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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훈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2002-11-17 17:19:20, Hit : 585)
[펌] 진동선의 아라키
하우포토에서 푼 글입니다.    굉장히 예리한 지적도 있고, 아라키를 볼때 유의해할 사항도 기재되있는 괜찮은 글입니다.     물론 저와 완전히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만, 뭐. 그 쯤은 예측해 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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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키 사진의 감상법....
      
  작성자 : 진동선 (dongsun@howphoto.net)  
  작성일 : 2002/11/17 04:27 (2002/11/17 04:37)  
  조회수 : 27  
        
  아라키 사진을 보는 방법은 각자의 몫이겟지만 미학적 관점에서 평론가들은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전시장에서 가시면 한번쯤 음미하시기 바랍니다.

첫번째는 형식입니다. 아라키 사진은 컬러와 흑백으로 되어 있습니다. 컬러는 현재이고 흑백은 과거이며, 컬러는 생존이고, 흑백은 부재이며, 컬러는 피어나는 생명이고 흑백은 쇠락하는 소멸입니다. 또 다른 형식은 프레임(액자있음)과 언프레임(액자없음)이 있습니다. 프레임되지 않는 사진은 현존이고, 생명이며, 프레임된 사진은 부재이고 죽음입니다. 아라키는 원래 프레임없이 전시하지만 그러나 프레임된 사진을 전시할 때는 왜 그가 이 사진들 만큼은 프레임했을까를 생각해야 합니다. 아라키에게 강력한 죽음과 오랜 부재는 늘 프레임으로 나타납니다.

두번째는 내용입니다. 아라키가 프랑스 비평가 제롬 상스와 인터뷰에서 밝혔던 것처럼 아라키 사진의 미학은 사랑과 죽음의 랩소디입니다. 그는 "사진은 사랑과 죽음이고 그것이 나의 묘비명이 될 것이다(Photography is love and death. That will be my epitaph)."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아라키에게 사진은 유년에서부터 현재까지 반복된 기억작용과 현실적 삶으로부터 순환되는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세번째는 메시지입니다. 아라키 사진은 메시지가 없습니다. 그의 자신이 말하듯이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서, 보여주기 위해서 찍은 사진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 작가의 흔적들입니다. 즉 말해질 수 없는 것들로서 삶의 지표로서 그저 인덱스입니다. 인덱스는 상징이 아닙니다. 따라서 만약 그의 사진에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은 사진의 소재, 대상들이-여자, 남자, 꽃, 음식 등- 스스로 말해야 할 것입니다.

네번째는 접근방법입니다. 아라키가 보고 있는 것은 리얼리티가 아니라 이미지입니다. 그가 자신의 사진에 아무런 말할거리를 갖고 있지 않다고 했듯이 사랑과 죽음은 딱 무엇을 말한다고, 이렇게 규정된 무엇이라고(리얼리티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살아있음에 대한 느낌"입니다. 아라키 사진에서 구체적인 리얼리티를 찾으려고 하거나, 그가 어떤 특정 사물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작가보다 앞서 간 것입니다. 그는 표현을 위해 사진찍지 않습니다. 삶의 느낌과, 육신과, 시간에 대한 추적 혹은 흔적(trace)일 뿐입니다.

마지막 다섯번째는 최후의 이미지입니다. 그는 전시가 끝나면 벽에 붙은 모든 사진들을 버립니다. 따라서 그의 전시는 프레임된 것을 제외하면 일회적인 바람과 같은 것입니다. 여기서 그가 확실하게 이미지마저도 삶과 죽음인 것임을 확인시킵니다. 그리고 그는 또 다른 전시에서 또 다르게 태어납니다. 버리고 가는 것과 남기고 가는 것을 확실히 구분합니다.

제가 보기에 이번 아라키 전시는 "아라키: 서울 오딧세이 1982-2002"로 보여집니다. 1982년 이 땅에 처음온 이후 10년동안 8번 오면서 쓴 한권의 이미지 에세이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아! 한가지. 아라키 사진은 스냅이고, 사진에 날짜가 찍혀나옵니다. 뜻은 스냅은 잠시 머무는 것, 한 순간에 다가선 이미지라는 뜻이고, 사진의 날짜는 그가 말했듯이 "확실한 날짜, 이것이 사진이다"라는 사실을 분기시키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사진과 날짜는 같은 뜻으로서 한 순간이지만 사랑했던 때와 죽어버린 순간을 확실하게 기억시키는 주기억장치와 보조기억장치와 같은 것입니다. 영화 <메멘토>에서 보여지는 바로 그것, 사진찍고 날짜쓰기입니다. 그래서 인덱스라는 것입니다. 자신만 보는 일기와 일기의 날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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