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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bel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2005-07-22 04:55:33, Hit : 408)
'나는 제멋대로야'



어쩌면
나는 엄마가 응석받이로 키운 아이인지 몰라
나는 제멋대로야


나는 매순간이
색색깔의 크레용처럼 그렇게 아름답기를
바래


내가 애지중지하는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릴 수 있기를
서투른 자유를 그리고
영원히 눈물 흘릴 줄 모르는
눈동자를 그리고
한 조각 하늘
하늘의 몫인 한 조각 깃털과 나뭇잎
연초록 저녁과 사과 한 개를 그릴 수 있기를
바래


나는 새벽을 그리고
이슬이 볼 수 있는
미소를 그리고
이 세상의 가장 젊은
고통 없는 사랑들을 모두 그리고 싶어
상상 속의
내 연인을 그리고 싶어
그녀는 먹구름을 본 적이 없고
눈동자는 맑게 갠 하늘빛이지
그녀는 영원히 나를 바라보고 있어
영원히, 바라보고 있어
결코 갑자기 고개를 돌리는 일은 없을 거야


나는 아득한 풍경을 그리고 싶어
선명한 지평선과 물결을 그리고
수많은 즐거움의 작은 강들을 그리고
언덕을 그리고 싶어-
길게 가득 자라 있는 희뿌연 부들꽃
나는 이들을 아주 가까이 붙여놓고
서로 사랑을 나누게 하고 싶어
모든 묵계를
조용한 봄날의 모든 흥분들을
작은 꽃의 생일로 만들고 싶어


그리고 난 나의 미래를 그리고 싶어
그녀를 본 적도 없고, 아마 볼 수도 없겠지만
그녀가 아주 예쁘다는 건 알고 있지
나는 그녀의 가을 바람옷을 그리고
타들어가는 촛불과 단풍잎을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꺼져가는
수많은 마음들을 그리고 싶어
결혼식을 그리고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나던 명절들을 그리고 싶어-
그 위에 셀로판지랑
북방의 동화그림을 붙이고


나는 제멋대로인 아이
나는 모든 불행을 쓸어버리고 싶어
나는 대지 위에
창문을 하나 가득 그려
어둠에 익숙한 모든 눈동자들을
밝은 빛에 익숙하도록 만들고 싶어
나는 바람을 그리고 싶어
갈수록 높아져가는 산봉우리들을 그리고
동양민족의 갈망을 그리고
드넓은 바다를 그리고 싶어-
끝없이 펼쳐지는 유쾌한 소리들을


마지막으로, 종이 한모퉁이에다가
나 자신을 그리고 싶어
코알라 하나를 그리고 싶어
그는 짙은 빛깔의 빅토리아 숲 속에 앉아있지
조용한 나뭇가지 위에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앉아있지
그는 집도 없고
먼곳에 남겨둔 마음도 없이
그저, 수많은
물열매같은 꿈과
아주 커다란 눈동자만 갖고 있을 뿐이야


나는 바라고
또 원하지만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
나는 크레용을 받지도 않았고
고운 빛깔의 시간들을 얻지도 못했어
나는 나 혼자뿐이야
내 손가락과 베인 아픔에는
갈기갈기 찢긴
소중한 백지 한 장이 있을 뿐이야
그들에게 나비를 찾으러 가게 해줘
그들을 오늘부터는 사라지게 해줘


나는 어린아이
꿈의 엄마가 응석받이로 키운 아이
나는 제멋대로야


                                               - 꾸청(김태성 역)의 시 '나는 제멋대로야'



zabel ▒

아나님의 포스팅에서 가져왔습니다만, 언질을 드리진 못했습니다.
몬일이 있는 것같긴 한데..잘 알 수는 없고. 제 필요할 때만 들락이는 것같아 영...-_-a
혹여 이의를 주시면 내리겟습니다.

  200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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