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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인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2003-02-13 17:29:14, Hit : 568)
영화 "피아니스트" - 횡단 보도 앞에서.
영화 "피아니스트" - 횡단 보도 앞에서.

  횡단 보도 앞에서 위험한 요소로부터 무사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생각했다.

  영화 "피아니스트" 주인공은 인정받는 피아니스트지만 전쟁의 포화 속에서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가족들과의 이별도 감수하며 온갖 고초를 겪는다. 그가 죽음의 문턱에서 그토록 벗어나고자 했던 게토의 담을 다시 넘어 들어가는 것은 현실로부터 살아 남아야 하는 자의 비애로 보인다. 인간 이하의 삶을 살도록 강요당하며 배고픔과 추위와 무너진 질서를 견뎌야 했던 게토의 공간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억압과 죽음의 공간 이였던 곳이 삶을 위한 장소로 역전하면서 주인공의 미래는 조금 밝아진다. 그렇지만 옮겨가는 곳마다 전쟁의 상황에 비추어 위기와 가까운 곳이므로 순탄한 시간이 되지 못하고 자신을 피아니스트로 돌봐 주던 동료들이, 같은 동족이 폴란드 한가운데서 게릴라전을 벌이는데도 자신은 숨어 지내고 있다는 자괴감을 가진다. 그는 왜 싸우지 않고 숨어 지내는지 궁금해진다. 그렇게 힘들고 괴롭다면 차라리 칼이라도 들고 나가 적의 총탄에 쓰러질지언정 명예롭게 죽어 가면 될텐데 말이다. 이런 의문에 답을 주지 않고 영화는 흘러간다. 피폐해져 가는 자신을 위해 은신처를 새로 마련하고 겨우 주운 음식을 먹으려고 통조림을 따려는 주인공의 모습은 처절하다. 저 사람의 손에서 과연 어떤 아름다운 선율이 흐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그러나 독일군 장교에게 발각되어 피아노 앞에 앉아 움직이는 그의 손가락은 눈앞의 총탄도 배고픔도 그동안의 피폐함도 일각에 무너뜨린다. 폐허가 된 마을의 한가운데 온전한 피아노가 있다는 것도 이상 하지만 피아노를 치는 주인공의 마음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풍부한 감정의 발현으로 울리는 피아니스트의 선율은 이상할 만큼 오감으로 느껴지는 아름다운 것 이였다. 전쟁의 한가운데에 있으면서 동료와 가족의 죽음을 보는 그가 한발의 총탄이라도 쏘고 죽기를 바라던 나의 기대는 잘못된 것임을 여지없이 느낀 것이다. 전쟁은 모든 생명에게 피폐함을 강요하고 이런 강요 속에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도 어려운데 그는 동족과 가족의 희생이 자신의 목숨이 아닌 예술가로서의 예술혼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것임을 운명으로 받아  들이며 일초 일초를 견뎌 냈음을 알았다. 목숨의 유지라는 말초적인 본능으로부터 주인공은 자유로운 예술인 이였다.

  삶은 인간과 동떨어져 있다. 이렇게 자유로운 무엇이 되고자 하는 사람만이 삶을, 본질을 제대로 영위하고 타인의 마음을 이끌어 낼 수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순간 내가 순탄하게 산다는 것이 다른 이들의 치열한 투쟁과 전투에서 얻어진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횡단 보도 건너편의 파란 불이 깜빡이는 그곳에 임수경님이 서 있다...

렌즈인 ▒

그젠가 비디오로 이 영화를 보고 생각 하며 써 봤습니다. 자벨님 홈에 잘 어울리는 글인지 판단은 안되지만^^ 나름대로 써서 올려 봤습니다. 글의 끝을 흐리고 있는 이유는 임수경을 시작으로 연관된 한편의 글을 덧붙이고 싶어서 입니다. 몇일후에 또 올려 보겠습니다. 못난 글이지만 재미 삼아 읽어 보셔요.^^

  2003/02/13   
zabel ▒

음...역시 예상대로 한 글발하십니다...^^
전 피아니스트 보면서 가장 인상깊었던게, 막노동판에서 비맞으면서 훈시 듣는 거였는데...이곳에 안 어울리는게 있던가요...(음하하..어울리는게 뭔질 모르니...) 다음 글 기다릴께요.

  200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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