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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abel(2005-04-11 02:08:55, Hit : 2130, Vote : 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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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mp]하룻밤에 꿰뚫린

(
'.
항상하는 생각이었지만, 삶에 진실로 득이 되는 학습이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나의 사진, 당신의 책, 우리의 노래 혹은 그들의 비열한 혀.로서   내가 배우는 것은 무엇인가.
.'
)
   + + +

-=하룻밤에 꿰뚫린=-

출처 : Camp Logosin




"멍청하기 짝이 없는 식견은 이제 그것으로 충분하네.

어쩌자고 그렇게 멍청한 소리를 멈추지 않는가.

이런 말을 하는 나도 물론 가끔은  모르게 멍청한 소리를 지껄인다는 거,

지껄일 수 있다는 사실 인정하네. 하지만 지금 들은 자네의 말은

하나의 전형적인 표본처럼 멍청했다는 것, 최소 그것만은 확실하네.

(거의 '명석 판명하다 clair et distict'는 수사까지 사용하고 싶어지네.)

자네는 멍청한 소리를 멈추지 않고

자네의 멍청한 소리를 태클 없이  

토익 듣기 평가를 하듯, 예습 복습까지 철저히 듣고 있어야 하는 현실이 괴롭네.

게다가 자네의 입냄새도 지독하다네.

나를 용서하게, 용서하게

정말이지 자네라는 한 개인에겐 악감정이 없네.

(이 말 거짓말이면 엄창.)

진짜.... 진짜.... 믿어주길 바라네."





물론 당사자 앞에서 이런 말을 직접 한 건 아니었다.

그 앞에서 침묵을 지키는 일보다 더 나은 건 처음부터 듣는 상황에 빠지지 않는 일이다.

모처럼의 오만을 용서하시라.







*



7동 라운지에서 고병권 씨를 보았다. 나는 고병권씨의 <천개의 눈, 천개의 손 니체>를 읽어본 적이 없고 실제로 소개받은 적도 없지만, 최근에 그가 쓴 한겨레신문 칼럼에 실린 사진을 얼핏 한 번 보았을 뿐인데 그게 기억에 남아 이 사람이다 싶었다. 나는 그가 그 책의 저자라는 사실과 수유 연구소 <너머>인가 뭔가 하는 데의 공동대표라는 정보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또 한가지 사실. 커피 자판기 앞에서 어떤 박사과정 남자와 나누는 대화의 내용도 니체에 관한 것이었다.





"차라투스투라에 나오는 압축된 아포리즘을 가지고, 굳이 플라톤과 연결할 필요가 있을까 김군?"



"물론 저로서는 <국가>에 나오는 영혼의 삼분법에 관한 언급을 모티베이션으로 삼을 생각이었습니다....'그 사람은 하나이면서 여럿이다'라는 구절과 상통한 부분이 있기에..."



"그래도 말야 김군. 이런 비슷한 내용은  pre-소크라테스 시대의 단편들에서도 얼마든지 발견하고 유추할 수 있는 건데 말야 굳이..."



"니체는 바젤 대학에서 재직했을 당시 그리스 고전문헌학에 대한 강의를 한 적이 있고, 수사학적인 의미였는지도 모르지만 후기에도 자신의 주적 소크라테스를 부르면서...(쏼라 쏼라)"  







강단에서 공부하고 연구한다는 게 이런 식이다. 강단 철학은 참으로 직계 족보를 중요시한다.

한권의 책은 제조되어도 좋지만 제조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굳이' 한 권의 책을 쓴다.

그렇다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 제조되어야 하지 않을까?

석,박사 자격증을 증거로 남기고 보따리 장사를 하기 위해 억지로 갖다붙이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젊은 피를 가진 이시대의 니체 매니아라면 헤르메스의 신발을 신은 듯 발랄하고 발빠른,

다양하면서도 간결한 그의 '스타일'(혹은 '문체'의 문제)에 대해서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것은 강단철학의 중심부에서 인정하는 형이상학적 내용으로 구성되기 어렵다.

니체 자신은 한 번도 텍스트의 철학적인 독서법을 교육받은 적이 없다.

그가 세계에 형이상적인 그물망을 내던질 수 있었던 계기는, 대학 시절 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해 밤새 읽고 단번에 광팬이 되어버린 쇼펜하우어의 주저 덕분이다.

니체는 문헌학자로서 자신의 성공적인 캐리어를 시작했고,

독일 문헌학의 편집광적인 엄격성은 당시로서도 유명했다.

니체는 골동품들의 죽은 혼들 사이에서 간간히 넘쳐흐르는 주홍빛 정열을 억눌렀다.

그가 자신의 전위적인 정열을 재발견할 수 있었던 건 바이로이트의 바그너를 통해서였다.

바그너는, 요즘 쓰는 표현을 빌리지면 시대의 최전방을 달리는 괴물 록스타였다.

그리고 둘 다 쇼펜하우어의 열렬한 추종자였다.

바그너로서도 자신의 악극을 옹호해줄 젊은 평론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 젊은이는 그 이상이었다. 니체는 그리스 비극 시대를 연구하면서 어떤 초월적인

미학 원리를 발견했다. 그것의 세 키워드는 이렇다:

<디오니소스적 원리>, <아폴론적 원리>, 그리고 <소크라테스적인 것>

1872년, 스물 일곱 살의 청년이 저술한 이 야심만만한 저서는 반향과 논쟁을 일으키지만

결국 독일 문헌학계의 조롱거리 이상으로 그 시대에는 평가받지 못했다.

자기 수업을 듣는 학생수도 점점 줄어들고 동료교수들은 따돌리고

잔병치레도 잦아졌다. 결국 서른 초반에 퇴직한 니체는 대학에서 나오는 정기적인 연금으로

따뜻한 남쪽 지방을 찾아 -그는 특히 이탈리아를 좋아했다. 그가 말모가지를 붙잡고 발광한

곳도 토리노에서였다 - 평생 돌아다니며,  

거의 완벽에 가까운 세인들의 무관심 속에서 저술 활동에만 매진했다.

그는 이런 사람이었다. 그의 불행도는 광기 이전의 고독이나 광기 이후의 침묵에서나

거의 비등한 눈금 높이을 가리키고 있었다. 얼치기들은 종종 이 사실을 잊는다.

정신건강과 질병학이라는 관점에서 면밀하게 평가될 수 있다면,

한 작가의 삶은 일화 이상의 의미를 내포할 수 있다.





니체에게서 형이상학적인 골격을 뽑아내자면 '쇼펜하우어의 긍정적 자기 확장 버전'이라고

생각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니체에게서 진짜는 10페이지에서 20페이지사이로 요약될 수 있는

'니체의...'운운하는 개념 도식이 아니다.





한 예로, 명성에 비해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은 책 <니체와 철학>의 저자, 질 들뢰즈는

흔히들 생철학적인 주요 개념으로 해석되고 있는 '권력에의 의지 wille zur macht'에서

접속사 'zur'(..에의.., de)에 괄호를 쳐야 한다고 말한다.

스스로 긍정하는 자, 니체식으로 말해 초인은 힘의 유기체적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는 과정 중에도

자신 안에 <결핍>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필요나 당위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

즉 열등한 해석자들은 저 '권력에의 의지' 개념을, 어떤 채워넣어야 할 직소 퍼즐의 마지막 한 칸

처럼 간주하고 싶어하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강박관념의 소유자들은

자신의 무능력과 내적 축복없음에 대해 복수심(원한 감정)을 품는다.

이렇게 니체의 개념들은 개념 해석의 간발의 한끝 차이로 쇼펜하우어 류의,

목적도 출발도 없이 생성 순환하는 ' 生에의 맹목적 의지'로 환원되어 잘못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들뢰즈 식으로 말하면, 탁월한 권력은 자기에게 없는 것을 선망envy하지 않는다.

그는 이미 가져야 할 것을 가지고 있고, 내적 기쁨으로 흘러넘친다.

이러한 평가는 니체의 최말기 저작, <반그리스도>에서의 나자렛 예수에 대한 재해석에

비쳐볼 때도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다.

(그렇다고 wille zur macht를 <권력 의지>라고 번역하는 건 오역을 피해보려고

자라목처럼 오그라드는 아카데미적 소심증으로 보여 싫다. 멋대가리도 없고.)







*





이것은 꿈에서 라는 단서를 달고 아래와 같은 상황이 전개된다.

돈이 없으니 어쩐지 괴로운 고기 군에게 福부인, 장영자가 나타나서 10억원을 희사한다.



최근 그가 현찰로 만져본 최고의 거액은, 얼마전에 아는 선배네 회사 돈세탁을 위해 내 구좌로 옮겨서 종이봉투에 담아 찾아오게 했던 돈 1000만원이었다. 그러니까 그에게 10억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액수였다. 갑자기 10억이 생긴 고기는 이 돈으로 뭐를 할까 고민하다가 예술과 미치광이와 정치적 망명자들의 도시 '빠리'로 가, 미적지근하게 냉방된 지금까지의 악몽을 벗어나기로 결정했다. 그가 이 결정을 내렸을 땐 주변의 친구들과 집안의 빚을 메꾸느라 3할 이상을 쓴 상태였다. 그는 갔다가 엘레강스한 빠리지엥의 생활을 지나치게 실현해버린 나머지, 불어 실력은 한 마디도 늘지 못하고 돈만 탕진한 채 고국로 돌아온다. 어떻게 그 사실을 안 장영자는 그의 방문을 두드린다. 고기는 팬티만 꿰어 입고 눈도 반쯤 감긴 채로 원룸 문을 연다. 코를 틀어막으면서 福부인, 장영자는 이렇게 입을 뗀다.





"음. 왔다면서 어째 연락을 안하나? 자네가 요즘 영어 공부를 안한다는 말을 들었네. 토익 점수는 좀 올랐나?"



"예... 그건 두달을 기한으로 800 달성이 목표입니다. 동네 학원에 다녀볼까 생각중입니다."



"아니 자네는....어떻게 내 피같은 돈을 가지고 그렇게 흥청망청....비생산적으로 살 수 있단 말인

가? 자네에게 돈을 준 것은......그돈을 주면은 정신을 빤짝 차리고 새 삶을 살 줄 알고 김주승보다 잘 생긴 자네를 사위 삼자 한 거였는데... 안되겠네. 자네. 무이자로 쳐줄 테니, 원금만 도로 토해 내게."





처음에 썼던 그대로 이것은 꿈이 아닌가 뺨을 꼬집어 보니 꿈이 아니었다.

빚감느라 세수도 못하는 나의 나머지 반생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과연 장영자, 사채업계의 여왕답게 돈을 되돌려 받는 수법도 악랄했다.

새끼 발가락 두 개가 잘려나가고 콩팥 한쪽을 떼어다 팔아야 했다.

고기잡이 배에 팔려가 일주일동안 꼬막만 깐 적도 있었고,

향정신성 불법약물을 넣은 비닐두루마리를 삼킨채로 공항 세관을 들락날락 해야 했다.

10만원에 오케이하는 불법 낙태 시술업에 종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장영자의 사위가 되어야 했다.

그의 딸과 13년을 살고 동침까지 했지만 끝내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녀는 항상 밤 어둘녁에 나타났고, 아침에 깼을 땐 잠자리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여자의 몸은 두 팔로 안을 수 없을 만큼 비대했고, 들쳐 업을 수도 없었다.

(그런데 다리 하나는 늘씬 쌈빡했다.

거기엔 눈이 달려있어서 보는 나의 시선을 묘하게 맞받아쳤다.)

잘 안보여서 형광등을 켜려고 하자 나머지 콩팥까지 꺼내가겠다고 나를 위협했다.

잠자리에서도 그는 오들오들 떨었고, 그 두려움이 오히려 흥분을 불러 일으켰고

아플 정도로 발기했다. 하룻밤에 서너 차례씩 쌤플을 채취한 후에야 만족을 하는 이 비만한 기계는

평범하지 않은 연인의 길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목졸려 죽다가 나는 매번 교묘하게 되살아났다.

병원 응급실의 하얀 시트 위에서 눈뜬 적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보호자가 없었다.

과로와 겹친 정신적 고뇌탓인지 해가 갈수록 그는 수척해졌다.

39kg이 되었을 때, 귀인의 도움으로 10억원 원금 상환의 강박관념이 환상이었음이 밝혀진다.

나머지 반생까지 박탈당한 이 남자는, 대단한 복수심에 사로잡힌다.

이마에 두 개의 뿔이 돋고, 드문드문 난 턱수염은 새파랗게 질려버린다.

두 귀에선 증기기관차의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바로 그때 딩동, 하고 초인종이 울렸고

다음 생은 없다는 우주 관리자의 통보를 항공 우편으로 받는다.

그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앵무새의 목을 여덟 번 비튼다.

최면술을 걸었던 빌어먹을 두 모녀를 죽어도 잊지 않기로 결심한다.

혼자 있는 밤마다 두 모녀 꿈을 꾸면서 여섯 토막이냐 일곱 토막이냐에 관해

비난받지 않을 명료한 척도로 고민하기 시작한다.





여섯토막이냐, 일곱토막이냐

여섯토막이냐, 일곱토막이냐

여섯토막이냐, 일곱토막이냐

어떤 것이 더 간결하고 아름다우냐.







두 모녀 또한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기에, 결심을 뒤집고서 모두 잊는다.

혹은 밤에 잠든 사이 숙련된 외과 수술팀에 의해 대뇌 전두엽과 기억 회로를

제거당했는지도 모른다. 혹은 여섯토막이냐, 일곱토막이냐 하는 트라우마는 처음부터

사람에 관한, 육질의 말랑말랑함에 관한 내용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혹은 이 글을 쓴 저자가 명분을 모르는, 어떤 모호한 이유에 의해 역정이 생겼던 건지도 모른다.

우주는 손 안에서 구겨지고, 냉동보존을 기다리던 황소는

꿈 속에서도 폐부 해체된 채, 고깃간의 쇠꼬챙이에 꿰뚫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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