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을 원하시는 분은 메일을 주시기 바랍니다. zabellocq@empal.com
     자물쇠
     nZ
     eZ


  (2007-06-25 21:20:01, Hit : 2095, Vote : 477
 http://gelatinemotel.byus.net/main
 Rebecca Horn

(
'.
레베카 호른에 관한 게시물을 업하려했으나 이분이 다루는 업종의 대부분이 퍼포먼스와 동영상, 설치인 관계로 자료사진이 별 가치가 없다고 판단. 이에 관한 한글 텍스트로 교체했;;;
퍼폼계열은 확실히 외모의 영향이 적잖은 분야라 이쁘장한 얼굴에 거부감-_-느껴 보지 않으려 했으나, 생각외의 재미에 꽤 쏠쏠했다는.   다시금 詩적이란 것에 대해서 괴념하고 있다.
.'
)
  + + +




contents 2007.06. exhibition topic | 레베카 호른, 낯선 감성의 반란_진휘연

진휘연●sadi 교수

독일의 대표적인 여성작가로 평가받는 레베카 호른의 개인전이 로댕갤러리(5.18∼8.19)에서 열리고 있다. 독일 국제교류처(ifa)와 공동으로 개최한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은 1970년대 초반부터 다양한 형식과 미술 외적인 요소를 적극 도입해 기존 미술의 장르적 경계를 뛰어넘는 총체적인 작업을 진행한 레베카 호른의 작업세계를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다. 현대미술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보인 레베카 호른의 예술세계로 들어가 본다.

아름다운 젊은 여성의 몸을 가로지르는 몇 개의 띠로 이루어진 의상은 머리 위 큰 뿔로 연결된다. 하얗고 거대한 뿔을 쓴 여성은, 일견 유니콘을 연상시키지만, 누드의 몸은 여성으로서의 그녀의 정체성을 각인시킨다. 밀밭을, 한적한 숲을 걷는 머리에 뿔을 단 여성의 퍼포먼스 〈유니콘〉은 새로운 신체조각(body sculpture)의 탄생을 알렸다. 〈유니콘〉은 여성 신체에 가해졌던 관습적 기대를 새로운 환상으로 덧입은 작품이다.

유니콘의 긴 뿔은 남성적 요소이다. 유니콘 복장을 입은 여자 모델은 남성 관객에게 성적 환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유니콘이란, 성(性)을 상실한 존재 또는 남성이나 여성의 전형성을 모두 갖는 상징적인 존재로 변환되기도 한다.

몸과 가슴과 입을 연결하는 기구, 〈풍요의 뿔, 두 가슴을 위한 만남〉(1970)도 신화 속 반인반수(半人半獸) 세이터를 연상시키는 뿔 모양의 기구이다. 입과 양쪽 가슴을 연결시킨 기구는 몸을 자유롭게 하기보다는 그것에 가해지는 억압 같은 형상이다. 뿔은 남성적이고 야만적인 힘을 상징하며, 성적 에너지를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기구를 입은 여자의 몸은 여전히 관음(觀淫)의 대상이지만, 남성 관객의 낭만적 시선을 거부한다.

손가락 끝에 길게 이어진 〈손가락 장갑〉(1972), 얼굴을 수직선형태로 가리는 새털로 된 마스크〈수탉 깃털 마스크〉(1973), 얼굴에 덮인 그리드의 접점마다 달린 연필의 〈연필마스크〉(1972), 코에 씌워진 긴 〈코끼리 코〉(1968), 〈머리연장〉(1972), 〈흰색 몸 부채〉(1972), 〈검은 수탉 깃털〉(1971)등은 모두 우리 몸의 특정 부위를 이용해 제작된 것이지만, 몸에 기능을 더했다고 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몸을 보호하거나 새로운 존재로 전환시키는 분장이나 가면의 역할을 완전히 소화하지도 못한다.



몸과 연결된 애매하기 그지없고 특이한 이런 형태는 신체를 아름다움의 상징물, 즉 시각적 목적으로 보지 않으려는 레베카 호른의 관점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신체 각 부분이 서로 소통하고, 그들 간의 보이지 않는 관계를 강조한다. 호른의 신체조각에서 몸은 대화의 도구이자 주체로 변한다. 소통에의 전제는 물론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지만, 소통을 탐구하려는 작가의 시도에는 서구 유럽의 문학과 영화 속 초현실주의적 이미지가 전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이한 신체조각물(Body sculpture)은 인간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존재로의 변환의 경계를 계속 자극한다. 또한 작품은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들이는 하나의 텍스트로 작용한다. 호른의 특이한 상상력은 관객을 자극하는데, 긴 손톱모양의 기구를 끼고 양손으로 벽을 긁는 레베카 호른의 모습에 관객은 고통과 전율을 함께 느낀다. 레베카 호른의 초기 작품들은 그렇게 우리가 상상할 수 있었지만, 두려워하거나 소극적이었던 인체형상의 특이한 형태를 이질적인 소재를 통해 가시화하고, 그로써 보편적인 기능과 모양을 거부함으로써 크게 주목받았다.

미술사적 견지에서 본다면 호른은 1970년대 초, 신체아트, 퍼포먼스, 영화라는 새로운 태도와 매체를 통합한 작가로 평가될 수 있고, 실제 시간과 실제 공간 안에서 작품 형성과 수용과정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열린 구조를 지향하는 개념미술의 계보에 속하는 작가이다.

조각이라는 고전적인 요소와 신체라는 오랜 소재도 그에게선 여전히 중요한데, 복식, 천, 바느질과 같은 여성의 수공예와 대상으로서의 여성의 몸 대신, 행위의 주체이자 작품 자체로서 여성의 몸을 가시화한다는 점에서 남성적 예술 관행을 해체하는 페미니즘적 입지도 충분히 갖는다.


아직 북미대륙의 페미니즘 미술이 바느질 같은 전통적 여성 노동이나 수공예를 본격적으로 시도하기 전이었고, 미리엄 샤피로가 선보인 공예적인 작품들보다 시기적으로 앞선 ‘신체조각’은 여성 미술이 ‘작은’ ‘특수하지 않은’ ‘소규모’의 lesser art 라는 개념을 보기 좋게 전복하는 쾌거를 이룩한다.

신체 조각물들은 몸의 특징을 적절히 비틀어 강조한다. 길어진 손가락과 가슴을 감싸고 얼굴로 이어진 뿔 모양의 덮개, 얼굴에서 자란 연필이나 깃털 마스크는 인체와 연결된 가장 생경한 모습들이다. 덧붙여졌지만 이질적이고, 연결되어 있지만 분리됨으로써 작가는 신체를 하나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해체의 대상으로 만들면서 몸과 조각의 통합 가능성을 제시했다. 인체와 조각의, 또는 조각과 복식의 결합이 호른에겐 또 다른 소통이었을 것이다. 그런 작품들은 작가의 지극히 사적인 경험에서 도출된다.

사적 경험을 통한 관객과의 소통

1944년 독일 미켈슈타트에서 탄생한 레베카는 루마니아인 보모에게서 언어보다 드로잉을 먼저 배우면서 소통의 수단으로서 시각예술의 가능성을 일찍부터 이해했다. 그녀는 부모의 기대와 달리 함부르크의 시각예술학교에 입학하고, 20세가 되던 1964년 바르셀로나로 가 기거하는데, 그 시기 그는 고립된 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고독과 소외에 철저히 노출시켰다.

작가는 일찍이 파이버글래스(유리섬유)와 폴리에스터를 다루면서 폐에 심각한 질환을 얻게 된다. ‘아무도 내게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라는 원망 섞인 회고와 함께, 그런 유독성 있는 소재를 다루던 여성 작가들이 모두 암을 얻게 되었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그녀 외에도 에바 헤스와 니키 드 생팔 등이 모두 새로운 소재를 다루며 병을 얻었다. 작가는 바르셀로나에서 돌아와 약 2년간 병원에 입원했는데, 그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가볍고 부드러운 천 같은 물질로 조각물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녀는 공격적이지도 않고 몸을 억압하지도 않는 도구인 천과 바느질에 끌렸고, 병원에서 제작한 천 작품들이 1968년 이후 발표된다. 호른은 개념미술과 독일 관념주의적 전통, 유럽의 신화와 서사의 특이한 구조를 버무린 비빔밥 같은 작품을 선보였고, 여기에 자신의 개인적 경험과 고통에의 기억, 그리고 그들을 통합시킬 에너지라는 큰 틀을 더했다.

이후 작가는 신체조각보다 동력을 단 기계적 장치를 작품에 주로 사용하는데, 소리를 포함한 다중매체의 다양한 흐름이 들어있는 미술품을 제작한다. 바르셀로나의 싸구려 호텔방을 배경으로 더해진 오브제들이 만들어내는 움직임과 소리가 작가의 ‘장소-구체적’인 작업으로 이어지고,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외로움은 장소를 하나의 기억장치로 전환시킬 뿐 아니라 전체를 하나의 기계로 만든다. 예를 들어 〈달의 강: 연인들의 방, 바르셀로나〉(1992) 같은 작품이다.

호른은 미술관이든 사적 장소든, 작은 오브제든, 그것을 전환시키는 에너지에 관심을 갖는다. 움직임은 작가 작품의 가장 주된 요소가 되는데, 이전의 관념적 움직임, 가상의 동작은 구체적이고 직설적으로 전환된다. 즉 물감이 떨어지고 깃털이 춤을 추고 바이올린이 연주되고 스파크가 이는 물리적 운동이 그것이다.

로댕미술관 전시에서 만난 그녀의 작품은 한 마디로 ‘느림과 빠름,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 광물과 생물, 자연과 문화, 여성과 남성, 움직임과 멈춤, 뾰족한 것과 뭉툭한 것, 나아가 소리와 침묵, 보이는 것과 가려진 것’들 간의 끊임없는 작용을 다루고 있었다. 대칭이나 대구의 충돌이 기(氣)를 생성해냄을 가시화한다는 데 작품의 의미가 있다. 상이한 두 가지 개념이 공존함으로써 얻어지는 에너지, 이것은 본질적인 생명의 탄생이란 철학적 믿음과 이어진다. 이런 흐름과 작용 간의 추이를 따르는 작가는 그래서 모더니즘의 정신, 즉 동시대의 산업적인 산물들을 적극 이용하고 여기에 지극히 관념적이고 사적인 작가의 판타지를 조합하고 있었다. 개인적인 작가의 세계가 이상하리만큼 한국 관객의 감성과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 점도 흥미로웠다.

이런 내적, 외적 움직임에 대한 경배는 초기 무성영화 시대 버스트 키튼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키튼은 감독, 시나리오, 배우라는 삼박자를 모두 갖추고 묘기에 가까운 스턴트 연기와 빠른 화면 전개로 무성영화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기념비적 미국 배우이다. 그의 영화 속, 끊임없는 익살과 운동감, 그리고 내재한 에너지를 좋아하는 호른은 한국 전시를 위해 키튼을 기리는 〈시간은 흐른다〉를 제작했다. 영화필름을 한국 바다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섬처럼 형상화하고, 부분적인 움직임을 더했다.

작품의 주제는 물론 예술적 에너지에 대한 예찬이다. 키튼에 대한 애정은 단순히 한 배우의 상징성보다는 호른이 추구하는 예술의 결론이 영화라는 것과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퍼포먼스에서 사용되던 신체조각들은 그녀의 영화 소품이자 모티브로 등장한다. 호른은 서사 구조를 작품에 회복시키면서 장편 영화 제작에 초점을 맞춘다. 거기서 사용된 가상의 흥미로운 장치들이 입체작품으로 등장하는데, 예를 들어 〈나비기계〉는 영화 속 소품의 하나로 과거 작가의 남자친구의 현현이다. 신체조각과 퍼포먼스에서 키네틱아트로, 그들을 합쳐서 영화로 변화하는 작가의 여정은 현대미술이 걸어온 진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이번 로댕갤러리 전시는 다수의 한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독일 여성 작가 레베카 호른의 의미를 소개한 중요한 계기로 보인다. 다만 그녀의 초기 신체조각과 1990년대에 제작한 ‘장소-구체적’인 거대한 크기의 조각 작품들이 빠지면서 작가 예술의 클라이막스를 놓친 점은 너무 아쉬웠다. 그 작품들을 빼놓고 호른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녀의 영화나 기록된 퍼포먼스 영상이 관객에게 작가의 역사적 위치나 작품의 예술적 파장을 복원하는 데 충분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1970년대, 퍼포먼스와 비디오아트를 포함한 뉴미디어 미술의 주요한 순간이 2007년 다시 제시됨으로써, 이후 역사적 평가를 받는 다른 작가들의 의미가 원활하게 소통될 것을 믿는다. ●


레베카 호른은 1944년 독일 미켈슈타트에서 출생했다. 1963년 함부르크시각예술학교에서 수학했다. 1970년대 초반부터 퍼포먼스, 설치 등 다양한 형식의 실험과 영화, 문학 등 미술 외적인 요소들을 도입해 기존 미술의 개념을 확장시켰다.
1986년 카셀 도큐멘타상, 1988년 카네기상, 2006년 파이펜브록 조각상 등 다양한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파리 퐁피두센터, 런던 테이트갤러리,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회고전을 가졌다. 현재 독일 베를린과 프랑스 파리에서 거주하면서 여전히 활발한 작업활동을 하고 있다.




실험적 상상력의 네버 엔딩 스토리
Rebecca Horn
영화, 조각, 퍼포먼스 등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히는 레베카 호른. 체험이 농후하게 녹아든 자전적 작품을 통해 인간의 나약함과 한계를 극복하려는 그녀에게서 동시대 작가의 진실한 모습을 엿본다. 자유로운 표현과 미학적 실험을 통해 삶의 이면을 탐구한 그녀의 작품 세계 속으로 들어가보자.

1 ‘유니콘’, 퍼포먼스 이미지, 1970년. 순결한 여자 앞에만 나타난다는 유니콘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 머리에서 연장된 유니콘의 뿔을 이용해 여인을 순결한 신화적 창조물로 만들었다.
2 ‘큰 깃털 바퀴’, 깃털, 금속 장치, 모터, 90×90×23cm, 1997년

지난 5월 4일 로댕갤러리를 찾았다. 갤러리 안에는 6500개의 하얀 풍선이 전시장을 가득 메워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스프링 웨이브 페스티벌 2007’ 개막작으로 준비한 세계적인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스William Forsythe의 <흩어진 군중들Scattered Crowd>이다. 올해 처음 열린 스프링 웨이브 페스티벌은 현대 무용, 연극, 미술, 음악, 퍼포먼스 등 장르 간 경계를 넘어 총체적인 다원 예술을 보여주는 미술 축제다. 윌리엄 포사이스의 작품 역시 춤(그는 움직이건 정지해 있건 전시장 안에서 보이는 모든 움직임도 안무의 일종이라고 말한다), 음악, 퍼포먼스, 설치가 결합된 다원 예술을 보여준 것이다.

이렇게 예술의 경계를 넘는 시도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가장 큰 특징으로 최근 현대 미술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얼마 전 이 로댕갤러리에 또 한 명의 포스트모더니즘 작가가 나타났다. 독일의 세계적인 여성 작가 레베카 호른Rebecca Horn. 그녀는 퍼포먼스, 조각, 설치, 비디오, 영화, 문학 등 장르를 혼합한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가다.

파리 퐁피두 센터, 런던 테이트갤러리, 암스테르담 스테델레이크 갤러리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바 있는 그녀는 1986년 카셀 도큐멘타상을 비롯해 1988년 카네기상, 1992년 카를즈루헤 미디어 미술상, 2004년 바냇 & 애널리상, 그리고 작년에는 파이펜브록 조각상 등을 수상하며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제3의 눈으로 본 세상을 통해 포스트모더니즘의 진수를 보여준 그녀가 한국에서 최초로 개인전을 연다. 1993년 열린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회고전에 비하면 규모가 작지만 초기의 퍼포먼스 부터 장편 영화, 기계로 만든 움직이는 조각까지 그녀의 예술 세계를 대표하는 주요 작품을 전시해 레베카 호른이라는 인물을 다각도로 조명해볼 수 있는 의미 깊은 전시다.


확장된 신체, 확장된 꿈
레베카 호른은 1944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하이델베르크 사이에 위치한 미헬슈타트Michelstadt에서 출생했다. 의복 사업을 하는 부모를 따라 무역 박람회나 패션쇼가 열리는 유럽의 여러 도시로 자주 옮겨다녀 불안정한 생활을 해야 했던 그녀는 종종 상상과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곤 했다. 화가인 삼촌의 영향으로 예술가를 동경한 호른은 부모의 반대로 잠시 경영학을 전공했으나, 곧 그만두고 함부르크 미술학교에서 조각을 공부했다. 그러다 작품 세계에 영향을 끼친 첫 사건과 마주친다.

누드 데생 시간에 늙은 모델의 주름지고 늘어진 몸을 보고 큰 충격에 휩싸인 것. 이를 본 지도 교수는 “인생을 모르고는 예술이 있을 수 없다”며 장 주네의 <도둑 일기>를 읽어보길 권했고, 그녀는 이 책을 통해 평생 따라다닐 문학적 취향을 얻게 되었다. “이 책은 계시와도 같았어요. 제 인생을 완전히 바꾸었죠.” 실제로 장 주네의 발자취를 찾아 바르셀로나까지 떠났을 정도니 그 말이 과장은 아닌 듯하다. 더불어 앙토냉 아르토, 프루스트, 카프카에 심취하며 문학적 상상력을 키워나갔는데 이는 훗날 작품의 자양분이 된다.그런데 정작 인생과 예술의 전환점이 된 역사적인 사건은 1967년에 발생했다.

심각한 병으로 죽음의 문턱에 이른 것. 마스크를 쓰지 않고 폴리에스테르와 유리섬유 등으로 거대한 조각품을 만들다가 심각한 폐 질환에 걸려 병원으로 옮겨졌고, 그 후 1년 동안 요양소에서 갇혀 지내야 했던 것이다. “세계로부터 완전히 격리된 이 시기는 정말 악몽과도 같았어요.” 침대에 묶여 보낸 1년 동안 글을 읽거나 간단한 드로잉을 하고, 붕대나 헝겊 같은 가벼운 소재로 옷을 꿰매며 그녀는 고립감에서 벗어나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퇴원 후 이 경험을 바탕으로 초기 퍼포먼스를 탄생시켰다.

입원 당시 디자인한 특이한 의상과 도구로 신체의 자유를 속박하거나 신체의 한 부분을 연장하는 식의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다. 5.5m 높이의 기다란 막대를 수직으로 올려 머리를 연장하거나, 지팡이 길이만 한 장갑을 끼워 손의 길이를 늘리고, 붉은색 튜브를 끼워 팔을 바닥까지 늘어뜨리기도 했으며, 코에 긴 튜브를 끼워 코끼리보다 긴 코를 연출하는 등 여러 조형적 도구를 덧붙여 인체를 확장했다. 이렇게 신체를 통제하고 동시에 확장하는 시도를 통해 타인과의 소통을 꿈꾸었다.

이 당시의 대표적 작품이 ‘유니콘’(1970년)이다. 전설에 나오는 상징적인 동물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으로, 여자의 몸에 띠를 감고 머리에 뿔을 달아 초원을 걷게 했는데, 신화적인 상상력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과 구분된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 <베를린-아홉 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진 연습>(1974/75년)이다. 거울로 만든 옷을 입고 방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 속에서 만나는 방들’, 남녀의 다리 한쪽에 각각 자석을 달아 두 다리가 서로 붙어 함께 움직이도록 한 ‘불성실한 두 다리 붙들어두기’, 실제 자신의 머리를 두 개의 가위로 자르는 장면을 담은 ‘두 개의 가위로 동시에 머리카락 자르기’ 등 9편의 퍼포먼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는 인체뿐 아니라 가위, 자석, 거울 등 각기 다른 매개를 사용해 외부와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전시장에서는 위에 언급한 모든 작품을 볼 수 있는데, 더 많은 작품을 보길 원한다면 다큐멘터리 <과거 가로지르기>(1995년)를 참고할 것. 이 작품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레베카 호른의 회고전 당시 촬영한 것으로, 영화배후 도널드 서덜랜드와의 인터뷰를 포함해 초기의 퍼포먼스를 편집해서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1, 3, 4 영화 <버스터의 침실> 중 스틸 사진, 35mm, 컬러, 음향, 104분, 영어, 1990년.
2, 5, 6 영화 <라 페르디난다> 중 스틸 사진, 35mm, 컬러, 음향, 85분, 독어(영어 자막), 1981년.
7 <베를린-아홉 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진 연습> 중 ‘두 개의 가위로 동시에 머리카락 자르기’, 퍼포먼스 이미지, 1974/75년. 신체를 연장해 외부를 탐색하는 초기 퍼포먼스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작품. 가위라는 기성 오브제를 통해 외부 세계와 만난다.


영상에 문학의 자매 예술
초기 퍼포먼스를 기록하던 영상은 점점 극영화 형태로 발전하는데, 영화 또한 레베카 호른의 예술을 이해하는 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장르다. 호른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고 전문 배우를 캐스팅해 <데어 아인탠저>(1978년), <라 페르디난다>(1981년), 그리고 <버스터의 침실>(1990년) 총 3편의 영화를 완성했다. 스토리보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상징적 요소를 중요시한 탓에 이 영화들은 마치 부조리극을 보는 듯 난해하다.

기이한 인물이 한정된 공간에 등장해 환상적인 영상을 만들어내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넘나든다. 1920년대 전성기를 누린 버스터 키튼Buster Keaton이라는 실제 배우의 행적을 찾아 니르바나하우스라는 요양소로 떠나는 여주인공 미샤의 여정을 그린 <버스터의 침실>만 봐도 지하실에서 뱀을 키우는 가짜 의사, 간호사를 연기하는 신인 여배우, 정신착란에 걸린 피아니스트,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건강한 여자, 프리마돈나와 고용된 그녀의 애인, 양봉가 등 비현실적인 인물이 등장해 서로 얽히고설켜 복잡한 관계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 영화들이 중요한 이유는 그녀 예술의 축이 되는 기계 설치 조각이 그 안에 등장한다는 데 있다. 모터에 의해 날개가 펄럭이는 ‘나비 기계’(2006년)는 <버스터의 침실>에서, 두 개의 빈 그네가 리듬에 맞춰 저절로 흔들리는 ‘은빛 그네들의 대화’(1979년)와 금속 부챗살이 공작새의 꼬리처럼 활짝 펼쳐지는 ‘기계적 공작새 부채’(1979/80년)는 <라 페르디난다>에서 이미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듯 각 영화에 등장한 기계 장치들은 나중에 독자적인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이번 전시에 많은 작품이 전시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 3편이 모두 상영되니 이 영화들과 퍼포먼스 영상을 충분히 감상하려면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방문할 것을 권한다. 

 * 삶의 이면을 탐구하는 독일의 현대 작가 레베카 호른의 개인전이 5월 18일부터 8월 19일까지 로댕갤러리에서 펼쳐진다(월요일 휴무). 설치 작품, 사진 등 20여 점의 작품과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물과 장편 영화 3편을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팁! 로댕갤러리에서는 6월 14월, 28일, 7월 12일, 26일, 8월 9일 저녁 7시에 특별한 음악회를 개최한다. 탱고부터 클래식 공연까지 다양하게 펼쳐지며, 이 음악회는 전시 관람권을 구입하면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문의 로댕갤로리(2259-7781)


기계에 입힌 감성
1980년 이후 레베카 호른은 또 한 번 작품 세계의 변화를 꾀한다. 조각품을 모터나 센서로 서서히 움직이도록 설정해 ‘움직이는 조각’ 이라 불리는 기계 설치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손가락을 폈다 오므렸다 하는 것처럼 커다란 깃털이 펼쳐졌다 접혔다 하는 ‘큰 깃털 바퀴’(1997년), 굴 껍데기가 피아노 건반처럼 자동으로 움직이는 ‘굴조개 피아노’(1992년), 바위가 둘로 갈라지면서 열렸다 닫혔다 하는 ‘바다 암석’(2005년) 등 대부분의 설치 작품이 기계에 의해 다양한 변주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움직이는 조각품이 주는 감동을 지면으로 소개하는 것은 마치 캡처받은 사진 한 장으로 동영상이 주는 감동을 설명해야 할 때처럼 한계가 있다. 그러니 진정한 감동을 원한다면 직접 갤러리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그중에서도 가장 눈여겨봐야 할 작품은 ‘시간은 흐른다’(1990/91년). 이 기묘한 작품은 1920년대 찰리 채플린과 양대 산맥을 이루며 전성기를 보낸 배우 버스터 키튼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영화 <버스터의 침실>역시 그를 기리기 위해 제작했다).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그는 할리우드에 거대 자본이 유입되면서 철저하게 배척되어 불행한 말년을 보낸 인물이다. 호른은 캘리포니아에서 그의 작품을 보고 반해 작품 속 소재로 활용하기까지 했다. 쓰레기처럼 버려진 할리우드 영화 필름 위에 탄광 지역에서 석탄의 매장량을 측정할 때 사용하는 온도계를 꽂고, 한가운데 놓인 버스터 키튼의 신발 위에는 석탄 가루를 뿌렸다. 그리고 천장에는 두 개의 구리뱀이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부딪쳐 스파크를 낸다. 호른은 구두가 놓인 그곳에 버스터 키튼이 실제로 서 있다고 설정하고 그의 에너지, 즉 창조력과 탤런트가 이 스파크를 일으킨다고 상상한다.

에너지 흐름에 관심이 많은 호른은 이렇게 상상력으로 에너지의 흐름을 통제하거나 조절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청색 페인팅 기계’(1999년) 역시 호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작품이다. 기계가 돌아가면서 벽에 잉크를 흩뿌려 자동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이 기계는 작가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작가는 이렇게 기계와 인간을 동일시한 혹은 조합한 작품을 통해 모든 사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강조한다.

기계와 인간, 인간과 동물, 남자와 여자의 조합으로 세상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레베카 호른의 예술 속 주제다. 지난 40년간 퍼포먼스, 기계 설치 조각, 드로잉, 사진 등 장르를 넘나들며 복합 예술을 선보인 레베카 호른. 그녀는 인체를 확장해 조형미를 창조한 조각가이자, 영화를 감독한 행위예술가이며, 정교한 기계로 인간의 삶을 노래한 시인이다. 매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아는 그녀의 탐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1 ‘시간은 흐른다’, 40,000m 할리우드 필름, 석탄, 기체 온도계, 쌍안경, 구리 파이프, 메트로놈, 버스터 키튼의 구두, 금속 장치, 모터, 크기 가변, 1990/91년.
2 ‘예술을 먹는 사람들’, 캔버스, 작은 기계들, 모터, 200×125×10cm, 1998년. 이브 클라인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캔버스에 벌레 모양의 기계가 조금씩 움직여 이 물감을 먹는 장면을 연출했다. 절제 없이 과도한 물감 사용으로만 예술을 표현하려는 일부 추상회화 작가를 비판한 작품.

자전적 미술로 전쟁의 고통을 치유하다
전시 오프닝 전날 로댕갤러리에서 레베카 호른을 만났다. 짙은 오렌지 컬러 헤어가 강렬한 느낌을 주는 그녀는 독일어와 영어를 간간이 섞어가며 질문에 답했다. 작품의 의미를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타입은 아니지만, 짧은 대답에 예술을 완성한 가치 있는 경험을 충분히 녹여낼 줄 아는 노련한 아티스트였다.

이번 전시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여는 개인전으로, 이 전시는 세계 순회전의 일부로 기획되었습니다. 많은 작품을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1970년대 퍼포먼스부터 영화, 그리고 설치 작업까지 다양한 작품을 한 공간에 소개할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세계 순회전이면 다른 나라와 같은 작품이 전시되는 건가요?
네, 대부분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나라의 풍경이나 전시장 사정에 따라 약간씩 달리지기도 하죠. 이를테면 ‘시간은 흐른다’ 같은 작품. 이 전시를 위해 3일 전에 한국에 도착했는데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한국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오밀조밀한 섬들이 모여 있더라고요. ‘시간은 흐른다’는 40,000m의 할리우드 영화 필름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때 하늘에서 본 광경을 떠올리며 배치했습니다. 만약 호주에서 열린 전시였다면 다른 작품이 탄생했겠죠.

작품을 보면 깃털이라는 소재가 많이 활용되었습니다. 깃털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깃털은 제2의 피부와 같아요. 몸을 보호하기도 하고, 접었던 깃을 펴면서 타인에게 나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따라서 보호 수단이자 소통 수단인 셈이죠. 또 깃털은 자유로운 영혼을 의미해요. 깃털 하면 새의 자유로움이 연상되잖아요. 죽으면 육신은 사라지지만 어쩌면 영혼은 깃털을 타고 하늘을 향해 날아갈지도 모르죠.

초기 퍼포먼스에는 끈으로 신체를 묶어 강압하거나 다른 소재를 활용해 신체를 연장하는 작업이 많습니다. 의도적으로 인체에 관심을 두는 편인가요?
한 번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왔죠. 친구들과 함께 사고를 당했고, 그로 인해 세상과 격리되어 지내야 했어요. 병실에 누워 있는 동안 타인과 육체의 관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죠. 인체의 한계와 인간의 나약함에 대해서도요.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전 1944년에 독일에서 태어났어요. 그 당시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었죠. 그 전쟁의 아픔과 상처를 작품으로 치유하고 싶어요. 그래서 유대인 수용소에서 2년 동안 작업을 하며 나치가 저지른 학살과 만행을 작품화하기도 했죠. 희생된 사람들에게는 고통의 치유를, 그리고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는 전쟁이 남긴 아픔의 간접 체험을 전달해 그 과정 속에서 조화로운 하모니를 만들고 싶어요.





655   write no.2   2007/10/03 1043 253
654   Richard Billingham   2007/10/01 1496 353
653   write no.1   2007/09/01 1256 220
652   Philipp Horak   2007/08/27 965 213
651   [interview] 기계인간의 웃음   2007/08/22 891 202
650   박지혁 사진   2007/07/19 1114 225
649   김지양 사진 [2]   2007/07/19 1112 223
648   민성식 그림   2007/07/18 1301 449
647   shine gong   2007/07/06 1202 449
646   phillip toledano [2]   2007/06/29 1055 230
  Rebecca Horn   2007/06/25 2095 477
644   [평론] s e l c a   2007/06/21 1132 448
643   Abelardo Morell   2007/06/09 1058 243
642   Bernar Venet   2007/05/17 1452 371
641   산티아고 시에라(Santiago Sierra)   2007/05/14 8312 1746
640   Karl Blossfeldt   2007/05/14 1147 271
639   Paul Strand [2]   2007/05/05 993 210

[1] 2 [3][4][5][6][7][8][9][10]..[40] [다음 10개]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zero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