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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bel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2003-05-04 00:47:30, Hit : 438)
[전시]윤주영 사진전




하우포토에서 펐습니다.




자료출처 : fotato.com

▣ 제1전시실 : 석정리역의 어머니들

▣ 제2전시실 : 아아 … 지뢰 - 캄보디아의 어느 장애인 마을

▣ 전시기간 : 2003년 5월 6일 - 2003년 5월 11일

▣ 전시장소 : 문예진흥원 마로니에미술관

▣ 오 프 닝 : 2003년 5월 6일 10am. to 7pm.


▣ 인간에 대한 깊은 공감 - 윤주영이 추구하는 사진세계

그가 어디에서 찍건 그가 카메라에 담는 것은 빈말로라도 부유하거나 행복한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인생이라고 하는 무대 위에서 고난에 찬 삶을 연기하는 비극적인 배우들과도 같다. 가난과 전쟁과 질병과 이데올로기 같은 것에 무력하게 희생되면서도, 그들은 그런 현실에 절망하지 않고 내일은 더 나은 삶이 열릴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들은 어쩌면 처음부터 그런 운명적인 역할을 갖고 태어났고, 자신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아마 죽을 때까지 그 역할을 계속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의 사진에는 그가 만난 사람들의 결코 순탄하지 않은 삶이 찍혀 있다. 현실에 대한 불만이나 배타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그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진 속의 그들의 표정은 밝을 뿐 아니라 때로는 수줍은 듯한 미소까지 띄고 있다. 그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그들의 암담한 삶을 보여주기 위해서 좀더 절박하고 고통스런 표정을 찍어주도록 사진가에게 주문하고 싶어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연약하게 보이는 웃음 안쪽에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한 미래에 대한 희망과 삶의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다.
  

그의 사진에서는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보도사진이나 기록사진과는 달리 세상을 보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인간의 눈길을 읽을 수 있다. 그는 특종을 노리는 보도사진가처럼 결정적인 장면을 잡으면 그 자리를 떠버리고 마는 여느 사진가와는 다르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한 달 넘게 현장에 머물며 그들의 생활 속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다. 그가 필드로 하고 있는 것도 어느 곳이나 연로한 사진가가 견디기 쉬운 그런 장소가 아니다.

그의 작품은 대체로 기승전결이라고 하는 ’고전적’인 틀로 구성되어 있다. 한 때 그런 방법론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서 그가 고심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복수의 사진에 의한 구성과 시공간의 전개를 통해서 메시지를 드러내게 하는 것이 그의 작품 스타일의 본령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그의 사진은 장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역사화나 서사시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남다르게 강한 자기 주장을 갖고 있고, 그것을 굳이 억제하려 하지 않는다. 어떤 때는 그런 태도가 지나치게 완강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런 고집스러움이 없었다면 일흔을 훨씬 넘긴 나이에 네팔의 카투만두나 혹한의 사할린, 중국과 남미의 오지, 강원도의 산골마을, 베트남과 같은 변방들을 찾아다니며 어떻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겠는가. 그는 또 사진을 선택하는 일에서부터 전시장의 레이아웃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에 자신이 직접 참견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을 더러 고단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일에 책임과 자부심을 갖고 있고, 왜곡되지 않은 상태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사진가에게는 필요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열 번 째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그는 「아아… 지뢰 - 캄보디아의 어느 장애인 마을」과 「석정리 역의 어머니들」의 두 시리즈를 보여준다. 당연히 이들 작품도 그가 지금까지 해 나온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아아… 지뢰」는 30여 년 동안 내전을 겪은 캄보디아의 도처에 묻혀있는 무수한 지뢰에 팔다리를 잃은 사람들의 집단 거주지 생활을 기록한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리즈를 완성시키기 위해서 그는 모두 다섯 차례 캄보디아를 방문하고 있다. 그는 유난히 어머니를 주제로 한 사진이 많고,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과 근대화 과정에서 맡아온 ’어머니’의 역할을 여러 차례 작품에서 다뤄왔다. 「석정리 역의 어머니들」도 근면하고 헌신적인 한국 어머니의 전형적인 상이다. 이 사진들은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잊혀져 가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결코 눈을 돌려서는 안 될 엄연한 현실의 모습과,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가치들에 관해서 다시 생각하도록 만든다.  

그의 사진은 별로 어렵지 않다. 누구나 보면 알 수 있는 사진들이다. 시각적 심리적으로 과장된 효과를 노리는 사진가들은 광각 렌즈로 피사체 코앞까지 바짝 다가가서 찍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그는 피사체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거리를 두고 찍는다. 요즘에는 기록사진에서도 무엇을 찍었는지 알 수 없는, 이른바 개념적이거나 추상적인 사진을 찍는 사진가도 많다. 그러나 그의 사진은 어디까지나 정직하고 진지하다. 그래서 보는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훨씬 강하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본래 그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외국 취재에서 돌아온 그가 지독한 배탈이나 불면증에 시달려 하루 두세 시간밖에 잠을 못 자는 고통을 겪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았다. 주위에서 사진을 잠시 잊고 쉬는 것이 좋다는 얘기를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들도 그가 그만한 일로 쉽게 카메라를 놓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그의 사진에 일관되게 흐르는 것은 인간에 대한 깊은 공감이다. 그가 원하건 말건 그는 어느 면에서나 분명 한국사진에서 가장 정점에 위치한 사진가다. 그런 윤주영 선생의 존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우리는 그가 자신에게 부여한 힘든 의무를 앞으로도 오래오래 계속해 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 김승곤 (사진평론가)

▣ 작가노트

1) 석정리역의 어머니들

우리 시대의 어머니 - 그 너그럽고 부지런하며 참을성 많고 정성스러운 우리의 어머니, 자식을 위해 어떤 일도 희생도 마다 않는 어머니, 이런 우리 어머니상(像)이 요즘 점점 퇴색해간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 원인이 TV 프로의 오도 때문인지, 학교 교육의 부실 때문인지, 혹은 역사바로잡기 운운하는 지각없는 정치인들의 공염불 때문인지…. 오늘날 우리들이 이만큼이나마 잘 먹고 편안하게 살 수 있게 된 것이 모두 그 어머니들이 흘린 땀과 눈물의 결과임을 생각할 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 사진들은 전라남도 무안군 춘양면의 석정리역(石井里驛)에서 매일 아침 비둘기호를 타고 남광주역(南光州驛) 앞의 반짝 시장으로 채소와 과일을 팔러 다니던 어머니들의 모습이다. 아침 7시 44분에 도착하는 비둘기호를 타려면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오전 10시에 남광주역을 떠나는 기차에 지친 몸을 실으면 정오경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비둘기호도 남광주역도 없어졌다. 이 사진이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생각되기 쉽지만, 사실은 1992년 7월부터 1999년 9월까지 약 7년간에 있었던 생활 기록이다.



2) 아아 … 지뢰 - 캄보디아의 어느 장애인 마을

아직도 6백만 개의 지뢰가 묻힌 땅. 30년간 내전을 겪은 캄보디아의 현실이다. 지뢰는 인위적으로 제거되거나 밟혀서 터지지 않는 한 그곳에 영구히 남는다. 지금도 생명은 물론, 팔과 다리를 잃는 참극이 계속되고 있다.

무라다 미쓰오씨를 중심으로 한 일본 NGO는 지뢰장애인들을 위해 나섰다. 2001년 1월, 거리를 방황하는 그들을 한 곳에 모아 숙식을 제공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사업센터를 개설했다.

이 사진들은 센터가 발족한 직후부터 지난 2월까지 그 가족들의 일상을 기록한 것이다. 거리를 방황하며 남에게 의존해 살아온 그들이 자립 가정을 이루는 일은 결코 용이하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고되고 어려운 일에 봉착할 때마다 자식들에게 어두운 역사와 불행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지고 일어섰다.

지금 그들은 불편한 몸으로 매일 땀 흘리며 일하고 있다. 행복한 가정과 평화로운 마을을 만들기 위해 …

나는 그들의 소망이 꼭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면서 촬영을 계속했다.



▣ 전시작품 중 일부









▣ 작가 소개

경기도 장단 출생.
고려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전공.

중앙대 교수, 조선일보 편집국장,
주 칠레대사, 문화공보부장관, 국회의원 역임.

1979년부터 사진활동에 전념

1987년 사진집 『내가 만난 사람들』 출간
1988년 사진집 『다시 만난 사람들』 출간
1989년 사진집 『내새를 기다리는 사람들』 출간
1993년 사진집 『동토의 민들레』 출간
1994년 사진집 『탄광촌 사람들』 출간
1995년 사진집 『베트남 - 전후 20년』 출간
1997년 사진집 『어머니의 세월』 출간
1998년 사진집 『일하는 부부들』 출간
1999년 사진집 『중국 - 개혁과 개방의 바람』과 『안데스의 사람들』 출간
2001년 사진집 『장날』과 『행복한 아이들』 출간
2003년 사진집 『석정리역의 어머니들』 출간

■ 수상 경력

1990년 일본 이나노부오(伊奈信男)상
1993년 한국현대사진문화상
1995년 백오사진문화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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