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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적으로 독일 사진이 점점 왜소하게 느껴지고 있는 중입니다만, 아래에 있는 필름스틸은 말만으로도 놀랍다는.
결국은 미디어가 매체로서의 개념으로 탈화해서, 작업의 개념으로만 남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이나 영화는 실제적으론 보여지지 않는 매체가 되고, 그것이 보여졌던 개념만이 작업으로 면면히 흐르지 않을까 하는 것이죠. 아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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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땅다...쿤스트스트립에서 펐습니다. 쓰신분의 이름이 두번째 게시물엔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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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소개한 마르쿠스 얀젠에 이어 이번에는 욥 쾰레빈(Job Koelewijn, 1962 in Niederland)이 뒤셀도르프 호프 가르텐에 설치했던 „Filmstille“이라는 작품을 소개한다
어떤 영화가 쉬지않고, 끊임이 없이 흐를까?
그림 a.
이 호프 가르텐의 한 곳엔 하나의 거대한 콘테이너가 있고 그 앞엔 „Filmstille“이라고 써 있습니다. 이 콘테이너 속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 안은 여느 영화관과 비슷해서 발 앞이 안보일 정도로 캄캄하며, 층층이 계단식으로 접는 푹신한 의자들이 놓여있습니다. 이미 영화가 시작을 했는지, 극장 안을 들어설 때부터 이미 음악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자리를 더듬거려 푹신한 의자에 앉아 영화장면을 봅니다. 그런데, 보통의 영화관과 이 영화관 사이에 다른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무대의 화면이었습니다.
그림 b.
이 영화관의 무대는 밖으로 뻥 뚫려 있었습니다. 관객은 그 구멍을 통해서 영화관 밖의 장면, 즉 콘테이너가 놓인 그 장소의 주위를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작가는 이 영화관의 위치를 아주 묘한 곳에 잡아놓았습니다. 화면의 오른쪽 가로 작은 산책로가 보이고, 멀리로 아주 낭만적인 풍경장면들이 펼쳐집니다.
1968년에 Sergio Leone가 제작한 영화, 그리고 잘 알려진 영화 „죽음의 노래를 불러다오-Spiel mir das Lied vom Tod (1968, C’era una volta il West)“를 위해서Ennio Morricone가 작곡한 영화음악이 낭만적이랄 수 밖에 없는 화면의 영상을 받쳐주면서 쉼이 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한번 상상해 보세요. 산책로의 저 멀리서 두 연인이 손을 잡고 걸어 오기도 하며, 자전거를 탄 사람이 개와 함께 지나가기도 하고, 오래된 나무들이 잘 정리된 잔디 위에 한 쌍의 남녀가 베드민턴을 치기도 하고, 잔디 위에 누워 이야기를 하거나, 여름날의 오수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관에 앉아 있는 관객들은 그들의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들이 촬영된 영화가 아닌 단지 현실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허구(Fiktion)와 현실이 엇갈리기 시작합니다. 관객은 그들의 긴장을 풀기 위해서 그리고 어느 정도의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찾은 여느 영화관과 다르지 않은 이 공간 안에 앉아 그 앞에서 일어나는 장면들을 즐기면서 앉아있게 됩니다.
단지 이 영화에 출연하는 등장인물만이 그의 출현을 모르고 있습니다. 관객만이 다 알고 있지요, 영화관의 화면과 같이 잘라 내어진 이 구멍을 통해서 일상의 한 장면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암시적인 의미를 내포한 영화음악을 듣고 있다는 사실을.
유우숙(뒤셀도르프,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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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다니엘라 카이저 (Daniela Keiser, 1963, 스위스)가 설치한
„낮은 길고 밤은 짧다“ 를 소개합니다.
그림a.
뒤셀도르프 시 중심가 Karlsplatz라는 곳에 매일 서는 장이 있습니다. 저녁 일곱 시가 되면 장사들은 그들 가게의 문을 내려 닫지요. 진열되었던 많은 물건들이 모두 그 셧터 뒤로 사라집니다. 이 장터의 열한 가게에 다니엘라 카이저는 환등기를 설치했습니다. 어두움이 어슷해질 무렵 그녀는 여기에 각기 다른 이국의 풍경들을 비춰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장면들 속엔 대부분 이국적인 동물들의 떼가 들어있으며, 이 그림들은 원경에서 찍은 사진들이고 위에서 포착 되었습니다. 이 사진들은 보통 슬라이드 필름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선명합니다.
사실 이 사진들은 작가가 찍은 것이 아니며, 언제 어디에서 누가 찍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작가는 그녀의 작품을 위해서 이 슬라이드 필름들을 시립도서관에서 빌려서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무명인에 의해서 찍힌 사진들이랄 수도 있을텐데, 그것들은 이 설치작품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시장이란 단어를 들으면 우리는 어떠한 연상들을 할 수 있을까요? 우선 사람이 많고, 복잡하고, 시끄럽고, 여러 물건들이 여기저기 널려져 있고, 다양한 국적이 한 군데에 모인 곳. 장을 보기 위해서는 그 와중에서도 골라야 하고 소리도 지르며, 또 흥정도 하고. 하루의 끝머리에 오면 빈 상자들이 그 시장의 여기저기에 너저분하게 늘어져있고요. 상인들은 천천히 하루를 마무리 하면서 정리를 하고, 가게들을 닫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시간과 움직임의 흐름을 절실하게 느끼는 곳이 시장이 아닐까 합니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다니엘라 카이저는 여러 다양한 풍경사진들을 그곳에 비춥니다. 그녀는 두 장면의 사진들을 임으로 서로 연결해서, 그 내용들이 서로 겹치도록 했습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꿈들이 시장내의 이국적인 상품들로 인해서가 아니라, 밤에 비추어지는 머나먼 곳과 옮겨가는 동물의 떼 사진들로 인해서 부풀어지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이국적인 자연의 풍경들은 이 좁은 시장골목에 비춰져, 한이 없이 펼쳐지는 대륙의 광활함, 자연의 위대성, 시간이 정지한 듯한 고요함, 인간 텅 빔 등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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