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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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보 님께서 남기신 글 (2003-08-30 10:41:07, Hit : 433)
[잡글2] 장난감 도시
자벨님에겐
엊저녁에 무슨 일이 있어 행복하고 우울했는지,
말을 걸어보고 싶지만 방법이 없네요.
그래서 잡글의 형식을 빌었습니다.
실은 저도 어제 많이 우울하고 또 무진장 행복했었거든요.
그 남자 휴가의 마지막 날, 벼르고 벼르던 스켈링을 하러 병원에 가서
치아에 대한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100만원의 견적이 그냥 나와버리더군요.
양치질을 너무 무식하게 해서 잇몸과의 연결부위가 마모된 치아가 13개,
파리똥만한 충치가 다섯개, 근데 이제 막 시작하는 충치부위를 보험적용되는
아말감 처리를 하면 충치가 없는 부위까지 넓게 깎아내야 하니 안 좋다,
역시 마모된 부위를 보험적용되는 재료로 치료하면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
뭐 그런식의 협박으로 어쩔수 없이 비상금 주머니를 털게 만들더군요..
근데 또 재밌는건, 양치질하는것을 너무나 싫어해서 단지  그 이유만으로
내게 몇번이고 이혼을 당할뻔 했던  그 남자는 충치 하나없이 말짱하더구만요.
이젠 내가 이혼당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치만 친한 일당중엔 천만원 견적을 받은
사람도 있었는데 그에 비하면 정말 파리똥이지요. 당분간은 오로지 그 친구
생각만 하며 위로 삼아야 겠습니다.

그 남자가 최근에 저한테 크게 잘못한 일이 있어서 사죄하는 의미로
휴가기간동안 아무데도 안가고 눈뜨는 순간부터 잠이드는 순간까지
아이들에 관한 한 모든것을 책임지기로 했었지요. 그 며칠간 전 화려한 싱글이
되어 아주 홀가분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하루치 끼니만 챙겨놓고 베란다에 나와 앉아
집구석 여기저기서 미처 다 읽지 못하고 접혀져 있던 몇권의 책을 싹 마무리 하여
책장에 정리해 놓았습니다.물론 그때의 기분도 기분이지만 베란다의 창을 열어놓고
앉아 하루의 시간이 어떻게 변해가는 지를 몸 전체로 느끼는 기분이 정말 황홀했지요.
흐린날엔 저녁 7시 30분쯤이 되면 불을 켜지 않고는 더 이상 글을 읽을 수 없고,
비가 오는 날엔 그 시간이 30분쯤 더 짧아지고 맑은 날엔 8시까지도 글자를  읽을 수
있고, 서서히 서서히 글자가 안보이기 시작하는 그 지점에서 오그라진 마디를 펴며
일어서는데 땀 흘리는 노동에 버금가는 뿌듯함이 내안에 가득 채워집니다.
매순간 나는 왜 살고 있을까라는 회의를 품게 됐었는데
그 며칠 만큼은 살아 있어 정말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밤엔  3살 아이랑 불광천을 갔었지요. 그 아이는 집에서 불광천까지는
온갖 괴성을 질러대며 아주 열정적으로 뛰는데 막상 개천에 도착하면
아나줘아나줘~하며 저를 캥거루엄마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래도 낮동안 부대낌이 없이 홀가분하게 지냈으니 그 잠깐의 불편함 정도야
뭐 거뜬히 즐길 수 있었지요. 몸에 달라 붙는 아이의  묵직한 그 느낌이 또한
앞으로의 떨쳐낼 수 없는 내 삶의 존재감이겠구요.
우울과 행복이 교차하던 휴가의 마지막 날은 그렇게.. 그렇게  끝났습니다.





zabel ▒

앗....부군되시는 분이 저하고 같은 과군요...하루에 한번 이빨 닦기 힘들면서 치과가 어떻게 생긴 곳인지 잘 모르는.....^^ 저희 어머니도 이가 않좋으셔서...대충의 시세는 알고 있습니다만,,..그동네 정말 장난..아닙니다. 이제라도 치대에 들어가고 싶더라구요...참.. 등록금이 없구나..
쨌든, 좋은 휴가 즐기셨다니. 부럽고, 간만의 충전 만땅 독서 감축드립니다. 저는....어제 실은 진선생님을 만났거든요, 그 이유떄문이긴 한데...나중에 말씀드리지요.^^

 X  2003/08/30   
thaddeus ▒

나름의 멋진 휴가를 보내셨군요,
결혼이란 정말 많은 걸 포기하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결혼이 주는 것보다 빼았는 것이 많다는 건,,,
그리고 그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단걸...

 X  200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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