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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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2008-05-02 21:36:17, Hit : 419)
전시 5.2



Revolving Sashimi: 먹어도 좋다는 신호

홍성민展 / HONGSUNGMIN / 洪聖旻 / performance

2008_0505 ▶ 2008_0618



홍성민_Revolving Sashimi: 먹어도 좋다는 신호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상상마당 홈페이지로 갑니다.




오프닝 퍼포먼스_2008_0505_월요일_06:00pm

오프닝 공연입장료_5,000원
전시관람료_1,000원

작가와의 대화_2008_0531_토요일_04:00pm

기타 퍼포먼스_전시 중 소규모 퍼포먼스를 진행





갤러리 상상마당
GALLERY SANGSANGMADANG
서울 마포구 서교동 395-7번지 문화플래닛 상상마당
Tel. +83.2.330.6223
gallery.sangsangmadang.com






홍성민의 요체要諦 ● 『Revolving Sashimi: 먹어도 좋다는 신호』는 근래 한국 예술계에서 벌어진 현상들 가운데 독특한 씬과 지점을 보여준 작가 홍성민의 초대전이다. 이번 전시는 지난 몇 년간 장르와 장르, 형식과 형식, 내러티브와 내러티브의 크로스오버가 시도되었고 그리하여 작가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문턱에서 숨 돌리며 잠시 되돌아보는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홍성민_Revolving Sashimi: 먹어도 좋다는 신호


홍성민의 작업은 총체극을 지향하면서 한국의 현대미술의 어떤 특이한 지점, 중요한 변곡점에 서있다. 그 지향의 과정을 우리는 전형적인 20세기 초 중반의 예술가들의 다양한 실험들과 연결해 볼 수 있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 모더니티의 정신과 세계가 파국의 징후를 보이며 마침내 해체되어 가는 과정을 선명하게 표현해온 것이 현대 아방가르드 미학의 전개를 생각해 보면 홍성민의 작업이 주는 이미지는 의미심장하다. 그의 총체극을 보면 다다이스트와 미래주의자들과 표현주의자들 그리고 초현실주의자들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1, 2차 대전 이후의 실존의 문제가 선명하게 얼룩진 사유의 감각이 배어있으면서도 홍성민 특유의 낙천적인 정서가 녹아있어 보인다. 인간 실존의 불편한 진실, 타고난 부조리성에 대해 우리를 인도하는 길은 검은 유머이며 냉소인 듯싶다.




홍성민_Revolving Sashimi: 먹어도 좋다는 신호


작가는 몇 해 전부터, 아니 아주 오래 전부터 협의의 현대미술을 해체하고 확장시키며 보다 더 자율적이면서도 규정하기 어려운 불투명한 예술을 꿈꿨는지 모른다. 아름답지 않은 촌스럽고 규율이 없는 문외한들처럼 그가 선택한 이미지들과 사물들과 캐릭터들이 좌충우돌하며 난장을 만들어 가는 무대에 관객을 집어넣는다. 전통적인 마당의 개념을 가져와서는 관객을 안락한 객석에서 무대 위의 한바탕 요란스런 소동 가운데로 이동시켜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관객은 그러면서도 이런 기분 아주 오래간만인데 하는 것이다. ● 공연이라고 하기엔 시각이미지의 감각과 물질성이 돋보여서 마치 강렬한 시각이미지들이 실시간으로 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드라마라고 하기엔 스토리텔링이 산산이 흩어지고 견고한 의미의 구조를 형성하기 보다는 이미지들과 의미들이 카오스적 운동에 몸을 맡기는 듯 보인다.




홍성민_Revolving Sashimi: 먹어도 좋다는 신호


한국사회가 이미 미적 보수성에 몸을 맡긴 현실에서 홍성민의 작업은 대단히 예감적으로 보인다. 미학적 개념으로는 매우 익숙한 것들 이미 확인된 것들을 사용한다. 어차피 선배들이 모든 것을 이루어 놓았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 우리가 과거에 결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괴로운 과제이기 십상이다. 사물과 사물들, 이미지들로 넘쳐나는 세계에서 작가들은 악과 깡으로 무언가 새로움을 더하고 목표를 설정하며 수행해 나가야 하는 셈이다. 그러는 가운데 작가 스스로나 그를 둘러싼 이들과 어떤 감각적 또는 지각적 신선함과 생생함을 담은 경험을 낳는다. 이것이 우리 시대의 창작자들이 처한 현실의 초상이다. 이런 시절을 사는 예술가들의 생존전략은 두 가지인 것 같다. 잘 알려져 있듯 종합의 대가가 되거나 완전히 고립된 자기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홍성민은 전자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앞서 열거했듯 그의 작업 안에는 현대예술가들의 문제의식과 실천들이 빽빽하게 밀집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성민_Revolving Sashimi: 먹어도 좋다는 신호



홍성민_Revolving Sashimi: 먹어도 좋다는 신호


홍성민의 작품은 빛 보다는 어둠을, 의미보다는 의미 이전 또는 이후를, 연속되는 단절들, 해석의 실패들, 이미지들, 파편들, 불연속들, 부조리들, 그리고 감각들, 마침내 세계와 세계의 단절들을 툭툭 던져 놓는 듯하다. 움직이는 인물들과 요동치는 사건들, 타란티노식의 시간의 자의적 재배열,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여 어는 시점에 참가하여도 동일한 수준의 시점에 머물게 만드는 감각을 보여주었다.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그의 감각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무척 세련되어 보인다.




홍성민_Revolving Sashimi: 먹어도 좋다는 신호


그럼 홍성민이 하는 작업은 과거 혁명적 모더니스트들의 미적 활동의 재현이고 재탕인가? 굳이 그럴 이유가 작가에게 있는 걸까? 이미 예술사적으로나 미학적으로 평가가 끝난 기성의 해체와 일탈의 미학을 새삼 반복해서 끌어내는 의도는 무엇일까? 이제 한국사회가 이 정도 살게 되었으니 이 정도의 미적 경험을 체험하고 이해하며 수용할 때가 됐다는 것을 말하려 하는 걸까? 한국사회의 문화적 지체를 들추려는 것은 아닐까? 그의 의도는 계몽적인가? 아니다. 그는 반계몽적이다. 과도한 냉소가 마침내 유쾌한 유희와 쾌락으로 전화轉化된다. 과장하자면 그의 불편한 감각들이 오히려 섬세하며 날카롭고 정교한 동시에 유연한 감각들로 총화 되어서는 여전히 거칠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몽상과 재기발랄함의 교묘함을 보여준다. 이 부조리하면서도 교묘한 스타일의 홍성민의 세계로 빠져보자. ■ 김노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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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게 화가 난다_Painter Flies Sadly

이두원展 / LEEDOOWON / 李斗元 / painting

2008_0419 ▶ 2008_0505



이두원_내달을 물지 말아요_색연필_28.8×21.7cm_2008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이두원 개인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8_0419_토요일_06:00pm

관람시간_02:00pm ~ 08:00pm




갤러리 소굴_GALLERY SOGOOL
서울 마포구 창전동 393-4번지
Tel. 011.9472.1084
www.sogool.in






이제 스물일곱이 된 젊은 작가 이두원은 스스로를 '옛날 화가' 라고 부른다. 그리고 재기 넘치는 실험과 개념적 표현이 넘쳐나는 현대미술 속에서 순수한 회화의 재발견을 외친다. '화가는 그림만 그려야 한다.'는 그의 외침은 작품을 생산해내는 속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듯하다. 작년 가을 첫 그룹전에서 그림을 판매한 돈으로 인도여행을 떠났던 그는 넉 달 만에 80점이 넘는 그림을 짊어지고 돌아왔다.




이두원_빨래터에 활짝 핀 무용수_유성색연필, 드로잉잉크, 아크릴_18.3x22.7_2008


자유롭고 천진한 그림 속엔 하지만 여행의 풍경이 아닌 작가의 상상 속 이야기가 펼쳐있다. 그 이야기는 작가의 감각이 수집한 것들-풍경, 사람, 자연, 경험-이 바탕이 되고 다듬어져 마치 한편의 시처럼 함축된 것들이다. 그 시는 제목에도 그대로 들어있는데 「세상모르고 빙글빙글 빙그르르」, 「내 달을 물지 말아요」등과 같이 작가는 작품은 물론 제목으로도 재미난 소통을 시도한다.




이두원_산과 호숫가 오리산책_색연필_28.6×21.3cm_2008


그의 그림 속 풍경엔 상상 속 동물, 자연, 낙원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동양적 느낌도 담겨있지만, 화려한 색감과 흐르고 날아다니는 듯 형태의 사물들의 모습은 지극히 서양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는 본인의 그림을 동양적인 것도, 서양적인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있게 '이두원 스타일' 이라고 말한다. 그런 '이두원 스타일' 그림 속엔 흙냄새를 맡는 듯한 따뜻함이 있다고 말한다. 모든 것은 자신이 창조해낸 서정적인 이야기에 담겨있고, 창조의 과정 속엔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작가만의 즐거운 상상력이 엔진처럼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상상력과 영감의 원천은 '자연'이라고 말한다.




이두원_부처님들_아크릴채색, 색연필, 금분, 잉크_31.5×18.6cm_2008


앞서도 말했듯이 이두원의 그림들은 '옛날 스타일'에 가깝다. 하지만 팝아트적인, 혹은 어깨에 힘이 들어간 듯한 그림들에 식상해지고 있는 요즈음 우리에겐 오히려 신선한 충격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스타일'에 대한 논쟁은 비껴두고라도 그의 작업은 충분히 철학적이다. 그 철학을 읽어낼 수 있으려면 하지만 마음에 덮인 연막을 한 꺼풀 벗겨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 고구마




이두원_자화상_아크릴채색, 비즈_22.7×18.6cm_2008


나는 화가다. 그리고 우리말로는 환쟁이라 한다. 나는 환쟁이란 말이 좋다. 거짓말쟁이가 연상된다. 그림이 진정성에 더 가까워질수록 거짓말쟁이가 된다. 행복함도 만족도 느끼지 못하고 마치 구토를 했는데 시원치 않고 속이 쓰린 느낌이 된다. 동시에 거짓말쟁이가 된다. 진정으로 괴롭고 아프지만 진정으로 행복하고 풍요롭고 싶기에.




이두원_세상 모르고 빙글빙글빙그르르_드로잉, 잉크, 색연필_29.5×21cm_2008



이두원_개싸움_아크릴채색, 파우더_18.2×31.2cm_2008


환쟁이와 종이는 정말 좋은 친구이다. 가끔 전쟁하는 전장이다. 공간을 나누고 메꿔가며 제압해야 한다. 물론 둥글고 자연스럽게 춤 추듯이 함께 놀며가자 할 수 있겠지만 절정의 순간에 그럴 수 있는 것이 대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지금 그림을 그리되 광기와 슬픔과 도취와 즐거움을 아주 잘 분배해서 시간이 지나 65세 정도 된다면 그리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은 젊기에 둥근 척 노력하며 연출하고 연기한다. 시간은 자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나는 자연을 사랑하고 그것들이 내 그림의 원천이 된다. 정말 중요한 것들은 자연스러운 것들, 그리고 자연 그 자체이다. ■ 이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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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ools

박영근展 / PARKYOUNGGEUN / 朴永根 / painting

2008_0502 ▶ 2008_0530



박영근_나폴레옹의 도구_캔버스에 유채_116.7×217cm_2008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이미지 속닥속닥 Vol.061005a | 박영근 회화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8_0502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_평일_09:00am~07:00pm / 토_09:00am~06:00pm / 일_10:30am~06:00pm




갤러리 세줄_GALLERY SEJUL
서울 종로구 평창동 464-13번지
Tel. +82.2.391.9171
www.sejul.com






현재 스페인의 우랑가 갤러리에서 『The tools of Picasso and Dali』전을 통해 호평을 받고 있는 박영근 화가는, ‘피카소와 달리의 도구’들을 이미지의 대비로 구성한 표현에서 현지 컬렉터들과 갤러리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모든 작품들을 공업용 그라인더로 작업하여 선보여 왔는데, 이 기법이 사물에서 느껴지는 감각들을 예민하게 자극해 사물의 본질적인 형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이끌어 내는 놀라운 힘을 지니고 있으며, 또한 ‘도구’ 이미지와 인물의 병치를 통해 사물에 대한 통찰력을 표출해주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문명의 도구’를 테마로 하고 있다. 말을 도구로 천하를 호령한 ‘징기스칸’과 ‘나폴레옹’, 전세계를 호령하는 중국현대미술가들의 도구가 되다시피 한 ‘모택동’과 ‘천안문’, 600년 문명의 도구가 한 노인의 이기심으로 잿더미가 되어버린 남대문 등을 이미지들의 대비로 화폭에 담는다. 이는 작가가 화폭에 담는 행위 자체 역시 하나의 ‘도구’로서 이 모든 문명의 도구들을 투영 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담긴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 갤러리 세줄




박영근_다윗의 도구_캔버스에 유채_180×540cm_2008



박영근_모택동과 등소평의 도구_캔버스에 유채_162.2×510.9cm_2008


“운전 중 한눈을 팔다 접촉사고를 냈다. 브레이크를 밝았으나 속도를 감당치 못한 것이다. 사고 차의 함몰은 물론이고 급 브레이크로 인한 자국이 아스팔트에 남았다. 원시에서 사이버 문명까지의 진행 결과로서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른 이기가 존재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가속도를 후진시켜 또 다른 소리를 내고 있다.” ■ 박영근




박영근_징기스칸과 콜롬버스의 도구_캔버스에 유채_300×1000cm_2008



박영근_문명의 도구_캔버스에 유채_210×780cm_2007~2008


최: 이미지 병치에 대해서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지요. ● 박: 예를 들면, 제 작품 중에 「정복의 본능」이라는 작품은 세 패널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서양을 상징하는 사자와 동양을 상징하는 호랑이가 백악관을 사이에 두고 좌우로 배치되어 백악관을 향해 보고 있습니다. 다음에 백악관에서 멀어지게 사자와 호랑이의 순서를 바꾸면 절대 권력으로부터 떠난다는 의미를 갖게 됩니다. 동일한 이미지가 배치에 따라서 의미가 변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것은 회화가 단독으로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힘과 이미지의 병치로 인해 메시지의 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바로 외화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영근_사람의 도구_캔버스에 유채_260×486.6cm_2008


최: 텍스트와 이미지의 병치는 바바라 크루거 같은 작가도 했던 작업입니다만, 그와는 의미론적으로 좀 달라 보입니다. 서구 포스트모더니스트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박: 동양의 문인화는 시·서·화 일치를 강조합니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글도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려서 아버지께 한자 교육을 받았고 군에서는 모필병을 했습니다. 지금도 틈틈이 영어 필기체를 연습하고 있지요. 사실 우리가 창조한다고 하는 모든 것은 전통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봅니다. 저는 그러한 우리의 전통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박영근_아담과 이브의 사과_캔버스에 유채_130.3×240.9cm_2008


최: 얼마 전부터 작품에 꽃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 박: 몇 년 전 장모님 생일선물을 드리기 위해 작은 캔버스에 카네이션을 그렸는데 모 화랑의 사장님이 작품이 너무 좋다고 전시하라고 했습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저는 꽃은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상업적이라고 생각해서 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는 그 동안 터부시했던 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그 이후에 꽃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되었고, 여러 인물들과 관련된 꽃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고흐와 해바라기, 렘브란트와 네덜란드의 거품경제를 상징하는 튤립, 모네와 수련들 미술사의 주요 인물과 그들과 관련된 꽃과 텍스트를 병치시키면서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 최광진과 대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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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Willow Road & Postscript

베로니카 베일리展 / VERONICA BAILEY / photography

2008_0424 ▶ 2008_0524



Veronica Bailey_Woman in Art_람다 프린트_118.9×84.1cm_2003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가인갤러리 홈페이지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_11:00am ~ 07:00pm / 일, 월요일 휴관




가인갤러리_GAAIN GALLERY
서울 종로구 평창동 512-2번지
Tel. +82.2.394.3631
www.gaainart.com






시각예술의 해석에 있어 기호학을 접목한 미술사학자 노만 브라이슨(Norman Bryson)은 사진에서 초점이 맞은 선명한 이미지는 형상적이고 초점 밖에 있는 이미지는 비형상적이라고 구분하고, 후자에 해당하는 형상이 부재한 이미지(imageless image)야말로 상상력과 이야기를 지닌 ‘담론적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랜 기간 대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데 힘써온 사진은 그간 형상적인 것에 우위를 두어 왔으나, 더 이상 실재의 복사물로서 복무하지 않는 오늘날의 사진은 굳이 초점의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를 떠나 형상적인 것 너머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며 사람들은 그 의도를 읽어내고자 한다. ● 영국 출신 사진작가 베로니카 베일리(Veronica Bailey, 1965- )의 사진은 대부분 노만 브라이슨의 구분에 의하면 초점이 잘 맞은 형상적 이미지에 해당한다. 책이나 편지의 미세한 종이 질감까지 포착할 정도로 선명한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대상이 본래 지닌 기하학적인 형태를 강조함으로써 초점과 상관없이 추상적이고 비형상적인 것으로 다가오며, 이미지 너머에 풍부한 이야기가 내재되어 있다. 이처럼 형상적인 동시에 비형상적인 베일리의 사진은 저마다의 해석과 상상력을 열어 둔 일종의 시각기호로서 수용자에게 받아들여지며, 이러한 시각기호에 제목이라는 언어기호가 개입됨으로써 다층적인 의미작용을 생산해내고 있다.




Veronica Bailey_Victor Vaserely_람다 프린트_118.9×84.1cm_2003


베일리의 대표적 사진연작 「2 Willow Road」(2003)로 부터 시작해보자. 이 사진들은 수직으로 세워진 책의 낱장들이 확대된 이미지다. 대상에 밀착된 카메라로 인해 종이의 재질과 닳아진 상태까지 부각되는 이 사진은 분명 형상적 이미지임에 틀림없다. 또한 책이 놓인 각도, 두께와 색이 대조되는 표지와 낱장의 조합, 종이들의 갈라진 지점과 벌어진 정도 등에 따라 미묘한 차이와 변화를 만들어내는 각각의 사진은 조금씩 다른 표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차적으로 사람들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수직적 패턴이다. 대부분의 사진이 - 몇몇은 책 안쪽의 삽화나 글씨가 살짝 보이기도 하나 - 수 겹의 종이 모서리가 만들어내는 직선만으로 화면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2 Willow Road」는 대상이 지닌 물리적 현존만으로 그 자체 형상적이면서 동시에 비형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Veronica Bailey_Mémoires 1886-1962_람다 프린트_118.9×84.1cm_2003


「2 Willow Road」의 진정한 묘미는 제목이 개입되면서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일차적으로 사람들은 「2 Willow Road」라는 제목 - 우리말로 ‘버드나무 2길’ 정도에 해당하는 - 에서 ‘길(road)’이라는 낱말의 함의와 수직적 형태의 이미지를 연관시켜 파악하고자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개별 사진의 제목을 보는 순간 이미지와의 또 다른 상관관계를 떠올릴 것이다. 「높은 빌딩에 대한 인간의 반응」 혹은 「긴 의자에서 바라 본 장면」과 같은 제목에서는 ‘길’이 아닌 ‘빌딩’이나 ‘긴 의자’가 가진 또 다른 재현적 함의를 이미지와 연관 짓다가 「권력의 거만함 」, 「예술 안에서의 여성」, 「나와 같은 소녀」 등의 추상적인 제목을 만나는 순간 제목과 이미지를 번갈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그러다가 「러시아 아방가드르드 예술」, 「최고의 전쟁사진」, 「헝가리 요리책」 등의 구체적인 단어가 등장하거나 「골드핑거」, 「만 레이」, 「본질적인 르 코르뷔지에」 등의 인명에 해당하는 제목을 발견하고는 비로소 이들 사진의 제목이 곧 사진 속 책의 제목임을 알아차릴 것이다. ● 이 책들은 모두 근대 건축가 에르노 골드핑거(1902-1987)의 개인 서가에 꽂혀 있는 것들로 그 제목의 면면에서 인물의 취향과 관심사, 나아가 삶의 궤적과 인간 관계를 엿볼 수 있다. 먼저 연작 전체의 제목인 ‘2 Willow Road’는 런던 햄스테드(Hamstead)에 위치한 - 국보로 지정된 - 골드핑거의 주택의 이름이다. 베일리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관광 안내원으로 일하며 그곳의 책들을 찍었다. 헝가리 출신의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였던 골드핑거는 1929년경부터 파리에서 수학하며 르 코르뷔지에나 만 레이 같은 파리 예술가들과 친분을 쌓았고, 예술가인 우르슬라 블랙웰(Ursula Blackwell)과 결혼하여 1934년 영국으로 건너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햄스테드 지역에 근대건축 양식으로 3채의 ‘Willow Road’ 주택을 지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인 ‘2 Willow Road’에서 부인과 함께 살다 생을 마쳤다. 위에 나열한 「2 Willow Road」 사진의 제목들은 이렇듯 골드핑거라는 인물을 알아갈수록 수수께끼가 풀리듯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Veronica Bailey_Essential Le Corbusier_람다 프린트_118.9×84.1cm_2003


그러나 골드핑거라는 인물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도 「2 Willow Road」는 그 자체로 다층적인 의미작용이 가능하다. 공통된 기하학적인 패턴에도 불구하고 저마다의 표정을 가지고 있는 사진을 보면서 사람들은 초상사진의 얼굴과 이름을 대입시키듯, 책의 이미지와 제목을 대조해 가면서 저마다의 관점에서 사진들을 읽어낸다. 때로는 자신의 느낌과 제목이 기가 막히게 일치하기도 하며 때로는 불일치하기도 한다. 사실상 이 사진들은 베일리가 골드핑거의 책들 가운데 일부를 선택해 자신이 느낌대로 제목과 어울리도록 책의 형태를 만들고 화면을 구성하여 찍은 것이므로 베일리가 파악한 골드핑거의 책 제목에 관한 인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베일리의 주관적 인상에 의한 기호화일 뿐 수용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예컨대 검정 배경에 붉고 흰 책의 낱장들이 삼각형의 구도를 이루고 있는 「예술 안에서의 여성」을 보고 누군가 도도하면서 에로틱한 여성의 느낌을 받았다고 하여 그것이 반드시 베일리의 본래 의도나 다른 모든 사람의 인상과 일치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베일리의 모든 사진들은 보는 사람의 주관에 의해 저마다 다르게 파악되며 그 사람의 상상력과 선입견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베일리의 사진의 매력은 이처럼 지극히 객관적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무한히 주관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른바 열린 가능성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베일리의 또 다른 주요 사진연작인 「Postscript」(2005)는 「2 Willow Road」와 여러 면에서 연결되어 있으며 그녀만의 예술적 특징을 더욱 공고히 한다. 개봉된 편지가 봉투 안에 들어있는 형상을 찍은 이 사진들은 화면을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접히고 벌어진 종이의 층들이 만들어내는 형태로 인해 전작과 마찬가지로 기하학적 추상의 인상을 준다. 그러나 급하게 찢겨진 편지봉투의 파편과 낡은 종이의 질감, 글씨와 우표 등 보다 상세한 부분이 재현되어 형상적 이미지가 보다 강조된다. 그러나 이러한 형상적 이미지 역시 편지의 정보를 담고 있는 대부분이 초점에서 벗어나 - 노만 브라이슨의 구분대로 - 이미지의 형태에 집중하게 되므로, 한편으로 비형상적이며 그만큼 많은 담론적인 요소를 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일차적으로는 전작에 비해 알아보기 쉬운 대상의 이미지와 ‘추신’이라는 뜻의 전체 제목, 그리고 추신에 해당하는 어구인 「잘 자요 내사랑」, 「내 모든 사랑을」, 「당신을 그리워하며」 등의 개별 사진의 제목으로 인해 사진의 해독은 훨씬 용이하다. 이미지와 제목으로부터 누구든지 쉽게 이 사진이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주고 받은 편지임을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 또한 제목과 이미지 사이의 관계 역시 보다 직접적인 편이다. 예컨대 「잠을 깨우는 키스」라는 제목의 가로 형태의 사진은 위 아래로 살짝 벌어진 봉투의 형상으로 인해 그야말로 가벼운 키스를 연상케 하며(사실상 이 제목은 전쟁 기간 중 밀러가 「보그(Vogue)」에 보낸 기사 중 파리의 독립을 잠을 깨우는 키스로 묘사한 부분에서 따온 것이지만), 「사랑해」라는 제목의 사진의 경우에는 봉투가 좌우로 벌어진 모습이 심장의 모양을 떠올리게 한다. 구체적으로 재현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이러한 사진들 이외의 다른 대부분의 사진도 달콤한 제목과 파스텔 톤의 봉투 색깔, 그리고 전체적으로 안쪽이 보일 듯 말 듯 벌어져 있는 모습에서 에로틱한 은밀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 역시 개인적인 감상일뿐 보는 사람 마다 다른 심상을 떠올리고 다른 인상을 가질 수 있다.




Veronica Bailey_All my love_람다 프린트_108.6×48cm_2005


「Postscript」 역시 「2 Willow Road」와 마찬가지로 제목과 이미지 너머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Postscript」의 편지 대부분은 미국 출신 사진작가 리 밀러(Lee Miller, 1907-1977)가 그녀의 두 번째 남편이 된 초현실주의 예술가 롤란드 펜로즈(Roland Penrose, 1900-1984)와 주고 받은 것들이다. 모델로 사진계에 입문한 밀러는 초상사진과 패션사진을 주로 찍다가 「보그」의 프리랜서 사진기자로 일하던 중, 전쟁발발 후 종군기자로 참여하여 유럽의 중요한 격전지를 다니며 많은 사진을 찍었다. 이 편지들은 주로 1937년부터 1945년 사이에 파리, 아테네, 카이로, 생 말로 등지에 머물던 밀러와 런던에 있는 펜로즈 사이에 오고 간 것들로 그 제목으로부터 당시 상황과 두 사람의 열정적인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베일리는 동 서세스(East Sussex) 지역의 팔리 농장(Farley Farm)에 위치한 리 밀러 아카이브(The Lee Miller Archive)의 허가를 받아 그 곳에 보관된 편지들을 자신의 작품 소재로 삼았다. ● 흥미롭게도 베일리의 밀러에 대한 관심은 전작인 「2 Willow Road」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녀가 골드핑거의 ‘2 Willow Road’에 머물면서 발견한 - 골드핑거의 친구였던 - 펜로즈가 밀러의 사진을 콜라주 해 만든 작품 「진정한 여인(The Real Woman)」이 단초가 된 것이다. 피카소, 만 레이, 미로, 타피에스 등의 예술가들과 친분을 맺으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친 밀러의 작가로서의 면모 - 베일리의 「Postscrip」는 사막을 찍은 밀러의 사진 「공간의 초상(A Portrait of space)」(1937)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 와 세계대전 당시 여성 종군기자로서의 활약상, 그리고 한 남자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 여자로서의 삶까지 베일리에게 밀러는 작품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밀러의 흔적이 담긴 여러 물건 중 베일리는 가장 사적인 영역에 해당하는 편지를 선택했고, 각각의 편지에 대한 자신의 인상대로 그것들을 입체적 형태로 만들어 사진을 찍었다. 어두운 배경에 놓인 편지들은 마치 베일리가 간접적으로 포착한 밀러의 초상사진을 보는 듯 조금씩 다른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Veronica Bailey_Go Germanywards_람다 프린트_2005


이처럼 베일리의 사진은 과거 누군가에게 속했던 특정한 사물을 통해 그 사람의 현존을 증명한다. 「2 Willow Road」의 책과 「Postscript」의 편지는 각각 골드핑거와 밀러라는 20세기 예술가들의 삶의 흔적으로서 그 사람 개인뿐 아니라 주변 인물, 심지어 당시의 시대상황까지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모든 작업은 항상 관계에 관한 것이다”는 베일리 자신의 말처럼 그녀의 사진은 외형적 아름다움 외에 엄청나게 풍부한 텍스트로서 가치를 갖는다. 선적인 추상으로 인한 간결한 이미지 너머로 제목이 주는 암시와 함께 호기심을 끈을 놓지 않고 따라가다 보면, 그곳에는 한 사람의 인생을 중심으로 수많은 관계와 역사적 사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베일리의 책과 편지가 닫혀져 있는 것은 이미지 뒤에 가려진 텍스트의 풍요로운 의미작용을 알리는 단서일지 모른다. 이렇듯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많은 베일리의 사진은 형상적인 것 너머 담론적인 것을 추구하는 현대사진의 특징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 신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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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안국주展 / AHNKOOKJOO / 安國珠 / painting

2008_0423 ▶ 2008_0428



안국주_삶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_화선지에 수묵채색_195×130cm_2006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이미지 속닥속닥 Vol.030619a | 안국주 수묵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8_0423_수요일_06:00pm

영아트 갤러리 기획 초대전展

관람시간_11:00am ~ 07:00pm





영아트갤러리_YOUNGART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5번지 2층
Tel. +82.2.733.3410
cafe.naver.com/youngartgallery






삶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What dose Living Require. ● 0시 24분 전철을 타고 습관적으로 작업실에서 집으로 향한다. 마지막 전철을 타고 마지막 역에서 나는 내린다. 어떤 날은 개찰구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의 마지막 칸에 서기도 한다. 승객 중 어떤이는 제법 거나하게 취해 있고... 나머지 대부분은 낮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매우 지친 얼굴들... 중년, 20대, 30대,,, 가끔... 가족으로 보이는 얼굴들... 그 사람들의 지금을 또는 하루를,,, 삶을 그리기로 한다. 그리다 보니, ... 그 속에 나의 모습도 끼어 있다. ■ 안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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