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zab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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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에 최재원군이 위 사진과 함께 실었던 글입니다. 사진만 따오려고 했으나...양심상 작자의 의도를 완전히 무시하긴 미안해서 그 글을 따로 올림니다. 원본이 궁금하신분은 http://bbs.freechal.com/ComService/Activity/BBS/CsBBSContent.asp?GrpId=156700 ObjSeq=7 PageNo=5&DocId=10779007 로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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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안개속의 풍경'에서는 군사독재정권에 대한 투쟁으로 지친
그리스의 풍경을 보여준다.
이는 안개속에서, 어린 두 남매의 아버지를 만나고자 하는 길의 내러티브를 만들고,
상처의 풍경속에서, 상처가 다시 풍경으로서 지속됨을 보여주는
어두운 필름의 형식으로서 진행된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의 실천은 어린 남매를 총살한다.
어두운 경비병의 총성이 울린다.
남매는 결국 아버지를 만나지만 풍경과 그는 정상적이지 않다.
이는 물질화되고 정합적인 세계가 아니다.
Psyvenus의 사진
안개에 대한 인상은 앙겔로풀로스의 필름에 의한 것이었다.
사람이라는 대상과의 절대시점-
이는 풍경이라는 힘의 무대장치속에서 연기되는 연약한 주체를 보는 것-
과 안개라는 우울한 유기체. 길이라는 여정...
앙겔로풀로스가 어린 남매를 쫓았다면 나는 한 노인을 본다.
남매는 그리워하는 것으로서 길을 떠났지만,
나는 한 노인의 출처를 알 수는 없다.
나는 오랫동안 '우연'을 피했다.
나는 '맥락적인 것'의 주관자가 되고 싶었고,
그리하여 내 왜곡된 주관성의 신화를 질식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이것은 틀렸다.
나는 주관성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 주관성의 주관자는 무엇인가.
나는 오로지 사진으로서 결투를 하고 있다.
사진어법의 변화는 이것에 대한 내 언어적 이해를 언제나 능가한다.
하지만 사고(事故)는 언어라는 도구의 수리장치를 기다린다.
완결된 그랜져는 강원도에 도착해서 바다를 보지만
예술은 시한폭탄같은 시내버스다.
나는 수차례 사고와 전복을 당할 것이며
경찰은 속도와 신호위반으로 나를 추적할 것이다.
달콤한 그랜져는 바다에 도착하지만 내 시내버스는
바다보다 깊고 푸르른 곳으로 오로지 달려갈 것이다.
휴게소에서 진행되었던 작은 브리핑들을 서열시키고 하나씩 사살한다.
내 진행은 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반성적 분열에 있다.
내가 찍은 사진들과 글쓰기는 정착되지 않고 부유하는 것이다.
이것은 언제나 재구성될 것이며 말바꾸기 될 것이다.
일요일. 나는 평창동을 선택했으며 부암동에 이르렀다.
내 카메라 프레임의 'Non distortion, wide scene'은
하나의 '뉴스'에 대한 세부적이고 파편적인 어법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전체적 기호가 내 시니컬한 말하기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과 일치한다.
누나와 남동생의 긴 여정을 쫓는 앙겔로풀로스의 시선에서도 왜곡은 없다.
앙겔로풀로스는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부암동 재개발 아파트의 옥상에서 서울을 보았다.
남산은 안산(案山)으로서 우백호의 산줄기에서 보는 남산은
정면에 대한 오차를 만든다.
나는 주산에 올라, 서울의 정면을 볼 수 없다.
카메라 스플릿 이미지에 남산 타워는 잡힐 듯 잡히지 않고
포착되면, 왜곡을 만든다.
이 오차는 정치적이다.
내 프레임의 모눈종이는 격자틀로서, 풍경을 제도하고,
이 왜곡된 오차를 통해,나는 서울이라는 풍경의 본질을 본다.
2000.10.15
아무도 없는 적막과 안개속에서 한 사람의 노인M이 나타났다.
M은 나를 보았고 카메라는 M을 보았고 모든 순간적 관계는 신비로웠다.
하지만 내 눈의 시감도는 이 풍경을 기억하는가.
아니다 그것은 극적으로 추억으로 신비로운 효과로 변질되었고
나는 이 사진을 통해 내 기억의 과장된 '원형'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M이 보고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비네팅을 보니, 나는 필터를 분리할 시간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내 시감도와 사진의 다른 '의견'은 거기서 연유한다.
내 조건은 풍경을 위한 것이었으나, M은 나를 매료시켰다.
안개를 보는 필름의 시감성은 대부분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안개라는 불투명한 정체의 다양한 속성만큼이나 안개를 다루는 사진은
매우 미묘한 조건들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요즘, 투명하고 밝은 오후가 좋다.
어느 누구와도 신비로운 순간적 관계는 성립될 수 없다.
나는 바라본다. 내가 이해하고 절망하는 거대하고, 지루한 가짜 플라스틱 나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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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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