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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bel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2002-12-29 06:19:27, Hit : 338)
레지스탕스



조디의 아름다운 반항




웹아트서치에 제목이 붙여진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면 '너무나 공격적이고 당혹스러운’ 것으로 그들의 작업을 경험할 때, 그 경험을 뛰어넘어 JODI의 진가를 알게되기까지의 시간을 단축시키자면, 이러한 길잡이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입니다. 이 제목이 웹아트의 선두주자로서 99년 웨비상 아트부분을 수상한 JODI를 경험하는 데 있어 상징적인 길잡이가 되길 바랍니다.








우선, "조디"의 정체를 알아봅시다. JODI는 네덜란드 출신의 사진을 전공한 Joan Heemsker와 벨기에 출신으로 조각을 전공한 Dirk Paesmans라는 두 사람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그룹입니다. (유럽에 근거를 둔 웹아티스트들은 유독 듀오그룹으로 많이 들 활동하는 것 같습니다. 가령, 엔트로피8주퍼! 0010010001.org 등) 94년 네덜란드의 한 학교의 디자인 전공 수업에서 만난 이들은 그곳에서 포토샵과 스캔과 같은 새로운 매체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 뒤 인터넷 브라우져가 처음 세상에 선보인 당시 실리콘 벨리가 있는 미국의 서부로 가 그들의 작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활동은 다분히 '유럽적'입니다. 즉, 어떤 네러티브나, 기술에 집중한 직접적이고 대중적으로 흥미로운 시각적 효과를 사용하기보다는, 일면 다분히 개념적이고, 정치적 측면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한 그러한 개념적이고 정치적인 측면이 결코 예술적인 경험과 무관하지 않음을 미리 강조해 두고 싶습니다.


이제 조디의 '작품'을 들여다보는 것이 순서가 되겠습니다. 현재 Jodi.org 에 들어가면 완전히 '분열된' 텍스트들이 등장합니다. 이 텍스트들은 읽히지 않으므로 사실 텍스트라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텍스트라 부른다면, 그것은 컴퓨터의 텍스트를 구성하는 언어, html 코드들이 날 것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이제 이미지입니다. 복잡한 코드들의 결합에 단 하나의 누락이 발생할 때조차도 애초에 의도되었던 텍스트는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합니다. 대신 그러한 누락은-실패는 창조의 어머니라는 식상한 교훈은 조디의 작업에 결정적인 것입니다- "체계"를 벗어나는 자유의 즐거움으로 간주될 때, 새로운 이미지로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디지털적 원색들의 모자이크와 기호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조디의 “이미지/텍스트”는 어떤 익숙한 형상을 투사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공정을 읽어내고 그와 더불어 기존의 인터페이스와는 판이한 거친 시각의 영역을 경험하기를 기다립니다.


그렇다면 이런 경험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저는 이 경험을 '반항의 경험'이라 부르면서 곧 예술적인 경험의 일부에 포함시키고자 합니다. '반항'은 동요, 격렬함, 권위에 대한 거부, 놀라움, 우연, 변화, 불확실성 등의 의미들을 수반하는 개념으로서,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이자 철학자인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반항의 경험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그녀는 반항 문화를 다른 어떤 문화보다 유럽 문화에 특수한 경향으로, 그리고 실로 20세기 유럽의 대표적인 예술과 문화의 국면들에 결정적인 특징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조디 역시 그러한 배경에 위치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반항의 가치는 우리에게도, 인간 보편에게 유효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에서, 조디의 작품의 반항적 특징은 유럽인이 아닌 누구에도 의미를 갖습니다. 여기서 조디로부터 그러한 반항의 경험을 더 확인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asdfg.Jodi.org로 들어가봅시다.(현재 조디의 페이지에서 기존의 조디 작업의 링크를 찾을 수 없습니다. 이것 역시 조디만의 특징입니다. ) 여기서는 그야말로 클릭의 권한조차도 주어지지 않은 채, 스크린은 "요동"하고 이 점은 방문한 유저를 "교란"시킵니다. 보통 컴퓨터에 어떤 오류가 일어났을 때야 겪게 되는 일이지요. 또 wwwwwwwww.jodi.org라는 문으로 들어가 볼까요? 일련의 번호가 매겨진 기호들로 가득 찬 라인들이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보기]의 항목의 소스 보기를 통해서 이 가짜 텍스트가 어떤 코드로 구성되어 있는 지 볼까요. 놀랍게도 코드는 아름다운 곤충들의 형상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가려져 있는 것이 곧 가시적이게 되는 "전복"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형상을 감추고 있는 텍스트를 클릭하면 등고선을 배경으로 한 군사작전도와 같은 이미지가 제시됩니다. 그러나 [Betalab]을 클릭, 다시 [au rain] 클릭하면 무의미한 숫자 배열이 만들어내는 ‘비 내리는 이미지’가, 그리고 [Surgery]를 클릭하면, 익숙한 게임 화면이 상이한 초점과 각도로 계속해서 제시됩니다. 그 밖에 베타랩은 그 상관을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의 저장고로서, 방문자의 이성적인 추측을 지속적으로 벗어나는 장면들, 우연한 사건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sod.jodi.org에서 SOD를 다운 받아 실행시켜봅시다. 이는 폭력성으로 유명한 퀘이크(The Quake)게임의 디자인을 모두 아이콘으로 환원시킨 것입니다. 벽돌이나, 경호원, 등의 애니메이션들은 단순한 직사각형이나, 문자, 기하학적인 요소들로 대체해버렸습니다. 여전히 게임의 원리는 작동하기 때문에 그것을 퀘이크게임으로 인지할 수는 있지만, 조디에 의해서 조작된 코드들은 익숙한 화면 대신 검은 바탕에 수학적인 아이콘들로 채워진 화면을 제시합니다. 그에 따라 게임이 가지고 있던 폭력성도 유명무실해지고 맙니다. 조디는 계속해서 퀘이크 게임의 코드들을 다양하게 조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까지 조디의 작업들에서 경험할 수 있는 반항적인 측면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교란과 전복과, 우연과 재해석과 재조합들의 방식들이 조디의 작업을 특징짓는 가운데, 그들의 반항이 어디로 향해 있는 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기실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가지 않는 컴퓨터와 넷이라는 영역에서, 또한 이 영역에서 어떤 체계를 이루고 있는 것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체계란 익숙한 이미지, 그리고 그러한 이미지 생산 배후에 자리잡는 자본주의라는 거대 권력(게임의 사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디는 이와 같은 체계를 뒤흔들어 놓음으로써 우리에게 스크린의 세상을 다시 보도록 합니다. 따라서 스크린은 "사용자 편의"라는 측면의 다른 부정적 효과라고 할 수 있는 수동적인 유저를 자극하고, 또한 숨겨진 시각의 영역을 드러내거나 혹은 새로 생성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간과될 수 없는 것은, 조디에서 가능한 반항의 경험이 새롭게 정의되는 '시각적 아름다움'에 바탕해서 전개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조디의 반항적 전략과 새로운 시각적 스타일이 끝을 모르는 변증법적인 관계 속에서 조디만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디 사이트의 링크 섹션이라고 할 수 있는 map.jodi.org를 이용해보시길 권합니다. 웹사이트가 수평적으로 서로 관계하고 있는 구조의 혁신성을 환호하면서도 대부분의 사이트들은 링크를 수직적인 구조로 배열하고 있는데 반해서, 조디는 '나무-뿌리'의 구조로 링크를 걸어두고 있습니다. 조디를 매개로 또 다른 세상의 꽃을 피워보는 것도 인터넷을 항해하는 데 '유익한'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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