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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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보 님께서 남기신 글 (2003-12-03 19:30:03, Hit : 411)
[잡글] 저녁을 일찍 먹은 날,
모텔 현판이 바뀐걸 보니, 다시 잡소리나마 하고 싶어지네요.
나무밑둥 나이테 부분이 하트로 보임은 , 그것도 크리스마스 트리장식에나 있음직하게
비현실적으로 반짝이고 있음은 어떤 연유일까 ...현관문을 밀치다 말고 오래오래 노려봤어요.
지금, 쥔장의 마음 어느 한 곳, 저런 환한 빛을 염원하고 있는 걸까...지레짐작도 하여보며.

어제, 들풀이 당직을 한다고 집에 안들어왔다가 오늘 오전 10시가 넘어 꾀죄죄한 몰골로
들어와 티비를 켜놓고 내내 시끄럽게 하길래, 대민 봉사 활동을 나갔었어요.
이를테면 이런거지요. 어느 순간 갑자기 너무 미용실에 가고 싶은데 쪼물거리는 아이는 둘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질구질해 뵈는 거울 앞의 자신을 감당할 길은 없고..옛다 모르겠다
유모차에 태워서라도  어떻게든 덤벼보자. 뭐 그런 심정을 가진  이웃 아줌마의 아기 봐주기.
그래서 과거의 나를 보는 맘으로 아이 넷의 유모가 되어 까꿍거리다 왔지요.
(미용실은 시간도둑이예요.-4시간이 넘게 몸바쳐 아이들과 놀아야 했음..)
아주 피곤하긴 한데 이상하게 좀 젋어진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내가 착한 사람인것만 같은 착각도 있고 기분은 좋군요..

일치감치 저녁도 먹었겠다, 슬그머니 월담하여 영화나 한편 보고 올까도 싶었지만,
티위스키를  앞에 두고 따뜻한 구들목에 앉으니 수다 말고는 달리 생각나는게 없네요.

근데 요 아래 저의 꼬마 멘트가 누군가를 상처입힐만큼 우악살스러웠나요?
어쩜 어쩜...12월 들면서 바로 월든호수를 내던지고 랭보로 돌아오니 푸근하고
좋아서 말이 막 나와버렸나..어쩌지..뭐 그래 원래 랭보가 불량한 인간이니
그 뒤에 숨은 사람도 어쩔 수 없는 망나니겠지 뭐 그렇게 생각하고 상처입질랑 말아요.
덜컥! 하는 마음.....이 소심증.

이 즈음엔 커피를 멀리하고 실론티를 즐겨 마시고 있는데
베를린의 한윤희 앞집에 살던 클라인 부인 즉, 마리할머니가
자꾸 생각이 나네요. 알콜리즘 징후가 있는, 전직 화가  할머니였는데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 속 인물들)
차를 끊여서 위스키를 벌컥벌컥 부어서는 차 맛을 술 맛으로 바꿔버리던 가엾은 할머니.
그래서 나도 미친 척, 모른 척, 실수한 척, 3분의 1스푼만 넣던 위스키를 철철 넘치게 3스푼
넣어서(혹은 왈칵 쏟아서는) 에그머니나, 할수 없지 뭐. 이번만 마시자, 온갖 호들갑을 떨어대며
마셔대곤 하는데 맥주나 소주는 입술만 적셔도 취해버리는 내가 정말 말짱하게 책도 읽고
애도 보고 그런다니까요. 궁합이 맞나봐요. 지금도 차 향은 거의 없고 술 향기만 진동하는 잔을
앞에 두고 있는데 뭐 점점 더 명료해지고 있어요. 아. 진짜루. 증명할 길은 없지만.

암튼, 월요일 부터 7번에서 하는 '길위의 화가 한생곤'을 재밌게 보고 있고
오늘도 그거 보고나서 진중권 강의도 듣고 개천에 운동도 가고 뭐 그러다 보면
여느때와 다름없는 하루가 가겠지요.
저녁을 빨리 먹으나 늦게 먹으나 달라지는 게 없는 인생.

모두들, 좋은 12월을 누리시길.
그래도 한 해의 끝달인데 그냥 저도 모르게 의미부여가 되지 않나요?
나만 그렇다면 꼴사나운 일이 될 수도.....

zabel ▒

핫....간만에 박부에서 누님의 긴글을 보니... 감동이 앞섭니다.
지금 집인데, 아직까지 에틸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돵.
참. 글고 스페이스 집에서 하는 전시는.......가시기가 참 번거롭긴 합니다만, 가능한 보시기들 바랍니다. 좋은 전시라서가 아니라 지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전시란 생각이 들어서요.

  2003/12/04   
랭보 ▒

혼자서 감당해야 할 에틸은 사실 독인데...
아쉽다. 미안하기도 하고. 내게 시간이 좀 더 많았다면
아마도 응암동 일대가 달라질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스페이스는 가보도록 하지요. 언제까지인지만 알려주세요.
작가가 보는 지형도와 관객이 느끼는 지형도가 일치하는지,
그것만이라도 비교하여 보자구요. 칩거의 달이라고 ,나름대로 12월을
규정지어놨는데, 도처에 무수한 전시 소식을 보니 바람기를 멈출
수가 없다.. 오호 통제라. 그저 발악이라도 할 수 밖에.

  2003/12/04   
zabel ▒

십칠일까지 임돠.....^^

  200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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