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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라이프는 이제 단순한 가상 세계가 아닌 새로운 사회 중 하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현실 같은 가상 세계가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세컨드라이프 로고
온라인 게임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매트릭스> 이야기도 아니다.
리차드 도킨스(Richard Dawkins)는 이를 ‘가상 진화’라고 했다. 필립 로즈데일(Philip Rosedale; 세컨드라이프 창시자)은
인터넷 사용자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새로운 세상을 창조했다. 프로그래밍 코드는 새로운 세상의 유전자가 되어 각 아바타의 특성을 만들어 내고,
주민들은 땅을 팔고 기업인을 만나고 도요타를 구매한다. 법안은 어떻게 할 것인지, 대법원은 만들어야 하는지, 범죄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논의한다.
세컨드 라이프 창시자 필립 로즈데일의 아바타
세컨드라이프라고 불리는 이 혁신적인 사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스프레드시트의 혁명을 이끈 로터스123의 개발자 미치 케이퍼(Mitch Kapor),
이베이의 설립자였던 피에르 오미디야르 (Pierre Omidyar),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Jeff Bezos), 마이크로소프트 최고 기술
설계자(Lotus Notes의 개발자)인 레이 오지 (Ray Ozzie). 이들은 세컨드라이프가 2년 안에 현재 게임 산업의 전체 크기만큼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스노우 크래쉬 (Snow Crash)』에서 영감얻는 3차원 가상
세계
리얼 네트웍스의 기술 총괄이었던 필립 로즈데일이 린든 랩을 통해 개발한 이 3차원 가상 세계에는 기업들의 지사, 언론사
특파원, 대학의 사이버 캠퍼스가 만들어 지고 있다. 사실 필립 로즈데일이 이런 새로운 가상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2년 닐 스티븐슨
(Neal Stephenson)이 발표한 유명한 사이버 펑크 소설 『스노우 크래쉬 (Snow Crash)』의 영향이다. 가상 세계의 개념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소개한 기념비적인 SF소설이다. 혹자는 이 소설이 영화 <매트릭스>의 출발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한 ‘아바타’라는 단어는 ‘울티마IV’라는 게임에서 최초로 사용되었지만, 소설『스노우 크래쉬』의 인기로 인하여 인터넷 상에서 ‘또 다른
나’라는 의미로 일반화 되었다.
『스노우 크래쉬 (Snow Crash)』, 닐 스티븐슨, 1992
2003년 6월에
세컨드라이프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땐 갈 곳도 없고 만날 사람도 아무 것도 없었다. 린든 랩의 동료들은 세컨드라이프 내에 게임이라도 만들어 보자고
했으나 창업자인 로즈데일은 사람들이 알아서 하게 놔두자고 했다. 세컨드라이프를 게임이 아닌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5개월이
지났지만 겨우 1000명이 정기적으로 드나드는 사이트에 불과했다. 세컨드라이프의 문을 닫고자 했던 투자자 케이퍼는 일부 거주자들의 뛰어난
창의성에 탄복하고 2004년 1월, 다시 수십만 불을 투자하였다고 한다.
2006년 10월 사용자 수는 100만 명을 돌파 하였고, 지난
2월에는 400만 명을 넘어 섰다. 연말에는 2000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등록할 것으로 예상 된다.
▶▶
미국달러(US$)로 린든달러(L$)를 사다
세컨드라이프에선 실제 통화 대신 린든달러(L$)라는 사이버 머니가 통용된다. 물론 실제
달러와 교환할 수 있다. 이 돈은 시장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변동환율제로 2월 현재 화폐가치는 US 1달러당 약 270 린든달러다. 거주자들은
자신의 아바타와 자신의 환경을 꾸미는데 실제 화폐에서 교환한 린든달러로 여러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다. 또한 본인이 꾸미고 가꾼 토지나 건물을
팔고 이를 다시 환전할 수도 있다.
세컨드라이프는 150 평방 마일의 규모로 구축되어 있다. 린든 랩은 최근까지 3,500개의 섬을 개인들에게 판매하였다. 각 섬은 구입하는데
1,675L$의 비용이 들고 운영하는데 한 달에 295L$가 든다. 가장 많은 구역을 가진 자는 IBM으로 24개 이상의 섬을 구입 하였다.
실제 경제가 세컨드라이프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2006년 9월 기준 세컨드라이프 국내총생산(GDP)이 미화 6400만 불이라는 보고가
있는 한편 린든 랩에 따르면 2006년 12월을 기준으로 3150만 L$를 벌어들였다고 한다. 이는 실제 달러화로 100만 불이 약간 넘는
금액이다.
세컨드라이프 안에서의 하버드 법대의 강의 모습
▶▶ 기업들, 가상 세계에서 블루 오션을
찾다.
기업들도 새로운 가상 세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IBM은 자사의 서비스 센터를 세컨드라이프에 열어 사무엘
팔미사노(Samuel J. Palmisano) CEO가 직접 아바타를 구입해서 활동하는 것을 비롯해 지난 1월까지 3천명의 IBM 직원이
세컨드라이프에 가입하게 하여 다양한 회의를 세컨드라이프 내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지난 11월에는 1000만 불을 세컨드라이프와 같은 3차원
인터넷 기술 연구에 투입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도요타는 자동차 아이템을 세컨드라이프에서 판매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자동차를 주문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일렉트릭 쉽 컴퍼니(Electric Sheep Company)는 가상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디자인해서 판매하거나
기업을 대상으로 아이랜드나 그리드를 꾸며준다. 예술가들은 갤러리(Linden Gallery of Resident Art)를 열 수 있고
‘세컨드라이프 좌파 연합’ 이라는 사회주의자들과 반 자본주의자들의 모임에도 가입할 수 있다. 세컨드라이프의 또 다른 활용 방법은 사용자들 간의
새로운 협업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원격 회의와 달리, 세컨드라이프에서는 회의 전 잡담도 하고 회의가 끝난 후에도 어울려 추가 논의를
하기도 해 실제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회의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
예술가들을 위한 린든 갤러리
▶▶ 인터넷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자에 의한, 인터넷
사용자를 위한 사회
소니의 PS3전용 세컨드라이프 'Home'
세컨드라이프
거주자들은 새로운 사회 건설을 위해서 이제 새로운 법률과 규약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현재에는 무정부 상태이지만 언젠가는 대통령 같은 통치자를
뽑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남들이 판타지를 기본으로 하는 MMORPG 게임을 만들어 사용자끼리 서로 죽이고, 아이템을 거래하고 하는 동안
로즈데일은 현실과 다를 것 없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 것이다. 세컨드라이프와 같은 가상 세계는 새로운 개척지와 같은 사업 분야이다. 이미
there.com과 같은 또 다른 가상 세계가 만들어졌고, 소니는 PS3를 이용한 새로운 가상 세계인 ‘Home’을 올해 9월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2003년부터 퍼피레드(puppyred.com)이라는 가상 세계가 만들어 졌으나 아쉽게도 주 고객층을 어린 10대로 하여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어떤 사회에서 살아갈 것인가는 사용자의 선택이지만, 점점 다양한 가상 세계가 우리를 초대할 것이고, 사람들은 현실을 떠나 그 곳에서 행복을
찾으려 할지 모른다. 100년 뒤, 정말로 <매트릭스>의 네오(NEO)와 같은 인물을 필요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한상기 _ 오피니티 에이피(주) 대표이사 steve@revu.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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