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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bel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2003-10-02 14:36:38, Hit : 413)
[펌]overheat - 박영숙 글

신디셔먼을 여성성, 내지는 페미니즘 비스구리로 보는 것에...좀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입장이다.
언타이틀드 필름 스틸...시리즈 같은 것은 읽을 수 있는 방법이 매우 풍부하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정치성 있게만 해석하는게 어쩐지 재미없는 것같아서.
아래 쓰여 있는 관점도 주지할만 하지만, 지금까지 신디셔먼 사진을 이야기하던 라인안의 이야기이긴 한 것같다.
다른 열분들은 어케 생각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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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디 셔면 <무제 #172> 컬러프린트 186.4×124.6 cm 1987



여기 극명한 이미지를 보여 주는 신디 셔먼의 1987년 사진작품이 있다. 사진에는 ‘징그럽게’ 보이는 것들이 바닥에 쏟아져 놓여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시간이 오래 지났는지 부패되어 곰팡이가 극성스럽게 퍼져 있다. 이 이미지는 보는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을 불러일으킬까? 내 관심은 이렇게 시작된다.

식탁 위에 차려진 먹음직스럽고 향긋한 음식을 상상해 보라. 그 맛있는 음식은 보기에도 아름답다. 어떤 사람은 오래오래 씹으며 그 맛을 느낄 것이다. 마치 소(牛)가 되새김질을 하듯이 말이다. 그런데 그 음식을 먹다 말고 그대로 토해 놓았다고 상상해 보자. 신디 셔먼은 바로 이런 상황을 사진 이미지로 재현하고 있다. 신디 셔먼의 작업은 바로 그 ‘아름다움’의 실체에 대항하는 것이다. 억지 같지만 입 속의 음식물과 뱉어 낸 그것이 어떻게 다르다는 것인가? 언젠가 좀 더러운 음식점에서 깔끔 떨며 타박하는 나를 보고 한 친구가 잠결에 달게 먹었던 물이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해골에 담긴 물이었다는 원효대사의 일화를 들먹이며 나를 질타했다. 그 일화를 전하며 친구는 더럽다고 여기는 그것이 ‘관념덩어리’라고 나를 일깨운 적이 있다.

나는 사진 수업시간에 사람들에게 “왜 당신은 사진을 공부 하려고 하십니까?”라고 질문한다. 이 질문에 대한 사람들의 답은 거의 같다. “아름다운 것을 촬영하고 싶어서요”라고. 그런데 그런 대답은 나를 자극한다. ‘아름다움’이라는 그 찬란한 이데올로기, 그 착각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억압하고 가슴 멍들게 하며, 그 같은 고정관념이 어떤 일을 자행하는지를 철저히 파헤치려는 돌격자로 나를 변하게 한다.


신디 셔먼은 자신의 몸을 재현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녀의 초기 작업은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문화적으로 스테레오 타입화한 여성들의 이미지를 패러디하며 자신이 그 영화 속의 여인으로 분장한 이미지를 재현했다. 그 재현은 다시 보게 하기와 낯설게 하기로 동시대 문화의 ‘현상’들을 꼬집는다. 그녀의 이미지는 여성의 실재를 드러내 보임으로써 다시 생각하기를 촉구한 것이다. 그런데 ‘여성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데 남성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 있을 뿐,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주체로서의 여성은 거기에 없었다. 신디 셔먼은 뒤이은 작업에서 ‘심리적 위축현상’을 드러낸 작품을 선보였다. 하루종일 남편의 전화만 기다리는 여성, 자신의 공간은 그 어디에도 없는 듯한 귀퉁이에 소외된 여성 등. 그녀는 공포, 불안, 초조, 극도의 긴장된 여성 이미지를 그녀는 창출했다. 1985년부터 신디 셔먼의 작업은 전격적으로 바뀌었다. ‘재앙(Disasters)’이미지가 바로 그것이다. 그 이미지들은 쓰레기더미에 버려진 듯한 여인으로, 해체된 신체로, 쥐들이 득실거리는 곳에 웅크리고 있는 여인으로, 생각의 저 깊은 곳에서 절대로 그것들과 함께할 수 없음을 선언했지만 어쩔 수 없이 거기에 거처할 수밖에 없는 형편을 느끼게 한다. 마음 저 밑바닥으로부터 거부할 수밖에 없는 그것들을 ‘대상화’ 한 신디 셔먼의 작업에는 ‘아름다움’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전복하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 아름다움/추함, 깨끗함/더러움, 좋다/나쁘다, 옳다/그르다… 이 모든 것의 기준과 가치개념은 과연 누가 만들었단 말인가? 전통이, 문화가, 제도가 그렇다고 주장한다면 그 개념들은 영원히 진리라는 말인가? 신디 셔먼의 작업은 그것들에 말걸기를 하는 것이다.  
  
추함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

나는 최근 어렵사리 ‘비천함(Abjection)’이란 개념을 접하게 되었다. ‘여성적 그로테스크’에 대해 논한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는 ‘비천함’을 여성적 그로테스크의 표상으로 제시, 오이디푸스 전 단계, 즉 여성적·모성적 공간을 은유하며, 출산을 학살과 생명의 정점(외부와 내부, 자아와 타자, 생과 사)으로 본 어머니와의 외상적(traumatic) 분리를 통해 상징계로 진입하기 직전의 감각적·잠재적 지대로 규정한다. 즉 ‘주체로도 객체로도 불릴 수 없는, 그 무엇에 의해 점령된 지대’를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아기가 엄마의 양수 속에서 행복했던 시간을 잃고, 엄마와 분리되는 상황의 시·공간의 경험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 아기는 엄마의 양수를 ‘더럽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여성의 출산이 내부가 외부로 치환되고, 내가 타자로 도치되는 전환의 순간에 ‘비천함’의 실체가 성립되는 것이다. 그 실체는 ‘비천함’을 모성성과 여성성에 중첩시켜 그 수많은 무상의 이분법적 이데올로기, 이성과 감성, 여성과 남성, 문명과 자연, 자아와 타자, 주체와 객체 등을 희화한다. 크리스테바의 이러한 이론들은 나로 하여금 신디 셔먼의 작업을 새롭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몸의 외피만을 재현해 온 미술의 역사를 전복하려는 그녀는 ‘정상’과 ‘비정상’의 고정관념을 뒤흔들고, 아름다움의 이데올로기를 정면에서 공격하며 더러움, 추함, 장애, 기형, 파손, 흉함 등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우리가 소외하고 천시하는 모든 것을 다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작업은 우리의 또 다른 상상을 촉구한다. 생태계의 미래와 인간존재의 위기까지 체험케 하는 그녀의 작업들을 내가 이해하듯이 그 기호적 체계의 의미망인 여성의 경험, 여성의 시선, 여성의 재현을 진정 남성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염려하게 된다. 이쯤 되면 나도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누가 이것을 더럽다고 했느냐?” ■






intuition ▒

이런 말을 먼저 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신디셔먼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또는 분석해 보기에는 너무나도 빈약한 정보밖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
문화와 예술은 자본주의 시장 질서 속에서 절대로 갓길 운전을 하지 않는 절대적 코드의 집합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예술을 순수하게 예술만으로 문화를 순수하게 시대의 반영 정도로만 생각하는 건 어떻게 보면 순진하다 못해 바보같은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80년대의 신디셔먼이 아닌 2000년대의 신디셔먼을 떠올려 보면 오히려 뚜렷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진이라는 것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접하게 된 신디셔먼의 사진은 해석의 입구조차 허용하지 않는 미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 후 여러가지 텍스트의 조합에 의해 만들어진 신디셔먼은 또다른 매력과 함께 포장된 이미지로 다가오기도 했구요. 지금은 큰 관심이 가지는 않지만 언젠가 현대사진을 정리해 볼 수 있는 계기를 가지게 될 때는 보다 방대한 양의 인포메이션과 함께 신디셔먼을 볼 수 있을까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개인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이런 거긴 한데요. 맘에 드는 작가를 대상으로 좀 광범위한 예술 지형학적 작업을 해보는 거요. 작가를 중심으로 흘러내리는 곁가지들이 가지는 지형적인 형성과 맥락의 교차같은 것.

랭보님이 빌려주신 '뉴욕미술의 발견' 을 읽고보니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른 것은 없지만 역시 문화권력이 가지는 힘과 문화권력에 의해 그 의미와 가치를 유지해 가는 예술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 점점 그 나라 흉내를 내고 있지않은가 싶은 이 나라의 문화행태등 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하네요.

 X  2003/10/02   
zabel ▒

엇....저도 비슷한 생각을 한적이 있었습니다만.

분과별 비평집단...같은 거였죠. 일단 기본적으로 미술이나 사진을 말할 수 있는 소양이 있는, 각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한 작가를 집단 난도질하는 겁니다.

끔찍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좀 더 탄탄한 사회/의미 망위에 작가를 좌표 지움으로서, 그 작가를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었거든요.

또한 천재에 가까운 작가를 과하게 떠받들어, 무슨 우상이나 도인을 만드는 우를 범하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고요. 개인의 힘으로 한 작가에게 정말 힘이 될 수 있는 비평이란것 엔...한계가 있지 않을까란 착안 끝에 나온것이라는...-_-a

쨌든, 그런 의미에서라도 모텔에 들르시는 분들처럼, 사회 생활과 스스로 관심가는 분야에 갭이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러분은...진정한 이 나라의 챔피언이십니다. 핫! 빰-빰-빰빠빠빰빰-빰

앗참...그리고 전 솔직히 유명 작가의 범작을....아주 흥미있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근래의 셔먼 이야기가 나오면 재밋어합니다. 음, 예를 들어 얼마전에 셔먼이 한 작품의 8*10 에디션을 몇십장인가 백몇장인가 뽑았다는 말을 들었을때도....참....많은 생각을 했었다는.

  2003/10/03   
▒

뭐 어차피 20세기 미술은 비평가가들이 이끈 미술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죠. 그리고 이 비평가들은 자본에 봉사하는 하나의 집단이구요. 문제는 이 비평가들 뒤에서 힘을 실어주는 이론은 전부다 유럽에서 수입된것이고 이 이론을 가져다가 작품을 판곳은 미국이니 아주 아이러니 하죠. 머리는 유럽을 향해있고, 몸둥이는 미국에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속에서 요즘 유럽 사진작품들이 서서히 미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도 하고 있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저는 개인적으로 신디셔먼을 바라보는 시각중에 끝없는 자아 분열이라는 단어에 동의를 합니다. 결국 자아란 혹은 정체성을 쫓다보면 결국 해체되고 남는 것은 찌꺼기들만이 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끼꺼기에서 다시 소생을 찾는 어쩌면 윤회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것이 신디셔먼 아닐까요. 하지만 이제 신디셔먼이 과연 이 찌꺼기들로부터 소생할수 있을까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일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냥 찌꺼기속에서 소멸해 버리고 말지 않을까. 끊임없는 해체의 결과로 결국은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소멸하는 불행한 운명이 될것 같다는게 제 개인적인 입장입니다.

  200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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