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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훈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2002-10-30 06:23:22, Hit : 460)
[펌]네크로필리아 - 原題 ; 죽음의 도시,풍경의 죽음



일년 구개월전에 재원군이 생각하는 사진관에 남긴 게시물입니다. 음, 갑자기 다른 분들의 생각이 궁금하군요. 리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눈부신'도시를 반대하며


이 눈부신 효과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해내는


죽음의 도시를 반대한다.


 


오후 두 시에 도착한 고잔은 참혹했다.


나는 드넓은 정경에서 길을 잃었고


내 눈이 경험해보지 못한 인공평면지대 눈들의 총합적 반사에 의해


나는 이 드넓은 정경과의 '리듬'을 포기하고, 조망을 구했다.


 


팔각정이 있었다.


안산비행장의 경비행기가 날아올랐고 대기는 잿빛이었다.


자연의 곡형을 파괴하고 염전의 공동체를 파괴한 뒤에 건설된 이 평면,


이 거대한 아파트단지의 우울한 미래에는,


각막이 아플만큼 '눈부신' 눈의 평원이 펼쳐져있다.


내가 도착하면 나를 추적하던 아이들,


미로의 골목에서 재빠르게 이동하여


내 카메라가 하나의 정경에 머물면, 이내 내 프레임속으로 들어와


내 사진에 천연하게 개입했던 아이들. 해병대출신임을 자랑하던 아저씨.


내 카메라가 '고잔'멸망에 대한 증언자로서, 세계에 대한 매개이며


이 매개의 고발, 호소의 기능으로 조상때부터 이어내려온


이 동네를 지키고  싶었던 노부들,사람들


 


나의 각막에는 그들이 없었다.


그곳에는 오로지그들의 골목과 조상과 역사적 퇴적속에서 존재한


하나의 동네자체가 부재된 뒤에 야기된 하나의 비정상적인 조도(照度)가


아프게 각인되어왔을 뿐이었고


나는 즉각'시화호'로 이르는 촬영동선을 포기했다.


 


나는 발자국을 남기며 계속 걸었고 나는 도망자였다.


이제 나를 추적하는 것은 공간귀속적인 '터전'의 아이들이 아니라


'내 욕망의 특이함에 기적적으로 부응하려 온 유일한, 독특한 이미지'였다.


 


팔각적은 '조망'의 사진적 시점에서 내 도망의 좌표로, 추적의 이정표로


기다림의 처소(處所)로, 자연의 빛과 입체각의 훌륭한 조화로 


아름다운 체포를 위한 토포스로서,


끝내는 좌절한 maya의 공간으로서 탈바꿈되어져갔다.


하지만 두 개의 시나리오와 두 개의 메타셋트는 어긋난다.


한 사람의 착오,혹은 환영은 도망자이기를 포기했던 검은 남자였으며


한 사람의 착오는 '추적'에 집중하고 있는 빨간여자였다.


 


하나의 죽음은 이제 역설적으로 가시화된다.


풍경의 죽음을 예언하는 기호체계는 고전적인 어두움의 방식으로 화답했지만


이제 죽음은 어두운 것, 탁한 것이 아니라


눈부시게 투명한 반사로 공표된다.


팔각적에서 보이는 '시화호'는 자연의 빛을 수면반사하는


오후의, 과장된 자연의 모습으로 보여졌고


나는 사랑의 정념으로 커피를 마셨고


사랑의 정념으로 담배를 피웠다.


 


이제 고잔은 없다. 나는 대지를, 인문학적 감상으로 대하는


계획된 시선의 '포획자'가 아니다.


내게 대지(大地)는 하나의 정서적 부모이자 생명체다.


대지는 위대한 자연의 원리로 인간과의 소요와 상처를 스스로 다스리는


자비로운 용(龍)이다.


하지만 수백개의 크레인으로 대단위 위성도시를 건설하고 있는 대지에 대한


이 한 시절의 죽음은 내게 돌아올 수 없는 죽음으로 느껴진다.


그것은 잿빛 대기와 가시적인 죽음의 메타포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발적으로 파고드는 '진공'상태의 경험으로 지각된다.


 


나는 '눈부신'도시를 반대하며 이 눈부신 효과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해내기 위해


바쳐지는 풍경의 죽음을 반대한다.


.


.


.


.


.


.


.


 


 



Psyvenus의 사진,고잔1997.


 


이날,


나를 추적하던 아이들의 무리속에서 나는 한 '소녀'를 보았고


오로지 그 여자아이만을 찍었다.


나는 벽에 기대어 팔초동안 셔터를 열어놓은채


골목과 가로등과 사람들과 이 줄넘기와 규정할 수 없는 이 표정,눈빛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 풍경의 가로등과 골목과 여자아이와 줄넘기와 자전거와 


저녁의 공동체와 담벼락과 집과 낙서와 개들과 해병대아저씨와 골리앗과 


저 '표정'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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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과 사진의 권리는 작자인 psyvenus(최재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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