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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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2006-04-04 05:00:47, Hit : 386)
달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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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잼난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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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선데이 묵언클럽

보스케 선생의 작품을 하나만 남겨놓고 모두 불태워버려야 한다면, 어떤 작품을 구하겠습니까?

달리   한 작품도 불태우지 않을 거요. 물론 폭탄 하나면 내 작품 모두를 잿더미로 만들 수 있겠지만. 내친 김에 재미있는 일화 하나 소개할까요? 언젠가 장 콕토는 프라도 박물관에 화재가 나면 어떤 작품을 구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소. 나는 장 콕토의 대답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소. 콕토가 틈날 때마다 그 이야기를 해주었기 때문이오. 고대 그리스 작가의 글을 인용해 “프라도 박물관의 한 부분에라도 불이 붙으면, 나는 그 불을 구할 것이다!”라고 대답했소. 그리고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소. 마치 “달리, 자네라면 아주 참신한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고 묻는 듯한 눈빛이었소. 무척이나 내 대답을 기대하는 눈빛이었지. 주변 사람들이 달리를 은근히 다그치는 바람에, 결국 달리는 “나는 불을 구하진 않을 겁니다. 공기를 구할 겁니다!”라고 말했소. 나는 회화에서, 특히 벨라스케스의 <라니 메니나스>에서 가장 근원적인 요소는 공기라고 생각하오. 불이 아니라, 공기를 구해야 해.


*


보스케 기회가 닿는다면 인육이라도 먹겠습니까?

달리   정신적으로는 거부할 이유가 없소. 그것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감정일 테니까. 게다가 가톨릭교회에서도 하나님의 몸을 성체의 빵이란 이름으로 먹지 않소! 따라서 식인 풍습은 성스럽기조차 한 것이오.


*


보스케 마지막으로 운 때가 언제입니까?

달리   상당히 오래 전이오. 어떤 집을 사려고 꽤 많은 돈을 썼는데, 그 집이 벌써 팔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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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케 사람들이 선생에게 콧수염을 자르고 다시는 기르지 말라고 한다면, 어떤 기분이겠습니까?

달리   어쩌겠소! 달리는 세상에서 무엇보다 구속받기를 좋아하오. 달리, 아니 내 자신을 구속해 오면 더욱 신바람이 나지. 이 땅에서 나를 가장 짜증나게 하는 것은 자유요.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뭔가를 선택해야 할 때 가장 짜증스러웠소. 누구나 그렇잖소? 시를 써야 할지, 그림을 그려야 할지, 그림을 그리면 어떤 장르로 그려야 할지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소. 그것만이 아니오. 영화를 보러 가야 할지 아니면 다른 곳을 찾아야 할지 선택하기가 정말 힘들었소. 정말 짜증스럽고 고달픈 일이었소. 그런데 갑자기 프리모 데 리베라 장군이 나를 투옥시켰소. 내 정치활동을 핑계로! 실제로는 내 아버지와의 묵은 감정 때문이었으면서도 말이오. 독방에 갇혀 나는 삶을 독특하게 음미하는 방법을 배웠소. 적어도 영화를 선택할 것이냐 다른 것을 선택할 것이냐 그런 문제는 아니었소. 내 자신의 운명 앞에 몸을 조아리지 않을 수 없었소. 그때 누군가 갖다 준 정어리 통조림이 아직도 잊히지 않소. 정말 꿀처럼 달콤했소. 빵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기름이 약간만 더 있었으면, 그렇게 바랐으니까. 물론 감옥에 갇혀 있지 않았더라면, 그까짓 통조림이야 씹지도 않고 내뱉었겠지. 구속은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에게 최대한의 감수성, 극단의 생각을 끌어내게 만든다오. 따라서 구속은 명백한 혜택이오. 화가가 성기(性器)를 표현할 수 없던 시기가 있었소. 그런 구속 때문에 화가들은 성기를 장식품 아래에 감추어 캔버스를 뒤덮어버렸소. 나와 같은 예수회 신자는 구속이란 족쇄가 주어질 때에만 꽃을 피운다오. 손쉬운 길로 달려가기를 거부하고, 미로를 찾아가 그곳에서 뭔가를 성취하려고 하오. 달리에게 콧수염을 잘라버리고 다시는 기르지 말라고 한다면, 그 대신 수염을 기를 만한 다른 곳을 찾아낼 거요. 가령, 그곳의 구멍이나 귓구멍이 되겠지. 그야말로 거짓 콧수염의 극치가 아니고 뭐겠소!


*


보스케 다른 사람에게 자선을 베푼 적이 있습니까?

달리   거의 없소. 아니, 전혀 없다고도 할 수 있지. 내가 자선을 베풀려고 할 때마다 오히려 커다란 재앙이 닥쳤으니까. 언젠가 어떤 사람이 내게 찾아와 부양해야 할 자식이 많다고 넋두리를 늘어놓으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려대더군. 그 사람에게 나는 이렇게 말해주었소. “당신과 나를 포함해서 인류 전체를 삼켜버릴지도 모를 재앙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는 나에게, 이처럼 자선을 구걸하다니 말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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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케 선생이 가장 좋아하는 색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이유도 말해주시지요.

달리   나폴리 옐로! 왜냐하면 단백질 색이기도 하지만, 화학적 혼합색을 주도하는 색이기 때문이오. 물론 회화에서 으뜸가는 색인 것도 사실이고. 나폴리 옐로 다음으로는 산소 색, 즉 푸른색. 내 눈길을 가장 끌어당기는 색이기 때문이오. 베르메르의 그림에서도 이 두 색은 빠짐없이 사용되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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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케 세 명의 현대 화가의 작품들을 복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할 권리가 주어진다면, 어떤 작품들을 택하겠습니까?  

달리   가장 먼저 터너의 작품을 찢어버리겠소. 터너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고약한 화가라고 생각하니까. 둘째로는 폴 세잔의 그림을 택하겠소. 마지막으로는 한 러시아 화가가 모작한 앵그르의 그림들이오. 그 모작들이야말로 왜곡되고 더럽혀진 예술의 전형이니까.

보스케 나는 현대 화가들 중에서 택해달라고 했는데요?

달리   그렇다면 고갱이오. 고갱은 터너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는 고약한 화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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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케 다른 사람이 알아보면 불편하지 않습니까?

달리   천만에. 브리지트 바르도처럼 무척이나 유명한 사람들을 나는 자주 보았소. 지나치게 성공한 탓인지 그들은 자살하고 싶은 막연한 충동을 느낀다고 하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않소. 돈 문제도 마찬가지요. 누군가 문을 열고 내게 황금을 산더미만큼 안겨준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받을 거요. 대중적 인기? 나는 그것도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소. 작년 크리스마스 때, 모두가 알아보는 달리가 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더군. 그래서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조그만 종을 들고 뉴욕 거리를 걸었소. 사람들이 신성한 달리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마다 나는 그 종을 마구 흔들어댔소. 사람들이 나를 감히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내게는 견딜 수 없는 모욕이었으니까.

 

 

-『지식인은 돼지다, 고로 나는 최상의 돼지다』(알랭 보스케, 강주헌 옮김, 작가정신, 2004)에서 발췌하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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