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해석 매혹"
갈채는 운하를 타고.
렘브란트, 고흐 등이 거닐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미술거리에 겁없는 우리 젊은 작가들의
'생쥐 상륙작전'이 시작됐다. 암스테르담의 주요 전시장 4곳에서 한국작가 20명이 펼치는
한국 현대미술전(10월18일까지)이 지난달 28일 오후 독특한 개막행사로 막을 올렸다. 거미
줄처럼 운하가 뻗은 암스테르담 도심 카이저 운하를 따라 자리잡은 데아펠,몬테비데오 등
전시장 4곳의 개막전을 주네덜란드 한국 대사 등 두 나라 관계.문화계 인사, 작가 100여 명이
대형 유람선을 타고 순례하는 오프닝 파티가 펼쳐졌다.
전시장은 암스테르담 최고의 현대미술전시관인 데아펠과 영상미술 전문미술관인 몬테비데오,
암스테르담 사진 미술관과 대안공간 캔버스 등 4곳. 젊은 작가의 국외전시로는 최대 규모인데다,
작가의 체재비와와 제작경비 일부까지 지원하는 파격적 조건으로 현지 기획자들이 직접 작가를
골랐다는 점에서 시선은 더욱 각별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작가 10명이 출품한 데아펠의 기획전. 독립기획자 헹크 슐라거가 기획한
전시에는 웹 작업부터 퍼포먼스적인 상황미술까지 1990년대 이후 한국의 도시적 일상을 재해석한
여러 흐름들을 선보였다. 특히 유년기의 암울한 추억을 폭력적인 이미지로 왜곡된 봉제인형과 작은
괴물 조형물로 표현한 함진, 재현된 댄스홀에서 실제 탱고춤을 추는 현장 퍼포먼스를 선보인 정연두,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섹스강연을 하는 가상 웹아트를 선보인 장영혜씨 등이 주목을 받았다.
네덜란드 미술계의 최고 실력자로 꼽히는 관장 사스키아 보스는 "공간과 집단 셰계에 대해 서구 개인
주의와 다른 독특한 해석방식이 매혹적"이라고 격찬했다. 사진 미술관 포암에서 열린 중견작가 구본창
씨와 젊은 작가 권오상씨의 전시는 서구에서 보기 힘든 꿰매기와 짜깁기를 이용한 독특한 사진기법이
주목거리였다. 또 백지숙씨의 기획으로 몬테비데오에서 열린 그룹 플라밍시티의 전시는 대도시 서울의
변두리 풍경과 도시적 변화를 조망한 영상.설치작업을 내보였고, 종교 광신자.사회적 억압을 풍자한
조습씨의 셀프 퍼포먼스 사진도 눈길을 모았다. 캔버스 전시에 참여한 팝아트 작가 강영민씨는 오토바이
를 타고 도심을 도는 이색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결실도 잇따랐다. 데아펠은 국내 쌈지스페이스와, 몬테비데오는 대학로 마로니에 미술관과 상호 교류전
추진을 협의하기로 했다.또 프랑스의 사진비평가 크리스티앵 고졸이 권오상씨의 프랑스 초대전을 제안
하는가 하면, 영국 헤이우드 갤러리 관계자들도 데아펠 전시작가들에게 강한 관심을 보여,전시는 현지
한국미술 발판을 확보하는데 나름대로 성공했다. 하지만 노회한 현지 기획자의 말만 믿고 계약서 없이
섣불리 작업했던 몇몇작가들은 막대한 제작비용을 빚으로 떠안았고, 데아펠의 한국 현대 미술심포지엄
은 작가들의 작업보다도 후안루등 초청 기획자들의 자기 자랑으로 끝나 실망감을 안겼다. 총괄 기획자
인 윤재갑씨는 "또다른 문화전쟁터인 서구 미술계의 실상에 대한 면밀한 사전분석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안겨준 전시"라고 평했다. (2003.9.4.목.한겨레 노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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