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볕이 너무 좋아 시름시름 앓고 있습니다.
무얼해도 안정이 안되고 자꾸 헛생각만 나네요.
해가 설핏 기울 즈음 안방 침대 모서리에 앉아 창 너머로 밖을 보노라면
환장할 것만 같습니다. 지금 이 자리가 낯설어서. 혹은 이러구 앉아 있는
자신이 낯설어서인지도 모르구요.
아래, Ron Mueck의 설치물을 보며,
더 정확히는 서 있는 여성의 몸에 뚜렷한, 좌골조직에서 가슴선까지의
임신선을 보고 난 후 더 심해진것 같아요.
가을 볕이 잔인하게 느껴진건.
남자들에게 가장 부러운 건, 일평생 몸의 변화를 겪지 않고 살아도 된다는 것.
임신을 하고 또 아이를 낳기 위해 산부인과를 가면 그 입구서 부터 이제 나는
인간이 아니라 동물이다 라는 각오를 해야만 했던 기억들.
치욕을 넘어 가장 기본적인 존엄마저 저당잡힌 채 팬티를 벗고 줄을 서고
무심히 기계적인 손동작들을 겪어야만 한 생명이 무사히 자라고 태어날 수 있는
그 체제에 얼마나 치를 떨었었는지......
그의 작품을 텍스트가 없이 그저 물질적인 형상만 보고 있으려니
도대체 무얼 봐야 하는지, 그 옛날의 험한 기억들만 떠오르고.
그러던 와중에 주문한 책이 한다발 도착했어요.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새 .책.
근래 출간되는 책들은 모두가 디자인도,색감도, 냄새도, 크기도 알맞춤해서
눈이 읽기 전에 이미 손으로 만지작거리고만 있어도 그 내용이 전해질듯
착착 와 안기곤 하네요.
그 하나,
뇨자를 좋아하는 자벨님에게 선물로 주려고 징글징글한 뇨자이야기가
잔뜩 들어있는 책을 하나 골랐어요, 물론 내가 먼저 어제 밤부터 오늘 낮까지
다 읽었버렸지만요. 우리는 이 한세상, 어떤 목적으로 떨구어 졌을까?
너무 징해서 가슴이 아리고 한이 치받쳐오지만 그들이 구사해내는 사투리땜에
울다가 웃다가 뒤범벅된 감정을 고스란히 느껴봤습니다.
어쩌면 싸구려 매니큐어와도 같은 일상 속 감상이, 그 징한 여자들의 삶 앞에
놓이니 맥을 못추더이다. 그러저려 징한 여자들 이야기를 읽으며 그들의 생애를
위로로 삼으며 아슬아슬한 경계지점을 또 넘기려하고 있구요.
( 자벨님, 편한 시간에 연락혀, 배달도 가능항께.)
그리고 [우라야스 도서관 이야기]
추석날 읽은 책 치고는 너무도 물기없이 메마른 책.
재미없는 책을 읽을땐 대각선으로 대강의 뜻만 파악하며 넘기는데,
정말 오랜만에 그 놀이를 했습지요.. 왜 이렇게 지겹지? 라고 생각해보니
그 책은 20년도 더 지난 일본에서의 일이기 때문일거란 나름의 판단.
근데 우리는 지금에야 이 책을 번역하고 소개하며 또 읽고 자극 받을 수 밖에
없는 낙후된 문화환경속에서 살고 있다는 거. 참 씁쓸하더군요.
내년 1인당 세부담은 18만원이 오른 318만원이라는데 도대체 그 많은 세금은
무슨 근거로 책정이 되고 있는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한번도 도서관 혜택을
받아 본 적이 없고, 그저 책은 모두 돈주고 사야만 볼 수 있는 환경을 당연스레
받아들이며 살았는데 그 책을 읽고 있으려나 울화증이 나더란 말이지요.
걸어서 10분 거리의 도서관, 환상입니다.
송두율교수의 책은 헉!염두가 안납니다.
그 옛날 스터디를 할때 말고는 참 오랜만에 보는 문법인 탓이지요..
그래도 읽어야지. 가끔씩 엽이님이 마킹해 놓은 곳을 볼땐 한번 더 눈을 주게 됩니다.
아마 학생때 읽었던 책인가 봐요.
( 엽이님, '뉴욕미술의 발견' 나보다 먼저 읽고 싶으면 메모 날리셔요.
역시 배달 가능.)
모두들 나처럼 고뇌어린 날들이어야 합니다. ^^. 401호 아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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