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오, 생각외를 글을 잘 쓰시는 걸.0_0 다시금 돌아보게 되는 프린트는 실상 많지 않다. 더군다나,
다시 돌아보면서 놀라게 되는 사진은 더욱더. 매향리 이미지가 사진이어야 하는 이유의 모든 것이, 강용석의 중간 계조안에 들어 있음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사진이 사진가이도록 하는 것은
아니잖을까. 글을 썼단 사실만으로 글을 쓰는 자가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은 가장 은혜로운, 재능이다. .' ) + + +




















매향리 풍경
경기도 화성군 소재의 매향리의 갯벌도 다른 여느 서해안과 마찬가지로 길고 넓으며, 많은 어패류들이 살고 있다. 그러나 이곳이 다른 서해안 갯벌과 한 가지 다른 점은 전쟁터에서나 볼 수 있는 총알과 포탄의 탄피들이 지금도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갯벌에서 약 2km 정도 떨어져 있는 ‘농섬’ 주변에는 더 많은 탄피들이 있다. 어떤 것들은 불발탄인 채로 방치되어 있고, 어떤 포탄은 길이가 1m가 넘기도 한다. 그것들 모두 미군 폭격기가 사격 훈련을 위해 목표물인 ‘농섬’을 향해 쏘아댔던 것들이다. 포탄의 크기만큼 폭음도 크리라 연상된다. 평온한 어촌의 대기를 휘어 가르는 폭음, 상상해 보라. 그 폭음은 대기를 통해 그곳 어촌 마을 집들의 담장과 지붕까지 갈라 놓았다. 또한 그 폭음은 그 동네 어민들의 마음도 갈라 놓고 있다. 해안을 따라 길게 쳐있는 철조망, 갯벌에 나뒹굴고 있는 탄피와 포탄들, 공휴일에만 그곳에 나가 어패류를 채취하는 어민들의 검고 무표정한 얼굴들.
한국 전쟁이 끝난 직후, 1952년 한미 상호 방위 조약에 따라 경기도 화성군 우정면 매향리 일대의 ‘쿤리 사격장’은 50여만 평의 토지와 500여만 평의 연안 해안을 지정하여 미 공군 전용 사격장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사격장은 해상의 사격 목표물인‘농섬’을 중심으로 해상 사격장과 1980년 새로 설치된 해안 지역의 육지 사격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격장으로 지정되기 전까지는 ‘농섬’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해상 사격장 지역이 그곳 어민들의 생계 유지를 위한 어패류 채취의 최적지였다. 1952년 이후, 사격장 조성을 위해 그들의 어장과 농경지를 빼앗긴 주민들은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계속되는 비행기 소음과 포성으로 소음성 난청 등 일상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견디며 생활하고 있다. 또한 빈번하게 발생하는 오폭 사고의 위험으로 인해 주민들의 생활이 위협당할 뿐만 아니라, 언제나 불안과 공포 속에서 그들의 생존권마저도 박탈당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미군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유지를 위해서는 사격장의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매향리 주민들의 이전 요구를 언제나 묵살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나는 매향리 풍경사진을 통해서 단순히 현재의 한반도의 상황이나 전쟁, 그리고 고통만을 담으려 의도하지는 않았다. 1984년 “동두천 기념사진”에서는 사진에 포함된 소재들과 사람들의 표정, 그리고 기지촌 냄새가 풍기는 색들을 통해서 전쟁 이후 우리에게 남겨진 한 지역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드러냈다면, 매향리 풍경사진에서는 지형과 풍경을 감싸는 공기(空氣), 그리고 그것이 사진의 중조 톤(gray tone)으로의 변환되는 것을 통해서 개인적인 의도를 드러내려 했다. 여기서 지형과 풍경을 감싸는 공기는 실제로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그것이 빛의 투영을 통해 사진의 중조 톤으로 환원된 데에는 두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첫 번째는 매향리라는 서해안 작은 마을이 갖는 정치적, 역사적 의미, 두번째는 중조 톤이 갖는 사진적 의미, 즉 감정으로부터의 유리 및 냉정한 접근으로 나누어 그 의미를 파악해 보았다.
우선 이 사진들의 소재가 된 ‘농섬’은 미 공군 사격 훈련의 표적지이다. 만일 실제 전쟁이었다면 표적지는 ‘농섬’이 아니라 어느 도시 또는 어느 마을이 되었을 것이다. 그곳에서 살아 남았던 사람들이 경험했을 그 공포감 이후 갖게될 무력감을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 포탄의 섬광과 함께 대기를 진동하는 폭발음 뒤에 오는 고요 또는 공허함은 그 이후에 살아갈 사람들에게 또 다른 잔인함으로 남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중조 톤의 사진적 의미는 거리두기 이다. 우리가 과거의 많은 전쟁 사진에서 볼 수 있었던 가장 핵심적인 접근은 대상에 대한 감상주의와 감정에 대한 호소였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사진의 기계적 장치와 광학적 특성에 의존하여 거리를 두고 보고자 했고, 또한 사진 인화지가 만들어 내는 인위적인 톤에 의지하였다. 매향리 풍경 사진은 실전 상황은 아니다. 단지 훈련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아군인 미군이 우리의 땅을 침식해 가면서 자기 나라 전쟁도 아닌 남의 나라를 위해 실전같이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이 사진들은 그러한 외세에 의한 침해와 또 다른 의미에서의 약탈을 냉정하게 보고자 한 것이다. 나는 이러한 방식으로 한국 현대사의 회한과 그 비극성을 감정적 개입 없이 주장하고 싶었다.
궁극적으로 매향리는 과거 냉전 이데올로기의 경쟁에서 밀려난 한국적 상황의 상징적 지역으로 남겨져 있다. 이제 그곳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가치로 전락되었다. 현재 매향리에 부여된 정치적, 역사적 의미는 무엇인가를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국 전쟁의 재난이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는 무서운 공포를 서해안의 한 작은 섬은 제 흙을 깎아가면서 감추고 있다.
- 강용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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