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고 들었던 생각이. 생판 진짜의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사진가는....없었던 것같다..는 거였다. 쇼킹한 대상과 좀 더 예쁜 톤과 미끈하게 빠진 프레이밍을 위해 수단방법을 안 가리면서도 정작, 일반의 타인들도 나와 같은 눈을 가지고 있을까를 생각/표현한 작가가 있었을까. 좀 더 달라지기 원하고 다르게 보기를 목말라하기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계로서 막바로 타인들과 소통을 원하는 작가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란....생각.
물론 리얼함을 현장성으로 보상하려는 시도도 프레임이 될 수 있겠지만, 정말 위대한 다큐멘트 사진가란 분들도 스스로 밟고 서있는 지대에 카메라를 들여대면서, 이 파인더처럼 타인도 보고 있을 것인가를 정말로 고민했을 것인가란 지점에선, 많이 망설여지는게 사실이다. 오히려 그것과는 반대로 작전을 수행한 작가가 많지 않았을까. 난 진짜로 독특해야한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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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21에서 펐음.
<생활의 발견> 주연 김상경, 홍상수 감독의 이상한 영화세상 주유기 中 - 허문영 moon8@hani.co.kr
연기3 - 리얼리티 혹은 현장성
엉뚱한 대사와 몸짓에 몰두하는 것처럼 보이던 홍상수 감독이 어떤 대목에선 강박적으로 리얼리티에 집착했다. 경수와 명숙(예지원)이 동침하고 아침에 눈뜨자마자 기막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촬영 전날 두 사람을 각방에서 재웠다. 제3의 방에 세팅을 갖춰놓고 아침 일찍 홍 감독이 김상경을 깨웠다. 김상경이 눈을 뜨면서 무슨 말을 하려 하자 홍 감독이 입을 막았다. 말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침대에서 눈을 떠 명숙에게 잠에서 깬 첫목소리로 대사를 해야 한다. 연습은 필요없다. 중요한 건 첫목소리여야 한다. 예지원도 입을 꾹 다문 채 퉁퉁 부은 눈에 부스스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한번은 홍 감독이 뭔가 복잡한 숫자를 열심히 쓰면서 계산하고 있기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김상경은 감독님이 또 무슨 이상한 거 꾸미고 있나 싶어 뭐 하는지 물었다. 경수가 서울 선배한테 받은 돈을 10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여비가 경주에서 다 떨어지지 않았는지 계산하고 있는 것이었다. 거기엔 술값, 밥값, 여관비 등이 촘촘히 기록돼 있었다. 술 취한 장면에선 실제로 그만큼 취하게 만들어놓고 연기를 시켰다는 건 반복할 필요없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김상경이 극중에서 들고 다니는 가방 속에는, 가방을 열어 보여줄 일이 없으니 어떤 게 들어있어도 관계없지만, 정말 경수처럼 팬티와 양말 그리고 한권의 책만 넣어다녔다. 몸은 설정에 가장 가까운 상태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홍 감독은 리얼리티에 집착한 게 아니라 현장성에 집착한 것이다. 리얼리티는 목적 아닌 설정이고 출발점일 뿐이며, 그걸 따질 때조차 인위성의 최소화가 목적이다. 거기에서 출발해 이르게 될 어떤 새로운 리듬과 상태가 홍상수 영화의 고지다. 그러나 감독의 머릿속에만 있을 설명될 수 없는 그 리듬을 배우가 어떻게 짐작하고 어떻게 맞춰줄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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