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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그렇다는.
진실은 명료한 법인데, 누더기처럼 그것들을 덧깁어서 정체를 모호하게 만드는 지식이 꽤 많았던 것같다. 우리가 알.수.있.는 것의 리스트는 정리해야지 않을까. 미래를 설계함에 있어 과거에 기댈 수만은 없는 일이지만, 실제로 자신있게 우리가 다룰 수 있는 자료는 실상, 과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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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간 박물관
내 생각은 이렇다. 읽는 이의 인생에 마구잡이로 부딪쳐 그 공전궤도를 심각하게 변화시키는 책이 아니라면 그런 책은 읽어서 대체 무엇한단 말인가? 거개의 사람들은 책을 읽는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 시간은 온전히 책을 읽는 것에만 사용된다. 결국 쓸데없는 책을 많이 읽으면 많이 읽을수록 인생은 그만큼 의미없이 사라져버린다. 시간적으로는 좀더 유리하지만 음악이나 영화도 마찬가지다. 1시간이나 엉터리같은 음반을 들어야 한다는 것도 고역이며 2시간이나 거지같은 영화를 봐야하는 일도 고문이다. 죽여도 좋을 시간이란 전혀 없다고해도 좋다. 누구의 인생도 무의미하지 않듯이, 어떤 시간도 전혀 무의미하진 않다. 그래서 나는 신중하게 책과 영화와 음악을 고른다. 한동안 근간 소설을 읽지 않았던 이유도 그랬다. 오랜 시간을 견뎌내고 수많은 사람들의 시각에 의해 벼리고 벼려져, 그 진경이 드러나있지 않은 책을 읽는 시간을 나는 견딜 수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책이나 음악이나 영화나, 심지어 일과 사람조차도 그 유의미 여부를 미리 알 수가 없다는 거다. 누구도 책을 다 읽어보고 사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어느 작가의 새로운 소설이 나왔다면 우리는 그 내용을 먼저 확인하고 살 수가 없는 것이다. 대신 언론과 출판사의 홍보자료만이 우리의 유일한 정보가 된다. 더구나 시장에 쏟아져나온 신상품들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일일이 정성을 쏟은 감별을 한다는 것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럴 경우 우리는 꼼짝없이 집단의 권위와 홍보맨들의 노예가 된다. 인생은 정말로 놀라우리만큼 위험한 도박의 연속이다. 우리는 살아보지 못한 사람과 결혼을 하고 가보지 못한 길을 떠난다. 아무런 1차 정보 없이 판단해야 하고 중요한 결정들을 내려야 한다. 경험론의 한계와 전망은 이토록 분명하다. 그것은 그저 철지난 결과론이기 이전에 가장 확실한 인식론이다. 우리가 확실히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현재나 미래가 아니라 오직 과거 뿐이다. '당대'라는 문제의식또한 모두 과거의 어떤 추세로부터 도출된 것들이다.
클래식을 찾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로는 명불허전의 후광도 보기좋게 빗나가기는 하지만 적어도 세월은 아무말이나 되는대로 써대는 홍보맨들보다 훨씬 믿을만하다. 왕년에는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접하는 것만으로도 전문가 행세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남들이 모르는 책을 읽고 수입이 되지 않은 음악을 듣고 개봉이 되지 않은 영화들을 봤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던 시절은 지나갔다. 그들은 이제 오피니언 리더라기보다는 그저 얼리 어답터일 뿐이다. 우리는 그렇게 더 빨리 감으로써 더 멀리 볼 수 있다는 '속도의 신화'가 오류였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게 되었다. 거대한 콜렉션이 거대한 지식이 된다는 식의 파시스트 탐식가들이 심각하게 의심받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조금 천천히 감으로써 더 길게 볼 수 있다. 미래와 현재가 중요한만큼, 과거는 꼭 그만큼 중요하다. 생각이 풀리지 않을 때, 삶의 어느 길목이 가로막혔을 때, 과거로 돌아가보는 일은 그래서 의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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