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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bel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2003-04-06 13:22:53, Hit : 466)
시편:58







통치자들아 너희가 정의를 말해야 하거늘 어찌 잠잠하냐 인자들아 너희가 올바르게 판결해야 하거늘 어찌 잠잠하냐.
아직도 너희가 중심에 악을 행하며 땅에서 너희 손으로 폭력을 달아주는도다.
악인은 모태에서부터 멀어졌음이여 나면서부터 곁길로 나아가 거짓을 말하는 도다.
그들의 독은 뱀의 독 같으며 그들은 귀를 막은 귀머거리 독사 같으니
술사의 흘리는 소리도 듣지 않고 능숙한 술객의 요술도 따르지 아니하는 독사로다.
하나님이여 그들의 입에서 이를 꺾으소서 여호와여 젊은 사자의 어금니를 꺾어 내시며
그들이 급히 흐르는 물 같이 사라지게 하시며 겨누는 화살이 꺾임 같게 하시며
소멸하여 가는 달팽이 같게 하시며 만삭되지 못하여 출생한 아이가 햇빛을 보지 못함같게 하소서
가시나무 불이 가마를 뜨겁게 하기 전에 생나무든지 불붙는 나무든지 강한 바람으로 휩쓸려가게 하소서
의인이 악인의 보복당함을 보고 기뻐함이여 그의 발을 악인의 피에 씻으리로다
그 때에 사람의 말이 진실로 의인에게 갚음이 있고 진실로 땅에서 심판하시는 하나님이 계시다 하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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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을 ‘푸들’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

  
김진석 jinsokim@korea.com
인하대 교수. 서울대 철학과, 독일 프라이부르그 대학, 하이델베르그 대학 수료. 현재 [사회비평] 주간이며 [탈형이상학과 탈변증법 : 해체와 탈현대를 가로지으며][초월에서 포월로][니체에서 세르까지. 초월에서 포월로, 둘째권] 등의 저서를 냈다.  




옛날엔 욕을 할라치면, 흔한 것이 ‘개자식’ 이었다. 조금 더 적나라할 양이면 ‘개xx’ 였으며, 거기에 약간 문기(文氣)를 넣으려는 사람은 ‘가이자식’이라고 목에 멋을 주기도 했다. 어쨌든 똥개가 하릴없이 타박을 맞는 분위기였다. 똥개 나름으로는 얼마나 억울할 것인가? 인간 세상에 인간 욕할 일 있으면 자기들끼리 욕하고 싸우면 될 일인데, 애꿎게 꼭 자기를 빗대어 욕을 하지 않나, 또 날이 더워지면 자신들 입맛 없다고 자기를 즐겨 찾지 않나. 개로서는 정말 더러운 게 다름 아닌 인간 세상이었을 터.

요새는 어떤가? 세상이 싹 바뀔 리도 없고, 특히 사람 식성(食性)이 크게 바뀔 리도 없을 것이지만, 굳이 변화라고 한다면 어쨌든 식성에도 조금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프랑스 여자 바르도가 한국 사람들이 개 잡아먹는다고 욕하는 바람에 개를 즐기는 사람들은 적지 않게 자존심이 상했거나, 혹은 거꾸로 더 꿋꿋이 자존심을 챙겨야 하는 판이 되었다.

그러나 식성보다 훨씬 크게 바뀐 것이 있으니 그것이 욕성(辱性)이다. 요새는 천박하게 똥개 수준으로 욕하지 않고, 상당히 고상해졌다. 최소한 ‘푸들’ 수준이다. 똥개에서 애완견으로 욕설의 기준이 바뀌는 새, 세상이 참 많이 변했을 것이다. 자기 자식보다 애완견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세상이라지 않는가? 어떤 여자분들 이야기가 차 안에서 자식 이야기하면 대전까지 가는데, 강아지 이야기하면 대구까지 간다는 것이다. 그만큼 애완견 뒷바라지 하면서 생기는 이야기가 사람 자식보다 알콩달콩하거나 더 진지하다는 이야기니, 약간의 과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놀라운 일 아닌가!

‘푸들’이 최근에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락하게 된 데에는, 다 알다시피 영국 수상 블레어가 미국 대통령 부시 입맛에 맞게 행동을 하는 바람에 ‘부시의 푸들’이란 별명을 얻은 사건이 있었다. 지금 이라크 침략전쟁에서도 유독 영국만이 부시 편을 들어 사만 오천 정도의 병사들을 참전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어쩌다 하는 말 모두가 그렇게 미국 역성을 드니 그런 애칭 아닌 욕설을 들을 만도 하다.

물론 그렇게 욕설을 들을 정도로 푸들 노릇 하게 된 이유가 꼭 미국과 영국 사이에 있는 인종학적-정치적 유대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지금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하게 된 큰 이유가 석유 때문이라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데 또 다른 공공연한 비밀은, 국제적 금융질서의 재편에서 오는 미국과 유럽 사이의 세력싸움이라는 것이다. 유럽공동체가 강력한 단일화폐 유로를 내세우면서 달러가 지배했던 20세기 후반의 금융질서에 도전을 하고 있는 판인데, 더욱이 한 네티즌이 지적하였듯이 사우디가 작년인가 미국에 투자한 사천억 달러 중 절반 정도인 이천억 달러를 빼서 유럽으로 돌렸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미국과 유럽 사이의 세력 싸움이 매우 중요한 변수라는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이 미국에 반대하는 것도 꼭 그들이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이어서가 아니라, 이런 국제 질서의 변화 과정에서 나름대로 미국을 견제하려는 실질적인 맥락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국은? 40 대에 수상이 되면서 똑똑하다는 이야기는 들을 만큼 들었던 정치가, 게다가 프랑스에 가서도 어느 정도는 불어로 말하면서 지적인 분위기도 한껏 풍긴 사람, 또 ‘제 삼의 길’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시들해가던 사회주의를 다시 살린 그 쌩쌩한 블레어가 왜 멍청하게 부시의 애완견이란 말을 듣는 것일까?

흔히 말하듯이 그저 앵글로 색슨이라는 역사적 끈끈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영국이 아직도 유로화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 다른 공공연한 비밀은, 무엇보다도 영국은 유로화로 유럽이 통합되면 금융의 중심축이 런던에서 급격히 프랑크푸르트로 쏠릴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 권력이동을 견제하기 위하여 유럽 단일 금융질서에 가담하지 않고 있는 영국은, 이런 저런 이유로 미국과 같이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다른 말로 하면, 블레어가 부시의 푸들 노릇을 하는 것은 단순히 세계정세를 파악하지 못하는 어리석음 때문만도 아니고 미국과 영국 사이에 놓인 오랜 역사적 우애 때문만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초강대국 미국의 애완견처럼 구는 데도 영국 나름대로의 실리와 국익이 깔려 있다는 말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 나라의 외교가 그저 역사적 유대 때문에 좌지우지 될 리는 없지 않은가? 이렇게 보면 애완견 블레어는 단순히 주인 입맛에 따라 아양만 떠는 애완견이 아니라, 최소한 영국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영국의 국익에 따라 움직이는 훌륭한 개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미국의 푸들이지만, 부분적으로는 영국의 ‘이기적’ 사냥개라고나 할까. 괜히 블레어를 이해하자는 말이 아니다. 영국 정치가 블레어는 명백히 한심한 짓을 하고 있다. 다만 그런 웃기는 예에서라도 국가 이익을 챙겨야 할 정치가의 얄궂은 역할을 조금이라도 분석할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얄궂은 게 사람 일이라니! 블레어만 푸들 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개혁 정치인 노무현도 푸들 소리를 듣는 게 아닌가? 특히 부시가 전화를 하자마자, 이라크 전쟁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파병까지 하겠다고 말했으니, 어찌 보면 그런 말을 들을 만도 하다. 그러나 과연 정말 그런 말을 들을만한가? 한 번 제대로 보자.

노무현은 국익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한다. 무디스 같은 미국 신용평가회사들이 신용등급 한 단계 내리는 데 따라 폐렴을 앓을 정도로 허약한 체질의 경제를 운용하는 나라이니, 어쩔 수없이 ‘세계 평화를 위한 미국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입에 발린 소리라도 해야 할 것이다. 또 설사 협박이더라도 무턱대고 당장 ‘미군 철수’를 무시하기도 힘들 것이니, 한 동안은 인계철선(trip wire)에 기대어 한반도 평화를 어느 정도 담보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판단했음에 틀림없다. 또 당장 이런 제국주의적 미국과 북핵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서 어쩔 수없이 그런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다.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라면 몇 년 동안의 중기적 계획을 세워 미군철수에 대비해야 할 것이며, 구체적으로 군의 정보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후보로서의 인간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은 다른 것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더라도 파병까지 약속할 것은 무엇인가? 라는 의문도 가능하기는 하다. 최소한의 실리 외교나 밀고 당기는 과정도 없이 과거 친미정권 못지않게 굴욕적인 외교를 한 게 아닌가? 또 의무병도 아닌 공병대까지 파병할 필요는 무엇이냐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으며, 더구나 전쟁이 끝난 다음에 복구차원에서 가는 것도 아니고 전쟁 중에 가는 것은 미국에 대한 과잉충성이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이런 이의 제기는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조차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들은 노무현을 그저 생각 없는 푸들이라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현실적 개혁의 관점에서 그의 결정을, 그의 ‘푸들처럼 보이는’ 고육지책을 이해하고자 할 것이다. 노무현의 파병 결정에 반대하면서도, 정치 지도자의 그런 결정을 이해하고자 할 것이다. 이들을 현실적 개혁주의자라고 하자. 이들은 한국적인 방식으로 노무현이 전략적 꼬리 흔들기를 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와 다른 좌파 근본주의적 태도가 있다. 무조건 보편적 명분과 평화주의에 근거해 노무현을 푸들로 몰아세우는 태도가 그것이다. 문학평론가 김명인은 ‘한겨레 칼럼’에서 “그도 별 수없는 파블로프의 개였다는 말인가” 라고 묻는가 하면, 홍세화 역시 같은 신문 칼럼에서 부시에게 “복속된 한국의 ‘푸들 대통령’”이라고 다그친다. 이런 좌파 근본주의의 관점에서 보자면, 침략전쟁을 지지한다고 말한 것만도 이미 평화주의라는 명분의 차원에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현실적 개혁주의의 관점에서 보자면 노무현도 당당한 주인이 되고 싶은데 막상 국제적 위기 상황에 직면하자 위험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정책을 결정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고, 애완견 노릇을 울며 겨자 먹기로 자청한 형국일 터이다. 곧, 당장 신용등급이 깎이게 내버려두거나 미군철수를 용인할 경우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한 나머지, 그런 푸들 같은 행동이 나왔으리라고 이해하는 방법이다.

그와 비교하면 좌파 근본주의의 관점은 이러한 정치경제적 막다른 골목에 대한 고려 없이 그저 평화주의적 관점에서 푸들 같은 행동을 비난하는 것이다. 국제 정치의 상황에서 현실적 대책 없이 ‘아무 생각 없는 개’ 혹은 ‘더러운 푸들’이라고 비난하는 것이다.

여기서 “다소 대책이 없다”는 것은,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한국에 위기가 닥칠 상황을 구체적으로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지 않은 듯하기 때문이다. 미군철수에 대비한 준비도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철수’설로 장난을 자꾸 칠 경우 발생할 일에 대해 진지하게 준비한 것 같지도 않고, 신용등급이 떨어져 당장 수출이 부진해지고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어 경제가 위기 상황에 떨어질 경우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이 별로 없는 듯하다. 미국에 대해 더 강경하게 반대하고 저항하는 것은 좋은데, 자칫하면 경제적으로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고 고민했느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몇 년 동안의 준비만 거치면 미군은 철수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처럼 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의 비율이 30-40% 정도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수출입 비중이 유럽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독일보다도 훨씬 더 높은 한국에서 외국 자본이빠져나갈 경우에 대한 대비는 좀더 구체적이고도 치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경제적인 혼란과 침체가 어쩔 수없을 테니까. 이것이 중요한 까닭은, 이런 경제적 침체나 위기가 도래할 경우 정말 시급하게 필요한 사회적 개혁이나 문화 개혁조차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좌파들도 단순히 보편주의적 명분에만 매달리지 말고, 현실적 개혁 과정에서 경제가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이 말하는 ‘국익을 위한 선택’이 무조건 옳았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경제규모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성장이 크게 둔화되는 상황에 대한 대비와 준비 없이, 노무현을 그저 아무 ‘생각 없는 개’ 나 ‘푸들’로 몰아붙이는 것은 심하다고 여겨진다. 겉으로만 보면 부도덕한 침략전쟁을 비판한다는 명분을 갖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블레어와 똑같은 푸들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다. 정말 사람들은 가난해질 각오가 돼있을까? 그리고 경제적 위기가 닥칠 때 극우 및 보수 언론들은 당연히 호들갑을 떨 터인데, 보통 시민들이 이 위기를 헤쳐 나갈 준비가 되어있을까? ‘노무현 푸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런 위기에 대해 제대로 고민하고 있는가?

이론적으로는 대안 없이 이론의 맹점을 비판하기만 해도 충분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경제의 차원에서는 대안 없이 그저 비난하는 것은 쉬울 뿐 아니라 무책임할 수도 있다. 그보다 어려운 것은 현실적으로 일어날 일에 대비한 채, 비판하는 것이다.

파병에 반대할 수는 있다. 그러나 노무현을 그저 미국의 푸들이라고 조롱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다만 현실적 개혁의 관점에서 미국의 푸들이 되지 말하고 요구하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이런 요구만 해도, 그저 푸들이라고 비난하는 것과는 한참 다르다. 푸들이 되지 말자고 요구하면서, 왜 한국은 경제 군사적으로 이렇게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지 고민하고,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대책을 실제로 마련하도록 애쓰자. 말로만 자주 외교를 하라고 다그치지 말고, 북미 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할 때 생기는 어려움을 우리 모두 같이 짊어질 테니 힘을 기르라고 다그치자.

파병을 반대하는 것과 노무현을 푸들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정치경제적 힘의 관계에 대한 고려 없이 정책결정자를 푸들로 몰아세울 경우, 자칫하면 명분의 푸들이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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