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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Close,Self-Portrait(유화),2001
33¼×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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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술의 발명은 그때까지 세밀한 그림솜씨를 생계수단으로 삼고
있던 많은 화가들의 직업을 사실상 뺏어버렸다. 그러나 많은
화가들은 다게레오타입을 예술에 대한 위협인 동시에 새로운
예술양식으로 받아들였다. 이렇게 애증이 얽힌 은판사진술이
새로운 감광재료의 등장으로 사라지고 거의 한 세기 반이 지난
지금 하이퍼 리얼리스트 화가인 척 클로스(Chuck Close)에
의해서 다시 태어났다.
<뉴 페인팅, 그리고 뉴 다게레오타입 2000~2002>이란
타이틀로 지난해 11월 15일부터 2003년 1월 11일까지
맨해튼 남서쪽에 위치한 페이스/멕길 겔러리(Pace/Macgill
Gallery) 첼시(Chelsea) 갤러리에서 척 클로즈의
개인전이 열렸다. 클로즈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오일 페인팅과 함께 그간 틈틈이 작업해온 40여
점의 다게레오타입을 선 보임으로서 페인팅과 사진이 가진 매체의
특성을 뛰어넘는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인물들을 그려냈다. |
'페이스/맥길 갤러리' 라고 하면 캘러한(Harry Callahan),
디코르시아(Philip-Lorca diCorcia), 프랭크(Robert
Frank), 팬(Irving Penn), 에반스(Walker Evans),
고윈(Emmet Gowin), 하이네켄(Robert Heinecken),
쿠델카(Josef Koudelka), 마이클즈(Duane Michals),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 사마라스(Lucas
Samaras), 조머(Frederick Sommer), 스탄 형제(Doug
and Mike Starn), 샤카프스키(John Szarkowski),
워홀(Andy Warhol), 웨그만(William Wegman),
위노그랜드(Garry Winogrand), 스턴팰드(Joel Sternfeld),
스미스(Kiki Smith), 그리고 오키프(Georgia O'Keeffe)
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스티글릿츠(Alfred Stieglitz), 만
레이(Man Ray), 스트랜드(Paul Strand), 쉴러(Charles
Sheeler) 등 근ㆍ현대의 세계사진사를 열어 나온 거장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갤러리 가운데 하나.
| 거대한 스케일의
유화로 가득 채워진 전시장을 시작으로, 흑백 유화 한 점과
긴 전시 탁자 위에 나란히 놓여있는 다섯 점의 다게레오타입
자화상으로 구성된 전시장을 지나, 인물의 초상사진들이 걸려있는
다게레오타입 전시공간으로 들어서게 된다. 다른 전시공간의
하얀 벽과는 달리, 이 방은 초록빛이 도는 어두운 회색으로
칠해져 있고 사방 벽에는 35명의 현존하는 평론가와 아티스트들의
초상사진이 눈 높이에 걸려있다. 키키 스미스나 안드레 세라노,
신디 셔면 등 아티스트들의 얼굴을 8½×6½ 인치의 반짝이는
금속 판 위에서 들여다보는 것은 초기의 작은 다게레오타입으로
찍혀진 초상사진이나 풍경을 바라보는 것과는 다른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전시작품 가운데에는 다게레오타입으로 찍은
셀프 포트레이트와 앞뒤로 클로즈업으로 찍은 누드 사진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작품들에 관해서는 은판사진이 가진 지나칠 정도의
극명한 디테일 때문에 많은 화제와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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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Siena,
2001, 8½×6½ |
그러나 이런 논쟁에도 불구하고 그 자신은 한 사람의 인체는 그 자신의
인생이 담겨있는 지도와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비록 그것이 지나치게
생생해서 어쩌면 추하게까지 보일지 모른다고 할지라도 클로즈에게 있어서는
다게레오타입에 드러나 있는 주름은 그 인물이 쌓아온 인생의 무게이며,
그것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다운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것이다.
모두 35점의 그의 다게레오타입의 인물들의 눈이나 입술, 코, 볼,
그리고 이마와 맞닿는 쪽의 머리카락 같은 특정 부분의 정밀한 디테일에서는
보통의 은염 필름을 넣은 대형카메라로 찍은 이미지와는 다른 독특한 입체적
효과를 인식할 수 있다. 신디 셔면의 얼굴에 드러난 자잘한 주근깨나
키키 스미스의 잔주름은 위대한 예술가들을 멀리서 동경하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의 자화상으로서 생생한 존재감을 드러내게 하는
거역할 수 없는 시각적 심리적인 힘을 갖고 있었다.
제작과정이 복잡하고 어렵기로 유명한 다게레오타입을 어떻게 2년간이라고
하는 짧은 기간 동안에, 그것도 그렇게 많은 양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일까? 클로스가 다게레오타입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은 7, 8년
전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가 시도하고 있던 메조틴트 사진법이 고전전인
방법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에 지나지 않다는 생각에 미치자 도중에 그
작업을 중단하고 말았다. 그러던 것이 2000년, 다게레오타입 전문가인
제리 스파뇰리(Jerry Spagnoli)를 뉴욕에서 만났고, 그에게
공동작업을 제안해서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개념의 이번 다게레오타입 작품들을
완성시키게된 것이다.
  
Cindy
Sherman, 2000, 8½×6½ Andres
Serrano, 2001, 8½×6½
그는 지금까지 하이퍼 리얼리즘이라고 하는 극사실적인 회화작품들을 통해서
대상에 대한 최대한의 시각적 정보의 양을 전달하는 이미지를 제작해왔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어떤 기록매체와도 견줄 수 없는 선명함과 디테일을
가진 다게레오타입은 그의 사실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매체로서 그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준 것이다. 다게레오타입이라고는
하지만 그는 옛날 다게레오타입에 쓰였던 느리고 고전적인 기자재들이 아니라,
인물의 순간적인 표정을 생생하게 포착하기 위해서 특별히 제작된 조명기구와
기자재를 사용했다. 다게레오타입 분야에서 오래된 경험과 뛰어난 노하우를
갖고있는 스파뇰리의 기술, 그리고 클로즈가 구상한 모델들의 포즈와 디테일은
이렇게 해서 대형 은판 위에 생생하게 살아나게 되었고, 그것은 사진술
발생 초기의 다게레오타입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었던 현대인의 얼굴모습과
표정, 그리고 섬세한 피부의 디테일을 관객들이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이다.

Kirk Varnedoe,
2002, 8½×6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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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공동작업
방식에 대해서는 스파뇰리가 클로즈의 작품을 대신 만든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는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논란은 개념미술이 등장한 1960년대에 이미
끝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클로즈와 스파뇰리의
세계가 지금까지 어떻게 다르게 전개되어 나왔는가를 이해한다면
그런 이의 제기가 결코 정당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스파뇰리가 고전적인 다게레오타입의 방식을 재현하고 지금은
폐기된 기술을 복원하는 데에 궁극적인 목표를 두고 있는 것에
반해, 클로즈는 다게레오타입의 방식을 이용하기는 하지만,
단순한 고전적 기술의 모방이나 재현이 아니라 자신의 작품에
새로운 현대적인 개념과 의미를 구현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결정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고, 바로 여기에서 그들의 공동작업의 의의와
정당성을 찾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의 아티스트로서의
독창성은 스파뇰리의 스튜디오에서 있은 세션에서 그가 "나 |
는 낡은 것에서 옛 것에 대한 향수를 걷어내고, 그것을 우리 시대에
맞는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라고 말한 대목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클로즈가 지금까지의 대형 포맷의 폴라로이드 작품과 캔버스에서 페인트와
브러시의 감촉(터치)을 제거함으로써 회화와 사진의 경계를 지우려고 시도해
온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는 단순히 옛것을 동경하거나 추종하려고
하는 예술가가 아니다. 말하자면 클로즈의 작업은 은판 위에 상을 떠올리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회화와 사진, 그곳에 기록된 상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과의 시각의 시스템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가장 잘 구현시킬 수 있는 매체로서
다게레오타입을 선택한 것일 뿐이다. 그는 이번 작업을 하면서 최첨단
스케너를 사용하는 등,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컴퓨터 기술의 성과들을
받아들여 그것을 자신의 작업에 적용시키는 일을 주저하지 않았다. 60년대
이후 현대미술의 장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온 클로즈의 예술세계는 앞으로도
당분간 시대의 변화와 함께 진화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 김 정 (포테이토 닷컴 뉴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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