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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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bel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2003-11-03 02:56:51, Hit : 381)
[re] 공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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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라틴 모텔이 처음 생긴 것은 이천년 사월, 나이 서른을 먹고서도 열꽃이 피던 얼굴을 밥맛 없어 하던 봄이었다.     납골지 재생서류의 곰팡이를 파내 보면 알겠지만 모텔의 첫 게시물의 내용은 "...새로운 접점에서 이미지를 생산해내는 곳이기를...." 원한다는 요지였던 것.


하지만, 사진관을 벗어나 모텔을 열고 일년이 가까워 오면서 내린 결론은, 첫 공지의 내용처럼 "...연대되어진 아트웍을 경험해 보고 싶은 작업자들의 장..." 을 꾸릴 수 있는 환경이 될 순 없다는 거였다.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목말라 헤메는 작가가, 짠.하고 모텔을 찾아올 환경들이 전혀 아니었다는 것.     작업을 진지하게 하는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너/나 처럼 인터넷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인터넷/미디어를 진지하게 즐기는 사람들이 액티비스트한 작업자가 되어줄 확률도 없었다는 기억.      결국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작업자들의 커뮤니티는 오프라인에서 제작되고 오프에서 활동을 해야 존속된다는 결론.


시간이 많이 지나고 지금의 환경이 많이 변한 건 사실이겠지만, 근본적으로 작업자가 인터넷에 진중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은, 아직은 없다고 해도 맞지 않을까란 생각이다.       인터넷이라는 미디어를 작업자가 고민해야할 사회/경제/아트웍 배경이 아직도 제대론 여물지 않았으니 말이다.       물론, 너/내 가 작업하고 토론했던 이미지/대상/적 들의 객관을 위해서라도 인터넷이라는 미디어는 우리에겐 필수적이었지만, 그런 식으로 조심스레 인터넷을 작업의 툴로서 사용하려 연대하려했던 커뮤니티는 거개가 실패하거나. 사라지거나. 변질되어 버렸다.      물론 모텔도.


하여,  인터넷이라는 커뮤니티 활용을 온라인에서 연결된 작업자들간의 액션/리액션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현재 스코어 불가능하다고 결정하고 셔터를 내렸었다.    그리고 인터넷 모텔이 오프 커뮤니티의 한 방안으로 활용될 것을 모색하며 이어온 것이 지금의 젤라틴 모텔인 것.      절절히 이런 설을 늘어놓는 이유는.      지금의 모텔이 전시 정보를 나누고, 껍질스러운 인터뷰를 밥맛없어하며, 따분한 정보들을 살펴보면서, 이곳을 들르는 사람들의 머릿속 코드와 텍스트를 정리하며 조심스레 면밀한 의견들을 나누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린 개략적인 설명이기 때문이다.      모텔이 작업자의 성지가 아니라, 사진을 토론하는 성역이 되기를 바라게 된 배경이기도 하고.


솔직하고 생생한 이야기를 써야한다는 것은 작업을 염두에 두고 숨쉬는 사람들이라면 필수적인 항목이고, 그런 말들을 적어나가는 일이 너무 드물었던 것은 정말 내가 반성해야할 터.      하지만 정말로 그 솔직한 단어들이 소용되는 것은, 모텔이라는 이름으로 작업을 하고 있을 때여야 하지 않을까.      그러므로 지금은 관객의 솔직한 이야기가, 작업자의 생생한 이야기보다 모텔에서 더욱 힘을 얻을 수 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본다.       행동을 위한 전야에, 화롯불을 살리는 시간.


처음에 모텔을 홈피같은 개인적인 다이어리의 공간으로 출발하고픈 마음이 없었고, 또한 개인 작업의 베이스로 이곳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간다는 개념보다는 작업자들의 아카이브적인 공간으로 이곳을 꾸려 가면 공통된 어떤 분모가 걸려져, 커뮤니티 작업의 아웃라인이 생성되리라는 내 생각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말 없는 작업자처럼 무모하고 위험한 인물도 없겠지만, 실제의 액티비스트가 아닌 자들의 수다스런 골몰함도 어지럽긴 마찬가지다.       분명한 것은 작업이 시작된다면, 지금의 짧은 리플과 답글들이 언젠가 적시에 힘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우리-혹은 너와내- 가 성토해 마지않았던 "저"들과 달라야 한다는 것은 두말이 필요 없는, 정말 중요한 요점이다.     하지만 우리가 저들과 다르단 걸 지켜나가야 하는 이유가, 우리 자신 스스로의 삶의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것이라면, 지금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의 변별성만을 말하는 것이어선 안될 것이다.      우리가 조금씩, 머리 속에서 걸러낸 쇳조각을 벼리어 만들어낸 무기로서, 어떤 효용성과 정직함으로 그들의 이 빠진 장도를 비판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 봐야지 않을까.    후진 재료로 후진 결과를 만들지 않도록 구성원을 자극하는 것이, 연대된 집단의 효과라고 본다면 말이다.





2003 천호동


arealsun ▒

오우~ 안드레아스 구르스키가 입맛 다시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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