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키쓰하여 밝은 사회 이룩하자”, “눈치보지 않는 사회 우리나라 좋은나라”... 이런 식의 표어가 등장하는 만화, 장문의 텍스트로 꽉 찬 만화, 장난스런 표정의 인물과 이야기로 전개되는 만화. 이러한 현태준의 만화는 적당히 스스로를 포장해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듯 하다. 이처럼 허를 찌르는 듯한 특성 때문인지 만화를 그린 경력이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얼마 전에는 영화 “몽정기”의 포스터를 제작하기도 하였다.
미술대학을 졸업하여 스스로 할 일을 타진해 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이러한 현실 속에서 그의 삶의 방식은 좋아하는 일과 현실적인 문제들을 적절하게 결부시켜 나가는 듯 하다. 그것이 그의 말대로 운이 좋아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만화 만큼이나 명쾌하고 힘찬 느낌이다. 잡다한 장난감들로 가득찬 그의 작업실을 방문하니 생김새 역시 범상치는 않은(?) 현태준씨가 반겨주었다. 그는 건네 준 자신의 만화로 디자인된 캔커피(미발매)를 마시며 나눈 짧은 대화를 소개한다.
현태준은 1966년 출생, 1989년 서울대 미술대학 공예과를 졸업하였다. 1992년 ‘신식공작소’를 개업하였고, <재미있는 신식공작전〉, 〈주차장프로젝트〉,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Active Wire전〉등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저서로는 《뽈랄라 대행진》(2002), 《아저씨의 장난감 일기》(2002) 등이 있으며 장난감 연구 및 수집, 취미 관련 책 제작, 잡지 등에 만화를 연재중이다.
김유숙 : 공예전공(도자)이신데, 졸업 후 디자인 계열 일을 하였네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습니까?
현태준 : 돈을 벌기 위해서 혼자서 컴퓨터 배우고 씨름하면서 도록 관련 일을 시작한 것이 인연이 되었습니다. 1991년 신식공작실이라고 오픈하여 아내는 악세사리 등을 만들어서 판매하였고, 저는 도록 디자인 일을 주로 하였습니다. 대형전시 도록도 많이 맡아서 했고 한 때는 그 방면으로 유명해지기도 했었죠.(웃음)
김유숙 : 만화가, 장난감 수집가라고 스스로 지칭하시는데, 스스로를 만화가라고 생각하시나요?
현태준 : 네, 그렇습니다. 저는 주로 만화가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다른일 하는것이 있으나 설명하자니 복잡해져서 그냥 편하게 남들 다 아는 만화가 라고 합니다, 그리고 장난감 수집은 장난감을 많이 수집하고 있으니 장난감 수집가고요.
김유숙 : 그렇다면, 만화를 처음 그리기 시작한 시기는 언제쯤인가요? 늘 등장하는 남녀 캐릭터, '철수와 영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습니까?
현태준 :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디자인 관련 일을 그만두고나서부터입니다. 남녀 캐릭터 역시 제가 만화를 그리기 시작할 때부터 그렸어요. 그 시작이 바로 “대낮에 키쓰하여 밝은 사회 이룩하자”였습니다. 작업을 시작한 것은 2-3년 밖에 안된 셈이죠. 그 동안 무척 운이 좋았습니다.
김유숙 : 현선생님 작업에는 텍스트가 상당히 많은데 왜 그렇게 표현하시는지요?
현태준 : 말씀드렸듯이 저는 그리기 재주가 좋은 것도 아니고 아직까지도 그림으로 이야기 하는 것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림에 글을 많이 넣습니다.(웃음)
김유숙 : 작업은 컴퓨터로 하십니까?
현태준 : 그리기는 손으로 그리고 색상넣기만 컴퓨터로 하고 있습니다. 컴퓨터로 모두 그리면 좀 그림이 재미가 없더군요.
김유숙 : 현선생님 작업을 보자면, 저의 경우에는 어린 시절 학교에서 불조심 포스터, 반공 포스터 등을 그렸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러한 요소들이 저 같은 30대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수집된 장난감에서도 동시대를 살아온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정감이 가는데, 선생님 작업을 좋아하는 연령대는 어떻습니까?
현태준 : 말씀하신 그런 만화들은 30대 정도 되는 분들도 많이 좋아하셨는데, 제 작업은 주로 10대, 20대 등 어린 학생들이 좋아합니다. 왜 그런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정도 연령대에 감성이 맞는 모양입니다.(웃음)
김유숙 : 월간미술 연재물 “현태준의 아름다운 ‘우웩’ 세상”에서 작가(‘아리스트’라고 지칭하는)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으시죠? 한국사회에서 ‘작가’라는 직업의 어려움과 허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내용이 작가나 큐레이터 등 미술계 인물들을 풍자한 것들이 많은데, 그러한 소재를 택하신 계기가 있습니까?
현태준 : 처음에 월간미술에 연재를 시작했을 때, 저에게 미술과 관련된 내용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저는 사실 미술계 사람들을 많이 알지도 못하고 해서 어렵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유롭게 진행하기로 했는데, 우연히 주변에서 가끔이라도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듣다보니 자연스레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김유숙 : 주변 작가들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현태준 : (웃음)저에게 개인적으로 말하는 이는 없었지만, 전해들은 바로는 서로들 “현태준 만화에 네 이야기 나왔더라”면서 우스개 소리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김유숙 : 얼마전 영화 몽정기 포스터를 제작하셨고,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사람들 호응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그러한 반응들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작업하셨는지요?
현태준 : 제가 선재미술관에서 주차장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사람들이 저의 작품을 보고서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몽정기 포스터 역시 재미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사람들의 호응을 특별히 염두에 두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제 작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영화사와 연관된 부분이겠죠.
사람들이 저의 작업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쉽기 때문일꺼라고 생각합니다. 간단명료하고 쉬우니까요. 저는 제가 알고 있는 것만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김유숙 : 몽정기 포스터로 인해 유명인이 되셔서 일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웃음)
현태준 : 다행히도 일은 지속적으로 있는 편입니다. 지금도 내년까지는 스케쥴이 잡혀있는 셈이지요. 저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일도 있고요...
김유숙 : 향후에 만화영화를 제작하고 싶은 생각이 있으신지요?
현태준 :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짧은 카툰 정도는 모르지만 영화까지 만들 생각은 별로 없어요.
김유숙 : 올해 전시 계획은 있으신가요?
현태준 : 재미있는 혹은 부담없는 전시가 있다면 참가하고 싶습니다. 선재 전시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참여하였습니다. 그리고 개인전보다는 될수있으면 여럿이 하는 단체전이 좋습니다, 그쪽에서 알아서 이것저것 해주니까요...
김유숙 : 네, 향후에도 즐거운 만화들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전시를 통해서도 뵙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현태준 : 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 정리: 김유숙 (오픈아트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