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일반적인....그러나 웬지 겉도는.....사진비평가라는 말을 인정하지 않는, 그러나 주로 '사진만' 비평하는 시간강사.겸 박사. 씨앗을 틔우려면, 그것이 흙속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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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아이 - 마실가 사이트(masilga.co.kr)를 개설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의 취지와 목표를 말씀해 주십시오.
이경률 - 사이트 “마실가”는 프랑스 철학을 중심으로 오늘날 후기 구조주의의 근본적인 틀이 되는 생성 존재론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 사이트의 하나입니다. 마실가는 오랫동안 우리의 물질사회를 지배한 독일 관념론 중심의 인식론에서 비물질적인 형이상학의 재발견(후기 구조주의)을 우선 그 취지로 삼고 있고 비록 생소한 이론들이고 전공자들도 소수이긴 하지만 좀 더 새롭고 진보적인 사고를 위해 뜻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기도 합니다. 사진 마실은 이러한 존재론적 맥락에서 좀 더 진보적인 사진 읽기와 진정한 사진적 표현의 이론적 토대를 확립하는데 그 궁극적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포토아이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외국 평론가와 사진가는 어느 분이며 또한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이경률 - 수많은 외국 평론가를 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뭐라고 분명히 말할 수 없습니다만 굳이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벨기에 리에주 대학 교수이자 영상 평론가인 필립 뒤봐(Philippe Dubois)를 선호합니다. 그 이유는 본인의 전공(존재론적 예술론)에 보다 가깝게 관계되는 평론가일 뿐만 아나라 사진의 출발은 근본적으로 감각에서 출발된 하나의 인덱스(index)라고 하는 그의 이론에 본인이 이론적 확신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포토아이 - 사진 평론가로서 작품을 평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경률 - 흔히 사진 평론을 마치 시험 답안지를 채점하듯이 어떤 절대적 기준으로 평가하거나 혹은 어떤 특정한 방향(정답)으로 유도하기 위하여 작가의 사진 행위 위에서 설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사고입니다. 이는 오랫동안 우리들의 주입식 교육에 의해 형성된 논리적 사고에서 온 일종의 착각입니다. 이러한 논리(과학적 사고)에서 볼 때 사진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언제나 객관 타당한 어떤 이슈(흔히 판박이)를 사진으로 재현한다는 것과 같은 것이고 그것은 결국 사진을 찍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비평하는 사람 모두 똑 같은 공통된 이슈를 가져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사진 행위에 있어 창작은 이미 알고 있는 이슈에 대한 시각적 보고서가 아니며 비평의 역할은 단지 찍혀져 나온 대상이 은닉한 이슈라는 객관적인 문화적 코드를 관객의 눈 높이에서 해설하고 그 암호를 푸는 작업에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진정한 창작은 의미의 옷을 입지 않은 감각의 생성에서 출발되며 진정한 비평은 재현된 감각의 생성을 코드화 시키지 않습니다.
포토아이 - 사진비평 평론상 및 작품상 공모전이 제 3회 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국사진의 미래 지향적인 인물을 발굴하고 이끌어갈 이 공모전에 대하여 한 말씀해주십시오.
이경률 - 1999년 겨울호 사진비평에 첫 글을 올린 지도 벌써 일년 반이나 지났습니다. 이러한 공모전의 취지와 기획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며 계속적인 발전을 기대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러한 공모전에 관해 사실상 아는 바가 별로 없습니다. 마치 신인 소설가의 등용문과 같은 외관적인 공모전과 현실에 맞는 사진비평의 진정한 공모전은 전혀 다르지 않나 생각합니다.
포토아이 - 사진 평론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과정이 필요합니까?
이경률 - 마치 자격증처럼 처음부터 따로 사진이론 과목이 있고 또 그것을 위해 특별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은 백화점식 교육과정의 논리입니다. 엄밀히 말해 사진평론가라는 호칭은 평론 대상에 따른 상대적인 용어로 사진평론가 이전 단지 “예술 비평가(critique d'art)"입니다. 십 년이 넘도록 외국 생활을 했지만 한번도 잡지에서 “사진 비평가”라는 구획적인 용어를 본적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사진만을 비평하고 사진이론만을 언급하는 것은 사진비평(평론)이 아니라 단지 사진이론일 뿐입니다. 모든 예술관련 분야의 전반적인 이론이 평론이며 사진은 단지 표현 도구로서 언급될 뿐입니다. 사상누각과도 같은 우리의 제도권과는 정 반대로 진정한 사진비평은 사진 이전에 그림을 그림 이전에 예술을 또한 이 모든 것 이전에 철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외국의 사진(오히려 영상)비평가들은 우선 철학자 미술사가 문학가 예술관련 기자 혹은 시사 만평가 등 거의 다양한 전공 출신들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굳이 준비과정을 말하자면 예술적 표현에 있어 전반적인 지식(특히 철학과 미술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포토아이 - 한국에서 진정한 사진 비평론이 정착되기 위기서는 어떤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경률 -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사진비평 “론”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사진 비평이 독립된 하나의 학문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사진이론의 발전은 철학과 기호학 혹은 미술과 같은 다른 분야의 발전에 달려있습니다. 독자적인 사진이론의 발전은 착각입니다. 결국 분위기 조성은 절대적으로 인문학 전반에 걸친 발전과 특히 그 발전을 위한 학문적인 여건이나 토양의 변화에 달려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사진이론의 발전을 위한 독자적인 분위기 쇄신은 탁상공론에 불과합니다.
포토아이 - 사진에서 비평이 차지하는 비중과 비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요?
이경률 - 알다시피 한 개인이 사진을 통해 얻는 만족은 자신의 표현적 기대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여기서 문제는 기대치에 대한 만족인데 가령 처음 사진을 찍는 사람은 단지 자신의 의도가 사진으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지만 오랫동안 같은 것을 반복한 숙련된 사진가는 더 이상 이러한 반복적인 표현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의 경험과 감각의 체험에 따라 혹은 만족의 희열을 위하여 끝없이 새로운 것을 갈망합니다. 사진이론과 비평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감각의 새로움을 보다 단 시간에 자신 스스로의 의문과 함께 미지의 감각을 깨치게 할 수 있습니다.
포토아이 - 전과 다르게 올해 들어 상업화랑의 사진전시가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이경률 - 올해 사진 전시의 붐이 특별한 이유나 목적으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확히 상업적인 측면에서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사진 전시는 언제나 있어 왔다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상대적으로 올해 사진 전시가 붐인 것같이 보이는 인상은 그간 잘못된 장르의 편견과 좁은 인식을 말해 주는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오늘날 사진 전시와 미술 전시를 구별하는 것 자체가 우물안 개구리들의 기발한 발상이라는 것이고 물질 사회에서 무형의 상품과 제도권 그리고 정체된 모더니즘을 의도적으로 강조하는 듯 싶습니다.
포토아이 - 사진 문외한이 사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 까요?
이경률 - 사진을 즐긴다는 것은 사진 행위(실행) 속에서 자신의 만족을 얻는 것을 말할 뿐 아니라 관객의 입장에서 사진을 즐긴다는 말로도 이해됩니다. 사진을 본다는 것은 그림을 볼 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무엇이 작동합니다. 대상의 번역으로 이해되는 그림과는 달리 사진은 그 고유의 절대적 신빙성으로 인해 언제나 응시자의 주관적 의식이 투영되어 자신의 경험과 연상으로 이어진다는 이론적인 맥락(아우라, 자동생성, 푼크툼 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런 우리의 공통된 의식을 말하는데 사실상 사진은 보는 순간 자신의 경험으로 사진을 읽게 됩니다. 만약 어떤 사진을 그림으로 간주하여 은닉된 함축적 의미만을 추리하려 한다면 사진은 단지 수수께끼로만 보입니다. 근본적으로 사진적 사실주의의 출현은 마치 프루스트의 마들렌처럼 응시자에게 경험적 연상의 가장 자연스런 유도체(conducteur)입니다. 고로 자신의 과거와 경험이 있는 한 사진을 즐기는 것만큼 쉬운 것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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