 하지만.
이런 작업을 보고 있노라면, 훌륭한 작업이란 것과 진정의 액을 짜내어 나오는 작업과의 상관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훌륭한 작업이 목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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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ZAAR 글/박루니(바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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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위해서라면, 예술가는 딱 죽지 않을 만큼 자신의 피를 뽑기도 하고, 못 말리는 섹스 중독자이면서 수도원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런데 정연두는 미싱을 돌렸다. 발단은 란 프로젝트. 지난번 <내
사랑, 지니>라는 연작에서는 사람들의 소망을 실현해주더니, 이번에는 어린이들의 환상을 현실로 구현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아이들의 환상을
채집하기 위해 3개월간 유치원 미술 수업의 선생님을 무보수로 자청했다. 처음부터 아이들 그림만 받으면 되지 않나? “그 환상이 어떻게 나왔는지
배경을 알아야 하니까요.” 그렇게 수고스럽게 모은, 아이들의 수많은 환상 가운데 열두 가지를 골라 현실에 재현하기로 했다.
아이들의
환상은 중력, 축척, 시간, 윤리를 초월했다. 먼저 어떤 의상실에서도 본 적 없고, 누구도 만든 적 없는 환상 속의 옷들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디자이너들에게 협업을 부탁할 계획이었다.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가진 몇몇 디자이너들과 대충 협의해보니, 비용과 작업시간이 문제였다. 결국, 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의상을 전공한 학생들의 도움을 얻어 직접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것이 정연두가 미싱을 돌리게 된 사연인데,
그림 속의 옷에 맞는 소재를 찾고 디테일까지 디자인했던 난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등 잡지를 뒤적였고 영광스럽게
<바자>도 참조했다고 한다. 알렉산더 맥퀸과 벨기에 디자이너들의 의상에서 영감을 얻었다. 다행히 정연두는 본래 패션에 관심이 많다.
몇 년 전 그를 처음 만났을 때도, 보라색과 녹색의 체크 무늬 바지를 입고 있었다.(휜칠한 키와 패션 감각에 반해 정연두를 흠모하는 여인들이 꽤
많다고 누군가가 귀띔해주기도 했다.) 이런 펑크족 전용 바지를 어디서 구했냐고 묻자, 런던 유학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한
뒤, 조각이 꼴보기도 싫어 아무 대책도 없이 런던으로 날아갔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미술 공부를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카메라를 잡았고, 조명이 없었기 때문에 대낮의 거리를 오브제로 삼았던 게 시작이다. 현상된 사진에서 사람 냄새를
맡은 그는, 차가운 조각을 내던지고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다시 예술 공부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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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울 것! 무조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업을 만든다는 구호와는 정반대로, 환상과
소망을 실현하는 일은 전혀 쉽지 않다. 남해, 태백산맥, 어디든 12인승 승합차를 몰고 꼭 들어맞는 촬영지를 찾아 들로 산으로 다녔다. 의상과
모델, 스태프, 조명 등 각종 카메라 장비 등이 대거 움직이는 패션지의 화보나 다름없다. 게다가 9월에 열리는 리버풀 비엔날레에 참가하려면,
영국으로 출국하기 전 한 달 동안 12개의 작품을 완성해야 하는 무리한 스케줄이었다. 한 달에 12개의 화보를 촬영한다고 생각해보라.(보통 한
달에 패션 에디터는 1~2개 정도 진행한다.) 엄마와 낮잠을 같이 자고 싶은 아주 소박한 꿈을 재현하기 위해, 침대는 물론이고 천장이 높은
압구정동 미스터 차우를 대여하고, 한 트럭분의 장난감과 화장대도 빌려야 했다. 모델 섭외도 쉽지 않았다. ‘백설공주의 결혼식’에서 인어공주의
범상치 않은 신랑감 역을 위해, 국내에서 최고 장신의 농구 선수를 모셔오기까지 했다. 호기심에 ‘자원봉사’를 자청했던 예술 고등학교 학생들과,
예술을 위해 무보수로 시간을 내준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땀 냄새 나는 그의 과거작들을 둘러보자. 대구 상록아파트 주민들의 가족
사진(거실에서 찍은)을 보여주었던, 정연두의 ‘상록 타워’가 떠오른다. “아파트 구조란 게 다 똑같잖아요. 가운데 거실이 있고, 방들이 빙
둘러싸고 있는 건 다 같은데, 정말 똑같은 집은 하나도 없어요. 커튼, 텔레비전, 소파가 집집마다 달라요. 평범하고 다 비슷해 보이지만, 같은
사람은 전혀 없어요.” 그래서, 1백여 군데의 가정을 가가호호 방문했다. 또, 일본 브랜드 숍에서 일하는 스태프들, 즉 쇼윈도에 걸린 의상보다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평범한 인간들을 촬영한, ‘도쿄 브랜드 시티(2002)’를 위해서 까다로운 도쿄의 디자이너 브랜드 숍을 섭외하려고 아오야마와
오모테산도를 헤매 돌기도 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다른 에르메스 상 후보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10월
아트선재에서 열리는 ‘에르메스 전’에 전시될 예정이다. 누군가가 그랬듯, ‘작가의 창조적 고통은 곧 관객의 즐거움이요, 행복’이니 죄송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고통스러우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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