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다란 생각은 들지 않지만, 매체의 흐름을 관찰해 그 줄기를 찾아들어간다는 면에선,...괜찮은 방법같아 보이기는 하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문제가 생겼을때의 주변 반응이다. 작품을 평가하기 위해 포르노 제작자를 찾아가는 신문기자라니, 거의 시나리오 수준 아닌가. 사실 잘 안 드러나서 그렇지, 논쟁이 생기고 거기에 딸려나오는 말도 안되는 리액션은 울 나라가 더 재밋다.
-+----------------------------------------------------------------------------------------
[섹스올로지] '야설'이 전위 미술상 후보

영국의 전위미술가 피오나 배너(사진)는 2001년 '이상한 나라의 엉덩이 여자'라는 작품을 내놓아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작품은 넓은 판지에 굵은 핑크빛 알파벳을 길게 이어붙여 스토리를 만든 것인데, 작품 속 문장을 읽은 관객들은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독한 하드코어 성행위 장면이 정밀 묘사돼 있기 때문이다.
피오나 배너의 작품 속에는 삽입과 성기와 항문과 신음과 정액 등 성관련 단어가 가득하다. 남녀가 서로를 어떻게 자극하고 반응하는지 노골적이고 치밀하게 설명돼 있다. 급기야 세명의 남녀가 뒤엉킨 장면묘사에서는 '남자가 여자의 얼굴에 사정하자 여자는 신음하며 몸을 떤다'는 표현도 들어 있다.
피오나 배너의 홈페이지(www.fionabanner.com)에서 감상할 수 있는 이 작품은 공중화장실이나 인터넷에 널려 있는 야설과 하나 다름없어 보인다. 그런데 작품은 피오나 배너의 순수 창작물이 아니다. '이상한 나라의 엉덩이 여자'라는 제목부터 여성 포르노 연출가 티파니 밍스의 동명작품에서 따왔고, 문제의 핑크색 야설도 그 포르노 영화의 장면을 글로 옮겨놓은 것이다.
포르노 영화의 정교한 대본이나 다름없는 이 문제 작품은 2002년 12월 다시 한번 화제가 됐다. 영국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전위미술상인 터너상 후보로 피오나 배너가 뽑혔기 때문이다. 피오나 배너의 작품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그는 선정주의에 물든 쇼에만 능할 뿐 예술적인 비판정신이 결여돼 있다는 부정적 시각과, 성과 포르노그라피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왔고 문자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높였다는 긍정적 평가를 동시에 받았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이상한 나라의 엉덩이 여자'가 예술인지 외설인지를 가리기 위해 색다른 시도를 했다.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포르노 영화 제작자이자 연출가 벤 도버에게 작품을 보여준 뒤 감상을 물었다. 그는 피오나 배너를 예술가로 평가했다. 포르노는 그 자체가 사람을 유혹하는 장르인 데 비해 그의 작품은 포르노에 대한 심판 혹은 비판처럼 보인다고 진술했다. 어쨌거나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던 피오나 배너는 터너상의 수상자가 되지 못했다.
이영재 문화웹집 컬티즌 편집장(www.cultizen.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