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대

1360  58/68   회원가입 회원로그인
  View Articles
zabel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2004-12-12 17:07:24, Hit : 385)
개같은 기자

(
'.
내가 결국에 가서 존경하는 사람은.   자신의 손과 발을 똑바로 인식하고, 그것을 정당히 사용하는 사람이다.
스스로에게 진정으로 기껍도록, 자신의 육체로 말하는 사람만이 영혼을 가진다. 영혼은 무료일 수 없다.
참고로 말하자면 자신이 한올씩 직조해나가는 영혼을 지닌 사람을 나는, 33년동안 단 두명을 만났다.   저이가 말한 "개"란 단어가 어느 정도의 무게인지 가늠은... 되잖치만. 쩝.
.'
)
   + + +

출처 : 컬티즌

‘개 같은 기자’의 치열한 자기고백, [전선기자 정문태]

한정수 sword0@hanvit.com

제나 슈나이더는 대학 졸업 후 뉴욕에서 뮤지컬 배우로 성공했다. 그러나 젊은 여배우에게 주연자리를 빼앗기자 다른 길로 나섰다. 천안문 사태와 베를린 장벽 붕괴의 현장을 사진으로 생생히 중계하면서 국제언론계에 새로운 이름을 알린 슈나이더는, 이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보스니아 등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선만 찾아다니며 용감하게 사진을 찍었다. ‘전선기자의 전설’로까지 칭송받던 그는 90년대 초 사라예보에서 부상을 당하면서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영웅 대접을 받았지만, 줄곧 심각한 피해망상에 시달리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 지난 해 11월, 스키모자 두 개를 겹쳐 쓰고 먹다 남은 피자 한 조각을 움켜쥔 채 길거리에서 경찰에 발견되었다. 그의 주머니에는 1달러 91센트가 들어 있었다.

전선(戰線)은 이벤트 호라이즌이다. 적당한 거리만 확보된다면 낭만적 서사의 웅장한 스펙터클일 수 있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시간과 공간이 왜곡되며 모든 것이 뒤엉키는 곳이다. 마침내 전선 위에 서면,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생과 사의 대격변이 일어난다. 전선은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지식과 상식이 무화되는 곳이며, 가치와 신념이 스스로를 번복하는 곳이다. 제나 슈나이더는 과연 전선 위에서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1988년 랑군의 봄, 정문태는 외신기자로 그 현장에 있었다. 그러나 ‘랑군의 봄’은 군인들에게 유혈진압되었다. 정부군은 학생과 시민과 스님들을 계속 추격했다. 현장을 취재하던 정문태는 그들과 함께 쫓겼고, 엄청난 희생을 치르며 결국 버마의 국경밀림까지 밀려났다. 그리고 그곳에 해방구를 틀고있던 소수민족 게릴라들과 연대하며 생존을 모색했다. 어느새 ‘데모대’는 민족해방민주혁명전선이 되어 있었다. 무장 게릴라가 된 것이다. ‘외신기자’ 정문태 역시 어느틈에 ‘전선기자’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중립’이라는 기자수칙을 집어던졌다.

‘기자가 중립을 지켜야 한다.’ 나는 그런 식의 말들을 믿지도 않을뿐더러 관심도 없다. 그 ‘중립’이란 말은 백인, 기독교, 자본주의, 서양중심주의로 무장한 국제 주류언론들이 떠받드는 신줏단지였다. 그이들은 그 단지 밑에 숨어 자본을 증식해 왔을 뿐이다… 전선기자로서 내가 따를 ‘중립’은 내 발에 차이는 ‘사실’뿐이다.

전선기자가 된 정문태는 당파적이고 치열하게 돌변했다. 섣부른 휴머니즘이나 존재론적 환멸마저 버렸다. 이제 그는 전세계의 참혹한 전선마다 항상 도사리고 있는 ‘미국의 냄새’에 치를 떨며, 부도덕한 정권에 의해 자행되는 ‘진압’이라는 이름의 ‘학살’을 저주하고, 무력하지만 순결했던 게릴라들의 죽음에 기꺼이 경의를 표한다. 버마학생민주전선의 대학1년생 작전사령관 툰우, 아프가니스탄의 전설적인 지도자 마수드, 하마스의 위대한 성직자 아흐메드 야신, 그리고 세계 각지의 이름없는 게릴라들과 숙식을 함께 하고, 그들과 함께 분노했으며, 그들의 허망한 주검을 취재했다. 그리고 썼다.

평화란 힘센 놈들이 만들어 낸 거짓말이었다. 비폭력은 그 놈들이 뱉어낸 거짓말에 쳐준 맞장구였다. 그 둘이 함께 먹고사는 공생관계 속에서 세상은 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져 왔다. '평화주의', '무저항 비폭력주의' 같은 말들이 얼마나 위험하고도 반시민적인 것들인지…

정문태는 16년 동안 버마, 스리랑카, 예멘, 팔레스타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카슈미르, 코소보 등 전세계 40여곳의 분쟁지역을 누볐다. 그런 그가 ‘종군기자’가 아니라 ‘전선기자’인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군대를 따라다니며 공보관의 브리핑을 추종하지(從軍) 않았고, 온전히 자신의 판단과 감각에 따라 ‘생과 사의 대격변이 일어나는’ 진짜 전선만을 취재해왔기 때문이다.

그가 알고 있는 ‘종군기자’는 이렇다. 2차 이라크전쟁 발발 직전, 미군은 전세계 언론사에서 뽑은 500여 명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전시대비 훈련을 실시했다. 소위 ‘임베드(embed) 프로그램’이다. 그 훈련과정 속에서 기자들은 “이라크의 핵-생화학무기 공격을 당하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는 공포를 지레 배웠다. 훈련을 마친 기자들은 미군이 원하는 ‘현장’에 적절히 배치되었다. 그리고 최근, 미군은 다음과 같은 중간평가를 내렸다.

“지난 걸프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서 미국이 채택했던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공보작전은 군과 언론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됐다. 그러나 이번 임베드 프로그램을 통해서 우리는 ‘군사기밀 보호’와 ‘언론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 종군기자들이 지휘관과 병사에게 다가감으로써 긍정적인 내용의 기사를 제공할 수 있었고, 종군하지 않은 매체의 부정적인 기사와 대조를 이뤘다.”

그리하여 ‘종군기자’이길 거부한 정문태는, 인도네시아 아체계엄군의 브리핑을 듣다 말고 ‘전선’으로 달려간다. 미디어센터의 브리핑은 아무런 ‘사실’도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뱀의 피까지 마시며 극한훈련에 참여했던 인도네시아의 ‘임베드 기자’들은 그를 따라나서지 못했다. 정부군의 눈밖에 날 것도 무서웠지만, 자유아체 게릴라들이 그들을 정부군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전선은 전선기자를 허락할 뿐 종군기자들의 접근은 허락하지 않는다.

반대로 ‘임베드’되지 못한 전선기자들은 지배자들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그는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군이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기자들을 공격하는 현장을 목격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의 전선기자들은, 2000년 9월의 2차 인티파다 이후 지금까지 이스라엘군으로부터 모두 180여건의 조준사격을 당했고, 59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결국 6명이 숨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태인과 미국이 틀어쥐고 있는 소위 ‘국제언론’은 침묵했다.

마지막 돌팔매질을 마친 아이들이 피투성이 동무를 부둥켜안고 구급차로 달려가는 풍경을 끝으로 ‘전선’은 잦아들었다. 철수하는 기자들 등뒤로 또 한번의 총성이 울렸다. 기자들은 엉거주춤 또 허리를 숙여야 했다. 뒤돌아본 나는 소리를 질렀다.

“야이, XX놈들아!”

그토록 치열한 ‘현장주의자’ 정문태도 한번은 현장을 버려야 했다. 동티모르의 독립투표 직전, 우익민병대들의 백색테러가 극에 달한 시점에 현장을 탈출한 것이다. 동료들에게나 스스로에게나 “한겨레21의 커버 마감이 임박했다”는 이유를 대긴 했지만, 사실상 ‘신변의 위협’ 때문이었음을 인정하며 ‘나는 개 같은 기자였다’고 아프게 고백한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이렇게 적는다.

“당신 같은 기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동티모르가 독립할 수 있었다.”

대통령이 된 샤나나 구스마오가 어깨를 두드릴 때, 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리고 나는 노을지는 딜리 바닷가 한 귀퉁이에 쭈그려 앉아 스스로를 원망했다. 그렇게 10년간 매달렸던 동티모르에 내가 남긴 것은 ‘마지막 눈물’이었다. 다시는 전선기자로서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는 맹세였다.

기자들은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심지어는 자신을 주인공으로 ‘감상문’을 쓸 수 있다. “전투가 끝나면 주검들만 남기 때문”이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 기자들을 검증할 만한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정문태는 특히 ‘책’이라는 후일담을 병적으로 기피하고 도망다녔다. 그러나 미국의 두 ‘침략전쟁’에 대한 분노로 마침내 책을 썼다. 잘한 일이다. 그의 당파성이 불편하게 여겨질 이들에게도 이 책은 요긴할 수 있다. ‘진짜 전선’을 말해주는 정문태의 독보적인 존재감 때문이다. 또한 다행한 일이다. 제나 슈나이더처럼 입 다문 채 미치지 않아주어서.

전선기자 정문태 전쟁취재 16년의 기록

http://www.aladdin.co.kr/shop/book/wbook.aspx?ISBN=8984311286


sia ▒

그 두명이 누구야?

 X  2004/12/13   
zabel ▒

부끄떠워~ =_=
말 못하꺼 가타아...잇힝..

  2004/12/13   
번호별로 보기
여러개의 게시물 정리 제목별로 보기 이름별로 보기 날짜별로 보기 조회별로 보기
220   물질로서의 가요 zabel 2004/08/05 384
219   룸메이트 구함 + 공고 zabel 2004/01/19 384
218   [펌] 조정경기 zabel 2003/10/11 384
217   [펌]신학철 인터뷰 [1] zabel 2003/07/01 384
216   개 같은 가을이 zabel 2004/09/22 383
215   공지...-=[acting]=- zabel 2004/07/07 383
214   [리뷰 혹은 난상] 생육 zabel 2004/01/06 383
213     [re] 지극히 *적이고 사소한 이야기. (랭보님에게) [2] intuition 2003/10/16 383
212   무성적 지대(DSZ, de-sexualized zone) zabel 2005/06/10 382
211   [펌] 클래식 zabel 2005/04/20 382
210   67˚ Something mju... zabel 2005/03/16 382
209   [기사]뫼비우스 zabel 2004/10/31 382
208   [부고]피에르 가스망 zabel 2004/08/04 382
207   Gaya [3] zabel 2004/06/15 382
206   나는 당나귀가 좋아 - 프랑시스 잠 zabel 2004/12/17 382
205   cellular zabel 2004/05/21 382
204     [펌] 폴 발레리, 『예술에 대한 고찰』중(가라타니 고진, 『마르크스 그 가... [2] sia 2003/11/05 382
203     [re] s/he loves me or loves me not [4] diminutive 2003/10/06 382
202   머리를 깍다. zabel 2003/07/14 382
201   [펌]불타는 춤의 연대기 zabel 2005/06/23 381
 ◀ [1]..[51][52][53][54][55][56][57] 58 [59][60]..[68] ▶ 
Copyright 1999-2026 Zeroboard / skin by u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