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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부 기자들의 연예계 뒷담화 쿵덕같은 분위기라 농도가 넘 떨어지는 글이지만, 역시 자료의 의미로.-_-;;; 쩝, 자료도 이젠 좀 정제해얄 필요를 느끼지만 에르메스에 관한 여려 현상에 갠적인 관심이 있는 고로 퍼다 놓;;;
개인적으론 국내 아트 비엔날레보다 좀더 나은 방식이 아닐까 하지만...음 쨌건 잡음은 없는 방향으로 나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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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2004-12-15 13:34:32, Hit : 321, Vote : 1)
http://www.crazyseoul.com
라운드 테이블 유감
_ 라운드 테이블 유감
라운드 테이블의 원고 정리가 꼼꼼하지 않습니다. 특히 12월의 라운드 테이블은 엉망입니다. 애써 많은 전시를 챙겨보고, 그때그때 작업들에 대한 메모들을 정리해 라운드 테이블을 진행해온 저로서는 대단히 섭섭하고 화가 나는 일입니다. 제가 정리한 최종 원고 ―편집부에 넘긴 수정본― 는 아래와 같습니다. 아래의 원고를 정리하면 지면화된 라운드 테이블의 앙상한 '잡설'이 되는군요. 심히 유감입니다. 좌담이나 인터뷰의 경우, 담당 기자의 열의 있는 에디터쉽이 대화의 생생함과 긴장감, 그리고 논의의 세밀함을 좌지우지합니다. 애써주시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너무하셨습니다. 아트인컬쳐 편집부에 보다 꼼꼼하고 성의 있는 진행과 편집을 촉구합니다.
- 미술·디자인 평론가 이정우 배상 / http://crazyseoul.com [새창에서 열기]
_ 편집부에 넘긴 이정우의 라운드 테이블 최종 원고
이정우 : 이번 2004 에르메스 미술상은 예년에 비해서 훨씬 활기차게 진행된 모습이었습니다. 2000년 제1회에서 장영혜, 2회에서 김범, 3회 박이소가 수상할 때만 해도 에르메스 미술상이 긴장감을 가진, 미술계에 끼칠 영향을 가늠해볼만한 상은 아니었습니다. 작년 4회 때부터 구겐하임의 휴고보스 미술상을 연상시키는 경쟁전시 형태로 변경되면서 노미네이트된 작가들에게 막심한 스트레스를 주게 되었지요. 홍승혜, 양혜규, 서도호가 경쟁전시를 연 결과 서도호가 수상했습니다만, 그래도 올해에 비하면 긴장감이 덜했던 것 같습니다. 올해의 긴장감은 어쩌면 최종 심사위원의 구성이 화려해진 덕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리 미술관의 데이비드 엘리엇 관장이 심사위원장을 맡았고, 삼성미술관의 홍라영 부관장, 룩셈부르크 Grand Duc Jean 근대미술재단의 마리-클로드 보 관장, 경원대학교의 김용익 교수, 한성대학교의 정헌이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초대되었지요. 여러모로 화젯거리가 되기에 충분했기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개막식을 찾았고, 전례 없이 열띤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아주 흥미진진했습니다만, 수상하지 못한 작가들에게는 다소 잔인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전시를 보기 전의 저는 그간의 활동경력으로 보아 정연두씨의 수상이 옳다고 주장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전시를 보니 박찬경씨의 작업이 단연 돋보이더군요. 박찬경씨가 정말 ‘작가’인지에 대해서는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만, 박찬경의 신작 <파워 통로>가 빼어난 수작인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두말할 나위 없는 일격의 작품이지요. 박찬경씨는 냉전 이미지의 전문가로서 탁월한 미적 성취를 이뤄냈습니다. 그는 1990년대의 정치적 예술이 도달하지 못했던 어느 지점에 서서 전례 없는 비평적 예술의 권능을 구사합니다. 그는 분절된 현실과 잘 마름질된 허구, 오래된 미래와 현실화된 상상, 픽션과 논픽션, 상업 영화와 역사적 다큐멘트 등을 뒤섞어 작가의 손과 머리를 통해 (재)구축된 비평적 리얼리티를 제시했습니다. 그의 작업은 역사적 맥락을 가로지르며 그 맥락 자체를 변형시키는데, 그가 한국, 독일, 소련, 미국이라는 상이한 차원들을 지리적, 학술적 관점에 얽매임 없이 자유이동하며 (비)논리적 의미장치를 형성하는 방식은 1997년 카셀 도큐멘타의 “정치-시학politics-poetics”이래 새로운 것입니다. 메타 차원의 ‘정치적 예술’ 이상의 정치-예술, 즉 스스로 정치적 풍경의 일부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 그런 예술이지요.
저는 공간이 정확히 둘로 나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더군요. 말하자면, 좌우로 나뉜 공간은 지첵류의 정신분석학적 방법을 통해 분해해놓은 작품의 외부와 내부 같은 겁니다. 그 두 공간은 사실상 같은 경계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려 보이고 있을 뿐이지요. 국제상황주의자 에두아르도 로테의 명언 ― “소련 우주인 가가린은 우주에서 ”신을 보지 않았다“ 그리고 미국 우주인 보어맨은 조그만 지구를 위해 기도했다Gagarin “did not see God”; Borman prayed for the little Earth“(Eduardo Rothe, ”The Conquest of Space in the Time of Power“, 1969)"는 구절과 아폴로 소유즈 도킹시 우주인들이 나눈 통신 대화문들을 흘겨 읽으며 오른편 방에 들어가면, 사람들은 보통의 작업들에서는 볼 수 없는 작업의 재료들과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보게됩니다. 파워포인트로 제작되어 자동으로 반복되는 프리젠테이션 내용은 ‘냉전의 작은 서사시’라고 부를만한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낯익은 매체를 통해 낯설게 진행되는 이 프리젠테이션은 “미국과 소련은 인공위성 발사 이후 18년 만에 유인 우주선 도킹에 성공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남과 북의 우주선이 도킹하는 것은 2016년이다, 우주에서.”라는 주장으로 시작되어 “남북 우주 랑데부에 관한 영화는 2010년에 제작된다. 분노를 다루지 않는 이 영화는 1950년에 시작된다”는 사이비 과학적 결론으로 끝을 맺지요.
프리젠테이션 관람을 마친 뒤 저는 심한 정신적 멀미감을 느꼈습니다. 숭고한 우주과학 영화의 장면들이 저 높은 어딘가에서 추락해 남한의 땅굴에 처박힐 때, 우리는 비로소 냉전 이미지의 판타즈마고릭한 주술에서 벗어나 섬뜩한 리얼리티를 실감하게 됩니다. 제가 느꼈던 섬뜩한 냉전의 리얼리티가 진짜이건, 아니면 정신이 팔려 프리젠테이션을 보는 동안 작가가 주입한 가짜(파라-리얼리티)이건, 이것은 대단한 힘을 발휘하며 이전에 보았던 자료들을 다시 (재)정렬시킵니다. 과학사 박물관의 한켠인냥 가치 중립적인 모양새로 전시된 패널들과 전시함이 그 섬뜩한 냉전의 리얼리티를 강화시키는 것은 물론이지요.
관객의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날이 선 냉전의 리얼리티는, 왼쪽 방의 어두운 공간으로 이동해 헤드폰을 착용한 채 비디오를 감상할 때에 더욱 큰 힘을 발휘합니다. <마룬드> 등에서 따온 냉전 관련 우주과학 영화의 장면들이 땅굴 속에서 전진하는 이미지들에 의해 이어지는 이 전형적인 비디오 아트는 사실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앞선 이미지-서사의 경험으로 인해 새로운 현실 감각을 획득한 관객들은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도 냉철한 시각으로 이 비디오 작업을 분석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이 비디오 아트는 아주 특별한 것이 됩니다. 이 비디오에서 사운드 트랙은 한국전 이후의 상처를 그린 한국영화의 마지막에서 따온 것인데, 남녀의 신파적인 대화는 오른 쪽 방에서 느꼈던 우주와 땅굴 사이의 낙차를 이미지 상의 낙차 외에 영화 속의 시차로 다시 반복 강조해내는 노릇을 맡더군요.
저는 개막식 이후 <파워통로>를 세 번이나 다시 가서 보았는데, 냉전의 파노라마, 분단, 잊고 지내던 과거의 운동권과 민중미술에 관한 기억들이 단체로 소환되어 한동안 머릿속이 아주 복잡했습니다. 박찬경이란 인물과 여타 포스트-민중미술의 흐름, 고 박모 씨와의 관계, 1990년대의 새로운 미술, 정치적 예술의 한계, 주체사상파, 분단의 철학, 동백림 사건 등등의 이야기들이 유령처럼 제 주변을 맴돌며, 이유 없이 이어지는 파워포인트의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들처럼 계속 질문을 해대더군요 ... 박찬경씨는 1997년의 개인전 <블랙박스; 냉전 이미지의 기억> 도록에 “앤디 워홀에게 도시가 교통사고를 반복해서 찍어내는 ‘외상-이미지’ 공장이라면, 내게는 분단이야말로 ‘걱정-이미지’를 생산하는 대규모 공단이다”라고 적어놓았는데, 저는 이것이 그의 작업의 핵심을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분단에 발목 잡힌 그는 어쩌면 1980년대의 민족주의적 정치사상이 일으켰던 집단적 문제의식을 개인의 성찰적 차원에서 새로이 미학화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역전된 파시즘의 미학처럼 외롭고 무서운 것으로 독해되기도 합니다.
이: 플라잉시티의 작업은 일견 그럴싸해 보이지만,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소위 ‘도시주의’의 작업을 시작한 것은 박찬경씨가 먼저죠. 박찬경씨보다는 신지철씨가 먼저고요. 신지철씨는 1990년대 초 사진, 통계자료, 텍스트 등을 결합하여 미술을 사회학적 기호와 통합시킴으로써 일종의 ‘상황실 미학’을 구축해 보였습니다. 필경 민중미술의 한계를 메타-서사적 다큐멘터리로 극복하고 싶었겠지요. 하지만, 그 결과는 그리 성공적이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1998년 성남프로젝트(박찬경, 박용석, 조지은, 김태헌, 김홍빈, 임흥순, 박혜연)가 시작되며 그 뒤를 이었습니다. 상황주의를 차용해 한국의 도시환경에 접목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이때에 시작된 것입니다. 제가 볼 때 믹스라이스나 플라잉시티는 그 자장 안에 있지만, 불행히도 애초의 문제의식에서 그리 멀리 나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플라잉시티는 상황주의를 비롯해 여러 요란한 담론들을 끌어다대지만 정작 자신들의 일관된 미학적 입장을 도출해내지는 못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박찬경의 작업과 플라잉시티의 작업이 보여준 성패의 대조는 상황주의에 대한 이해의 수준차이에서 나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플라잉시티의 문제는 그들의 말과 그들의 작업이 따로 논다는 데에만 있지는 않습니다. 명백하게 느껴지는 렘 코올하스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들이 렘 코올하스를 언급하는 것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의아하지요. 건축적 접근을 취했음에도 건축의 논리에 대한 세밀한 이해의 부족으로 인해 최종적으로 제시한 “만물공원”은 대단히 아마츄어적인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직도 전통적인 미술의 영역에만 익숙한 분들에게는 재미있는 작업으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건축 등의 디자인 분야의 사람들에게 플라잉시티의 논리와 결과는 조금 민망한 것이었습니다. 아마 플라잉시티의 메타-건축적 프로젝트의 엉성함은 건축분야를 전공한 멤버를 영입하지 않고는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전용석씨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의 잦은 교체 또한 이러한 산만함에 한몫 했겠지요.
이 : 정연두씨의 <원더랜드> 연작은, 작업 제안서 상으로는 그럴싸하게 들리는데, 막상 만들어보면 별로 흥미롭지 않은, 블루프린트 상으로만 재미있는 작업입니다. 사실 정연두 씨의 이번 작업은 제작 초기부터 아이디어가 참 좋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그래서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결과는 반대로군요. 최진욱씨는 포럼에이 게시판에 올린 글 ― “‘박찬경, 플라잉시티, 정연두’의 전시”에서 “근데 이 건 아이디어에 커다란 ‘미쓰’가 있었던 거 같아. 요새 아이들 상상화가 얼마나 ‘뻔’한지 작가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거야. 당연히 시시한 전시가 되고 말았지”라고 했는데, 맞는 말이지요. 사실 문제는 작품의 전시 방식에서 더 증폭되었다고 봅니다. 작업의 핵심이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에 있다면, 전시에서 그 과정을 잘 드러냈어야 할 겁니다. 만약 1200장의 어린이 그림을 모으고, 최종적으로 17장을 추려 아이들의 상상을 허구적 실제로서 구현해내는 과정이 드러났더라면, 정연두의 작업이 지금처럼 지루해 보이지는 않았을 겁니다. 저 같으면 17장의 작업을 한꺼번에 미술상에 내놓지는 않았겠어요. 그건 정말 지나친 ‘올인’이었습니다. 뭐 그런 ‘올인’의 느낌은 박찬경과 플라잉시티에서도, 각기 조금씩 다른 차원에서, 한결 같았습니다만.
이 : 항간에는 “에르메스 미술상에서 이미 박찬경 씨가 수상자로 내정되었다더라”는 식의 악의적인 이야기가 떠돌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지요. 물론 이번 에르메스 미술상은 처음부터 뒷말을 달고 다녔습니다. 1차 심사 결과 플라잉시티, 박찬경, 정연두가 파이널 리스트로 선정되었을 때, 추천자 가운데 한명인 백지숙씨가 추천한 플라잉시티, 박찬경 두 팀 모두 파이널리스트가 되었기 때문에 포스트-민중미술 계열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작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의혹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미술인들이 함부로 떠들 듯 이번 미술상에서 정헌이 교수와 김용익 교수가 박찬경씨를 밀어준 것은 아닙니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로 실명 비판을 행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건 ‘명예휘손’이라는 엄연한 범죄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이번 미술상의 최종심사에서 박찬경씨는 데이비드 엘리엇 관장, 홍라영 부관장, 마리-클로드 보 관장으로부터 3표를 얻었습니다. 한국 미술계에서 ‘비평가 박찬경’은 시대를 가늠하는 아이콘으로 각인되어 있지만, 그들에게 데이비드 엘리엇, 마리-클로드 보 관장에게는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중량감 있는 신인으로 보였을 겁니다. 반면, 정헌이 교수와 김용익 교수는 플라잉시티에 표를 던졌습니다. 정연두씨가 한 표의 지지도 얻지 못한 것은 아주 의외의 결과였지요.
이 : 오는 2005년의 베니스 비엔날레는 김선정씨의 이력에 중요한 기점이 되겠지요. 돌이켜보면 김선정씨가 1990년대 한국현대미술에 끼친 영향은 지대합니다. 1993년 휘트니비엔날레가 한국에 수입되는 과정에서의 중요한 역할을 맡기 시작해, 1995년 <싹>전을 시발점으로 젊은 작가들의 후원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고, <아시아 산보: 속도>전, <팬시 댄스 - 1990년 이후의 일본 현대미술>, <양광찬란> 등의 크고 작은 기획전을 통해 동아시아 미술의 새로운 흐름의 형성에 기여하는 등 그 영향은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오너가 직접 큐레이팅을 한다고 냉소적인 비판을 듣기도 했습니다만, 저는 그만큼 큰 시각과 감각을 가진 큐레이터가 과연 몇이나 되냐고 반문하게 됩니다. 되려 문제는 아트선재센터를 떠나는 그의 모습입니다. 그간 수 차례 아트선재센터를 떠난다는 소문이 돌았고, 결국 2004 에르메스 미술상 전시가 그의 마지막 부관장직 수행이 되는 모양입니다만, 그렇게 떠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가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원장 현기영)의 공식 발표 자료를 보니 “1993-004 아트선재미술관(경주), 아트선재센터(서울) 부관장”으로 되어있더군요. 사임의 변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아트선재센터는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는 것인가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을 책임지게 된 김선정 커미셔너가 어떤 작가로 승부를 걸지 궁금합니다. 최근 지나치게 젊은 작가 위주로 돌아가는 미술계가 문제라며 중견작가들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던 것으로 미뤄보면, 윤동구씨를 선택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만, 알 수 없죠. 저는 관객의 입장에서 최정화씨가 한국관의 작가로 선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990년대의 상징인 최정화는 그간 우리 미술계에서 은근히 홀대받았어요. 작가 자신의 처신이나 행보도 문제가 없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미술관에서 개인전 한번 못 가진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물론 작가 선정이야 커미셔너의 권한이니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겠지요. 그래도 한가지 바람을 덧붙이고 싶네요. 제발 여러 명의 작가를 선택하지 말아주세요. 2년마다 꼬박꼬박 열리는 전시인데, 한꺼번에 3명의 작가를 데려가면, 대형 작가가 어디 남아나나요? 필경 이번엔 두 명을 선정하겠지만, 가능하다면 좀 ‘아방’하게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해 작가에게 보다 큰 기회를 주었으면 하는 겁니다.
이: 그러고 보니 촌스럽게 생긴 한국관 건물을 윤동구씨가 작업으로 포장해 버리면 그것 참 재미나겠군요.
이 : 굴지의 상업화랑들에서 본격적으로 2세들의 후계구도가 그려지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일이죠. 선수는 국제 갤러리가 치고 나온 것 같았지요. 수지김 이사가 갤러리의 기획과 운영을 책임지게 되고 챨스김 사장이 레스토랑과 와인 바의 운영과 회계 등을 맡게 되면서 2세 구도를 명확히 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전시와 작품 판매에도 급격하지는 않더라도 변화가 있을 것은 분명합니다. 갤러리 현대의 경우 도형태 이사의 존재감은 예전부터 컸지만, 얼마 전 일간지에 박명자 사장의 은퇴 의사가 보도된 이후 도형태 이사가 오너로서 갤러리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가에 적잖은 관심이 몰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갤러리 현대에서 와인 바와 함께 ‘두가헌’이라는 새로운 갤러리의 문을 열며 <김환기-한용진 2인전>과 <장욱진전>, 그리고 <송영방, 김종학, 이영학>전을 이어 개최한 것은 의미심장해 보입니다. 개화기의 건물에 마련된 새로운 전시공간은 노대가들과 작고작가들의 영역으로 규정된 것이죠. 이는 건물의 성격상 자연스러운 선택 같아 보입니다만, 그보다는 갤러리현대의 본관에서 젊은 작가들을 전시하고자하는 포석이 깔려있을 겁니다. 앞으로 어떤 젊은 작가들을 선택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순간이지요. 앞으로 갤러리 현대와 국제 갤러리의 양강체제는 보다 경쟁적으로 변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국공립미술관들과 대기업의 미술관들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대안공간들이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상업 화랑의 영향력은 전례 없이 커질 가능성도 있지요.
이 : 작가로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죠. 그 ‘소기의 목적’이란 제가 보기에 미술관이라는 제도의 비판과 성찰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홍보와 입지의 마련이겠지요. 최소연씨는 미술관에 대한 기존의 비판과 NGO 활동에 대한 사회적 호감, 사회운동의 제도적 기능을 뒤섞어 최고의 보도자료를 뽑아낼 수 있는 작업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대체 핵심이 뭘까요? 미술관의 사진을 찍어 미술관의 외곽을 오려 접어 내린다고 이게 사회적 비판이 되나요? 이번 전시야말로 정치적 예술이 진정성을 상실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최악의 형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봅니다. 작가는 NGO 활동의 형태를 빌어 미술관에 대한 비판 담론에 기생하며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려 들뿐입니다. 이런 종류의 예술은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희박하지요. 작가는 자신이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미술관의 큐레이터가 자신의 “접는 미술관”의 활동원으로 가입했다고 자랑하곤 하는데 그건 되려 작업에 비판적 실효성과 힘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쌈지에서 가졌던 작가 프리젠테이션에서 성완경 선생이 작가에게 물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미술관 제도를 비판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작가가 생각하는 자본주의는 무엇입니까?” 이에 대한 작가의 대답은 “모르겠습니다”였습니다.
이 : 인사미술공간이나, 사루비아 다방, 쌈지와 창동스튜디오 등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신인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을 알리고 작가활동의 기틀을 잡아 나가는 기회의 공간입니다. 따라서 경험이 일천한 젊은 작가들로서는 갤러리에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잘 알기 어렵지요. 인사미술공간 측의 전시개최태도와 공간연출능력에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우선 기획자인 반이정씨의 글은 화자의 설정이 잘못되었습니다. 그는 작가의 작업을 소상히 소개하는 데에 할애되어야 할 지면에 자신이 송상희의 작업을 조우한 경험과 자신이 송상희의 작가 생활에 기여한 바를 이야기했습니다. 인사미술공간의 전시에 관한 한 자신은 기획자이지 평론가가 아니라는 점을 잊은 게 아닐까 싶더군요. 게다가 “한국의 국모國母의 불의의 시해사건” 같은 문제적 표현에 따옴표를 쓰는 것을 잊었더군요. 아무튼 그 글 덕분에 작가는 온라인 게시판에서 엉뚱한 비난과 비판을 받았습니다. 억울한 일이지요.
전시공간연출의 문제는 우선 열악한 기자재에서 발생하더군요. 기자재 문제를 작가들이 알아서 책임지도록 하거나, 영상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많이 선정하면서 성능 좋은 빔프로젝터나 대형 액정 스크린 하나 마련해놓지 않는 것은 일종의 태업입니다. 예산이 부족해 사지 못한다면 기업 협찬이라도 받아야지요. 물론 인사미술공간은 조명도 문제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송상희>전의 <국립극장>은 부산비엔날레에서 보았던 그 <국립극장>이 아니더군요. <영부인 A>의 경우도 부산에서와 달리 낮게 설치되었기 때문에 기묘한 숭엄의 응시라는 조건이 잘 성립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극장>, <영부인 A>, <푸른 희망> 연작 등은 수작입니다. 역사적 이미지들로부터 어떤 성찰성을 끌어내기 위해서 작가는 스스로 육영수로 분해 저격의 순간을 반복하거나, 애국심의 눈물을 흘려 보입니다.
최근 들어 육영수의 맏딸인 박근혜가 어머니의 드레스코드와 헤어스타일을 그대로 차용해 초인적인 보수 정치인으로서의 입지를 획득하고자 노력해왔기 때문에, 송상희의 기이한 이미지 게임은, 자연스레, 다양한 층위에서 독해됩니다. 하지만 송상희의 '의미하는 장치'들이 미리 정해진 결론을 향해 작동하지는 않습니다. 바로 그 점이 송상희의 작업을 좌파 출신 작가들의 우울-갑갑한 ‘사회비판적 작업'들과 다르게 만듭니다. 이러한 차별화는 어쩌 보면 작가가 의미의 장치를 교묘하게 구사한 결과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작가의 체질적 특성 덕분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 : 송상희씨의 얼굴은 정말 ‘보통’이지요. 가까운 과거를 살았던 한국 여성들의 전형적인 얼굴 사진을 모아 만든 몽타주 같달까요. 송상희씨의 얼굴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개성이 없는 "무"의 경지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어떠한 이미지건 연출이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왼손 없는 버스 안내양, 돼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마리아, 눈물 흘리는 육영수 여사 등을 천연덕스럽게 연출해내는 배경에는 그만의 육체적 장점이 숨어있습니다. 이러한 육체적 장점(?) 외에 그만의 성격적 장점을 꼽자면 역시 천연덕스러움을 들 수 있겠어요. 천연덕스러움은 ‘뻔한 거짓말’로서의 설치작업인 <버려진 알>이나 <태평성대를 꿈꾸는 호랑이>에서 최고의 효과를 거둡니다. <버려진 알>에서 그는 가짜 알을 은평구 녹번동의 쓰레기장에 가져다 놓고는 이상한 설화를 적은 설명문을 벽에 붙여 놓았는데, 이는 일차적으로 단순한 소격효과를 가지는 병치에 불과하지만, 자연스레 장소의 역사성, 혹은 장소의 역사화, 성역화 등과 맞물리면서 괴묘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이 : 오랫만에 보는 선량한 전시였습니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소박한 믿음이 있었지만, 신물나는 독설과 우울증은 동반되지 않았습니다. 초기의 민중미술이 세상을 바라보는 선량한 눈을 가지고 많은 일을 해냈듯이, 김상돈씨도 자신의 선량한 시선을 통해 많은 일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새롭고 바르게 보는 일'을 제안하는, 선량하게 힘있는 작업들을 사회에 베풀어주시길 바란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제 마음에 든 작업들은 주상복합건물들이나 아파트에 대한 사회적 논평들이 아니라, 새싹들과 참새들처럼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 존재조차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분명히 우리와 공존하고 있는 생태계의 이웃들에 관한 다큐멘테이션 작업들이었습니다.
주상복합건물들이나 아파트에 대한 작업들에서는 아직 작가의 숙고와 자료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논평에서 작업의 성패는 ‘사회적 조각social plastics’을 이루는 사회적 사실과 서사, 그리고 작가의 숙고가 군더더기 없이 하나의 ‘의미하는 구조체’를 형성해내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따라서 작가는 리서치를 통해 작업에서 다루고자 하는 문제의 최고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보지요. 박찬경씨의 <파워 통로>가 성공적일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이라는 제3세계에서 조망하는 냉전 이미지에 관한 한 그가 최고의 전문가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가 인공위성이 어떻게 도킹하는 지에 대해서 정확한 과학적 지식을 습득, 축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그 실제와 허구의 사건들이 어떻게 시작되어 언제 어떻게 어떤 이미지의 권능을 행사했는지에 관해서 만큼은 최고의 전문가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따라서 김상돈씨의 조감도 작업들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한국의 건축/부동산 시장의 이미지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리서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그가 부동산 경기에 관해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겠지만, 건축/부동산 시장의 한 부분을 구성하는 이미지들의 판타스마고릭한 역동성에 관해서는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야만 하겠지요.
반면에 <입주를 축하합니다>란 전시 제목에 맞물린 화환 작업은 귀여웠습니다. 한국의 화환 문화는 재미나지요. 조금 더 후벼팔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주요 인사의 부친이나 모친이 돌아가셨을 경우, 장례식장에서 화환의 배열은 소위 분야별, 인물별 위계를 명확히 보여주잖아요? 화환만 가지고도 대형 다큐멘터리가 제작 가능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전시는 제목과 달리 그리 축하를 받지는 못한 것 같더군요. 김상돈씨가 풀이 뽑은 올해의 신인이라면, 당연히 풀과 관련된 주요 인물들이 오프닝을 주재해 주어야 합니다. 누군가 나서서 오프닝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신인 작가를 소개해주는 호스트의 역할을 맡았어야 하겠지요. 갑자기 추워졌던 날씨 탓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썰렁한 전시장 풍경은 씁쓸하더군요. 필경 느지막히들 오셨겠지만, 남의 잔치가 아닌 마당에 늦게 오시는 것은 ‘직무 태만’이 아닐까요?
이 : 정주영씨의 개인전 <경계위의 산>은 안타까운 전시였어요. 1990년대 후반엔 대성할 재목으로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이었는데, 상당히 위축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는 1996년에서 2002년도까지 김홍도, 정선 등의 그림을 부분 확대해서 그리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한국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개념적으로 잘 정위된 작업이었습니다. 재현의 문제와 운필의 문제 등을 한꺼번에 다룰 수 있는 야심찬 기획이었지요. 그러나 이번에 선보인 작업은 자신이 예전에 성취했던 바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실망스럽더군요. 만약 이번에 선보인 실경 작업들이, 자신이 실제의 풍경을 마주하고 앉아 그린 한 폭의 그림에서 다시 일부분을 확대해 완성한 그림들이었다면 설득력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작가는 그냥 산을 마주하고 앉아 산세의 일부분에서 얻은 패턴으로 반추상화를 그려내고 말았더군요. 저는 정주영씨가 예전의 실험을 다른 각도에서 더 파고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 실체와 빛 그리고 그림자를 동원해 분석철학적으로 회화의 본령을 탐구하는 작가의 의식은 훌륭합니다. 하지만 작업들은 완성된 형태로 보이지 않고 일종의 프로토타입 같아 보이더군요. 예를 들어 그림자를 그린 경우, 논리의 게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첫 응시의 순간에서만큼은 그림자인지 그림자의 그림인지 구분이 가지 않아야 합니다. 캔버스 뒤에 철사를 넣어 볼록한 저부조의 형상을 만든 것과 볼록하게 튀어나온 것을 그려놓은 경우, 분명히 처음엔 구별이 가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나 붓질한 흔적이 확연히 보이기 때문에 게임의 장치가 즉각적으로 탄로 나고 맙니다. 따라서 저는 좀더 디테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봅니다. 조명의 조건도 일정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당연히 훨씬 더 어두워야지요. 다음 전시에서는 보다 정교해진 작품들을 기대하겠습니다.
이 : 저는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2004 에르메스 미술상> 전시와 <송상희>전이 제일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최악의 전시로는 <접는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LEEUM’을 접다!!!>를 꼽겠습니다.
조금은거칠게 (2004-12-15 16:31:41)
이것을 읽고 보니, "아트인컬쳐 라운드테이블"은 심하게 짜집기 되었다는 것인가?
뭐냐 이 심한 혼람감은...
헬로미미 (2004-12-15 20:01:04)
나 솔직히 읽는 것을 많이 싫어해--;
그래도 이정우 아찌글은 읽을만 해, 내용이야 어찌되었든 지루하지 않거든.
나 단지 비틀즈 팬이라는 이유로 오노요코를 많이 싫어했었어.
근데 아찌가 예전에 미술세계에 쓴 오노요코전 글 보고 오노요코가 좋아지더라고. 본데로 느낀데로 재밌게 쓴 글이 내게 변화와 가르침을 준거지.
근데 아찌 글 중에 아찌하고 친분있는 사람들에대한 글은 좀 그렇고 그래.
아찌의 날카로운 펜을 아찌의 따듯한 정이 감싸서 뭉퉁해 지더라고.
그래도 억지스러운 거짓말은 안하지만.
내가 볼때 이정우 아찌는 소심하면서 착한 사람같아.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도 많이 받았을 것 같아.
hyperjh (2004-12-15 20:06:49)
하하하~
라운드 테이블 편집은 어떤식의 정치적 의식을 달성하기 위해선가요^^
덴장...또 웃다가 죽겠다잉!
다른 사람들 글도 편집 당했다면 함 원문을 보고 싶네요...
김준기,양정무님 글도...
미치겠따~
PS
이정우님의 용기있는 유감표명에는 뜨거운 정열이 느껴져서 좋다^^
더욱 솔직하고 날카로운 또한 참지도 않는 이정우님의 글을 기대해본다.
슈퍼액션 (2004-12-16 01:37:53)
김복기 주간의 마지막 에디토리얼 이후, 또한번 뒷통수를 맞습니다.
현장에 모여 생생하게 이뤄진 대화가 아니라, 원고를 보내어 편집인이 짜집기를 했다는 겁니까?
만약 그랬다면.. 이건 완전히 장님에게 지렁이 고기 먹이기네요.
강퇴의 추억 (2004-12-16 02:02:56)
먼 말인지 몰겠다..
이정우 (2004-12-16 14:06:45)
읽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슈퍼액션님, 완성도 높은 좌담 기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실제의 좌담을 녹음한 자료를 바탕으로 녹취록을 만들고, 편집부가 1차 편집한 녹취록을 다시 패널들이 수정, 보완한 뒤, 편집부의 최종 편집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원고를 쓰는 것보다 더 손이 많이 가는 공예적 과정이지요.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토론의 생생함은 물론 깊이있는 담화 또한 '남의 이야기'가 되고 말지요. 저널리스트의 세계에서 왜 인터뷰와 좌담이야 말로 아무 기자나 다룰 수 없는 '아트'의 영역이라고 하겠어요?
Dunpeel (2004-12-16 14:21:13)
이정우 선생님, 토탈미술관에서의 "당신은 나의 태양" 전 관련 인터뷰 잘 봤습니다.
시간관계상 모든 분들의 인터뷰를 모두 보지 못해 아쉬워 - 따로 영상을 구입할 수 없을까 하고 전시장쪽에 물어보니, 방법이 없더군요.
시대별로 작가를 묶어 영상을 판매하면 좋았을텐데...
(소수의 구입 희망자를 위해 제작한다는 것은 무리인가 - -; )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라운드테이블 지면 제작비용과 영상제작비용이 같다면, 별책부록으로 영상물(CD or DVD) 라운드테이블을 만들면 어떨까 하고요.
현실에 맞지 않더라도, 생각은 해 볼 수 있는 거죠^^
슈퍼액션 (2004-12-16 14:51:30)
먼저 이정우님의 좋은 답변과 비현실적일지라도 이뤄지길 바라는 던필님 아이디어에 감사.
to. 강퇴의 추억님
이전에 이곳 게시판에 김복기 주간의 마지막 에디토리얼이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내용상으로 볼때나 당시 분위기로 볼때, 아트인컬쳐가 폐간과 관련되었다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글이었습니다.
이에 이곳에서 한참동안 그에 대한 다양한 대화가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김복기 주간의 글이 올라온 것이었죠. (퍽!!!)
당시 어찌나 황당하던지.
"장님 지렁이고기 먹이기"는 설화의 내용입니다.
"며느리가 남편 출타 중 장님인 시어머니에게 지렁이를 잡아 조리해 드렸는데, 아들이 오자 시어머니는 아들에게 봉양을 잘한 며느리를 칭찬하며 며느리가 해 준 고기를 보였더니, 아들이 그것은 지렁이라고 소리쳤다는..."
"아트인컬쳐 라운드 테이블을 보고, 지금까지 늘 평등과 자유를 상징하는 라운드테이블에 패널들이 둘러 앉아 대화를 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정우님의 라운드 테이블 원고를 보니 그것이 그게 아니었더라는..."
simple (2004-12-16 14:59:17)
슈퍼액션/ "아트인컬쳐 라운드 테이블을 보고, 지금까지 늘 평등과 자유를 상징하는 라운드테이블에 패널들이 둘러 앉아 대화를 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정우님의 라운드 테이블 원고를 보니 그것이 그게 아니었더라는..."
이정우/ "슈퍼액션님, 완성도 높은 좌담 기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실제의 좌담을 녹음한 자료를 바탕으로 녹취록을 만들고, 편집부가 1차 편집한 녹취록을 다시 패널들이 수정, 보완한 뒤, 편집부의 최종 편집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원고를 쓰는 것보다 더 손이 많이 가는 공예적 과정이지요.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토론의 생생함은 물론 깊이있는 담화 또한 '남의 이야기'가 되고 말지요. 저널리스트의 세계에서 왜 인터뷰와 좌담이야 말로 아무 기자나 다룰 수 없는 '아트'의 영역이라고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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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트 인 컬춰에 실린 원문
이정우 : ‘냉전’이라는 주제를 갖고 상당한 수준의 정치적 논평을 할 수 있는 미적 장치를 만든다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박찬경 씨의 이번 작업은 그 점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봐요. 게다가 기존의 미디어 아트들이 갖고 있는 비평의 한계를 잘 이용했거든요. 박찬경 씨가 ‘냉전’이라는 주제를 갖고 작업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어요. 이번 작품을 보면 상당한 분량의 리서치를 했다는 인상이 들더군요. 저는 공간이 정확히 둘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어요. 물론 작업이야 별반 새로울 게 없었습니다. 영화에서 따 온 땅굴이미지와, 사운드 트랙까지…. 정리하자면, 이번 전시에 출품한 박찬경 씨의 작업은 그다지 나쁜 작업도 아니고, 어마어마한 작업도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작업이 굉장히 논리적이라는 거죠. 오른쪽 방에 들어가면 파워포인트를 통해 프리젠테이션이 이루어지잖아요. 이건 바로 작가들이 간단한 작업을 하더라도 큐레이터나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행위의 뒷면을 치고 들어간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작업의 앞뒷면을 볼 수 있게 한 겁니다. 물론 냉전의 이미지에서 제3세계와 제1세계의 문제, 그리고 시차와 낙차까지 느끼게 한 그의 작업은 전직 운동권으로서의 기생 리얼리티를 심어주는, 일종의 의식화 정치라고 볼 수 있어요. 남북분단 문제를 가지고 이렇게 힘있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한국 민중미술 역사에서 아주 특이할 만한 일입니다.
2) 편집부에 넘긴 이정우의 라운드 테이블 최종 원고
이정우 : 이번 2004 에르메스 미술상은 예년에 비해서 훨씬 활기차게 진행된 모습이었습니다. 2000년 제1회에서 장영혜, 2회에서 김범, 3회 박이소가 수상할 때만 해도 에르메스 미술상이 긴장감을 가진, 미술계에 끼칠 영향을 가늠해볼만한 상은 아니었습니다. 작년 4회 때부터 구겐하임의 휴고보스 미술상을 연상시키는 경쟁전시 형태로 변경되면서 노미네이트된 작가들에게 막심한 스트레스를 주게 되었지요. 홍승혜, 양혜규, 서도호가 경쟁전시를 연 결과 서도호가 수상했습니다만, 그래도 올해에 비하면 긴장감이 덜했던 것 같습니다. 올해의 긴장감은 어쩌면 최종 심사위원의 구성이 화려해진 덕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리 미술관의 데이비드 엘리엇 관장이 심사위원장을 맡았고, 삼성미술관의 홍라영 부관장, 룩셈부르크 Grand Duc Jean 근대미술재단의 마리-클로드 보 관장, 경원대학교의 김용익 교수, 한성대학교의 정헌이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초대되었지요. 여러모로 화젯거리가 되기에 충분했기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개막식을 찾았고, 전례 없이 열띤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아주 흥미진진했습니다만, 수상하지 못한 작가들에게는 다소 잔인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전시를 보기 전의 저는 그간의 활동경력으로 보아 정연두씨의 수상이 옳다고 주장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전시를 보니 박찬경씨의 작업이 단연 돋보이더군요. 박찬경씨가 정말 ‘작가’인지에 대해서는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만, 박찬경의 신작 <파워 통로>가 빼어난 수작인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두말할 나위 없는 일격의 작품이지요. 박찬경씨는 냉전 이미지의 전문가로서 탁월한 미적 성취를 이뤄냈습니다. 그는 1990년대의 정치적 예술이 도달하지 못했던 어느 지점에 서서 전례 없는 비평적 예술의 권능을 구사합니다. 그는 분절된 현실과 잘 마름질된 허구, 오래된 미래와 현실화된 상상, 픽션과 논픽션, 상업 영화와 역사적 다큐멘트 등을 뒤섞어 작가의 손과 머리를 통해 (재)구축된 비평적 리얼리티를 제시했습니다. 그의 작업은 역사적 맥락을 가로지르며 그 맥락 자체를 변형시키는데, 그가 한국, 독일, 소련, 미국이라는 상이한 차원들을 지리적, 학술적 관점에 얽매임 없이 자유이동하며 (비)논리적 의미장치를 형성하는 방식은 1997년 카셀 도큐멘타의 “정치-시학politics-poetics”이래 새로운 것입니다. 메타 차원의 ‘정치적 예술’ 이상의 정치-예술, 즉 스스로 정치적 풍경의 일부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 그런 예술이지요.
저는 공간이 정확히 둘로 나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더군요. 말하자면, 좌우로 나뉜 공간은 지첵류의 정신분석학적 방법을 통해 분해해놓은 작품의 외부와 내부 같은 겁니다. 그 두 공간은 사실상 같은 경계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려 보이고 있을 뿐이지요. 국제상황주의자 에두아르도 로테의 명언 ― “소련 우주인 가가린은 우주에서 ”신을 보지 않았다“ 그리고 미국 우주인 보어맨은 조그만 지구를 위해 기도했다Gagarin “did not see God”; Borman prayed for the little Earth“(Eduardo Rothe, ”The Conquest of Space in the Time of Power“, 1969)"는 구절과 아폴로 소유즈 도킹시 우주인들이 나눈 통신 대화문들을 흘겨 읽으며 오른편 방에 들어가면, 사람들은 보통의 작업들에서는 볼 수 없는 작업의 재료들과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보게됩니다. 파워포인트로 제작되어 자동으로 반복되는 프리젠테이션 내용은 ‘냉전의 작은 서사시’라고 부를만한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낯익은 매체를 통해 낯설게 진행되는 이 프리젠테이션은 “미국과 소련은 인공위성 발사 이후 18년 만에 유인 우주선 도킹에 성공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남과 북의 우주선이 도킹하는 것은 2016년이다, 우주에서.”라는 주장으로 시작되어 “남북 우주 랑데부에 관한 영화는 2010년에 제작된다. 분노를 다루지 않는 이 영화는 1950년에 시작된다”는 사이비 과학적 결론으로 끝을 맺지요.
프리젠테이션 관람을 마친 뒤 저는 심한 정신적 멀미감을 느꼈습니다. 숭고한 우주과학 영화의 장면들이 저 높은 어딘가에서 추락해 남한의 땅굴에 처박힐 때, 우리는 비로소 냉전 이미지의 판타즈마고릭한 주술에서 벗어나 섬뜩한 리얼리티를 실감하게 됩니다. 제가 느꼈던 섬뜩한 냉전의 리얼리티가 진짜이건, 아니면 정신이 팔려 프리젠테이션을 보는 동안 작가가 주입한 가짜(파라-리얼리티)이건, 이것은 대단한 힘을 발휘하며 이전에 보았던 자료들을 다시 (재)정렬시킵니다. 과학사 박물관의 한켠인냥 가치 중립적인 모양새로 전시된 패널들과 전시함이 그 섬뜩한 냉전의 리얼리티를 강화시키는 것은 물론이지요.
관객의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날이 선 냉전의 리얼리티는, 왼쪽 방의 어두운 공간으로 이동해 헤드폰을 착용한 채 비디오를 감상할 때에 더욱 큰 힘을 발휘합니다. <마룬드> 등에서 따온 냉전 관련 우주과학 영화의 장면들이 땅굴 속에서 전진하는 이미지들에 의해 이어지는 이 전형적인 비디오 아트는 사실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앞선 이미지-서사의 경험으로 인해 새로운 현실 감각을 획득한 관객들은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도 냉철한 시각으로 이 비디오 작업을 분석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이 비디오 아트는 아주 특별한 것이 됩니다. 이 비디오에서 사운드 트랙은 한국전 이후의 상처를 그린 한국영화의 마지막에서 따온 것인데, 남녀의 신파적인 대화는 오른 쪽 방에서 느꼈던 우주와 땅굴 사이의 낙차를 이미지 상의 낙차 외에 영화 속의 시차로 다시 반복 강조해내는 노릇을 맡더군요.
저는 개막식 이후 <파워통로>를 세 번이나 다시 가서 보았는데, 냉전의 파노라마, 분단, 잊고 지내던 과거의 운동권과 민중미술에 관한 기억들이 단체로 소환되어 한동안 머릿속이 아주 복잡했습니다. 박찬경이란 인물과 여타 포스트-민중미술의 흐름, 고 박모 씨와의 관계, 1990년대의 새로운 미술, 정치적 예술의 한계, 주체사상파, 분단의 철학, 동백림 사건 등등의 이야기들이 유령처럼 제 주변을 맴돌며, 이유 없이 이어지는 파워포인트의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들처럼 계속 질문을 해대더군요 ... 박찬경씨는 1997년의 개인전 <블랙박스; 냉전 이미지의 기억> 도록에 “앤디 워홀에게 도시가 교통사고를 반복해서 찍어내는 ‘외상-이미지’ 공장이라면, 내게는 분단이야말로 ‘걱정-이미지’를 생산하는 대규모 공단이다”라고 적어놓았는데, 저는 이것이 그의 작업의 핵심을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분단에 발목 잡힌 그는 어쩌면 1980년대의 민족주의적 정치사상이 일으켰던 집단적 문제의식을 개인의 성찰적 차원에서 새로이 미학화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역전된 파시즘의 미학처럼 외롭고 무서운 것으로 독해되기도 합니다.
슈퍼액션 (2004-12-16 15:18:00)
to. 이정우님.
"슈퍼액션님, 완성도 높은 좌담 기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실제의 좌담을 녹음한 자료를 바탕으로 녹취록을 만들고, 편집부가 1차 편집한 녹취록을 다시 패널들이 수정, 보완한 뒤, 편집부의 최종 편집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원고를 쓰는 것보다 더 손이 많이 가는 공예적 과정이지요.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토론의 생생함은 물론 깊이있는 담화 또한 '남의 이야기'가 되고 말지요. 저널리스트의 세계에서 왜 인터뷰와 좌담이야 말로 아무 기자나 다룰 수 없는 '아트'의 영역이라고 하겠어요?"
이정우 선생님께서 위와 같은 답변을 남겨주셨는데요.
먼저 위에 남겨주신 답변에 대한 정확한 해석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1. "아트인컬쳐 라운드테이블은 앞으로 이러한 과정으로 완성되어야 하다"는 것을 말하는 겁니까?
2. "현제 아트인컬쳐 라운드 테이블은 이러한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는 겁니까?
3. "아트인컬쳐 라운드 테이블은 이러한 과정으로 진행되나, 진행상에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것 입니까?
4. "현제 아트인컬쳐 라운드 테이블은 현장의 좌담없이, 필자의 원고를 짜집기해 완성된다"는 것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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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아트인컬쳐 라운드 테이블이 이정우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진행되고 있다면,
이정우님이 올린 원고는 "1차 편집한 녹취록을 다시 패널들이 수정, 보완" 하는 과정의 패널 최종원고가 되겠죠.
그렇다면 이것또한 문제 입니다.
어째서, 패널이 좌담에서의 자기 발언을 수정 보완 할 수 있는 것 입니까?
그렇다면, 패널이 모여 좌담을 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아트인컬쳐의 라운드 테이블을 매달 고맙게 읽고 있으면서도, 이러한 글을 계속 남기게 되어, 아트인컬쳐 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달합니다.
그래도 확실하게 해야 할 부분이라 여겨져 이렇게 잡고 늘어지는 것이니 이해해 주세요."_ 슈퍼액션
장쯔이 (2004-12-16 16:27:14)
방금 전 어느 네티즌으로부터 이멜을 받았습니다
어제 제가 올린 '사과 리플'이 삭제되었는데... 무슨 이유냐고...
'장쯔이 사과 리플 삭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트 인 컬춰에서 올려주신 라운드 테이블 원고를 보고
네티즌들께서 논의했던 이정우님의 진술에 대해 다른 시각,
즉 저는 이정우님의 진술을 '비딱하게 읽기' 했습니다
근데 어제 이정우님께서 아트 인 컬춰 편집부에 보냈다는
자신의 진술에 대한 최종원고를 이곳에 올려주셨습니다
저는 이정우님의 '라운드 테이블 유감'이라는 제목으로
올려진 이정우님의 최종원고를 읽고 제가 행했던
'삐딱하게 읽기'에 대해 사과 리플을 이곳에 달았습니다
근데 오늘 이정우님께서 이곳에 리플을 하셨는데
그 리플을 읽어보는 순간 '이건 아니다' 싶었지요
물론 이정우님은 아트 인 컬춰에 자신의 진술에 대한
최종원고를 보냈다고 하지만
아트 인 컬춰에 실린 자신의 진술에 대해서는 아무런
'자기반성'을 하지 않았더군요
아트 인 컬춰 편집부가 이정우님의 최종원고를 어느 정도까지
참작했는지는 저로써는 모르는 바이지만...
자신의 진술에 대해 문제(횡설수설로 인한 '오독'?)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렇지 않고서 이곳에 최종원고를 올릴 이유도 없었겠지요)
적어도 '아트 편집부에 대한 유감 표시'(아트용)로 국한치 않고
'자기반성도 했어야 한다'(독자용)고 저는 생각합니다
(유감은 유감이고 반성은 반성이라고 말입니다)
허나, 이정우님은 모든 문제를 아트 편집부에게 떠맡기는
행동을 취했다고 저는 판단, 저의 사과 리플을 삭제했습니다
덧붙여, 아트의 라운드 테이블은 아트가 직접 이곳에 올린 게시물입니다
그러나 어제 이정우님의 최종원고를 게시한 이후 아트는 아직까지
아트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적어도 자신이 올린 게시물이고, 라운드 테이블에 대한 독자/네티즌의
생각을 수렴하고 싶다면, 이곳에 아트가 직접 올린 게시물과 관련된 사항에
최소한의 반응/답변은 있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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