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남우님이 올리신 하우 게시판에서 펐습니다. 감사합니다. 위 제목은 전시 제목이 아닙니다.
1. 전시기간 - 2003.3.11 ~ 4.11
2, 전시장소 - 청담동 카이스 갤러리(화랑)
봄은 오리의 물갈퀴에서 오는가. 물오리 한 마리가 시옷(ㅅ)자를 가늘게 그리며 잔잔한 강심을 홀로 가른다. 사방은 온통 짙은 새벽 안개로 뒤덮여 말 그대로 오리무중. 무리 떠난 물오리는 부지런히 고독을 저어간다.
국내 유일의 화랑전속 사진작가 민병헌(48)씨. 그는 한강에서 안개 가득한 풍경을 건져내 전시장에 내놓는다. 11일부터 4월 4일까지 서울 청담동 카이스갤러리에서열리는 개인전에는 '안개' 연작과 'Flow' 등 30여점의 흑백작품이 나올 예정. 민씨는 이번 전시가 16번째 사진전이다.
출품작들은 빛도 원근법도 없는 회색조의 세계이다. 특히 '안개' 연작은 자욱한안개에 잠겨 희미한 나무, 들판, 호수, 전깃줄 등의 전원풍경을 화선지의 수묵화처럼 담아냈다. 새벽녘의 고가도로, 멀리 보이는 서울의 야경 등 인공적이고 도시적인모습도 들어 있다. 최신작 'Flow'는 흐르는 개울물 표면을 클로즈업한 것이다.
민씨는 이 작품들을 경기도 양평의 한강변에서 찍었다. 안개가 피어오를 때마다별천지로 바뀌는 한강 인근에 작업실을 두고 살면서 화선지에 수묵화를 그리듯이 셔터를 눌렀다. 그는 "자유롭게 사물을 바라볼 때 사물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나는 '사진은 눈'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들려준다.
추상적 희미함 만큼 그의 사진은 안개 속에서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그리고감상자를 고요한 명상의 세계로 이끈다. 사진의 회색빛 유동성은 불투명함 속의 투명함, 직관 속의 감성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미술평론가 성완경씨는 "그의 사진은 '나는 나이나 나에는 나가 없다. 나 아닌 나는 여전히 나이다'는 선가적(禪家的) 존재론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한다.
민씨는 그동안 추상적 시각효과가 두드러진 작품을 주로 제작해왔다. 특히 작고소박하지만 정겨운 한국적 서정에 매료돼 있다. 작품 안의 풍부한 여백은 그의 동양적 감수성을 읽게 한다. '잡초' '하늘' '눈' 등 주변풍경을 담담하지만 긴 여운으로담아낸 것이다. 그는 2년 전 인체의 아름다움을 자연미가 느껴지는 회화기법의 흑백사진으로 제작ㆍ전시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민씨는 이번 전시에 맞춰 '안개' 연작 중 대표작을 골라 기념사진집도 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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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못말리는 화가들 - 노성두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