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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bel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2005-10-08 04:38:16, Hit : 412)
내 생애 두 번째 개인전
(
'.
네오룩을 보는 사람은 읽었을 듯.
최근에 읽은, 그림하는 분의 글중 최고.   뭐든지 결국은 삶의 문제로 귀결되지 않겠는가.   작업하시는 분들은 필독할 것.
.'
)
  + + +




글 : 김월식

고백. 한 때 나는 작업을 하면서 내 작업이 다른 이들과 쉽게 소통하지 못함을 안타까워 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나는 미술은 알기 쉬어야 하고 작가가 대중과 교감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며, 보는 사람들에게 편안함이나 충격을 주어, 감동의 길로 안내해야만 하는 의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미술관 안에서 만나는 권위적이며 엘리트적이고 몇몇 미술 애호가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작업방식에 대한 일종의 반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런 이유로 나는 타인들과, 특히 현대미술에 어떤 정보력과 이해력이 없는 절대 대중과도 교감될 수 있는 미술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리라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실제 작업에 들어서고 또 전시를 하게 되면 내 작업 또한 타인과 만나 소통을 이루는 지점을 만드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그것은 전적으로 누구의 문제도 아닌 스스로의 문제였었는데 작업의 아이텐티티를 먼저 선점하지 못한 무지와 무식의 문제였다. 솔직히 말하면 내 작업은 미술 전문가에게는 너무 사적으로만 진지하고 미술적 헤게모니엔 관심이 없는 변두리의 이야기였고 또 대중에게는 여전히 너무 난해하거나 오해하기 쉬운 예술지향적인 그러한 형태를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나의 포즈는 늘 대중 쪽의 환호와 감동을 목말라하는 조급한 연예인의 심정 이였으며 미술 안쪽의 평가와 비평에는 무관심한척 하지만 은근히 그들의 크리틱도 그리운 연약한 작가였다. 그렇게 그렇게 첫 번째 개인전이 치 루어 졌다. 당시 나의 작업적 관심은 일상 이였던 것 같다. 일상, 모든 작가들이 앞 다투어 자신의 일상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 시점과 비슷한 시기에 나도 나름대로의 일상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사실 작가의 일상성이란 작가의 일상에 대한 지극한 시선의 고백이며 관찰에 대한 자긍심일 수도 있고 또는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멀리 벗어나고 싶은 소시민적 욕심일수도 있는데 이 모든 일상성 또한 조금 거시적인 안목으로 보면 뭉뚱그려 필터링된 작가의 눈으로 발견한 생활이거나 그 연산장치이니 이는 작업이라는 말과 대략 비슷한 말로도 사용될 수 있을 정도의 포괄적인 주제일 뿐 일상자체에 포커스가 맞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작가적 태도의 스팩트럼이 넓다는 것을 오히려 시인하는 셈이 되는 것 일 수도 있다. 하여간 사뭇 진지한 태도로 관찰한 나의 일상은 내가 있었고 내 작업실과 그 주변이 있었다. 당연히 내 작업실 사물들의 이야기가 있었고 일기처럼 진정성을 보장하기위한 몸부림이 있었다. 보는 방식과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식에 대한 알 수 없는 (지금 생각해 보면 어이없는) 자만심이 충만했던 시절이라 일상 곳곳에서 개척자의 자세로 빈틈을 쑤시고 다닌 것 같은데 신념처럼 굳어져버린 일상에 대한 서정적인 연민이 작업을 역시 연민에 빠뜨린다는 사실을 인식하지는 못했다. 아름답게만 바라보고픈 심정들, 무언가 허전하기도 하고 아프기도한 정신들, 심지어는 둔하게 불어가는 몸뚱아리 조차 동화처럼 잔잔하고 촉촉하게 젖게 만들어야 속이 후련한 왕자형의 작업들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게 일상과 작업을 오갔었나 보다. 무엇이 철저하게 작업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통제했었는지 지금은 사실 잘 기억이 안난다. 기쁨과 슬픔이 반쯤 걸쳐 나를 들뜨게 하거나 가라않게 하고 그러한 몽환적인 상태가 꽤 오랜시간 지속하는 동안 가끔 내 작업을 극찬해주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의 입에서 튀는 침들이 극약 이였지만 매우 달콤했고 무관심한 대다수의 사람들의 반응을 애써 무시했지만 감동을 주고 싶었던 나의 바램은 서서히 그저 의기소침한 그 끝을 보고 있었다.

첫 개인전이 그렇게 치루어지고 나서도 나는 내 작업의 문제점을 잘 찾아내지 못했다. 주위와 단절하고 생활과도 단절하며 마치 은둔자의 모습으로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작업을 해왔다고 자부한 시기였기 때문에 몸살처럼 지나가버린 첫 개인전의 후유증들은 오히려 관찰자의 태도를 더욱 더 단단한 테두리로 묶어 놓았는데 그 테두리라는 것은 여전히 탐미적인 시선으로 일상을 관찰하고 소심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범주였다. 다만 작업을 계속 지속해나갈 수 있는 명분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무지하게 이를 데 없는 작업적 신념과 가난은 오히려 명분을 견고히 하기에 충분한 핑계거리처럼 여겨졌고 다른 많은 작가들처럼 어려움을 외면하며 아픈 비명을 지르지도 못한 체 이따금씩 잡히는 군소의 전시회에 또다시 웃는 얼굴을 하며 작업을 들고 나갔다.

3년. 그 동안 무슨 일이 내게 일어났는지 또 내가 그 때문에 또 얼마나 변했는지 나는 안다. 나는 여전히 3년 전 그 작업실에 살고 있고 첫 번째 개인전 때의 작업들은 작업실 한 귀퉁이에 포장이 뜯기지도 않은 체 로 먼지에 쌓여 있다. 하지만 몸무게가 몇 킬로그램 더 늘고 그 부피감으로 하여금 상대적으로 작업실 공간이 더 협소하게만 느껴지게 만드는 시간동안 변한 건 단순하게 늘어난 허리치수만은 아니다. 우선 나는 대중과 소통하며 모든 사람을 감동시키고 싶다는 욕망을 버렸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욕망을 버렸다 기 보다는 난제를 풀어버렸다는 표현이 정확할 수 있으리라. 정말 거짓말처럼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니 전날 사랑의 고백을 들은 신부처럼 세상이 달라 보이고 과거의 아픈 기억도 다 아름다운 추억처럼 느껴지듯이 지난 작업에 대한 연민이 갑자기 정리되고 새로 찾아온 세상에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막연한 기대감이 부풀어졌다. 생각이 바뀐다는 것 특히 미술에 대한 관성과 그 태도가 바뀐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평면같이 보이지만 다층의 레이어로 구성된 공간 안에서 새로운 레이어로 이동하는 것이다. 때문에 평면 같은 세상에서 어울려 마주보고 있지만 전혀 다른 곳을 바라보는 작가의 공간이 대중과 쉽게 소통하는 것 자체는 우연이며 재수이고 로또처럼 예상 밖의 일이다. 말하자면 세상의 반대쪽에 서서 온통 의심의 눈초리로 관성의 흠이나 잡고 있는 작가가 일반대중과 소통하는 일은 없다. 그리고 그런 것 들이 하나도 내게는 중요한일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나는 예술의 지원을 받은 작업의 영역에서 혼자의 놀이를 더욱 외롭고 고단하게 만드는 일이 중요한 사명이 되 버렸다. 이제부터는 혼자 게임을 만들고 그 법칙을 세우며 홀로 선수이며 심판이고 관중인 게임을 하는 것이다. 절대로 남들이 그 게임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될 수 있는 한 어려운 장애물들을 많이 많들고 그 게임장안 에서는 국가대표도 되고 세계랭커가 되는 것이다.

내 생에 두 번째 개인전. 선언처럼 고백된 위의 내용들은 또 다시 다른 이유와 가치로 인해 변할 것이 분명하다. 원래 작가란 컨텍스트에 따라 움직이는 배반의 장미가 아닌가? 명분이란 세우고 꺾이기 좋은 수수깡 같은 것이라 시선을 권력화 하는 미술적 정치의 장에서는 매번 입장이 뒤바뀌기도 한다. 그런 의미로 요즘 내 관심과 작업은 온통 노략질과 배신 음모와 사기의 기념비이다. 미술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지는 엄청난 양의 새로운 문법들을 혼용한 신종 매뉴얼이다. 나는 한번이라도 내 그림이 내 오브제가 자유스럽게 하늘을 날기를 원했었다. 험난한 동시대 미술의 거친 땅을 박박 기며 흙탕물을 튀지 않고, 매끈하고 우아하게 하늘을 훨훨 날기를 원했었다. 또 난 내 작업이 누구의 가슴속에 불꽃처럼 피어오르는 감동을 선사해주기를 바랬었다. 바짝 말라버린 타인의 눈동자에 불꽃같은 생기를 불러일으켜 마술처럼 인생에 활기를 넣어주었으면 하고 바랬었다. 당연하게도 나는 작업실 구석에서 더러운 먼지 구덩이와 동침하던 불쌍한 내 과거의 작업들도 불꽃으로 모두 환생시키거나 훨훨 하늘로 날려 버린다. 이제 난 비로소 불꽃처럼 타올라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버린 작업을 한 명실상부 한 훌륭한 작가가 된 셈이다. 이 장면은 작업을 하면서 늘 몇 번씩 그려보고 기대했던 미래의 모습이자 작업의 태도이며 궁극적으로 희망하는 유토피아의 풍경이다. 또한 마찬가지로 현대미술의 다양하고 난해한 좌표위에서 정확하게 작가의 위치를 확인해줄 전망적 활공이다. 비행기가 날며 궤적이 사라질 즈음 나는 다시 덤덤하게도 작업을 준비한다. 바야흐로 내 생애 두 번째 개인전의 시작이다.


이승재 ▒

예술가나 작가의 글 중에서 읽기 쉬우면서도 내용이 깊은 글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분의 글은 전문적인 용어가 약간 섞여있긴 하지만 읽고 이해하기가 쉽기 때문에 좋은 글이 된 것 같습니다.

다음은 글 앞부분에 대중이라는 말이 나와서 드는 생각입니다. 간단히 생각하면 저는 대중의 일부인데, 저는 김월식이라는 분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약 3년 전에 사진학과에 갓 입학한 후배동생이랑 얘기 나눴던게 생각이 납니다. 그 때 당시 동생의 생각은 '예술은 예술하는 사람들끼리만 보고 공감할 수 있으면 된다'는 것이었고, 제 입장은 '빵 만들어 파는 사람이 다른 빵 파는 사람한테 인정받으려고 빵 굽는 것이냐? 대중들에게 인정받으려고 빵 파는 것이지..'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때 그 후배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제가 스스로 뿌듯했던 사진을, 제가 보여드린게 아니라 부모님이 우연히 보셨을 때의 반응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러합니다.

저는 소위 공돌이 출신, 듣기 좋은 말로 엔지니어가 되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선배 엔지니어들의 삶에서 느낀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연구실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연구 자체가 삶인 사람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마누라랑 밥을 먹으면서도 머릿속 한구석엔 연구과제가 자리잡혀 있고 주된 얘기 또한 관련된 쪽으로 흘러갑니다. 하긴 마누라도 비슷한 계통에 있는 사람을 만나는 일도 많습니다.

결국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글을 쓰면서 저절로 정리가 되네요. 예술가도 하나의 직업이라는 것입니다. 연구실의 엔지니어가 버리가 벗겨지도록 온갖 창의력과 영감을 동원해서 70인치 LCD TV를 개발했다고 해봤자 노벨상을 받지 않는 이상 흔히 말하는 대중은 그 가치를 알기가 힘듭니다. 고작해야 '이야 요즘 세상 좋아졌네..'하는 정도랄까요? 그리고는 곧바로 가격대 성능비를 따지기 시작하겠지요.

김월식님의 글은 참 잘 쓰셨고 솔직하신 글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과거부터 이어지는 맥락과 같은 '대중'에 대한 작자의 인식이 아쉬웠습니다. 과거에도 '대중'은 계몽의 대상이었고.. 작가의 글에서 대중은 그저 소통의 대상으로 보입니다. 세상이 얼마나 세분화/전문화되었고 따라서 예술가 또한 인류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는 힘들고 하나의 직업인데도 말입니다. 인류에 기여하는 몫이 크다는 점에서 구멍가게 사장님과는 다르겠지만, 그렇더라도 그가 행하는 몫은 인간을 모두 커버하지는 못할 텐데 말입니다. 포토샵은 누가 개발했는지 그 이름이나 아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저도 모릅니다.

원래 세상이 그런 것을, 한참 고민하고 방황한 후에야 깨달았다는 듯이 말하는 태도. 그게 제 마음에는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김작가님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겠지요. 불현듯 예술도 주식이랑 비슷한 일면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식을 흔히 미인대회에 비유를 합니다. 내가 혼자 아무리 예쁘다 생각해도 남들이 모두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내가 가진 주가는 떨어집니다).. 반대로 남들이 모두 예쁘다고 해도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닌 것(남들 주가만 올라갑니다).. 흐미~ 처음으로 되게 길게 적은 것 같습니다. 저는 술을 참 좋아하는데..

  2005/10/08   
zabel ▒

결국은 관계에 대한 고찰을 어떻게 셋업해 나가고 있느냐의 문제겠죠.
삶의 문제를 적확하게 작업에 반영해 나간다면 어느 정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겠냐는 생각도 있고요.
행복 자체가 작업은 아니겠지만, 삶의 기꺼움과는 분명한 관련이 있을테니.

  2005/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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