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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bel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2004-09-16 21:41:13, Hit : 410)
김 훈; 문장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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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나쁜 버릇이라고 생각은 되는데.   자꾸 문장으로만 글쓰는 자질을 판단하려는 경향이...좀 있다.   아름다운 문장에 대한 심한 집착증같은 것이 있는지. 짜쫍.
그래도 이런 건 모아 놓고 싶다는.   "목숨은 기어코 감미로운 것이다...." 씨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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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의 일기 1986~1989

- 책머리에
갈 수 없는 모든 길 앞에서 새 바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 아무것도 만질 수 없다 하더라도 목숨은 기어코 감미로운 것이다, 라고 나는 써야 하는가. 사랑이여, 이 문장은 그대가 써다오. 52살의 여름에 김훈은 겨우 쓰다.

여수 향일암 - 남해안 경작지 - 식영정,소쇄원,면앙정 - 광주 - 옥구 염전 - 만경강 하구 갯벌 - 안면도 - 구례 - 화개면 쌍계사 - 고성 - 선암사 - 도산 서원과 안동 하회 마을 - 경주 감포 - 소백산 의풍 마을 - 부석사 - 영일만 - 진도 - 덕산재에서 물한리 - 도마령 - 문경새재 - 관음리 - 양양 선림원지 - 태백산맥 미천골 - 섬진강 여우치, 덕치 마을, 마암분교 - 암사동,몽촌, 잠실, 여의도

- 소쇄원에서

시선의 일방성에는 폭력이 숨어 있다.(44)

조광조가 죽자 그의 낙원 건설을 황홀하게 바라보고 있던 문하생 양산보(1503-1557)는 서둘러 고향으로 내려와 또 다른 낙원을 건설했다. 이 낙원이 소쇄원이다.(46)

대나무숲의 배후는 복합적이다. 무기와 악기, 싸움과 안식이 모두 이 숲 속에 있다.(48)

- 안면도에서
이 세상의 어떠한 숲도 초라하지 않다. 숲은 그 나무 사이사이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낯선 시간들의 순결로 신성하고, 현실을 부를 수 있는 새로운 삶의 가능성으로 불온하다.(76)

숲의 힘은 오래된 것들을 새롭게 살려내는 것이어서, 숲속에서 시간은 낡지 않고 시간은 병들지 않는다. 이 새로움이 숲의 평화일 터인데, 숲은 안식과 혁명을 모두 끌어안는 그 고요함으로서 신성하다.(77)

  곧고, 높고, 힘센 나무들이 자존의 거리를 정확히 유지하면서 숲을 이루어, 나무들의 개별성은 숲의 전체성 속에 파묻히지 않는다.(78-80)

존엄하고 싱그러운 개별성을 다 합쳐가면서 숲은 저절로 이루어진다.(84)

숲은 가깝고 만만하지만, 숲이 사람을 위로할 수 있게 되는 까닭은 그곳이 여전히 문화의 영역이 아니라 자연이기 때문이다.(84)

산다는 일의 상처는 개별성의 훼손에서 온다.
숲은 마을 숲이 가장 아름답다.(87)

삶이 고단하고 세상이 더럽고 마음 속에서 먼지가 날릴수록 산의 유혹은 더욱 절박하다.(89)

  길은 다만 밀고 나가는 그 순간에만 있을 뿐이다. 그는 산으로 가는 단독자의 내면을 완성한다.그는 외로움에서 슬픔을 제거한다.(90)

산이 인간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그 정화된 마음으로 다시 현실을 정화시킬 수 있을 때 산은 아름답다.(91)

마음 속으로 산을 품고 내려오려 해도 산은 좀처럼 따라오지 않는다.(92)

- 화개면 쌍계사에서
시는 인공의 낙원이고 숲은 자연의 낙원이고 청학동은 관념의 낙원이지만, 한 모금의 차는 그 모든 낙원을 다 합친 낙원이다.(105)

- 강원도 고성에서
사람이 보기에 무질서하고 어수선한 숲이 건강한 숲이다.(113)

- 도산 서원에서
그가 생각했던 아름다움은 인격의 내면성에 바탕을 둔 것이고, 자연은 탐닉이나 열광, 음풍농월의 대상이기보다는 인간을 고양시키고 정화시키는 인격적 기능으로써 아름다운 것이고 인간의 편이었다.(140)

- 부석사에서
몸이 기진했을 때, 풍경은 기갈처럼 몸 속으로 파고든다.(175)

원효는 살아 있는 여자의 몸에서 아들을 낳았고 의상은 죽은 여자의 넋 위에 절을 지었다.(180)

- 영일만에서
모든 빛은 인간 내면의 빛이다.(194)

- 진도 운림 산방에서
그 옛모습의 원형이라는 것은 오직 군더더기가 없고 단촐한 것이다. 그리고 결핌 속에서 우아한 것이다. "법이 있어야 아름다울 수가 있고 아름다워야 신묘하게 될 수가 있다."(206)

- 진도 대교에서
  사인화한 권력은 조직의 기능과 역할에 따라서 권위를 분배하지 않는다. 권위는 최고 권력자에 대한 근접도에 따라서 분배된다. 이 사인화한 권력이 '헛것'의 지배를 가능케 한다.(223)

우리는 아름다움의 힘이 현실을 개조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225)

- 한강에서
"하나의 근본으로부터 만 갈래로 나누이는 것이 산이요, 만 가지 갈래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은 물이다."(신경준)(301)

시원(始原)은 푸르고 순결하고 힘차다.(303)

  강은 마을 사이를 흐른다. 강은 현실적이고 생활적이며 종합적이다. 산은 수직의 공간을 단절시키고 강은 수평의 공간을 소통시킨다. 삶은 강물처럼 흐르고 또 흘러서 날마다 새롭게 흔들리는 것이지만, 삶은 그 흐름의 종합으로서 산처럼 우뚝하고 영원하다.(302)

  강물에 마음 홀린 사람이 물을 따라 하류로 내려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 유(流)이고, 상류로 거슬러올라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 연(連)이다. 맹자에 나온다. ****  강은 상류와 하류 쪽으로 인간을 유혹한다. 상류의 끝은 시원(始原)이고, 하류의 끝은 소멸이다. 물은 시원에서 소멸 사이를 잇대어 가면서 흐른다.(310)

  젊은 날에는 늘 새벽의 상류 쪽으로 가고 싶었지만, 이제는 강물이 바다로 흘러드는 하류의 저녁 무렵이 궁금하다. 자전거는 하류로 간다. 하류의 끝까지 가겠다. 거기서 새로운 시원과 만날 수 있다면 우리는 맹자의 책을 덮어두어도 좋을 것이다.(311)

  움직이는 산이 사람에게로 다가와 사람의 마음 속에서 새롭게 자리잡는다. 그렇게 해서 산하는 그것을 바라보는 자의 생애의 일부가 된다.(320)

  이 산하를 다시 사람들의 마음의 화폭 안으로 불러들이는 일은 산하의 일이 아니라 사람의 일일 것이다.(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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