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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2007-12-07 11:16:27, Hit : 581)
[blog] 문제 아니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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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고급의 엘리트 자본집단에 삿대질/딴지를 걸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구나 싶다.   갠적으로 김규항님을 선호하는 편이 아닌데도 왜 자꾸 그의 블로그에 들락거릴까를 유추해보니 그렇더라는.
한국 집단이 지닌 여러 문제와 상황이야 재론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런 상황을 타개할 방도는 정말 힘들고 골아픈 문제이다. 병이 깊을수록 시간이 필요하고 더불어. 약도 매우 쓰고 아플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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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출처 : http://gyuhang.net/archives/2007/12/07@04:09AM.html
글 : 김규항




설명

타인의 취향은 <디워>나 디빠에 대해 이야기한 글이 아닙니다. 나는 <디워>라는 영화를 굳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평소에 아동용(가족용) 오락영화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이, 그 영화가 사회적 화제가 되었다고 해서 굳이 그 영화의 예술성을 논하고 심지어 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논하는 건 싱거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디빠의 행태에 대해선 대부분의 비판적 의견에 ‘당연히’ 동의합니다. 알다시피, 한국 네티즌의 행태에 대해 이미 오래 전부터 누구보다 비판적인 생각을 피력해왔습니다.

타인의 취향은 <디워>나 디빠가 아니라 <디워>나 디빠에 냉소와 혐오를 보이는 사람들에 대해, 한국 지식인들과 그들의 고장난 지성에 대해 쓴 글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디빠의 행태에 그토록 냉소와 혐오를 보인 지식인들은 왜 붉은악마엔 그렇지 않았을까요? 디빠와 붉은악마는 다르지 않습니다. 집단주의, 애국주의, 인터넷 기반, 폭력적 태도 등등 골격과 멘탈리티는 거의 같고 굳이 비교하자면 붉은악마가 좀 더 심각했습니다. 궁금하다면, 2002년 월드컵 때 ‘붉은악마를 부추기지 말라’라는 성명을 냈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과 그들의 홈피가 어떤 꼴을 당했는지 알아보기 바랍니다.

그런데 왜 지식인들의 태도는 그리 달랐을까요? 붉은악마에게 공감과 찬사를 바쳤던 그들은 왜 디빠엔 그토록 냉소와 혐오를 보인 걸까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월드컵엔 지식인들도 함께 흥분했지만 <디워>엔 전혀 그렇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하면, 월드컵은 그들의 취향에 부응했지만 <디워>는 그들의 고급한 취향을 거슬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지성은 월드컵에선 작동을 멈추었고 <디워>에선 매우 활발하게 작동한 겁니다. 제 취향을 거스를 때만 작동되는 지성, 우습지 않습니까? 나는 바로 그 이야기를 한 겁니다.

지식인들은 대중을 비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대중을 비난해선 안 됩니다. 대중이 비난받을 만한 상태에 있는 책임이 바로 지식인들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지식인들의 지성과 실천이 모자랐기 때문에 대중이 그 지경인데 그 경과에 대한 성찰은 없이 대중의 상태만 똑 떼어 내어 비난하는 건 무책임하고 염치없는 일입니다. 한국의 교육시스템에서 보통의 사람들이 국가주의에 대해 애국주의에 대해 파시즘에 대해 제대로 배울 기회가 있습니까? 바로 지식인들이 할 일입니다. 카페나 술집에 모여앉아 ‘천박하고 어리석은’ 대중과 자신들을 구별짓기나 하는 게, 앞장 서 대중을 비난하는 사람을 ‘용기있는 지식인’이라 말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게 지식인의 일이 아닙니다.

다들 애국주의, 애국주의 하는데 그 애국주의의 정체가 뭘까요? 돈입니다. 황빠나 디빠나 그 애국주의의 내용은 ‘돈’입니다. 진실이고 예술이고 간에 돈이 되니까 황우석이 자랑스럽고 심형래가 자랑스럽다는 것입니다. 이런 가치관이 우리 사회를 장악하게 만든 책임이 누구에게 있습니까? 바로 지식인들입니다. 개혁과 진보도 구분 못한 채 10여년 동안 우리 사회를 신자유주의에 찢겨 발겨지게 한 사람들이, 그래서 대중들이 진보고 정의고 인간적 위엄이고 다 팽개치고 돈귀신에 들려 이명박에게 몰려가게 만든 사람들이, 그러고도 모자라서 다시 비판적 지지 이야기나 하는 사람들이 대체 누굴 냉소하고 혐오한단 말입니까?

나는 한국의 지식인들이 제 고장 난 지성에 대해 생각하기 바랍니다. 지성이 작동하려는 바로 그 순간, 지성이 작동을 멈추었던 순간을 되새겨보길 바랍니다. 부끄러움을 느끼고 좀 더 겸손해지길 바랍니다. 그래서 냉소와 혐오가 아니라 애정과 연민으로 현실을 바라볼 수 있길 바랍니다. 오죽하면, 대체 얼마나 삶이 보잘것없었으면 고작 월드컵이나 <디워> 따위에서나 제 나라에 대한 사랑과 자부를 느꼈겠는지, 대체 얼마나 짓밟히고 캄캄했으면 이명박 같은 사람에게나 희망을 걸겠는지 고민하면서 말입니다.

(강의와 술자리에서 한, 타인의 취향에 대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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