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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금씩 걷는 십이월의 화요일 오후.
짧아진 해가 흙 뭍은 신발을 날름짓하기를 몇 천번정도 반복한 후에야 뒷산 꼭대기에 오를 수 있었다. 느린 움직임만큼 천천히 땀이 스트랩 사이로 감겨들었다. 처음 이 테마를 시작할 때는 적어도 캐스팅때문에 고생은 안하겠다 싶었다. 오히려 셀렉에서 피터지잖을까 했는데.웬. 몬놈의 산이 발걸음할때마다 다른 샷이 나온다. -_-;
카메라 앞에 띄워져있는 나뭇가지와 원경 큐빅의 거리 간극도 나무 형태나 광선 방향에 따라 너무나 많은 차이가 생겨버리고, 날씨에 따라 셀렉의 호불호가 결정되어 버린다. 테이커로서의 나의 의미는 이번 작업에서는 거의 없다고 해도 절대 무리는 아닐듯. 점점 실팍해지는 태양도 그렇고 지치기도 했다. 걍 프레이밍하다 주저앉아버린. 졸라 맘에 안드네.
시간이 흐른다.
일분 오분 십분. 후경의 건물 그림자가 점점 작아지면서 내 앞에 있는 나뭇가지의 형상들이 차례로 새도우에 접힌다. 한 겨울, 급락하는 태양의 각도가 만들어낸 급박한 패럴릭스. 남은 시간은 대략 4분가량. 씨댕. 얼어붙은 손가락을 무릅으로 짓이기면서 삼각대를 세팅한다. 삼십초만 늦어도 이번 컷은 나가리다. 빨리 좀 움직여 주라. 릴리즈를 감을 시간이 모자라 미러업에서
걍 누름ㅜㅜ.. .티칵.
나중에 포샵에서 하이라이트를 좀 살려야지 싶다. 사이즈 작은 작업이지만, 산에서 내려올 때까지 닦지않은 자지마냥 찝찝함이 남는다. 릴리즈를 카메라에 달아놓고 다녀야 겠다는 다짐.
저... 불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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